금성산성의 남문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충용문의 모습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보국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근데 두 아이들은 오르는 길이 힘들었던지 눈을 감거나 가린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도착하기 전날 밤에 이곳 담양 산간지역에는 눈이 내려서 성벽 위엔 흰눈이 덮여 있었습니다.
벚꽃과 눈이 동반된 곳에서 삼총사가 섰습니다.
현지인들의 그릇된 애향심은, 행사를 준비하는 자기들은 적어도 문화재구역 안에서
고기를 구워먹어도 된다는 불편한 자긍심을 갖게 한 모양입니다.
조화옹의 신묘함에 감탄할 밖에요.
우리가 가던 날 이런 연출을 해 주실 줄 몰랐습니다.
덕분에 좋은 장면을 보았지만 한기를 느끼게 하는 매서운 바람이 함께 했었죠.
금성산성의 진가가 드러나는 곳입니다.
다정한 모녀를 일부러 불러 찍은 사진입니다.
이 분은 이날 종일 휴대폰에 사진을 담아 가느라 여념餘念이 없는 듯 했습니다.
올라갈 땐 안 찍는다더니 내려올 땐 조금 풀렸는지 나란히 서 주었습니다.
정 송강의 처가인 유종헌 가옥의 고매古梅입니다.
년전에 대수술을 받아 힘겹게 연명하고 있는 안타까운 매화입니다.
貴稀不貴繁귀희불귀번-'드문드문 핀 꽃을 귀하게 치고 번성하게 핀 꽃은 귀하게 치지 않는다'더니
다행히 몇송이라도 힘겹게 피워내는 모습에 고맙기도하고 안타깝기도 했었지요!
貴含不貴開귀함불귀개-'머금고 있는 꽃을 귀하게 치고 활짝 핀 꽃은 귀하게 치지 않는다'는 것을
말 그대로 보여주는 한송이가 아름다웠습니다.
우리도 이 꽃송이처럼 긴장성을 잃지 말아야 겠습니다.
광주에서 온가족으로 참여하신 오정아 선생님이 아들과 함께 매화 옆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고 있습니다.
얼굴이 찍히지 않아 아쉬웠지요.
그 집의 튼실한 안채입니다.
집에 딸린 대밭 아래에는 봄을 맞아 머위가 한창이네요!
와송당의 뒷면입니다.
와송은 지금은 없어졌고 오직 기우만이 쓴 기문에만 남아 있지요.
아마도 당의 앞면과 측면에 조성되어 있는 화계의 어딘가에 있었을 것입니다.
기우만이 기문을 쓴 1915년 까지는 살아 있었고 그 내용에 유옥[1487년(성종 18)∼1519년(중종 14)]의 주창손인 손자가 심었다했으니 길게 잡아 1600년에 심었다해도 315년 가량 지난 어느 해에 수명을 다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흰 민들레를 찾는다며 허리굽혀 애를 쓰시는 회원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不貴開불귀개의 전형인가요?
창녕 조씨 문중의 강학소인 죽림재입니다.
그리 높은 곳에 있진 않지만 마을 전체를 잘 볼 수있는 곳에 자리잡았지요.
세일재 앞에서 수백년을 지켜 온 매화의 몸통 줄기를 보면
貴瘦不貴肥귀수불귀비-'마른 가지를 귀하게 치고 살진 것은 귀하게 치지 않는다'는 전형을 보여줍니다.
아주 친한 동창분들(?)끼리만 우연히 매화 앞에 서계시네요.
그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고매 앞에 선 두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매화는 貴老不貴嫩귀로불귀눈-매화는 늙은 것을 귀하게 치고 어린 것은 귀하게 치지 않는다지만
사람은 貴嫩不貴老귀눈불귀로인가 봅니다.
허나 품격이나 경륜으로 치자면 매화나 사람이나 貴老不貴嫩귀로불귀눈입니다.
不貴繁불귀번의 전형입니다만 그 나이에도 이런 역량을 보여주시니
긴 파장으로 餘香여향을 미치는 대선비를 대하는 듯 했습니다.
죽림재로 뒤늦게 참여하신 홍민표님 내외분이 아쉬운 듯 뒤를 돌아다보고 발아래 들풀을 살피신다.
외딴 곳에 홀로서서 열심히 기록중인 모습이 잡혔네요.^^
식영정 장송 사이로 보이는 창계천을 상상해보면
'天孫천손 雲錦운금을 뉘라셔 버혀내여'의 현대판 모습으로 떠오릅니다.
長松장송과 매화가 나란하다.
'梅窓매창 아젹볕에 香氣향기예 잠을깨니' 하던 그 매화는 아니라도
없었더라면 얼마나 공허할 뻔 했을까요!
저번 달 광양의 동백숲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면을 식영정에서 만날 줄은 다들 몰랐었지요.^^
송강이 살았던 지실마을에 들어서자 곧 이런 매화를 만났습니다.
계당에 선 고매의 위용입니다.
홍매와 백매가 함께 피어 있습니다.
만수동 골짜기에 덮인 암반위로 흐르는 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멀리 무등산이 보입니다.
눈에 덮인 모습입니다.
회원여러분!
쌀쌀한 날씨에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고매화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길
기대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다음 5월 답사일은 12일 입니다!
일정 잡히는대로 곧 공지하겠습니다.
건강들 하세요!!!
첫댓글 동백과 매화, 그리고 산성. 무엇보다 벗님네들이 반갑네요.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 현장에 있는듯 합니다.
아직 매향이 느껴지네요.
내년 선암매는 귀우貴雨의 차원을 가르쳐 주시기를 ... 수고 많으셨습니다. ^^
이선생님 장모님 상이어서 선생님 내외가 답사에 참여하지 못하신 겁니다.
저희들끼리만 다녀왔네요, 선생님!
반갑지 않은 강풍에 하루 종일 노출되어 있었지만
의미 있는 좋은 시간이었기에 그 날의 고생(?)쯤은 이내 잊혀지더군요~ ㅎ
날을 잘 잡는 것도 연륜인 것 같습니다. 좋은 날, 좋은 곳에,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날 마련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꽃은 다시 보아도 향기롭네요. 특히 손을 꼬옥 잡은 소녀들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