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2007.10.18 시를 공부하고 들국화 시낭독 입니다

[짓거리 시인]

지나간 건 아름답다고, 함께 가자는 11월을 보내면서

노란 그리움 하나가 불현 떠오릅니다

- 세월이 변한다는 10년 전 그때, 2007.10.18

       저 하늘 물 땅 건너 우리 곁으로 온 이가

            시를 공부하고 들국화 시낭독입니다-

한 해 한 해 숫자를 더하면서 그 시절 그 날 중 하나

들국화 함빡 피어 국향이 진동하는 그때 그날에

바다 산 하늘 그 국경 너머의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 외국인 이들에게

시로 마음의 여유를 챙겨주고

시로 한글을 터득하게 해주고

시로 가정의 아름다움을 꽃 피워주려 했던 그 시절,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흔들고

구름은 보이지만 잡히지 않고

물은 귀하지만 아래로 흐르고

공기 물  흙 등

가장 소중한 건 돈없이도 다 안고 있다고

그들에게 이런 의미를 주면서

자, 바람 구름 물이다 세월은

시 시 시 시시하다 말고

마음을 시에 담아 사랑하자

그때 그 해 2007년도 참 새롭습니다.

이들은 저 아름다운 미소처럼 다 행복하게 살고 있으리라

- 참 잘 썼어요. 너무 잘했어요. 그날 그 소리가 가슴을 울먹, 들려옵니다-

- 사랑으로 열정을 꽃피우던 그때 그 강사도 이제 호호백발 늙어서

                        이별을 앞세우고 갈 자리 거기로 가고 있다. 시가 주는 행복 꼭 안거라 -

  

중부매일/ 2008년 1월 16일

 '아주 특별한 시집 3권'

음성군노인 · 장애인복지관 회원 발간

이지효 기자

문학에서의 상징과 비유로 그려지는 함축성의 심리적 발동이라기보다는 순수와 진솔로 삶의 흥취를 돋구는, 그래서 사회가 아름다워지는, 우리글을 배우면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놓은 아주 특별한 시집 3권이 발간됐다.

한국의 땅, 한국으로 시집와서 삶을 일구는 나이어린 이주여성들이 한글을 배워 그리움을 삭히며 쓴 시집 '들국화는 그리움으로 핀다'와 문맹에서 시인까지 무학의 할머니들이 한글을 터득하고 쓴 시집 '꽃향기 구름을 타고'와 장애의 편견과 구속에서 벗어나려 심상을 피우는 장애인들의 시집인 '꽃도 어울려야 아름답다'의 동아리 문집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음성군노인종합복지회관, 장애인복지관에서 틈틈이 글을 배우며 익혀 발간한 것으로 비록 작은 배움의 결과물이지만 그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시집이 분명하다.

▲ 야외수업당시 찍은 사진 왼쪽부터 허은경(중국), 라브린(필리핀), 낸시(필리핀), 오은혜(몽골), 정은산(캄보디아).

#'들국화는 그리움으로 핀다'

필리핀, 몽골, 중국, 캄보디아. 각기 다른 언어를 가진 여성들이 모여 시라는 이름으로 '들국화는 그리움으로 핀다'를 펴내 3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마음
오늘은 마음이 자꾸 왔다갔다 해요 / 공부하고 또 놀아도 / 애기가 잔뜩 감기가 들어서 / 마음이 자꾸 왔다갔다 해요 -오은혜 (어트건톡스 / 몽골)-
이 시는 짧지만 아픈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그대로 잘 표현했다. 이주여성이건 아니건 간에 감기에 걸린 자식을 걱정하는 그야말로 '엄마의 마음'이다.
이국의 땅에서 한국인으로 동화되며 문화적 차이와 언어의 극복과 소통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시짓기, 가사와 자녀에 대한 부담감, 가끔은 가족으로부터의 대화에서 벗어나야 하는 소외감과 갈등, 수없는 난관을 극복하면서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시를 읊었다.
몽골서 온 오은혜 (어트건톡스), 필리핀에서 온 낸시 데이모스, 라브린 아구로, 디안, 중국에서 온 허은경, 캄보디아에서 온 정은산(트리닌 수아). 이들의 시에는 그리움이 서려있다. 세계인의 공통어인 몸짓과 눈짓으로 그린 그들의 시는 감동이다.

#'꽃향기 구름을 타고'

글이라곤 흰종이에 까만색 글자밖에 몰랐던 시골 한글학교 까막눈 할머니들이 70을 훌쩍 넘겨 한글을 배우고 평생 마음에 담아왔던 못다한 말들을 언어로 승화시켰다.
한글공부
가나다라마바 / 처음에 배울 때는 / 힘들게 느껴졌던 나의 벽 / 이제는 그 벽들이 반갑기만 하다 / 길을 걸을 때에도 / 버스를 탈 때에도 / 떳떳하게 읽고 찾아볼 수 있게 되었으니 / 큰 성과다 / 늦었지만 한글을 배우는 내가 / 자랑스럽다 -정서순(69)-
할머니 시인들은 이미 흐르고 흘러 곰삭은 인생의 이야기보다는 자연을 읊조리고 행복과 사랑을 노래한다. 문학적으로 논하기보다 따뜻하고 영원한 우리의 어머니가 자연과 인생을 노래한 글, 상투적인 표현과 익숙하게 굳어버린 일상이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제한된 단어를 생각해보면 자랑스럽다.
김희순, 윤광자, 이명재, 이영손, 정서순, 정일해, 정재희, 지장순, 최정자, 황숙실 이들은 이제 모두 할머니 시인이다.
유지숙 음성군 노인종합복지회관장은 발간사를 통해 "강산이 변해도 7번이상 변했을 법한 시간이지만 시를 창작하는 우리 어머님의 모습은 마치 10대 소녀와 같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소박함이 묻어나온다"며 "4년여 동안 글을 배우고 시라는 문학의 세계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기쁨으로 승화시킨 어르신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꽃도 어울려야 아름답다'

나
장롱을 정리하다가 / 옛날 사진을 본다 / 생각 난다 / 옛날 그때가 / 다치지 않았을 때가 -박종욱 장애인재활대학 문예교실-
과거가 현실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간절하다.
강민숙, 김광석, 라복순, 남수현, 박종욱, 반기헌, 성종희, 손영진, 이현숙, 정상훈, 조천희씨의 시와 조이식씨의 수필이 산다는 것은 문제해결의 과정, 그 문제들과 부딪치며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되고 오늘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교훈이 된다.
장애는 심리적인 문제인 것이다. 음성군장애인복지관에서는 열심히 노력한 장애인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공을 담아냈다. 또 장애인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사회교육 프로그램과 장애인 재활대학, 또 재활의지를 높이기 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한 취미교실 작품전으로 민화, 서예, 점핑클레이, 한지공예, 종이공예, 도자기공예, 칠보공예 등 직접 만든 작품들도 전시중이다.
박영수 음성군장애인복지관장은 "밤낮없이 거듭됐던 작은 장애인분들의 노력들이 모여 세상을 움직이고,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고 행복하게 만드는 움직임이 되길 바라고 성공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詩를 가르치는 일이 천직인걸요"
증재록 지도교사

"제가 하는일이 그건 걸요, 서로가 서로에게 통해야 매순간 탄생을 느낍니다"

이들이 이렇게 시를 내놓을 수 있게 된 뒤에는 묵묵히 이들을 가르쳐온 행복한 사람이 있다.

이주여성, 장애인 문맹할머니들에게 시를 가르치는 일, 이것을 천직으로 여기는 증재록 지도교사다.

증 교사는 1주일에 2시간씩 이들을 상대하면서 사랑을 피워왔다. 물론 각각 복지관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결과물도 없었겠지만 시가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재미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그들과 지난 한해를 보내면서 동아리 문집을 펴냈다.

문학에서의 함축성 보다는 순수와 진솔로 우리글을 배우면서 마음 표출하기, 즉 서로가 서로에게 통해야 매순간 탄생한다는 것을 느낀다는 증재록 교사.

더이상 여성결혼이민자,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인 그들을 칭찬하며 진실과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게 했다면 더 바람이 없다는 증교사는 시는 영원히 살기 때문에 시로 그린 그들의 발자취도 영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입력 : 2008년 01월 15일 18:26:28 / 수정 : 2008년 01월 15일 18:3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