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전세 품귀 현상은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점차 확산될 것이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전세 품귀 현상은 앞으로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점차 확산될 것이다.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7월 31일 전격 시행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법 시행 전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들이 매물을 다시 내놓더라도 전세가격을 최대한 올리거나 반전세나 월세로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 번 세입자를 받으면 4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는 데에 따른 보상심리 때문이다. 향후 한국에서 전세제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전세 품귀 현상은 임대차 3법 논의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집주인의 거주 의무를 강화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되었다. 재건축 단지 분양권 자격에 2년 거주 의무를 추가한 6·17부동산대책이 대표적이다.
<사례>
서울 마포구 재건축 추진 단지를 보유한 직장인 A 씨는 2020년 6월말 세입자를 내보낸 뒤 현재 집을 비워두고 있다. 재건축 단지 2년 거주의무 기간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분양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입신고만 하고 가끔 들르기만 하고 실제 거주할 생각이 아니다”라고 했다.
내년부터 양도소득세를 할인해 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과 수도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에도 거주의무가 추가되어 전세 물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보유세 인상도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번 정부 출범 전 2%이었던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은 현재 3.2%로, 내년부터 6%로 상승한다. 은행 예금 금리가 0%대로 소득이 마땅치 않은 집주인은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는 월세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전월세 시장은 월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앞으로 월세 전환이 굉장히 활발해질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든 시장 상황이 월세가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은행 대출금처럼 활용해 투기를 하거나, 주택 가격이 급락할 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등의 문제점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기존 세입자들은 최소 4년 동안 주거가 보장되니 일단은 안도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B씨(50)는 “일단 4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으니 당장은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5m²의 전세 시세는 현재 16억∼17억5000만 원인데, 2년 전 시세인 11억 원 안팎에 계약했던 사람들은 현 시세보다 5억∼6억 원 정도 낮게 재계약을 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4년 뒤로,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다.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원칙적으로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 동의 없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릴 수 없지만, 요즘처럼 전세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집주인 요구대로 월세로 계약하고 사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세입자가 동의를 한다면 법에서 정한 전월세 전환율(연 4%, 한은 기준금리 0.5%+3.5%)에 따라 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수 있다. 이때에도 임대료 인상률 5% 룰이 적용된다. 특히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때에는 월세 전환 여부와 임대료 모두 집주인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보증금 1억 원짜리 전세를 무보증 월세로 계약하면 매달 333,330(100,000,000*0.04/12)원의 월세를 납부해야 한다. 서울에서 전세를 사는 세입자 C씨(42)는 “4년 뒤에는 전세가 줄어 꼼짝 없이 월세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월세도 훨씬 올라 있지 않겠느냐. 벌써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거비 부담은 15.2%로 38개 회원국 중 가장 낮았지만 앞으로 월세 시대가 도래하면 영국(23.7%), 일본(22.3%), 미국(18.4%)처럼 부담이 커질 것이다. 결국 세입자들은 안정적으로 비싼 주거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사례>
전세계약을 갱신하려고 하는데,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5억원을 6억5천만원으로 올리려고 한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보증금 한도는 5억원의 5%인 2,500만원이다. 갱신된 계약의 보증금은 5억2,5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임대인 : 집주인이 계약을 갱신해주는 조건으로 전세를 반전세로 바꾸자고 한다.
임차인 : 세입자가 싫으면 거부하고 전세를 고수하면 된다.
임대인 : 전세를 반전세로 바꾸기로 동의했는데, 집주인이 보증금 5억원을 전세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50만원짜리로 바꾸자고 한다. 전월세전환율로 월세 수준을 계산하여야 한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로, 법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3.5%'로 되어 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니 전월세전환율은 4.0%이다.
임대료를 상한인 5%까지 올린다고 하면 기존 전세 보증금 5억원에서 5%를 올리면 5억2,500만원이 된다. 여기서 새로 정한 보증금 1억원을 뺀 4억2,500만원을 월세로 전환하면 된다.
4억2,500만원에 전월세전환율 4.0%를 적용하면, 1,700만원이고, 이를 다시 12로 나누면 1,416,660원이 적정한 월세금액 이다. 집주인이 제시한 150만원의 월세는 법적 상한을 넘는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