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해방촌 & 신흥시장’
미국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서울 속 숨은 명소
“너무 아늑해 나만이 알고 싶은 비밀 같은 곳”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골고루 섞인 젊은 여행지
미국 유명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서울 ‘해방촌’ 일대를 조명한 기사에서 ‘서울의 숨겨진 핫플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라고 했다.
“좁은 골목 사이 몸을 웅크리고 있는 작은 문 몇 개를 열고 들어간다면 미처 상상하지 못한 포근하고 멋진 장소가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너무 아늑해서 자기만 알고 싶은 비밀 같은 곳이다.”라고….
신흥시장은 서울 용산구 신흥로 일대 해방촌을 상징하는 시장이다.
해방촌과 신흥시장 답사는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5번 출구 바로 앞에서 용산 마을버스 02번을 타고 ‘해방촌 5거리’에 도착하면서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오래된 전통시장 느낌만 가득했던 이곳은 해방촌 일대의 환경을 새로 꾸미는 서울시의 사업을 시작으로,
방송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거쳐 많은 가게들이 새로 생겨나면서 활기를 띄게 된 곳이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함께 공존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상인이 함께 협력하여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신흥시장은 디자인 공모로 당선된 작품이다. 원래 재래시장 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모자의 챙을 연상시키는 원형의 길을 따라 카페, 술집, 맛집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하늘로 뚫린 개방적 공간은 작지만 작지 않고, 오래됐지만 동시에 참신한 느낌도 준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서울시는 도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해방촌을 철거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1973년 자력 재개발 사업 구역으로 선정되며 현재까지 유지·보수를 거듭해 그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
해방촌이 MZ세대의 주목을 받게 된 데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러한 역사가 주효했다.
고루하게 느껴졌던 전통적인 것을 새롭고 멋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이는 ‘뉴트로(New+Retro)’ 열풍이 불자 이들은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해방촌으로 향했다.
낡은 계단과 색바랜 간판,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법한 좁은 비탈까지도 ‘힙스러움’의 상징이 된 것이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각종 카페, 바, 엑세서리 샵 등이 자연스레 들어섰고 해방촌은 그렇게 ‘K-힙(한국적인 멋)’의 성지로 재탄생한 것이다.
해방촌은 행정구역상 서울 용산2가동 대부분과 용산1가동 일부를 말한다.
해방 후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해방 후의 마을이라 해서 이름도 ‘해방촌’이다.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술집, 음식점이 요란하게 반짝이는 곳이기도 했다.
빈민촌이면서 영어가 들리는 독특한 성격의 국제적 동네다. 70년이 지난 지금, 10%가 넘는 외국인이 해방촌에 산다고 한다.
신흥시장은 1950년대 담배 제조로, 1960년대에는 니트 제조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번창했지만 이후 제조업이 침체되면서 30년의 영광을 뒤로하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폐허에 가까웠던 이곳이 본격적으로 부활의 기지개를 켠 것은 약 10년 전이다.
서울시는 2015년 해방촌 일대를 ‘도시 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하고 각종 재생 사업을 벌여 왔다.
거리가 정비되고 해방촌 상권이 살아나자 젊은 예술가와 상인의 발길이 신흥시장까지 닿았다.
저마다의 개성을 간직한 감각적인 상점이 하나둘 들어서며 오랫동안 비어 있던 거리는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MZ세대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가득하다.
주인 없는 산비탈이란 이유로 마구 지어졌던 허름한 집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다세대주택이 그 자리를 채웠다.
아파트에 익숙한 이들에게 경사가 급한 골목은 새로움이 됐고 특색 있는 음식점, 산책하는 외국인들을 마주하다 보면 외국 어디쯤인가 싶은 이색적 감흥을 선사한다.
인도와 도로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좁은 길 양편에는 자그마한 가게들이 이어져 있는데, 감성적인 분위기부터 세련되고 힙한 분위기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
가게들이 길거리와 맞닿아 있고, 대부분 저층이라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식사나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다는 것도 신선한 재미다.
시장의 골목이 대개 1자형으로 시작과 끝이 있는 긴 골목의 형상인 반면, 이곳 신흥시장은 ㅂ자를 그리며 루프(Loop)형태로
끊임없이 돌고 도는 순환 동선(動線)이 특이하다.
길과 길이 교차되는 공간이 마당처럼 여유로운 공간을 갖거나 휴게 벤치 등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친절한 공간으로 형성되어 있다.
신흥시장의 특징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골목이다. 위를 올려다보면 투명한 ‘초극박막 불소수지’로 열린 지붕(‘서울챙’)이 이색적인 디자인으로 조성되어 있다.
보행통로의 주요 길을 인식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하늘로 열려있어 햇빛이 시장 골목 깊숙이 들어올 수 있고 언제나 밝은 내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반투명 소재의 지붕을 통해 은은하게 떨어지는 햇빛도 매력적이지만 ‘서울챙’의 진가는 궂은날 잘 나타난다.
아케이드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배경음악삼아 걸으며 실외와 실내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밤이면 밝은 녹색으로 빛나는 LED조명이 예스러운 뒷골목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경관을 발산하는 곳이다.
본래 시장은 사람들이 머무르면서 많은 시간을 쓰는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머물기에 친절한 공간을 마련하는 시장이 대세다.
신흥시장은 단순한 ‘소비’의 공간이 아닌 만남과 즐거움을 향유하는 문화의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해방촌과 신흥시장 일대는 여행자들의 흥미로운 보물창고다. 광복과 6·25전쟁의 역사 위에 새로움이 빠르게 추가되고 있는
곳이다.
경복궁이 과거를 대표하는 명소라면, 해방촌은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골고루 섞인 젊은 여행지다.
서울의 옛 골목들, 특히 연륜이 지긋한 도심 골목에서 시간의 흔적을 찾는 재미는 쏠쏠하다.
서울을 대표하는 명동과 종로가 직선거리가 3㎞인데, 변변한 빌딩 하나 없는 해방촌 거리는 시간이 멈춘 느낌을 준다.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은 없지만, 오랜 시간 평범한 사람들이 일군 자잘한 흔적은 살아있는 박물관같은 느낌이다.
이곳에 있는 식당들은 대부분 전국구 맛집이라 평일에도 웨이팅 줄이 길다.
가벼운 마음으로 골목골목을 걷다가 손님이 붐비는 곳, 관심끄는 곳으로 그냥 들어가 보자.
사람들이 많이 가는 핫플레이스도 좋지만, 이제 막 문을 연 곳을 찾아내는 것도 흥미롭다.
일식, 중식은 물론 미국, 아프리카, 중동 음식점들이 방문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108 계단과 경사형 승강기
해방촌에는 108계단이 있다. 용산고등학교 뒤편, 후암동 옛 종점에서 남산의 남쪽으로 오르는 언덕에 있는 긴 계단이다.
용산 2가동에 위치한 계단으로 정식 명칭은 ‘해방촌 108 하늘계단’이다.
원래는 한 계단으로 가운데에 손잡이가 있었지만 경사형 승강기 설치로 인해 계단이 나누어졌다고 한다.
계단이 108개가 있다고 해서 ‘108 계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기에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직접 올라가 보면 아래 풍경이 탁 트이면서 잘 보인다.
경사형 승강기는 지난 2018년 11월에 설치됐다.
서울 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최초의 승강기다.
지역 주민 중 노약자를 비롯하여 이동약자들의 보행권 확장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일반 승강기와는 다르게 대각선 방향으로 경사로를 오르내린다.
제일 위층은 4층이며, 원하는 층의 숫자를 두 번 누르면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
승강기를 타면 계단 아래부터 정상까지 53m 구간을 1분만에 이동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계단일지 모르지만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이 계단은 과거 일제가 계단 위 공터에 ‘경성호국신사(京城護國神社)’를 지으면서 참배 길로 만든 것이다.
일제는 남산 신궁 등 남산에 신사를 세웠는데 그 중 전쟁에서 숨진 병사를 추도하기 위해 1943년 건립한 신사가 경성호국신사다.
지금은 신사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신사는 없어졌고, 계단은 주민들이 이용해 오고 있다.
주민들 또한 신사가 어디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부지가 2만평을 넘었다는 기록으로 미뤄볼 때 계단 위 비교적 평평한 곳이 신사 구역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해방촌 & 신흥시장 방문 안내
*위치 : 서울 용산구 신흥로 95-9(용산동2가)
*대중교통 :
①전철 4호선 숙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02번 환승(‘해방촌 5거리’ 하차)
②전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도보)
*방문일 : 2024년 1월18일(목)
첫댓글 해방촌을 해방시키는 글ㆍ
감사합니다 ~~
해방촌은 이미 해방이 되었답니다. ㅎ
첫 댓글, 감사합니다.
봄기운ㆍ훈풍불때쯤 걷기 시작하시게요ㆍ
오랫만이네요.
따뜻한 봄날이 되면
본격적인 걷기 출발합니다. ㅎ
그땐 언니께서도 꼭 동참하실 거죠?
기다리겠습니다.
파주에 살고 계시지만
서울을,
서울의 골목골목을 이토록 사랑하시는 분은 처음 보았습니다.
가끔 용타기 방장님의 답사기를 읽으면
목마와 숙녀란 시로 유명한 박인환 시인이 기억납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폐허의 서울까지도 그토록 사랑하였다는
박인환 시인.
박인환 시인의 싯귀 같은 낭만이 서린 답사기 고맙습니다.
그리고...... 용타기 방장님 덕분에
저를 비롯한 우리 회원들은 발품 팔지 않아도
다녀온 듯한 대리만족을 느낀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격려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제가 살고 있는 파주는 이미 유명 명소를 아는대로
소개했습니다.
서울은 워낙 넓고, 명소도 많아 아직도 소개할 곳이 많이 있지요. ㅎ
항상조은 정보감사드리고 본격적인 걷기행사 기대됩니다~^^거듭감사드립니다~^^
오랫만이네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제가 주관하는 행사에
많은 기대를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_^
그때가 되면
에어버스님께는
꼭 참석하실 거지요?
우리, 잎 돋고
꽃 피는 봄을 함께 기다려요.
네.저도한번가서
돈가스 먹고왔습니다.대기시간 한시간반.그동안 이골목.저골목 볼만합니다.빵집도 맛난지 줄서서있어서.나중에가봤드니.다팔렸다고하드군요.
돈까스가 두툼하고.정말맛있었던기억. .날씨 따뜻해지면.혼자 쉬엄쉬엄.가도좋은곳입니다.
이미 다녀오신 곳이군요.
그렇지만 이곳도 계절마다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제가 갔을 때는 오전 11시경이라 시장 음식점에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ㅋ~
이야기거리엔
용타기님이 맨날맨날
계시는것 같은…ㅎ
눈으로 걸음하네요~
에고!
동심님, 오랫만이네요.
추위에 건강관리 잘하시고 계시지요?
항상 따뜻한 관심과 격려,
감사드립니다.
^_^
서울에서만 살아온 쌀나무인데, 모르는 곳이 참 많네요..
용타기님 덕분에 해방촌 새로이 느끼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은 넓고 볼 곳도
많은 곳이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