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퐁 할매
임미란
서른 즈음 저 아래 동네에 살았을 때
바람이 잦거나 궂은 날이면
아기 같은 커다란 바랑을 업고
주방 쪽문을 살살 두드리던 사람
주방세제 이름인 퐁퐁 통에 물을 담아
의식을 치르 듯 손과 입을 씻고서
선걸음에 밥을 먹거나
빗물에 말은 국밥을 후딱 해치우고는
며칠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대지가 불가마처럼 달아오르면
떡 벌어진 당산나무 그늘을 다 차지하고도
눈이라도 마주치면 이리저리 침을 뱉다가
이년저년 해대다가 목구녕에 불난다고
퐁퐁 통의 물을 쪽쪽 빨아마시던
퐁퐁 할매라 불리던 사람
아침이면 쪽진 머리 곱게 빗고
볼그족족해진 얼굴로
사포로 오는 마을버스 앞자리는
왜 무임승차하는 건지
강아지풀 간질이는 바람처럼
와도 그만 가도 그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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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할매
배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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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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