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學問 如逆水行舟 不進則退
학문은 물을 거슬러 가는 배와 같아서, 나가지 않으면 뒤로 물러난다. (論語)
오늘도 그곳에 사람들이 모였다.
일주일동안 자기가 할 일을 하고 토요일이면 이 곳에 모여든다.
우리 소리를 익히기 위해서이다.
생업뒤 여가로 고급 취미를 즐기는 이들.
우리에겐 참다운 취미나 놀이문화가 없다.
기껏해야 만나면 화투놀이나 하고, 술이나 마셨지 취미는 일부 한량들의 사치스런 여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한참을 생각하다가 독서나 산보라고 답하고 한국의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연유한다.
이는 우리의 주업인 쌀농사가 88번의 손이 가야 비로서 수확을 하는 근면이 요구되었기 때문에 여가는 휴식이었지 취미를 위한 정신적 재생산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고도성장을 해야 했기에 우리에게 취미는 없어도 되는 여분의 것으로 생각했다,
살아가다가 여분이 있으면 뭣인가에 취미를 붙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고급문화인 우리 소리를 접하고 그 의미를 깨우친 올바르고 곧은 사람들.
편리한 것이 善이라는 논리를 뒤엎고 쉬운길 보다 돌아가기를 스스로 선택한 사람,
길고 지루한 교향곡도 잘게 잘게 만들어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꼭꼭 집어 들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두꺼운 300곡 정악책을
펴는 사람들,
쉬운 결과보단 과정을 즐기는 조금은 뒤떨어진 사람들이 모였다. .
그들은 적어도 우리 소리가 가진 의미와 깊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꽃놀이 대신 여기에 모였다.
2 그 옛날에도 이습회가 있었다?
肄習會라고 했다.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1932년 이왕직 아악부에서 아악의 보존, 육성과 개개인의 실력향상을 꾀하기 위하여 조직한 모임.
그 당시 노악사들이 젊은 신진들에게 그들이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아악을 전승하기위한 모임이라 한다.
그런데 그 전에도 이런 이습회가 있었음이 그림으로 전한다.
단원 김홍도의 작품중 舞樂圖란 그림이 있다.
그의 그림에는 그 당시 서민사회의 구수하고도 익살스러움이 화면에 넘쳐 흐른다.
그림에는
악사들이 둥그렇게 모여앉아 합주를 하고 모습이 있는데 우리 이습회의 모습과 닮아있다.
피리를 부는 벙거지를 쓴 악사의 부풀어 오른 양 볼은 김*찬 선생의 모습이고
북을 치는 사나이는 지금은 거문고 집어 던지고 뭇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유럽일대를 일주하고 있는 박*현 선생과 닮아있다.
비스듬히 대금을 불고 있는 사내의 예사롭지 않은 눈초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던 방인근의 “벌레먹은 장미”로 재해석하는 신통한 능력을 가진 엄악장과 닮아 있고
해금을 하는 악사의 뒷모습은 이습회 전용 좌석인 내 자리에서 항시 보는 모습이다.
삿갓깃으로 눈을 가린 장구치는 이는 이습회 시간에 농땡이 꾼을 잡아내는 노선생과 닮아있고,
음악소리에 맞춰 춤추는 무동의 옷자락에서 바람이 일 듯 춤추며 돌아가는 저 스탭은
무대의상 갈아입히고 판만 벌리면 해금잽이 류낭자의 스탭이 저리 하리라.
이런 그림은 자칫 격식에 얽메어 버리면 폼만 재는 형식에 치우치기 쉬우나 단원의 출중한 회화적인 역량은 조그만한 화선지위에
우리 이습회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취타와 천년만세의 가락을 화선지위에 담아내는 출중함을 볼 수 있다.
아!!
옛날부터 우리 소리를 지키기 위해 저런 자리를 가지고 있었나 보다.
하기사 시간적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문화적 현상을 전통이라 한다면
이런 흐름속에 우리의 전통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왔는가 보다.
3, 공부해서 남주나?
15:05
소리 공부시작에 맞춰 김종현 선생은 잠바를 입으시고 의관을 정제하신다.
차렷 경례
그럼 먼저 예를 갖추고 소리에 정진해야지.
자 수연장부터
“태임중 함 불어봐유.”
노선생의 박에 맞춰 501호실은 우리 소리로 가득 메워진다.
해금의 현란한 가락과 피리의 높은 소리를 가운데 대금이 균형을 받쳐준다.
노선생님은 눈으로는 좌중을 보며 손으로는 장구를, 그리고 입으로는 구음을 하며 소리 무리를 이끈다.
“피리. 황태남을 다시 한 번 불어봐유.”
역시 우리 한소리에서 피리사랑은 유별나다.
피리소리가 고르면 그 날 음악은 땡잡는 것이고, 피리소리가 흔들리면 그 날 소리평은 말할 필요가 없다.
“황태남에서 남소리가 높고, 황태와 달리 남은 뚝 떨어트려야 되유”
노선생의 개인교습이 계속된다.
그 시간 우리 악장은 해금낭자들과 촌음을 아껴 연애 작업중.
소리를 음악에 따라 구분해서 내야 한다고 했다.
같은 톤이 아니라는 것이다.
"태중과 남황은 다른 음이 1인데 비해서 1과 1/2이니 달라야 하는거여
서양음악에도 미파와 시도가 반음이듯이 우리 소리도 같은 톤으로 내면 㑲이 無가 되고
仲이 姑가 되는것이여
취타, 군악은 임남황태고
중광지곡은 중임무황태중로 시작하는 것이제
아무 생각없이 정신줄 놓고 불지말고 생각을 하면서 집중하고 불어야제
우리 정악음계는 5음계로 짜여진 것이 딱 4개밖에 없어
금전악만 빼고 그래서 별우조 타령이라고 別자를 붙이는 것이여
평조, 계면조를 구분해서 불 줄 알아야제 안 그러면 10년 20년 불어도 말짱 황이여.“
아,
그래서 원장님도 무식한 악사가 되지 말라고 소리 이론시험을 본다는 하셨구나.
15:38
평조회상
예전에는 상령산 , 중령산 끝나면 쉬어가는 기대가 있었는데 요사이는 노선생집 가정사에
무슨 일이 있어 화가 치밀었는가
못 먹어도 계속 GO GO !!
우리는 겁에 질려서 eGO eGO !!
해금낭자들은 eGO - GO !! eGO - GO !!
곡소리 난다.
상령산에서 군악까지 단숨에 쫙
“아, 대금이 문제여,
대금이 대충하니 피리가 그냥 따라오는 거여.“
그런데
왜 나를 주시하나이까?
“평조회상 뿐만 아니라 우리 국악이 전부 똑 같은 거여
박자가 길 때는 첫 박은 거뜬하게 확 지르고, 그 다음부터는 아주 편안하게 길게 끌어주고
마지막 한 박에서는 요성을 하는 것이제
그것만 알면 우리 국악은 끝나는 것이여
그 원리를 모르니께 어려운거여
어렵긴 메가 어려워 간단 허지.“
선생의 구음소리는 엄마의 자장가소리처럼 우리를 편안하게 만든다.
중간에 악보를 늦춰도
걱정이 없다.
구음을 따르던지, 장구박을 유념하던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단순하면서 소박하고
그윽한 아름다움과 담백한 맛이 상령산에 배어있고
길고 가늘고 가냘픈 그리고 때로는 도도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따스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한 선율이 평조회상에는 숨겨져 있다.
사당골에 평조회상의 그윽하고 청명한 여운이 널리 널리 퍼져 나간다.
연초록 잎이 무성한 5월에 듣는 평조회상은 더 멋들어 진다.
상령산에서 군악까지 49분을 쉬지 않고 단 숨에 쫙
숨은 차고
팔은 아프고
허리는 결리고
눈은 충혈 되는데
그래도 거뜬하게 기분은 좋다.
그래서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너무 슬프면 헛웃음이 나고,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난다.
그리고 잠시 휴식
에구구구
4. 산을 넘고 물은 건너
16:36
자진한입 界樂 편1 , 편2
“㒇음이 안 맞아요
다시“
거뜬거뜬 하게 나간다.
지금 즈음이면 손도 풀리고 흥도 적당히 난다.
그리고 이 고난의 시간이 지나면 이찌코푸가 있을 것이다.
끝이 보인다.
마치 우리가 보는 수묵화에서 먹빛의 농담을 가려서 그린 붓자국의 자유로움이나 붓끝의 움직임에 마디마다 맺힌 힘과 속도에 따라 그림이 달리 나타나듯
피리, 대금, 해금 각 악기마다 내는 고유한 소리가 모여 멜로디가 되고
멜로디가 모여 감동이 되어 우리들의 가슴으로 되돌아 온다.
16:50
함녕지곡
“황 - 중 높아요.”
소리에 가속도가 붙고 흥이 더한다.
16:57
천년만세
세피리 아직 안 풀렸어요?
우리는 그 동안 꿀맛 같은 휴식
세피리가 효자다.
“오늘은 짧은 것으로
계면 반토막과 양청만
내가 봐줬어
그런데 사실은 내가 힘들어야“
4장부터 6장 까지 노선생의 장구소리는 현란하다.
채가 춤추고 손이 허공을 자유자재로 날라 다닌다.
저 장구소리에 맞춘 우리도 춤을 춘다.
風前細柳
너무 멋지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17:05
편수대엽
鎭國名山 萬丈峰이 ....
한소리 전속가수의 카랑카랑한 소리가 여운을 만든다.
사람의 소리와 악기의 주고받는 교감.
가곡에는 단순과 겸허, 소박과 순리가 담담한 아름다움으로 담겨있다.
적당히 끊어주고 이어가는 멋이 있다.
절약은 부자를 만들고 절제는 인간을 만든다.
만해는
꽃은 떨어지는 향기가 아름답고
해는 지는 빛이 곱고
노래는 목매인 가락이 묘하고
님은 떠날 때 얼굴이 더욱 이쁘다고 했다.
인간의 소리는 자연을 닮아 바람이 불면 세차고
노을이 지면 서글퍼 지고
햇빛이 비치면 반짝이고
비가 오면 어두어 진다.
그런 소리를 할 줄 아는 그 재주가 부럽다.
5. 또 하나의 켜를 쌓고
서양음악은 남에게 들려주기 위해 연주하지만
우리음악은 자기가 듣고 수양을 쌓기 위해 소리를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두 시간 넘는 소리 잔치가 끝을 맺는다.
연산군때 학자 성현의 아들의 친구인 홍모가 성현의 집에서 글을 읽고 있는데
문밖에서 청아한 거문고 소리가 밖을 내다보니
한 노인이 매화나무 밑에서 거문고를 타는데
그 모습이
“그 때 달빛이 밝아 대낮같고
매화꽃이 만개하였는데
백발은 바람에 날려 나부끼고
맑은 음향이 매화꽃 냄새에 타오르니
마치 신선이 내려온 듯 문득 맑고 시원한 기운이 온몸에가득함을 느꼈다.“
앞으로 이런 소리를 만들어야 할진제
그리고 저렇게 멋들어지게 늙어가야 하는데
우리가 우리 소리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옛날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않으면 그 과거는 다시 반복된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는 미래를 위한 기억이고 우리는 그 기억을 찾아가는 추억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당신의 소리 여행은 즐거우셨습니까?
6. 부는데는 등신, 먹고 마시는데는 걸신.
2시간의 合奏가 끝나고 合酒.
수더분한 아줌마와 어떠한 주문에도 NO라는 소리를 할 줄 모르는 주인 아저씨.
사당동이란 동네가 두 개의 지하철에 만나고 경기도 각지로 가는 버스의 출발지이고 관악산 등산로의 하산지점이기 때문에 항시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붐비나 이 집만은 골목의 2층에 숨어있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오지 뜨내기 손님이 오는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 타는 목마름을 해소한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악장이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을 친다.
대개는 집안 행사가 있다던가, 동창회가 있다던가하는 연유를 말하고 없어 지는데
오늘은 소리 소문도 없이 핫바지 방귀새듯 없어졌다.
어디를?
아까 뭐라고 했지?
오늘 오낭자가 고추 심으러 가서 못나왔단다.
고추를??
고추야 새벽에 이슬이 촉촉할 때 심지
이렇게 한낮에?
전 번주에는 오랜만에 나와 한소리 남정네를 전부 확 휘어 잡더니
뭐가 모자라 고추를 심어?
고추야 시장가면 실한 것, 굵은 것, 탱탱한 것 많고 많은데
뭐가 아쉬워
직접 물주고 키워서 따 먹겠다고?
그래서 우리 악장이 거기를?
실한 고추 바라바리 싸들고 고추밭 훼방 놓으러 갔는가?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
악장이 빠지니
악장 골수팬인 해금낭자들 다 빠지고
해금낭자들 빠지니 피리는 덩달아 빠지고
갈 데가 없는 네 사람만 모였다.
그래도 한다.
없어도 한다.
자식이 물에 빠져 죽어도 물을 안 먹을 수 없고
부모가 불어 타 죽어도 불을 안 땔 수는 없는 법
잔을 모으고 마음을 모아 찬! 찬!! 찬!!!
소리내는 시간에 열등생일수록 여기서는 우등생이 된다.
살기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
나는
소박한 안주와 맑은 막걸리 나는 소주.
술은 어디서 무엇을 먹느냐하는 것 보다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술맛이 다르다.
삐까번쩍하고 부담스러운 자리에서 산해진미에 고급술보다는
소찬에 입을 맞춘 사람끼리 정답게 나누는 소박한 자리가 나는 좋다.
제사를 지내고 마시는 술과 음식을 飮福이라 한다.
조상이 마신 술을 제사에 참석한 제관들이 나누어 마심으로서 하나의 가족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서양에서는 남남끼리 공동체를 만들 때 구속적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규약을 만들지만
우리 선조들은 술을 나눔으로서 동질화를 모색하였다.
그래서 이질요소가 동질화하고 공동체 의식을 동질화하기 위하여 술과 음식을 나눈다.
술을 마심으로서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된다.
술을 마시니
마음이 동하고
수첩에 적어둔 내 좋아하는 시 한수를 읊는다.
兩人對酌山花開 一盃一盃復一盃
我醉欲眠君且去 明朝有意抱琴來
(이태백의 山中對酌)
꽃이 핀 산에서 두 사람이 마주앉아 술을 나누네
한 잔 한 잔 또 한 잔
나는 이제 취해서 자고자 하니 그대는 이제 돌아 가시게
내일 또 한 잔 생각 나거던 거문고 안고 다시 오시게.
오늘 나오신 분을 남깁니다.
피리 : 주상철 김기영 이재권 이재명
대금 : 김종현 엄태경 박명덕
해금 : 류선영 이형욱 김정신 한숙자 진명희 임채린 신현주
7. 蛇足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지금 국회에선 어버이날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법안이 제출되어 계류되어 있단다.
그리고 좀 있으면 스승의 날이다.
저는 스승까지야 언감생심 그런 귀한 말을 붙일 수는 없으나
뜻하지 않게 교단에 들어서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혹시나 이 조직에 누를 끼치지나 않은지
걱정하며 말석을 지키고 있다.
학교에 있으면서 많은 좋은 학생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서고 포근하게 어루만져 주지 못했음을 항시 후회하고 있다.
난
5월이면 한 학생을 생각한다.
류군.
서울시내 어느 공업고등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동일계 혜택을 받아 우리 학교에 진학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그 학생은 들어오고 나서부터 학업에 그리 재미를 붙이지를 못하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때 이미 건축이란 것을 어느 정도 접해 보았기 때문에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수준이상을 버거워 했다.
학교생활은 겉돌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그러나 대학은 고등학교와 달리 이런 문제까지 교수가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어차피 그들도 성인이고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소양을 공부하는 곳이기 때문에 자기가 기준을 정해 실행을 하고 그 결과애 대한 책임도 각자가 지는 것이다.
난 그 학생을 그런 정도까지만 생각을 했다.
어느 날
그 학생이 지도교수인 나에게 한 장의 서류를 들고 왔다.
자퇴원서.
군대를 간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학교를 다니다가 조금은 방황하고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학생은
현실에 대한 도피처로서 군대를 갔다 오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 제대하고 나서는 완전히 변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휴학원이 아니라 자퇴원을 가지고 온 것이다.
혹시 모르는 줄 알고 입대한다면 휴학원서를 가지고 오라 했다.
굳이 자퇴를 하겠단다.
무슨 소리냐고
군 입대 휴학원서를 내면 자동 휴학이 되고 제대 후 복학이 되는데 왜 자퇴를 하느냐고?
자퇴를 하면 학교에서 적이 없어져 나중에 복학이 안 되는데 왜 굳이 자퇴를 하느냐고 물었다.
학교가 다니기 싫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휴학원서를 내라.
일단 휴학을 하고 나중에 일정기간이 지난 후 복학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제적이 되니까 자퇴와 같은 효력을 가지니까 일단 휴학원서를 내라고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자꾸 같은 말을 하기에
집에 가서 생각해보고 3일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또 3일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오라고 했다.
역시
그러면 부모님과 통화를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사실 이렇게 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
나야 지도교수로서 학생이 원하는 데로 휴학원서든 자퇴원서든 도장만 찍으면 되지만
무언가 오해를 하고 학교에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출하는 학생을 잡아주고 싶은 욕심이었다.
아버지도 그냥 자기 아들이 원하는 데로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방법이 없었다.
다시 한 번 학생에게 권유를 했다.
자퇴원서 대신 휴학원서를 내라고
요지부동이었다.
절대 후회하지 말라고 했다.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했다.
도장을 찍었다.
그 시간부로 그 학생은 학적부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한 참이 지났다.
나에게 편지 한 통이 전달되었다.
군사우편
류군이었다.
4장의 편지지에 볼펜으로 가득 내용을 써서 보내왔다.
서툴지만 감이 왔다.
전방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는데
너무 고생스럽다고 했다.
공부가 하고 싶다고 했다.
이 고생을 견뎠으면 이 세상 어떠한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고 공부도 못할게 없다는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나 자기는 지금 돌아가서 공부할 곳이 없다고 했다.
과거의 자신의 행동이 정말 밉고 후회 된다고 혹시나 지금 복학이 가능한지를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슴이 뻥 뚫어지는 기분이었다.
안 되는 줄 알지만 교무처에 문의해보았다.
답은 뻔했다.
불가능하고 혹시라도 입학생중 결원이 생기면 재입학은 된다고 했다.
그런데 입시에서 경쟁률이 몇 대일이고 대기자에 대기자를 미리 발표해서 통보하는데 결원이 생길리가 없었다.
방법은 없었다.
이런 실망스러운 결과를 통보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학생의 소식은 모른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금도 그 학생만 생각하면 내가 그 학생을 좀더 다그쳐서 휴학을 시키지 못한것이
후회되고 부끄럽다.
난 그 학생의 결과를 이미 예견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저렇지만 군대생활 좀 하다보면 틀림없이 자퇴원서 낸 것을 후회하고
제대해도 돌아가서 공부할 곳이 없다는것에 대해 얼마나 후회하고 원통해 할까?
그리고 꿀밤을 한 대 때려서라도 자기를 잡아주지 못한 나를 얼마나 원망할까?
나는 지금도 5월이 오면
스승의 날이 되면
그 학생이 생각난다.
그리고 부끄러워진다.
평범한 스승은 말을 하고
훌륭한 스승은 본을 보이고
위대한 스승은 감화를 준다는데
나는???
|
첫댓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게는 그 붓끝에 혼이 실렸다 하고
막힘없이 글과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게는 일필휘지하다 라고 한다지요
문득, 바다로 떨어지는 정방폭포를 생각합니다
모든 물줄기를 모아 모아서 넓고 푸른 바다로 보내듯 마음을 오롯이 담아
폭포수 그 시원함으로 써내려간 일지를 잘읽었습니다
저에게는 아직 포장지도 뜯지 않은 책이 세 권이나 있습니다.
모두 문우들이 책을 출간하여 보내준 것이지요.
그런데 문득 오늘쯤에는 그 책들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교수님께서 저에게 글을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의 결석 이유는 고추지지대를 세우기 위함이었답니다
인증샷입니다~~ㅎ
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回?
~~~~~~
朝如靑絲暮成雪?
人生得意須盡歡,莫使金樽空對月
天生我材必有用, 千金散盡還復來.
~~~~~~~~
與爾同銷萬古愁.(그대들과 더불어 만고의 시름 녹이리라.)
박교수님의 엣세이 같은 일지 잘 읽고 감동을 받아 이 밤에
유한한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한 시 한수 읊어봅니다.
덕분에 이백(李白)의 <장진주(將進酒)>를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게 됩니다.
특히 '조여청사모성설(朝如靑絲暮成雪)' '아침에는 푸른 실 같았으나 저녁에 눈처럼 하얗게 되었다'는 구절이 이 시의 압권이기도 하지요. ^^*
그림부터 글까지 ,, ^^ 훌륭한 일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국악 봉숭아 학당 - - ㅎ ㅎ
이습에 집중하는 고운 여인의 뒤태는 누구일까여 ? 궁금하고,,,,,
북을 잡고 바로 앞 여인을 외면하시는 박모 선생님,,,
그리고 해금을 켜는 여인의 뒤태를 하나도 뻥튀하지 않고 잘 그리셨는데.....
이 그림이 이번 이습회 일지의 당연 압권입니다... ㅎ ㅎ ㅎ
엄악장님의 뒤태의 멘트에 절로 웃음이 나오네요 - - -
토요일 오전 마라톤 풀코스 5시간 넘게 뛰시고 이습회 2시간 대금 부시고
뒤풀이에 약주드시고.... 이렇게 긴 일지 쓰시고....교수님,,과연 슈퍼맨이십니다...
우와^^ 대금을 잘 부시는 철인 마징가 아톰이시네요~^^
수필을 읽듯 좋은 글 감동 받은 일지 잘 읽었습니다.~ 이습회를 스케취해서 담담하게 그려진 그림도 감상 잘 했습니다 .~^^ 글도 좋으신데 그림이 더~~~ 좋습니다. 교수님은 진정으로 퓽류를 즐기시는 분이십니다.!!
이렇게 일지를 쓸 수도있구나.. 생각하면서 글을 읽고 한참 여운이 남습니다.
마라톤에 수려한 글솜씨에 멋진 그림솜씨에 거기다가 음악까지 또....
감사합니다. 멋진일지~
박봉현선생님을 한없이 작게 보이게하는 저 뒤태의 여인은 누구일까요? 퀴즈...
정답자에게는 고추지지대를 보내드립니다.
그냥 제가 자수할께요
저에요~~~~ㅎㅎ
교수님의 일지를 읽다보니...
이습회의 달보드레함과
자식같은 제자를 향한 애달픔이 절절합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구구절절 어쩌면 이렇게 해학과 지식이 풍부하셔서 글을 쓰시는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논어로 시작하여 김홍도의 풍속화 속으로 우리 이습회 회원들을 투영하여 표현해주신 교수님의 멋진 일지 잘 읽었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예술과 문학의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시는 표현의 동선을 따라가면 와~~~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옵니다.
거대한 붓으로 세상 가득 일필휘지하시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따뜻함, 아름다움, 소중함 등등 마음 속 가득 감동이 가득 차올랐습니다.
귀한 글, 멋진 그림, 소중한 이습회 수업 내용과 회원들의 정겨운 모습 등...교수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 담아놓으셨네요.
교수님 일지쓰시는 날이라 결석도 안했지요.^^* 요런 날 결석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요.....
하느님은 공평하지가 않으시네요...글,시,그림,섹소폰,박학다식,다복 이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을 만드셨는데 아마도 하느님은 박교수님에게 그런 탤런트 기질을 많이 부여 받은듯~~~
선천적이던 후천적이던 하여간 부럽슴니다...이렇게 일지를 쓸수 있다는것 모두 모두 다 보여주신듯....
다음번 일지를 누가 쓸런지 부담이 백배 천배 갈듯 하옵니다...한소리에는 재능이 많으신 분들이
많이 있는듯~~감사합니다...일지를 읽으면서 매번 느끼는것이지만 토요일에 되도록 결석을 자제하곤 있지만
이번주와 다음주는 어쩔수 없이 결석하게 되었네요...죄송합니다....
이야기와 그림으로 풀어주신 박교수님이 쓰신 이습회 일지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구요.
흐뭇한 마음으로 읽고 또 읽어봅니다.
오늘 생일을 맞으셨군요. 생일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