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6.15. 03:00
단양 금수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모습./뉴시스
고산지대에 오르면 산소 부족으로 두통이나 호흡곤란이 나타납니다. 한데 그곳에 오래 머물면 산소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 적혈구가 증가합니다. 고산지대 경기를 앞둔 선수들이 미리 가서 적응 훈련을 하는 이유입니다. 반면 안데스산맥 지대에 사는 원주민들은 심장에 큰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심장이 적혈구 증가로 인해 걸쭉해진 혈액을 짜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들은 심장 질환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저지대에 내려가거나 정맥에...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6.08. 03:00
병에 걸리면 왜 체온이 오를까요? 보일러나 에어컨의 설정 온도처럼, 뇌 시상하부에는 체온의 기준이 되는 설정 온도가 있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백혈구가 분비하는 열발생 물질이 시상하부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을 생성하여 설정 온도를 올립니다. 체온이 높은데도 춥다며 오슬오슬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은, 체온이 아직 설정 온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증거이지요. 대부분의 해열제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하여 설정 온도를...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5.31. 21:12
장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산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한다./Harvard Gazette
우리 몸에 들어와 살고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크기만 작을 뿐, 그 수는 인간의 세포보다 10배나 많습니다. 도대체 누가 몸의 주인인가 싶어요. 우리는 대장균을 식중독 주범 정도로 생각하지만, 대장균과 같은 장내 미생물이 없다면 음식을 소화할 수 없습니다. 최근 구석기 식단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구석기에는 성인병이 없었다는 이유로 그때 식단에 관심을 갖는 듯합니다. 아마존강 유역에서 아직도 구석기처럼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
먹을 게 너무 많다, 현대인이 당뇨 앓을 수밖에 없는 이유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5.24. 20:52
우리 몸의 장기는 각자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동 목표가 하나 있습니다. 생명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장기들이 제멋대로 움직이지 않도록 잘 지휘하는 호르몬과 자율신경이 필요합니다. 행정 조직으로 보면 각 장기는 지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지자체와 유사하며, 호르몬과 자율신경은 중앙정부를 닮았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 조상들은 저혈당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혈당을...
눈 맞추며 웃어봐요...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복 호르몬 분비법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5.17. 22:25
석가탄신일을 열흘 앞둔 1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를 찾은 조계사 단기 출가 동자승들이 놀이기구에서 내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2023.05.17. /뉴시스
드디어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을 했습니다. 비상 상황이 아니라 상시 감염으로 취급한다는 거죠. 3년 4개월 만의 일입니다.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늘리고 행복 호르몬을 줄이면서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보통 급성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통증으로 발전하는데, 코로나에 시달린 기간이 만성으로 되는 조건을 한참 넘어서, 코로나로 인한 후유증이 꽤 오래 갈 것으로 보입니다. 동물...
쓴맛과 채소 싫어하는 당신, 미각에 민감한 수퍼테이스터?
단것을 좋아하시나요? 사람들은 대부분 단맛을 좋아하고 즐깁니다. 그중에는 유전적으로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단맛을 좋아하기보다는 쓴맛을 더 싫어하는 사람들이지요. 사람의 약 25%는 이처럼 보통 입맛보다 좀 더 민감한 입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각이 매우 민감한 사람을 수퍼테이스터(supertaster)라 부르는데, 이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쓴맛에 대한 민감도가 3배 이상 높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채소를 ...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5.03. 19:57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서 주인공 개츠비(왼쪽, 티모시 샬라메)와 여주인공을 맡은 챈(셀레나 고메즈)의 키스 장면./그린나래미디어
사진의 배경을 흐릿하게 하면 피사체를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조 기법은 감각신경 작용에서도 나타납니다. 감각신경은 정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주위의 신경을 억제합니다. 주위를 둔감하게 만들면 자극받은 부위를 뇌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측면 억제’라 부릅니다. 감각신경 억제는 좀 더 다양한 형태로도 나타납니다. 아픈 곳을 문지르면 촉각신경이 통각신경을 억제하여 덜 아파집니다. 가려...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4.27. 03:00
면역계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침입자의 항원을 기억해 둡니다. 기억 B, T 림프구가 그 기능을 담당하지요. 침입자의 항원을 기억해 두면 추후 침입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방 접종을 받는 이유입니다. 노년층이 걱정하는 치매와 면역 노화는 기억 저하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침입자의 노출로 인해 그 항원을 기억한 림프구의 수가 증가합니다. 그로 인해 새로운 항원을 기억할 림프구 수는 줄...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4.19. 20:02
엄마 뱃속의 태아 3D 이미지./게티이미지 뱅크
새끼 새가 먹이를 달라고 울면 포식자에게 들킬 수 있습니다. 새끼는 가족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하는 셈입니다. 그래도 부모 새가 새끼에게 주저 없이 먹이를 주는 것을 보면,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나 봅니다. 하버드대 헤이그 교수는 아기가 젖을 달라고 보채는 것은 동생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젖을 물면 배란이 억제돼 피임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생이 없으면 육아 에너지가 자기에게 집중된다는 것도 감...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4.13. 03:00
소화기관은 입에서 항문까지 연결된 통로이므로 위나 소장 속은 몸의 바깥 쪽입니다. 음식물이 흡수되기 전까지는 몸 속에 들어왔다고 할 수 없지요. 소화와 흡수는 소화기 표면에서 이루어집니다. 음식물을 씹는 것은 소화효소가 작용하는 표면을 넓히는 작업입니다. 소장은 흡수를 위해 주름과 융털 돌기 등으로 표면적을 넓혀서, 넓이가 자그마치 200여 ㎡인 테니스 코트와 맞먹습니다. 요리사의 칼질은 씹는 것을 도와주고, 끓이는 것은 소화...
많은 사람이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 지어 생각합니다. 이는 일본의 방송 작가 노미 마사히코가 쓴 책 ‘혈액형 성격설’에서 기원한 것으로, 이런 내용을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더 믿는 것 같습니다. 이 주장이 통하는 것은 한국인과 일본인 혈액형 A, B, O형 분포가 비슷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과테말라는 국민의 90% 이상이 O형이며 다른 중남미 나라도 비슷합니다. 인구 이동으로 중남미 혈액형 분포가 변하고 있지만, 이들의 먼 조상...
내 몸에 총칼도 겨눈다...높을수록 좋다던 면역력의 이중성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3.29. 20:01
기침하는 노인. 면역력이 너무 강해 오류를 일으키면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돼 자기세포를 공격해 위험해 진다. /게티이미지뱅크
면역은 군대와 같습니다. 외부의 적과 전쟁할 때는 군사력이 강할수록 좋지만, 만약 군대가 자국민에게 총칼을 겨눌 때는 그렇지 않겠지요. 면역 작용은 자기 세포와 침입자를 구별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면역 오류로 자기 세포를 침입자로 오인하면 류머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합니다. 이때는 면역이 강할수록 피해가 심해지므로 처방전에 면역 억제제가 들어갑니다. 각종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과잉 반응하는 아토피는 선진국형 질환...
동맥경화로 좁아진 혈관에 피를 내보내는 것은 심장에 큰 부담입니다. 운동할 때 심장이 강하고 빠르게 뛰는 것도 마찬가지죠. 둘 다 심장에 부담을 주지만 동맥경화는 병이고 운동은 약입니다. 두 부담은 형태가 전혀 다릅니다. 동맥경화는 심장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지만 운동은 중간에 쉬며 간헐적인 부담을 줍니다. 운동 후 쉴 때 관상동맥이 재생되어 심장이 튼튼해집니다. 운동만큼 휴식도 중요한 거지요. 온탕 등 열 자극으로 암을 치료합...
눈물·귀 속 림프액...우리 몸에 ‘액체’가 있는 이유는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3.15. 20:13
안구건조증으로 안약을 넣는 모습./뉴시스
눈을 깜빡이는 시간은 1/3초입니다. 그 시간이 말 그대로 눈 깜빡할 사이지요. 시야에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 눈꺼풀이 빠르게 내려왔다가 올라가며 눈물로 안구 표면을 닦습니다. 안구 표면이 마르는 것을 막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물속에서 살던 동물이 육지로 올라오는 진화 과정에서, 눈물과 눈꺼풀을 이용해 안구 표면을 물속에서처럼 촉촉하게 만들기 위함으로 추정합니다. 요즘 각종 액정 화면을 집중해서 보느라 안구가 쉽게 건조...
장기도 비움의 미학?... 자기 폐활량의 10%만 쓰며 호흡하는 이유
우리는 평소에 뇌를 절반도 못 쓴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사용률을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뇌의 상당 부분은 유사시를 대비해 대기 중인 것이 맞습니다. 이는 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장기가 기능을 허투루 써서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능의 일부만 쓰고 나머지는 여유분으로 둡니다. 성인의 폐활량은 5ℓ 정도지만, 평상시 호흡하는 양은 10%인 0.5ℓ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0%는 숨이 찰 때를 대비한 여유...
아기 재우는 자장가 박자, 엄마 심장 박동과 닮은 이유는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3.01. 20:31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자신의 심장 소리를 전자청진기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조선DB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를 다룬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회전문을 앞에 두고 주저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공이 회전문에 들어가려고 발의 장단을 맞춘 것은 ‘쿵짝짝’ 하는 3/4 박자의 우아한 왈츠 리듬이었습니다. 심장은 뚝딱거리며 뜁니다. 심장 소리는 ‘뚝◾딱◾◾뚝◾딱’으로 ‘뚝과 딱’의 간격이 ‘1′이라면 뒤이은 ‘딱과 뚝’의 간격은 그 두 배로, 둘을 합치면 왈츠 리듬과 유사합니다. 태아가 느끼는 엄마의...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2.15. 20:19
가려움증./게티이미지 뱅크
대상포진은 심한 통증과 수포가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통각신경을 활성화해 통증을 유발합니다. 통증이 만성화되면 자살하려 할 정도로 고통이 심합니다. 바이러스 활동이 더 심해지면, 통각신경이 흥분하다 못해 파괴되어 통증 대신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는 왜 가려운 곳을 긁을까요? 긁어서 그 부위를 아프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프게 하면 통각신경이 가려움 신경을 차단해 가려움을 없애주기 때문이죠. 모르핀을 ...
[생리학 박사 나흥식의 몸이야기] “두뇌를 발달시킨 건 엄지와 검지 손가락”
인간은 직립하면서 손을 쉽게 사용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지구를 지배했습니다. 손의 무게는 체중의 1/200에 불과하지만 대뇌 운동 피질 영역의 1/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손의 이용과 뇌의 발달이 같이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혼하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예전 남자들의 꼬드김은, 의학적으로는 뇌 발달을 막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인간 손의 특출난 점은 엄지 두덩근의 발달입니다. 엄지 아래 도톰한 이 근육은 유인...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2.01. 21:11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제공
우리 몸의 어느 장기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골격근입니다. 물론 골격근도 완벽하게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완벽하다면 골퍼는 항상 홀인원을 하고, 손흥민 선수는 손쉽게 골을 넣겠지요. 골격근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평소 숨을 쉴 때로, 연수와 뇌교에 있는 호흡중추가 자율적으로 호흡근을 수축시켜 숨을 쉬게 합니다. 호흡중추가 손상된 뇌사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써야...
몸속 장기에 서열이 있다면... 2위는 심장·허파, 1위는 어디?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1.18. 20:20
인체 장기./게티이미지 뱅크
우리 몸 어디 하나 뺄 곳이 없지만, 몸에서 중요한 장기 순으로 서열을 매기면 어떻게 될까요? 조물주가 중요한 장기는 외부 손상에서 쉽게 다치지 않고 보호되도록 하려 했을 때, 제가 생각하는 장기 서열은 다음과 같습니다. 1위는 뇌와 척수입니다. 몸에서 가장 단단한 뼈인 두개골과 등뼈 속에 들어 있습니다. 뇌와 척수는 머리카락, 두피, 머리뼈(빈틈이 없는 등뼈), 뇌척수액 등으로 이어지는 우리 몸 최고 요새에 들어가 있는 셈이...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6.08. 03:00
병에 걸리면 왜 체온이 오를까요? 보일러나 에어컨의 설정 온도처럼, 뇌 시상하부에는 체온의 기준이 되는 설정 온도가 있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백혈구가 분비하는 열발생 물질이 시상하부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을 생성하여 설정 온도를 올립니다. 체온이 높은데도 춥다며 오슬오슬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은, 체온이 아직 설정 온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증거이지요. 대부분의 해열제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하여 설정 온도를...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5.31. 21:12
장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산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한다./Harvard Gazette
우리 몸에 들어와 살고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크기만 작을 뿐, 그 수는 인간의 세포보다 10배나 많습니다. 도대체 누가 몸의 주인인가 싶어요. 우리는 대장균을 식중독 주범 정도로 생각하지만, 대장균과 같은 장내 미생물이 없다면 음식을 소화할 수 없습니다. 최근 구석기 식단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구석기에는 성인병이 없었다는 이유로 그때 식단에 관심을 갖는 듯합니다. 아마존강 유역에서 아직도 구석기처럼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
먹을 게 너무 많다, 현대인이 당뇨 앓을 수밖에 없는 이유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5.24. 20:52
우리 몸의 장기는 각자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동 목표가 하나 있습니다. 생명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장기들이 제멋대로 움직이지 않도록 잘 지휘하는 호르몬과 자율신경이 필요합니다. 행정 조직으로 보면 각 장기는 지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지자체와 유사하며, 호르몬과 자율신경은 중앙정부를 닮았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 조상들은 저혈당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혈당을...
눈 맞추며 웃어봐요...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복 호르몬 분비법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5.17. 22:25
석가탄신일을 열흘 앞둔 1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를 찾은 조계사 단기 출가 동자승들이 놀이기구에서 내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2023.05.17. /뉴시스
드디어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을 했습니다. 비상 상황이 아니라 상시 감염으로 취급한다는 거죠. 3년 4개월 만의 일입니다.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늘리고 행복 호르몬을 줄이면서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보통 급성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통증으로 발전하는데, 코로나에 시달린 기간이 만성으로 되는 조건을 한참 넘어서, 코로나로 인한 후유증이 꽤 오래 갈 것으로 보입니다. 동물...
쓴맛과 채소 싫어하는 당신, 미각에 민감한 수퍼테이스터?
단것을 좋아하시나요? 사람들은 대부분 단맛을 좋아하고 즐깁니다. 그중에는 유전적으로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단맛을 좋아하기보다는 쓴맛을 더 싫어하는 사람들이지요. 사람의 약 25%는 이처럼 보통 입맛보다 좀 더 민감한 입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각이 매우 민감한 사람을 수퍼테이스터(supertaster)라 부르는데, 이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쓴맛에 대한 민감도가 3배 이상 높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채소를 ...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5.03. 19:57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서 주인공 개츠비(왼쪽, 티모시 샬라메)와 여주인공을 맡은 챈(셀레나 고메즈)의 키스 장면./그린나래미디어
사진의 배경을 흐릿하게 하면 피사체를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조 기법은 감각신경 작용에서도 나타납니다. 감각신경은 정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주위의 신경을 억제합니다. 주위를 둔감하게 만들면 자극받은 부위를 뇌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측면 억제’라 부릅니다. 감각신경 억제는 좀 더 다양한 형태로도 나타납니다. 아픈 곳을 문지르면 촉각신경이 통각신경을 억제하여 덜 아파집니다. 가려...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4.27. 03:00
면역계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침입자의 항원을 기억해 둡니다. 기억 B, T 림프구가 그 기능을 담당하지요. 침입자의 항원을 기억해 두면 추후 침입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방 접종을 받는 이유입니다. 노년층이 걱정하는 치매와 면역 노화는 기억 저하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침입자의 노출로 인해 그 항원을 기억한 림프구의 수가 증가합니다. 그로 인해 새로운 항원을 기억할 림프구 수는 줄...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4.19. 20:02
엄마 뱃속의 태아 3D 이미지./게티이미지 뱅크
새끼 새가 먹이를 달라고 울면 포식자에게 들킬 수 있습니다. 새끼는 가족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하는 셈입니다. 그래도 부모 새가 새끼에게 주저 없이 먹이를 주는 것을 보면,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나 봅니다. 하버드대 헤이그 교수는 아기가 젖을 달라고 보채는 것은 동생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젖을 물면 배란이 억제돼 피임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생이 없으면 육아 에너지가 자기에게 집중된다는 것도 감...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4.13. 03:00
소화기관은 입에서 항문까지 연결된 통로이므로 위나 소장 속은 몸의 바깥 쪽입니다. 음식물이 흡수되기 전까지는 몸 속에 들어왔다고 할 수 없지요. 소화와 흡수는 소화기 표면에서 이루어집니다. 음식물을 씹는 것은 소화효소가 작용하는 표면을 넓히는 작업입니다. 소장은 흡수를 위해 주름과 융털 돌기 등으로 표면적을 넓혀서, 넓이가 자그마치 200여 ㎡인 테니스 코트와 맞먹습니다. 요리사의 칼질은 씹는 것을 도와주고, 끓이는 것은 소화...
많은 사람이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 지어 생각합니다. 이는 일본의 방송 작가 노미 마사히코가 쓴 책 ‘혈액형 성격설’에서 기원한 것으로, 이런 내용을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더 믿는 것 같습니다. 이 주장이 통하는 것은 한국인과 일본인 혈액형 A, B, O형 분포가 비슷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과테말라는 국민의 90% 이상이 O형이며 다른 중남미 나라도 비슷합니다. 인구 이동으로 중남미 혈액형 분포가 변하고 있지만, 이들의 먼 조상...
내 몸에 총칼도 겨눈다...높을수록 좋다던 면역력의 이중성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3.29. 20:01
기침하는 노인. 면역력이 너무 강해 오류를 일으키면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돼 자기세포를 공격해 위험해 진다. /게티이미지뱅크
면역은 군대와 같습니다. 외부의 적과 전쟁할 때는 군사력이 강할수록 좋지만, 만약 군대가 자국민에게 총칼을 겨눌 때는 그렇지 않겠지요. 면역 작용은 자기 세포와 침입자를 구별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면역 오류로 자기 세포를 침입자로 오인하면 류머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합니다. 이때는 면역이 강할수록 피해가 심해지므로 처방전에 면역 억제제가 들어갑니다. 각종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과잉 반응하는 아토피는 선진국형 질환...
동맥경화로 좁아진 혈관에 피를 내보내는 것은 심장에 큰 부담입니다. 운동할 때 심장이 강하고 빠르게 뛰는 것도 마찬가지죠. 둘 다 심장에 부담을 주지만 동맥경화는 병이고 운동은 약입니다. 두 부담은 형태가 전혀 다릅니다. 동맥경화는 심장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지만 운동은 중간에 쉬며 간헐적인 부담을 줍니다. 운동 후 쉴 때 관상동맥이 재생되어 심장이 튼튼해집니다. 운동만큼 휴식도 중요한 거지요. 온탕 등 열 자극으로 암을 치료합...
눈물·귀 속 림프액...우리 몸에 ‘액체’가 있는 이유는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3.15. 20:13
안구건조증으로 안약을 넣는 모습./뉴시스
눈을 깜빡이는 시간은 1/3초입니다. 그 시간이 말 그대로 눈 깜빡할 사이지요. 시야에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 눈꺼풀이 빠르게 내려왔다가 올라가며 눈물로 안구 표면을 닦습니다. 안구 표면이 마르는 것을 막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물속에서 살던 동물이 육지로 올라오는 진화 과정에서, 눈물과 눈꺼풀을 이용해 안구 표면을 물속에서처럼 촉촉하게 만들기 위함으로 추정합니다. 요즘 각종 액정 화면을 집중해서 보느라 안구가 쉽게 건조...
장기도 비움의 미학?... 자기 폐활량의 10%만 쓰며 호흡하는 이유
우리는 평소에 뇌를 절반도 못 쓴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사용률을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뇌의 상당 부분은 유사시를 대비해 대기 중인 것이 맞습니다. 이는 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장기가 기능을 허투루 써서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능의 일부만 쓰고 나머지는 여유분으로 둡니다. 성인의 폐활량은 5ℓ 정도지만, 평상시 호흡하는 양은 10%인 0.5ℓ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0%는 숨이 찰 때를 대비한 여유...
아기 재우는 자장가 박자, 엄마 심장 박동과 닮은 이유는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자신의 심장 소리를 전자청진기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조선DB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를 다룬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회전문을 앞에 두고 주저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공이 회전문에 들어가려고 발의 장단을 맞춘 것은 ‘쿵짝짝’ 하는 3/4 박자의 우아한 왈츠 리듬이었습니다. 심장은 뚝딱거리며 뜁니다. 심장 소리는 ‘뚝◾딱◾◾뚝◾딱’으로 ‘뚝과 딱’의 간격이 ‘1′이라면 뒤이은 ‘딱과 뚝’의 간격은 그 두 배로, 둘을 합치면 왈츠 리듬과 유사합니다. 태아가 느끼는 엄마의...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2.15. 20:19
가려움증./게티이미지 뱅크
대상포진은 심한 통증과 수포가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통각신경을 활성화해 통증을 유발합니다. 통증이 만성화되면 자살하려 할 정도로 고통이 심합니다. 바이러스 활동이 더 심해지면, 통각신경이 흥분하다 못해 파괴되어 통증 대신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는 왜 가려운 곳을 긁을까요? 긁어서 그 부위를 아프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프게 하면 통각신경이 가려움 신경을 차단해 가려움을 없애주기 때문이죠. 모르핀을 ...
[생리학 박사 나흥식의 몸이야기] “두뇌를 발달시킨 건 엄지와 검지 손가락”
인간은 직립하면서 손을 쉽게 사용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지구를 지배했습니다. 손의 무게는 체중의 1/200에 불과하지만 대뇌 운동 피질 영역의 1/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손의 이용과 뇌의 발달이 같이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혼하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예전 남자들의 꼬드김은, 의학적으로는 뇌 발달을 막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인간 손의 특출난 점은 엄지 두덩근의 발달입니다. 엄지 아래 도톰한 이 근육은 유인...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2.01. 21:11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제공
우리 몸의 어느 장기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골격근입니다. 물론 골격근도 완벽하게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완벽하다면 골퍼는 항상 홀인원을 하고, 손흥민 선수는 손쉽게 골을 넣겠지요. 골격근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평소 숨을 쉴 때로, 연수와 뇌교에 있는 호흡중추가 자율적으로 호흡근을 수축시켜 숨을 쉬게 합니다. 호흡중추가 손상된 뇌사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써야...
몸속 장기에 서열이 있다면... 2위는 심장·허파, 1위는 어디?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3.01.18. 20:20
인체 장기./게티이미지 뱅크
우리 몸 어디 하나 뺄 곳이 없지만, 몸에서 중요한 장기 순으로 서열을 매기면 어떻게 될까요? 조물주가 중요한 장기는 외부 손상에서 쉽게 다치지 않고 보호되도록 하려 했을 때, 제가 생각하는 장기 서열은 다음과 같습니다. 1위는 뇌와 척수입니다. 몸에서 가장 단단한 뼈인 두개골과 등뼈 속에 들어 있습니다. 뇌와 척수는 머리카락, 두피, 머리뼈(빈틈이 없는 등뼈), 뇌척수액 등으로 이어지는 우리 몸 최고 요새에 들어가 있는 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