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애욕, 집착, 자만등등을 뱀 허물 벗듯 모든 망상 끊어라"
2013년 새해는 계사년(癸巳年), 뱀의 해다. 뱀(巳)은 12지(十二支)의 6번째 동물이고, 10간(十干)의 마지막을 차지하는 계(癸)는 수(水)의 성질로 검은 색을 뜻한다. 따라서 "검은 뱀"의 해이며 2013년은 단기(檀紀)4346년, 불기(佛紀)2557년이고 간지(干支)로는 계사년(癸巳年)으로 뱀의 해이다.
뱀은 다산(多産)과 풍요(豊饒), 불사(不死)와 재생(再生)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뱀 하면 다들 몸서리를 치며 사악함만을 떠올려 혐오와 부정적인 인상을 풍기는 극단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는 동물이다. 뱀은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데다가 두 갈래로 갈라져 날름거리는 혀와 사람을 노려보는 듯한 섬뜩한 눈초리로 보는 이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므로 그래서 뱀하면 십중팔구 '사악하고 징그러운'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기독교 <성경>에서는 아담과 이브를 꾀어 금단의 열매를 따먹게 해 원죄를 짓게 한 사탄으로 묘사하고 있고, 불경 <법화경>에서는 뱀을 꽃나무 밑에 숨어 사람을 미혹하는 유혹과 애욕의 상징으로 그렸다. 이 불경은 '뱀은 악업이 깊은 동물이라 그의 일생이 매우 괴롭다'고 적고 있다. <백유경>에서는 교만심을 경계하라며 뱀 머리와 꼬리가 서로 앞장서겠다고 다투다 불구덩이로 떨어져 죽은 이야기를 소개했고 <삼세인과경>, <보생경> 등도 뱀을 간사함과 배신 등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반대로 뱀을 신성시하기도 한다. 고대 농경문화권에서는 뱀을 불사(不死)와 재생(再生)의 상징으로 여겨, 신앙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뱀을 수호신이나 죽은 사람의 환생을 기원하는 영물로 대우해왔다. 특히 고구려 고분벽화에 뱀이 자주 눈에 띄는데 사신총 현무도에는 뱀과 거북이 서로 얽힌 채 눈길을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현무의 뱀은 양기를 지닌 수컷을, 거북은 음기를 지닌 암컷 역할을 한다. 때문에 뱀과 거북이 얽힌 채 머리를 돌려 서로 눈길을 마주하고 입에서 뿜어낸 기운이 허공에서 만나 어우러지는 현무의 모습은'재생'이라는 종교적 상징성과 우주 질서의'회복'을 의미한다. 또한 뱀은 겨울잠을 자러 사라졌다가 봄에 다시 나타나고, 또 주기적으로 껍질을 벗는 뱀의 특징에서 재생과 불사의 종교적 의미로 해석한다.
<삼국유사> 중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가야국 김수로왕에 관한 기록에도 뱀이 나온다. '혁거세왕이 나라를 다스린 지 62년 만에 하늘로 올라가더니, 그 후 7일 만에 유체(遺體)가 흩어져 땅에 떨어지며 왕후도 따라 세상을 떠났다. 나라 사람들이 합장(合葬)하고자 하니, 큰 뱀이 쫓아 방해하므로 오체(五體)를 각각 장사 지냈다. 그래서 오릉(五陵) 또는 사릉(蛇陵)이라 한다'거나, '신라 통일 후 문무왕 때, 전 가야국 김수로왕 왕묘(王廟)에 금옥(金玉)이 많이 있다 해 도적들이 이를 훔치려고 했다. 이때 30여척이나 되는 큰 뱀이 번개 같은 안광(眼光)으로 사당 곁에서 나와 8, 9명의 도적을 물어 죽였다. 지금도 능원(陵園) 안팎에는 신물(神物)이 있어 보호한다는 믿음이 있다'등이다. 뱀이 죽은 이의 사후 삶을 지켜주고 환생과 영생을 기원하는 신수(神獸)로 형상화한 것이다.
국보 제195호 '토우장식장경호(土偶裝飾長頸壺)' 등 신라시대 토우와 조선시대 민화에도 뱀이 자주 등장한다. 토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개구리를 쫓거나 잡아 먹는 뱀의 모습이며 뱀은 일상생활에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예로 예전부터 뱀꿈은 집안의 재산을 관장하는 해몽으로 길조로 여겨졌고 뱀에게 물리는 꿈, 뱀과 접촉하거나 뱀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꿈은 재수와 재물이 따르는 좋은 꿈으로 해석됐다. 또 뱀은 남근의 상징으로도 간주돼 임신을 예언하는 태몽으로도 풀이됐다.
반면 뱀이 떠난다든가, 뱀을 죽인다든가, 그냥 기분 나쁘게 기어다닌다든가 하는 꿈은 재수없는 꿈으로 풀이됐다. 또한 뱀의 일종인 구렁이를 가신(家神)으로 숭상했는데 가옥의 가장 밑바닥에 살면서 집을 지키는 신수인 뱀이 사람의 눈에 띄거나 꿈 속에서라도 밖으로 나가면 가정의 운수가 다한 것으로 여겨졌다. 민속 전문가인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족정서가 담긴 12지(支)에서 뱀은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며 "계사년 새해에는 뱀이 허물을 벗듯이 자기 발전과 혁신의 해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석가탄신일이나 영산재, 수륙재, 예수재등 야외법회 때 사용하는 불화인 십이지번(十.支幡) 속의 뱀 모습. 통도사 성보박물관 ·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각 국가마다 뱀에 대한 인식이 다른데 고대 이집트에서는 뱀을 왕권을 의미하는 상징물로 추앙했다. 투탕카멘 왕의 황금마스크 정면을 뱀으로 장식한 것도 그 때문이며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를 묘사하는 그림이나 영화, 연극 등에도 빼놓을수 없는 뱀이 등장한다.
한편 유럽에서 뱀은 치유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의술의 신',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는 뱀 한 마리가 둘둘 감겨 있는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 이 뱀은 의술의 신을 보필하는 신성한 하인이자, 해마다 탈피함으로써 새로운 힘을 소생시키는 정력의 상징이다. 지금도 군의관 배지에는 뱀 두 마리가 십자가 나무를 감고 있는 문양이 들어 있고, 유럽의 병원과 약국을 상징하는 문장에도 뱀 도안을 쓰고 있다.
제우스 전령인 헤르메스가 들고 다니는 지팡이, 카두케우스도 두 마리의 뱀이 엉켜 있는 모습이다. 이 때 뱀은 대립되는 양극을 하나로 융합하는 초월적인 힘을 지닌 존재로 부각되어 있다.
또한 종교에서도 빠질수 없는 이 뱀은 인도의 "숫타니파타" 제1장 사품(蛇品)에는 분노, 애착, 애욕, 교만 등에 대하여 "마치 뱀이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라는 말이 무려 17번이나 되풀이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다섯 가지 덮개(五蓋;심성(心性)을 가리워 선법(善法)을 낼 수 없게하는 다섯가지 덮개로서 (1) 탐욕개(貪欲蓋). 5욕에 집착함으로 심성을 가리움. (2) 진에개(瞋恚蓋). 성내는 것으로써 심성을 가리움. (3) 수면개(睡眠蓋). 마음이 흐리고 몸이 무거워짐으로 심성을 가리움. (4) 도회개(掉悔蓋). 마음이 흔들리고 근심함으로 심성을 가리움. (5) 의법(疑法). 법에 대하여 결단이 없이 미룸으로써 심성을 가리움을 말한다.)를 버리고 번뇌가 없고 의혹을 뛰어넘어 괴로움이 없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라는 부분이다. 뱀이 허물을 벗는다는 것은 바로 애착·교만심·망상 등을 끊으라는 의미이다. 구태를 벗고 새롭게 태어나라는 뜻으로 ‘뱀’이 여기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불교 설화에 나오는 뱀은 어떨까...? 사악함도 있지만 그 속에는 연기와 참회 그리고 생명존중의 사상이 숨어있다. 특히 사찰의 기원과 관련된 설화에서 두드러 진다. 여주 신륵사, 부여 가장굴, 고흥 수도암, 남원 대복사, 철원 석대암, 치악산 상원사 등이 그곳이며 그중 창건설화 한토막을 소개해 본다.
고흥 수도암의 설화는 과거를 보러가던 한 젊은이가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날이 어두워지는 줄도 모른다. 마침 소낙비마저 내려 비를 피할 곳을 찾다 작은 초가에 뛰어들게 된다. 그곳에는 수절하는 아름다운 여인이 살고 있었는데, 미모에 마음이 동한 젊은이는 온갖 회유와 맹세로 하룻밤의 사랑을 불태운다. 그러나 젊은이는 여인과의 언약을 잊고, 과거에 급제한 후 양가댁 규수를 만나 결혼한다. 배신과 기다림에 지친 여인은 상사뱀이 되고 밤마다 젊은이의 집을 찾아가 눈물의 하소연을 하며 젊은이를 괴롭힌다. 젊은이는 죄를 크게 뉘우치고 그녀가 살던 초가에 암자를 지어 정성스런 위령제를 지내는데 그 암자가 바로 현재의 고흥 수도암의 창건 설화이다.
불교 설화 속의 뱀은 대부분 여성으로 묘사된다. 이는 과거 남성중심의 불교 수행풍토에서 여성의 꾸며진 아름다움은 수행의 장애일 수 있기에 올바른 수행의 길로 들어서게 하기 위한 일종의 방편으로 사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여성과 뱀의 모습을 통해서 아름다움과 추함이 결코 둘이 될 수 없다는 것과 이러한 극과 극의 조화와 변화가 인생살이의 흐름이며 진리라는 것을 말해주려는 것이다. 사찰에는 십이지신상을 그린 벽화가 많이 전한다. 벽화에서 뱀은 무지한 중생을 교육하여 지혜의 등불을 밝혀주는 관자재보살을 뜻한다.
뱀은 땅을 기어다니기 때문에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것을 빠짐없이 관찰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과 근기를 모두 살펴 그들의 근기에 맞게 교육하는 것이다. 눈이 있어도 실상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실상을 듣지 못하는 중생들을 교육시킨다는 뜻이 담겨있다. 또 자기 꼬리를 입에 물고 있는 뱀 그림은 윤회를 상징하기도 한다.
"신은 죽었다"고 외친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아침놀』(박찬국 옮김, 책세상)에서 니체는 "허물을 벗을 수 없는 뱀은 파멸한다. 의견을 바꾸는 것을 방해받는 정신들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신이기를 그친다"고 말했다. 이 구절에 대해 일본 작가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초역(超譯) 니체의 말』(박재현 옮김, 삼호미디어)에서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허물을 벗지 않는 뱀은 결국 죽고 만다. 인간도 완전히 이와 같다. 낡은 사고의 허물 속에 언제 까지고 갇혀 있으면 성장은 고사하고 안쪽부터 썩기 시작해 끝내 죽고 만다. 늘 새롭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사고의 신진대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처럼 호불호가 극명한 뱀처럼.. 나 자신이 올 한해 어떤 시간들을 보내느냐에 따라 남에게 또는 내자신에게 뱀처럼 잔인하며 추악하다 혐오받는 해가 될수도 있고... 반면 뱀이 허물을 벗듯 나의 죄와 분노 그리고 이기심등을 다 벗어 버리고 내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보다 알찬 한해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검은뱀해인 계사년 한해를 뱀의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잘살려 꼭 내것으로 만드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내년의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것으로 관측되어 있는 지금.. 비록 어려움 당하더라도 긍정적인 마음의 힘으로 슬기롭게 헤쳐 나갈것이라 믿고, 없는 사람은 몸이 재산.. 올 한해에도 아프지 말고 건강한 한해 되기를.. 소망하고 또 소망하며 모쪼록 생명의 귀중함을 깨닫는 보람찬 한해가 되기를 손모아 빌어 본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잘난척 했던 저에게 태클(너만 아냐..? 나도 아러.. 라든지? 쟈~ 또 병도졌군..라든지..? ㅋㅋㅋ) 주지 않고 글 올린 성의를 봐서 고운 댓글로 화답해주신 모든님들께 다시한번 눈물로 감사를 드린다 ^^*(문맥상 반존칭 썻음을 부디 헤아려 주옵소서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 넙죽~
첫댓글 좋은글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캔디님 글이신가요?
뉴스글에 역사소식지 글을 접목한 겁니다 ^^*
글이 좋아보여서요 ㅎㅎ
아..그러시구나..^^
음..그럼요..글 올리실때 꼭 출처나 저자를 아래에 기재해주세요~
저작권이 민감한 시기인데..특히 뉴스기사는 고소사건이 많답니다^^;;
ㅎㅎ 넵 ^^* 감사합니다~
뱀에대해 이렇게 자세히 알아본건 첨이네요..뱀에대한 고정관념이 좀 풀렷습니다.감사합니다... 죤글이네요
정말 뱀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정보는 이번이 처음 인듯 싶네요~ 다양한 정보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