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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북 김천시 김천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제42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고교축구대회 28강 포철고와 현풍FC U-18의 경기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2018년 '무술년(戊戌年)' 동계 고교축구 토너먼트 대회는 일반 클럽팀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기존 명문팀들과의 경합에서도 쉽게 움츠러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연일 놀라운 결과들을 속속히 연출하는 중이다. 이번에는 도봉FC U-18과 강서 YGFC U-18(이상 서울)이 그 바톤을 제대로 이어받았다. 나란히 전통의 강호 대구공고와 수원공고(경기)를 물리치며 '자이언트 킬링'을 제대로 써내렸다.
도봉FC U-18은 24일 경북 김천 성의고 운동장에서 열린 제42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고교축구대회 28강에서 대구공고와 득점없이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부터 각 종 대회에 선을 보인 도봉FC U-18은 9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기세를 몰아 이날도 전통의 강호 대구공고에 승부차기 승리를 낚아채며 남은 레이스의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제 창단 2년차를 맞은 도봉FC U-18과 1981년 창단해 어언 4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공고의 매치업은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이 계속 이어졌다. 두 팀 모두 적극적인 공간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 등을 바탕으로 팽팽한 힘 겨루기를 거듭하며 단기전의 묘미를 그대로 제시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확실한 마무리와 움직임 등에서 2% 부족함을 나타내며 헛물을 켰다. 도봉FC U-18은 정호정과 이지원 등을 축으로 역습을 구사하며 대구공고 수비라인을 압박했지만, 번번이 무위에 그쳤다. 대구공고 역시 후반 23분 이호윤 대신 에이스 박상호를 투입해 공격 옵션 다변화를 꾀했으나 고대하던 골 소식을 전하지는 못했다.
일진일퇴의 육탄전을 바탕으로 '0'의 균형이 계속 이어진 가운데 두 팀 모두 막판까지 득점 사냥에 실패하면서 승부는 '지옥의 룰렛'인 승부차기로 향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양팀 모두 집중력을 짜내는데 안간힘을 썼지만, 승리의 여신은 도봉FC U-18을 향했다. 도봉FC U-18은 키커로 나선 4명의 선수들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높은 집중력을 자랑했고, 골키퍼 김강현이 고도의 심리전으로 상대 2명의 키커 실축을 유도하며 '광란의 하루'를 연출했다. 신태용(A대표팀 감독), 곽태휘(FC서울) 등 기라성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대거 배출한 대구공고는 조별리그 최종전 이동FC U-18(경기) 전 4-0 대승으로 조 2위에 턱걸이한 기세가 이틀만에 누그러지며 씁쓸하게 귀향길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 12월 창단한 강서 YGFC U-18은 고교축구 대표 강자인 수원공고를 맞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대형 사고'를 쳤다. 경기 내내 수원공고와 접전을 벌인 강서 YGFC U-18은 후반 8분 에이스 임재우의 선제골에도 후반 25분 상대 신재현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부차기에 몰렸으나 집중력 싸움에서의 우위를 잃지 않으며 쾌재를 불렀다. 강서 YGFC U-18은 승부차기에서 4명의 키커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킨 가운데 골키퍼 김하늘이 상대 2명의 키커 실축을 유도하며 창단 첫 토너먼트 대회부터 16강에 합류하는 저력을 뽐냈다. 박지성(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 김재성(전남 드래곤즈), 김민재(전북 현대) 등을 배출한 수원공고는 햇병아리 클럽팀인 YGFC U-18에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으면서 강팀의 체면을 구겼다.
'디펜딩 챔피언' 보인고(서울)는 '타이틀 방어'를 위한 첫 관문을 무난히 통과했다. 지난 대회 3위팀인 청구고를 맞아 전반 13분 상대 황진수의 자책골로 기세를 올린 보인고는 해결사 정성준이 전반 38분과 후반 9분 연달아 골 사냥에 성공하며 승기를 굳혔고, 후반 20분 김현수까지 추가골을 보태면서 4-0 완승을 이끌어냈다. 조별리그 10조 2연승으로 워밍업을 했던 보인고는 막강한 공-수 밸런스와 함께 후반 중반 이후 정성준과 고준희, 황병권 등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적절하게 안배하는 등 경기운영의 묘까지 제대로 높이면서 강팀의 본질을 또 한 번 구현했다.
올 시즌 하남축구클럽 U-18에서 팀 명칭을 개편한 지난 대회 3위팀 진건 KJ FC U-18은 신생팀 의정부 광동 U-18(이상 경기)과 득점없이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 수원공고(경기) 전 0-2 패배 이후 최종전 안성맞춤FC U-18(경기) 전 승리로 기사회생한 진건 KJ FC U-18은 이날 의정부 광동 U-18의 끈질긴 저항에 막판까지 숨 막히는 레이스를 거듭했으나 집중력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클럽축구의 선두주자 다운 면모를 입증했다. 양현정 감독 체재로 지난해 12월 창단한 의정부 광동 U-18은 진건 KJ FC U-18과 혈전을 펼치고도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곱씹었다.
2016년 금강대기 준우승, 지난 시즌 부산MBC배 3위 등으로 과거 명성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과천고는 후반 26분 김남혁의 결승골로 안산 그리너스FC U-18(이상 경기)을 1-0으로 눌렀다. 과천고는 후반 막판까지 안산 그리너스FC U-18와 대혈전을 거듭했지만, 집중력 싸움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강팀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충주상고(충북)의 상승 무드는 제대로 날개를 달았다. 조별리그에서 동북고(서울)와 창녕고(경남)를 내리 셧아웃시킨 충주상고는 이날도 후반 18분 차대중의 결승골로 계명고(경기)를 1-0으로 누르며 숨은 다크호스의 등장을 확실하게 알렸다.
2014년 대회 우승팀인 포철고(포항 U-18)와 '불사조'의 후예인 용운고(상주 상무 U-18)는 나란히 일반 학원 및 클럽팀들의 거센 저항에도 승리를 쟁취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포철고는 현풍FC U-18(대구)을 맞아 후반 10분 해결사 김찬, 후반 38분 에이스 김동범의 릴레이포로 2-0 승리를 따냈고, 용운고 역시 전반 7분과 35분 멀티골을 쏘아올린 신동건의 원맨쇼로 상지대관령고(강원)에 2-0으로 승리하며 16강에 합류했다. 오산고(FC서울 U-18)은 전반 4분 명성호, 후반 7분 정한민, 후반 23분 권성윤, 후반 27분 이인규의 릴레이포로 농어촌 축구 대표 강자인 창녕고(경남)를 4-0으로 대파했다. 오산고는 특유의 가공할만한 화력쇼로 창녕고의 조직 축구를 단칼에 파괴하며 K리그 대표 명문구단 유스팀의 존재감을 다시금 증명했다.
제주유나이티드 U-18도 가공할만한 화력쇼로 부천FC1995 U-18에 7-1 압승을 거뒀다. 전반 6분 이동률, 전반 17분 강용석의 연속골로 기세를 올린 제주유나이티드 U-18은 후반 10분 상대 임현조에게 만회골을 내주며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듯 했지만, 후반 12분과 17분 서진수, 후반 19분 이동률, 후반 35분 강용석, 후반 36분 서진수가 골 폭풍을 이끌어내며 상승 무드를 이어갔다. 올 시즌 창단 2번째 시즌을 맞은 영문고(경북)는 전반 18분 강건욱, 전반 37분 정해석의 연속골에도 후반 15분 상대 '캡틴' 함창완에게 추격골을 내줬으나 후반 추가시간 정해석이 쐐기골을 뽑아내며 강경상고(충남)를 3-1로 눌렀다. 20일 조별리그 첫 경기 이후 나흘만에 포천FC U-18(경기)와 '리벤지 매치'를 치른 대동세무고(서울)는 전반 20분 상대 오은석에게 선제골을 내줬음에도 전반 33분과 38분 여승원, 후반 40분 오은석의 연속골로 3-1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초대장을 움켜쥐었다.
일반 클럽팀들의 '미러클'에 더욱 뜨겁게 달궈진 이번 대회는 25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숭실고(서울)-진건 KJFC U-18, 오산고-영문고, 포철고-보인고, 충주상고-부천중동FC U-18(경기), 초지고(경기)-도봉FC U-18, 용운고-강서 YGFC U-18, 제주유나이티드 U-18-대동세무고, 과천고-대륜고가 8강 길목에서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