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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전국고교축구대회를 통해 팀 우승을 견인한 시계방향으로 백운기 중경고 최운범 감독, 대한축구협회장기 천안제일고 박희완 감독, 문화체육부장관기 제주유나이티드 U-18 한동진 감독, 춘계연맹전 매탄고 주승진 감독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그야말로 잔칫상에 먹거리가 풍성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 동계 고교축구 전국대회는 '낭랑 18세'들의 현란한 아크로바틱과 열정 등에 연일 쫄깃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지난 겨울날 공 들여 땀 흘린 대가를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온 몸을 다 불태운 것은 물론,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과 풍성한 스토리 양산 등으로 최고의 '메인 스테이지'를 완성했다. 이에 그라운드마다 선수들의 움직임과 투혼 등에 환호하는 모습은 연기자들의 뜨거운 열연에 환호하는 관객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었을 정도였다.
전남 광양(백운기), 경남 김해(대한축구협회장배), 경남 합천(춘계고등연맹전), 경북 김천(문체부장관기)에서 일제히 펼쳐진 올 시즌 동계 고교축구 전국대회는 3일 보인고(서울)와 제주유나이티드 U-18의 제42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고교축구대회 결승전을 끝으로 1달이 넘는 장정의 종지부를 찍었다.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프로 산하 유스팀들이 극강의 위용을 자랑하던 것과 달리 올 시즌에는 일반 학원 및 클럽팀들도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내실을 착실하게 다졌다. 공교롭게도 설 연휴 이전에는 일반 학원 및 클럽팀, 이후에는 프로 산하 유스팀들이 줄곧 정상에 오르는 등 양상 자체도 어느 때보다 흥미로웠다. 이를 바탕으로 공은 둥글다는 속설 또한 어김없이 증명됐다.
◇백운기, 협회장배 정상으로 갈증 해소한 중경고(백운기)-천안제일고(협회장배) - K리그 기업구단 유스팀의 저력 증명한 매탄고(춘계연맹전)-제주유나이티드 U-18(문체부장관기)
올 시즌 동계 전국대회의 첫 스타트인 대한축구협회장배 대회의 주인은 천안제일고(충남)였다. 박희완 감독의 조련 속에 최근 괄목할만한 성과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천안제일고는 협회장배 대회에서도 안정된 공-수 밸런스와 견고한 팀워크 등을 바탕으로 강팀의 본색을 잃지 않았다. 11명의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가는 팀워크와 투지 넘치는 플레이 등은 본연의 페이스를 줄곧 유지하는 지름길이었고, 지난 시즌 활약하던 선수들이 고학년 진급 후 경험과 면역력 등이 충전된 것도 천안제일고에 든든한 날개였다. 양 사이드 어택커인 장혁과 김영욱의 오버래핑, 에이스 고민석과 고준영 등의 문전 침투 등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상대 수비를 곤혹스럽게 했고, 골키퍼 최현석과 '캡틴' 임덕근 등을 축으로한 수비라인도 견고함 그 자체였다.
제품의 품질이 좋으면 판매가 급증하는 것처럼 좋은 경기력 유지는 결과로도 직결됐다. 조별리그에서 김해FC U-18과 범어고(이상 경남)에 내리 승리하며 예열을 달군 천안제일고는 16강 파주축구센터 U-18(경기. 3-0 승), 8강 부산정보고(1-0 승), 준결승 부경고(이상 부산. 3-1 승), 결승 대건고(인천 U-18. 2-0 승)를 차례로 돌려세우며 1983년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토너먼트 대회 챔피언의 기쁨을 만끽했다. 준결승 부경고 전에서는 전반 초반 선제골을 내줬음에도 내리 3골을 쓸어 담으며 역전승을 연출했고, 결승 대건고 전 역시 전반 초반부터 강한 압박과 빠른 빌드업 등의 특색을 잘 유지하면서 승리까지 낚아채는 등 실속도 확실했다. 최근 현대고(울산 U-18)와 보인고, 언남고(이상 서울) 등 기존 '터줏대감'들에 눌려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분류를 삼켰었기에 정상 정복의 가치는 더욱 솟구칠 수밖에 없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강팀들이 득실거린 광양 백운가 대회에서의 '1인자'는 고교축구 대표 강자인 중경 고였다. 지난 시즌 제주 백록이 대회 3위에 올랐던 중경 고는 빠른 원-투 패스를 기반으로 한 본연의 색채를 줄곧 유지하며 강팀의 내구성을 보란 듯이 증명했다. 매치업을 벌이는 팀들마다 하프라인까지 깊게 내려서서 플레이를 펼치는 극단적인 패턴에도 볼 점유율 싸움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의 넋을 빼놓았고, 공격에 비해 다소 불안 요소가 많았던 수비 조직력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며 최운범 감독의 근심을 덜어줬다. 수비라인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커버플레이, 협력수비 등이 적절하게 이뤄지면서 대회 기간 단 2골만 내주는 짠물수비를 과시했고, 수비라인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나머지 선수들의 헌신 또한 팀워크 극대화를 가져왔다.
'AGAIN 2014'라는 목표 달성의 퍼즐도 강팀들과 연이은 승리로 멋지게 끼워 맞췄다. 강릉제일고(강원FC U-18. 2-0 승), 광양제철고(전남 U-18. 0-0 무) 등을 제치고 조 선두로 16강에 오른 중경고는 군산제일고(전북. 2-1 승), 통진고(경기), 영광FC U-18(전남. 이상 1-0 승), 한양공고(서울. 2-0 승)를 차례로 셧아웃 시키며 2014년 금강대기 대회 이후 4년 만에 토너먼트 대회 챔피언을 품었다. '캡틴' 지의수와 송민석 등은 순도 높은 득점력과 움직임 등으로 팀 공격의 윤활유 노릇을 다해냈고, 골키퍼 윤기택을 축으로한 수비라인도 상대 육탄방어를 온몸으로 틀어막으며 존재감을 자랑했다. 한 번 패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 되는 토너먼트 대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8강 통진고 전부터 결승 한양공고 전까지 내리 '클린 시트'로 승리를 장식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강팀의 조건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일반 학원팀의 맹렬한 기세에 제대로 자극받은 프로 산하 유스팀들의 기세는 설 연휴 이후를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그 중심에는 고교축구 대표 강자인 매탄고(수원 U-18)가 있었다. 올 시즌 역시 변함없이 춘계연맹전에 출사표를 던진 매탄고는 상대의 맹렬한 견제에도 탄탄한 스쿼드와 공-수 밸런스, 로테이션 시스템 등의 강점을 어김없이 뿜어내며 변함없는 위용을 자랑했다. 일부 선수들의 부상과 경고누적 등 돌발 상황에도 나머지 선수들이 이를 유연하게 대처하는 임기응변은 상대를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렸고, 로테이션 시스템을 통해 일부 선수들의 체력을 적절하게 안배하면서 저학년 선수들의 활용 폭을 늘리는 등 경기운영의 묘도 제대로 끌어올렸다. 이는 주승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에 굳건한 믿음이 없으면 감행하기 힘든 요소와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매탄고의 무기는 신갈고(경기. 2006~08)에 이어 2번째로 춘계연맹전 3연패를 이뤄내는 지름길이었다. 주 감독의 두터운 신뢰 속에 에이스 신상휘와 이상재, 김석현 등이 순도 높은 결정력과 활발한 움직임 등으로 공격 옵션 다변화를 추구했고, 백마중(경기) 출신의 이선유와 도봉중(서울) 출신의 강현묵 등 저학년 선수들도 남다른 가성비를 연출하며 기존 선수들과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골키퍼 박지민을 축으로한 수비라인도 상대 역습을 적절하게 틀어막으며 밸런스 안정을 꾀하는 등 어느 하나 빈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32강 대신FC U-18(서울. 1-0 승), 16강 신갈고(경기. 3-1 승), 8강 청주대성고(3-2 승), 준결승 제천제일고(이상 충북), 결승 신평고(충남. 이상 3-0 승) 모두 상대 팀들의 저항이 맹렬하게 펼쳐졌음에도 선수들이 집중력을 잘 유지하는 등 건재한 '우승 DNA'의 힘도 무서웠다.
지난 시즌 금석배 대회 우승팀이자 최근 K리그 기업구단 유스팀의 숨은 강자로 대두되고 있는 제주유나이티드 U-18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시즌 줄곧 활약하던 선수들이 다수 고학년으로 진급하면서 경험과 무게감 등이 단단해졌고, 한동진 감독 취임 이후 팀워크와 응집력 등도 몰라보게 좋아지며 성공적인 팀 체질개선을 이끌어냈다. '감귤타카'라는 신조어로 공격적인 색채를 유지하는 프로팀 형들의 유산은 아우들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졌다. 제주유나이티드 U-18은 대회 내내 빠른 빌드업과 강한 압박 등을 기반으로 본래 페이스를 침착하게 유지했고, 에이스 서진수와 강의찬, 강용석, 이동률, 이찬희 등이 엄청난 폭발력으로 화력의 세기를 달구며 상대에 '오렌지 공포증'을 제대로 발포했다. 사방에서 펑펑 터지는 제주유나이티드 U-18의 화력쇼는 단연 압권이었을 정도였다.
청구고(대구. 5-1 승), FC KHT 일동 U-18(경기. 6-0 승), 부천FC1995 U-18(7-1 승) 전 승리로 예열을 달군 제주유나이티드 U-18은 이후 일반 학원팀들의 맹렬한 기세에 고전했음에도 집중력을 잘 유지하며 2년 연속 토너먼트 대회 챔피언의 열매를 맺었다. 8강 대륜고(대구. 1-1(7PK6) 승) 전과 결승 보인고(서울. 1-1(6PK5) 승) 전은 전반 초반 선제골을 허용했음에도 집중력 높은 플레이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를 따냈고, 16강 대동세무고(서울. 3-1 승) 전과 준결승 초지고(경기. 4-2 승) 전 역시 후반 만회골 실점(대동세무고 전), 후반 역전 허용(초지고 전) 등으로 아찔함이 있었으나 골키퍼 정욱준과 '캡틴' 손현민 등 수비라인의 수훈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1년 만에 성사된 보인고와의 '마지막 승부'에서는 보인고의 '타이틀 방어' 저지까지 함께 가미하는 등 실속도 확실하게 챙겼다.
◇한양공고와 부경고, 보인고, 언남고 등 기존 명문팀들 '명가(名家)'의 저력 증명 - K리그 유스팀들도 학원팀 견제 속 고군분투
▲전통의 강호들로 자존심을 지켜낸 시계방향으로 한양공고 이원철 감독, 보인고 심덕보 감독, 언남고 최승호 감독, 부경고 안선진 감독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고교축구 전통의 강호인 한양공고는 시즌 첫 대회인 백운기 대회를 통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조별리그 첫 경기 광운전자공고(서울) 전 0-1 패배로 불안감을 자아냈었던 한양공고는 이후 주천고(강원. 1-0 승), 영등포공고(서울. 4-1 승)에 내리 승리하며 조 1위 뒤집기를 연출했고, 결선에서는 프로 산하 유스팀들을 상대로 '자이언트 킬링'을 제대로 써 내렸다. 팀 스쿼드와 이름값 등은 프로 산하 유스팀들에 처진다는 판단 하에 수비에 안정을 꾀하면서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 등을 통해 16강 광양제철고, 8강 풍생고(성남FC U-18. 이상 3-0 승), 준결승 전주영생고(전북 U-18. 1-0 승)를 줄줄이 돌려세우며 전통의 강자로서 저력을 과시했다. 결승에서 중경고에 0-2로 패하며 2013년 제주 백록기 대회 이후 5년 만에 토너먼트 대회 정상의 꿈은 실현하지 못했지만, 골키퍼 이선우를 축으로한 수비라인과 해결사 차상근, 김유찬 등의 화력이 절묘한 하모니를 연출하며 많은 동문들을 흐뭇하게 했다.
'구덕골 붉은 사자'인 부경고는 안방에서 명예회복의 미션을 멋지게 달성했다. 지난 시즌 극도의 부진을 보이던 부경고는 올 시즌 안선진 감독의 복귀 속에 조별리그 첫 경기 안산유나이티드 U-18(경기)에 승부차기로 패하며 부진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키웠지만, 최종전 중동고(서울) 전 3-1 승리, 16강 서울 이랜드FC U-18 전 3-0 승, 8강 현대고 전 2-1 승리로 분위기 쇄신을 이끌어냈다. 특히 8강 현대고 전에서는 전반 초반 선제골을 내주고도 2골을 내리 뒤집는 끈질긴 뒷심을 가미하며 상대를 집요하게 물어뜯는 본연의 컨셉을 회복했음을 알렸다. 안 감독의 조련 속에 빠른 빌드업과 강한 압박 등으로 강팀들과의 경합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에이스 안호종과 전우빈 등을 축으로 변화무쌍한 패턴 등도 가미하며 강팀의 본질을 확실하게 구현했다. 준결승 천안제일고 전 역전패로 3위에 만족했음에도 안 감독 복귀의 효과는 상당했음을 알렸다.
'터줏대감'인 보인고와 언남고는 정상 정복의 꿈을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강팀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며 본전을 건졌다. 지난 시즌 대통령금배 우승 주역들이 올 시즌 고학년에 진급한 보인고는 '타이틀 방어'를 목표로 출항한 문체부장관배 대회에서 빠른 원-투 패스와 강한 압박 등을 기반으로한 공격적인 색채로 기존 프로 산하 유스팀들을 줄줄이 쓰러뜨리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해결사 정성준의 골 폭죽과 센터백 고준희의 '수트라이커' 기질, 신재혁과 이찬협 등 리저브 자원들의 활약으로 16강 포철고(포항 U-18. 2-1 승), 준결승 오산고(FC서울 U-18, 3-2 승)를 내리 돌려세웠고, 안정된 공-수 밸런스와 탄탄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상대의 집중견제도 유연하게 대처했다. 1년 만에 성사된 제주유나이티드 U-18과의 '마지막 승부'에서 승부차기 패배로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으나 프로 산하 유스팀의 대항마로서 확실한 어필을 한 것은 분명 위안이다.
지난 시즌 추계연맹전 우승 주역들이 고학년에 진급한 언남고 역시 2년 연속 춘계연맹전 3위로 자존심을 지켰다. 언남고는 조별리그 첫 경기 용문고(서울) 전 1-1 무승부를 제외하면 수원고, 고양고(이상 경기)에 내리 승리하며 조 선두로 32강에 직행했고, 결선에서도 청운고(경기. 2-1 승), 유성생명과학고(대전. 4-0 승), 중대부고(서울. 3-0 승)를 줄줄이 물리치며 건재함을 뽐냈다. 특유의 기동력과 투지 등을 앞세운 압박축구는 여전히 상대에 큰 쥐약이었고, 빠른 공-수 전환과 공격 콤비네이션 등으로 에이스 김승빈과 장재용 등이 쏟아낸 화력쇼도 매서웠다. 준결승 신평고(충남) 전 1-2 패배로 이근호(포항 스틸러스), 한승규, 유영재(이상 울산 현대) 등이 활약하던 2014년 대회 이후 4년 만에 대회 정상의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오랜 시간 언남고에 몸담으며 선수들의 성향과 특색 등을 손바닥 보듯 꿰고 있는 최승호 감독의 조련과 노련한 경기운영 등이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며 최승호 체재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확인했다.
충남기계공고(대전 U-18)와 대건고, 오산고, 전주영생고도 나란히 상위 입상으로 프로 산하 유스팀의 체면을 유지했다. 올 시즌 오세종 감독 체재로 2년차를 맞은 충남기계공고는 유성중(대전 U-15) 시절부터 오 감독과 함께했던 선수들이 고학년에 진급하면서 팀 무게감과 색채 등이 한층 진하게 물들여졌고, 이는 시즌 첫 대회인 협회장배 대회에서 고스란히 이어졌다. 해결사 서우민을 축으로한 공격라인의 화력쇼는 상대의 집중견제에도 연일 가공할만한 위력을 발산했고, 16강 태양FC U-18(대전), 8강 서울공고 전 모두 후반 막판까지 상대의 거센 저항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등 팀워크와 결속력 등도 한층 좋아졌다. 준결승 대건고 전 1-3 패배에도 최근 토너먼트 대회 때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던 지난날들의 쓰라림을 훌훌 털어낸 자체만으로도 충남기계공고에 큰 소득이었다.
'리틀 경인더비'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대건고와 오산고는 상위 입상과 더불어 올 시즌 첫 대회부터 새 사령탑 체재의 성공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전재호 감독 체재로 새롭게 출범한 대건고는 협회장배 대회 조별리그에서 동두천축구클럽 U-18(경기. 10-0 승), 남해해성고(경남. 6-0 승)를 상대로 무려 16골을 퍼부으며 예열을 달구더니 결선에서도 16강 서귀포고(제주. 2-1 승), 8강 중동고(서울. 7-0 승), 준결승 충남기계공고(3-1 승) 전까지 5경기 동안 28골을 쓸어 담으며 녹록치 않은 위용을 자랑했다. 프로팀 이기형 감독의 아들이자 대회 득점왕에 오른 이호재를 축으로 이준석과 김성민 등 다양한 선수들이 득점포에 가동하며 상대 수비에 큰 공포감을 조성했고, 수비라인의 정교한 라인컨트롤과 커버플레이 등으로 상대에 빈틈도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 천안제일고에 져 2008년 팀 창단 이래 첫 토너먼트 대회 정상의 꿈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선수들이 전 감독의 스타일에 빠르게 젖어들며 내실을 더한 점은 고무적이다.
올 시즌 명진영 감독 체재로 새롭게 출범한 오산고 역시 공격적인 색채로 상대를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렸다. 오산중(FC서울 U-15) 창단 멤버들이 올 시즌 고학년에 진급한 오산고는 해결사 이학선과 골키퍼 백종범 등 일부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에도 이번 문체부장관기 대회에서 정한민과 권성윤, 이인규, 명선호 등이 무서운 폭발력을 자랑하며 상대 집중견제를 파괴했다. 준결승 보인고 전과 조별리그 첫 경기 용호고(경기. 4-1 승) 전을 제외하면 2차전 안산 그리너스FC U-18(3-0 승), 28강 창녕고(경남. 4-0 승), 16강 영문고(경북. 2-0 승), 8강 숭실고(서울. 3-0 승)에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고, 빠른 빌드업에 이은 강한 압박과 측면 전환 등으로 상대의 밀집수비에도 유연하게 대처했다. 이외 골키퍼 진선준을 비롯한 일부 저학년 선수들도 고학년 형들 틈바구니 속에서 본연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하며 가치를 높였다. 보인고에 접전 끝에 패하며 3위에 만족한 것은 아쉬우나 명 감독 체재 속에 스쿼드의 몸집이 더해진 부분이 오산고에 큰 플러스였다.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1강'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프로팀과 달리 최근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전주영생고도 광양 백운기 3위로 모처럼 분투했다. 오산고와 마찬가지로 올 시즌 동대부속금산중(전북 U-15) 창단 멤버들이 고학년에 진급한 전주영생고는 골키퍼 김정훈을 축으로한 수비라인의 견고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이리고(전북), 통진고, FC예산 U-18(충남)과의 조별리그에서 내리 '클린 시트'를 기록했고, 16강 SOL FC U-18(경기. 5-1 승), 8강 안양공고(FC안양 U-18. 2-1 승) 전은 '닥공(닥치고 공격)'이 알맹이를 벗어던지며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고학년과 저학년의 신-구 조화에 팀워크와 응집력 등이 한결 좋아지며 최근 프로 산하 유스팀은 커녕 일반 학원팀들에게도 기를 펴지 못했던 악순환 또한 깨끗하게 털어냈다. 준결승 한양공고 전 패배에도 2013년 고등리그 왕중왕전 준우승 이후 5년 만에 토너먼트 대회 상위 입상을 이끌어내며 도약의 기틀 또한 성공적으로 장만했다.
◇신평고-제천제일고-초지고, 신흥 강자로서 눈도장 '쾅!' - 창단 1년만에 상위 입상 이뤄낸 영광FC U-18 등 일반 클럽팀들 및 중-하위 학원팀들 약진
▲기대 이상의 괄목할만한 입상성적을 이끌어 낸 시계방향으로 영광FC U-18 이태엽 감독, 신평고 주경철 감독, 초지고 노주섭 감독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농어촌 축구의 대표 주자인 신평고의 파죽지세는 2018년 첫 대회인 춘계연맹전부터 가공할만한 위용을 나타냈다. 지난 시즌 춘계연맹전 저학년부 우승, 제주 백록기 준우승 주역들이 다수 포진된 신평고는 견고한 팀워크와 안정된 공-수 밸런스, 불굴의 투지 등을 바탕으로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제대로 선사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 유성생명과학고 전 1-1 무승부 이후 전주공고(전북. 1-0 승)와 광문고(경기. 3-1 승)에 내리 승리한 신평고는 상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끈끈함과 강한 정신력 등으로 32강 인천하이텍고(0-0 9PK8 승), 16강 진주고(경남FC U-18. 2-1 승), 8강 중랑FC U-18(서울. 2-0 승), 준결승 언남고(2-1 승)를 줄줄이 돌려세우며 생명줄을 늘렸다. 지난 시즌 제주 백록기 득점왕인 에이스 김창헌과 박상호 등의 한 방에 골키퍼 안지훈을 축으로한 수비라인도 상대의 맹공에 집중력을 잘 유지하며 5경기 모두 접전 끝에 승리를 낚아채는 수완을 뽐냈다. 이는 신평고가 매탄고에 져 준우승에 만족했음에도 웃을 수 있었던 요인이 됐다.
한상구 감독이 이끄는 제천제일고도 만만치 않은 경기력으로 춘계연맹전에서 강한 임팩트를 심어줬다. 제천제일고는 J SUN FC U-18(경기. 3-0 승), 인천하이텍고(1-0 승), 제주제일고(0-0 무)를 제치고 조 선두로 32강에 직행하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낳았고, 결선 토너먼트에서 제갈재민이라는 확실한 에이스의 무서운 골 폭풍으로 가속도를 냈다. 제갈재민은 32강 전주공고 전 1골(3-0 승), 16강 여의도고 전 4골(5-0 승), 8강 재현고(이상 서울) 전 1골(2-1 승)로 팀 화력의 세기를 높이면서 대회 득점왕에 올랐고, 위협적인 움직임과 문전 침투 등으로 상대 수비를 벗겨내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에이스 노릇을 다해냈다. 제갈재민의 골 폭풍과 함께 제천제일고는 2016년 대회 3위 이후 2년 만에 상위 입상에 복귀하는 소득도 함께 건져 올렸다. 준결승 매탄고 전에서 2년 만에 '복수혈전(2016년 대회 준결승 0-2 패배)'을 이루지 못했으나 안정된 공-수 밸런스와 견고한 팀워크 등은 기존 명문팀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부산MBC배-청룡기 3위팀인 초지고는 이번 문체부장관배 대회를 통해 2년 연속 상위 입상과 더불어 숨은 '토너먼트의 강자'로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초지고는 특유의 기동력과 투지 등을 앞세운 조직 축구로 조별리그에서 용운고(상주 상무 U-18)를 제치고 조 선두로 16강에 직행하는 행운을 떠안았고, 16강 도봉FC U-18(서울. 2-0 승), 8강 용운고(1-0 승) 전에서도 고도의 집중력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 등으로 승리를 지켜내며 녹록치 않은 위용을 뽐냈다. 해결사 전현광은 좋지 않은 몸 상태에도 8강 용운고 전 결승골 포함해 4골을 쓸어 담으며 제 역할을 다해냈고, 골키퍼 최원재를 축으로한 수비라인도 물 샐 틈 없는 방어로 상대 공격력을 족쇄시켰다. 준결승 제주유나이티드 U-18 전에서 후반 막판 박지훈의 경고누적 퇴장 공백으로 기력이 떨어지며 2-4로 패했을 뿐 선제골 실점 뒤 내리 2골을 쓸어 담으며 제주유나이티드 U-18을 한때 벼랑 끝으로 내모는 등 선수들의 투지와 정신력 등은 박수갈채를 받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해 2월 7일 창단한 햇병아리 클럽팀 영광FC U-18의 '자이언트 킬링'은 동계 고교축구 최고의 화제였다. 베테랑 이태엽 감독이 지휘하는 영광FC U-18은 광양 백운기 대회에서 조별리그 첫 경기 강화고(인천. 2-0 승), 2차전 인창고(서울. 4-0 승) 전을 내리 승리하며 강렬한 '회오리바람'을 몰고 오면서 최종전 풍생고 전에서는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 1위 마저 품에 안았다. 결선에서의 여정은 그야말로 초대형 '블록버스터'였다. 16강 삼일공고(경기) 전에서는 먼저 3골을 내주고도 후반 내리 3골을 만회한 뒤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낚아채며 기막힌 반전극을 연출했고, 창단 1주년에 치러진 8강 장훈고(서울) 전에서도 2-0 승리를 거두며 2년 만에 첫 토너먼트 대회 상위 입상의 열매를 맺었다. 이 감독의 조련 아래 이전까지 남모를 애환을 겪은 선수들이 '원 팀'으로서 견고한 팀워크를 자랑하며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뽐냈고, 상대 특색과 경기 흐름에 맞게 패턴 변화도 다양하게 가져가는 등 신생팀답지 않게 숙성된 모습을 보여줬다. 준결승 중경고 전 0-1 패배의 아쉬움은 컸지만, 기존 강팀들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뽐내며 클럽축구의 차세대 주자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영광FC U-18의 예상치 못한 활약은 기존 클럽팀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클럽축구의 선두주자인 중랑FC U-18은 춘계연맹전 32강 학성고(울산) 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둔 기세를 몰아 8강까지 합류하며 자존심을 지켰고, 2012년 창단한 안산유나이티드 U-18도 협회장배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 부경고 전 승부차기 승리로 부경고를 한때 탈락 위기까지 내모는 등 '승점 자판기' 타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어 한마음축구센터 U-18(충남)와 정읍단풍FC U-18(전북)도 춘계연맹전에서 기존 강팀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16강까지 밟았고, 지난해 창단한 신생팀인 강서 YGFC U-18과 2016년 창단한 도봉FC U-18(이상 서울)도 문체부장관배 대회 28강에서 각각 전통의 강호인 수원공고(경기)와 대구공고에 승부차기 승리를 낚아채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6년 창단한 부천중동FC U-18 역시 '부천 더비'에서 부천FC1995 U-18에 2-0 승리, 현풍고(대구FC U-18)에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 직행까지 이뤄내는 등 나름 짭짤한 소득을 챙겼다.
그동안 오랜 패배주의로 '승점 자판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서울공고와 일반 학원팀 전환 이후 새로운 전기를 맞은 충주상고(충북)의 기세도 놀라웠다. '스포테이너' 안정환(MBC 해설위원)의 모교로 친숙한 서울공고는 협회장배 대회에서 오랜 패배주의를 벗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함과 강한 정신력 등을 장착하며 환골탈태함을 알렸다. 이는 결과로 고스란히 입증된다. 조별리그 첫 경기 파주축구센터 U-18(경기)에 승부차기로 패했던 서울공고는 최종전 이천제일고(경기) 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이천제일고를 탈락으로 몰아넣었고, 16강에서도 홈팀 개성고(부산 U-18)에 승부차기 혈투 끝에 승리하며 '미러클'의 절정을 찍었다. 2경기 모두 객관적인 전력상으로 열세에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기에 승리의 가치는 더욱 남다르다. 8강 충남기계공고 전에서도 후반 막판까지 상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등 객관적인 전력과 스쿼드의 열세 등에도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자랑했다. 과거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을 정도다.
충주 험멜 U-18로 활약하다가 충주 험멜의 해체로 지난 시즌부터 일반 학원팀으로 전환된 충주상고도 문체부장관배 대회에서 범상치 않은 경기력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충주상고는 조별리그에서 지난 대회 준우승팀인 동북고(서울. 2-0 승)와 농어촌 축구 신흥 강자 창녕고(경남. 1-0 승)에 내리 승리하더니 28강 계명고(1-0 승), 16강 부천중동FC U-18(이상 경기. 1-1(6PK5) 승)에게도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며 상승 무드를 거듭했다. 8강에서도 '터줏대감' 보인고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혈전을 벌이는 등 선수들의 하고자하는 의욕과 정신력 등이 그라운드에 고스란히 내포되며 상대를 쩔쩔매게 만들었다. 강팀들에 내리 승리하면서 얻은 자신감과 경험 등은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동기부여 확립으로 연결됐고, 공-수 밸런스와 팀워크, 경기운영 등도 전혀 기존 팀들에 밀릴 것이 없었다. 보인고 전 승부차기 패배에도 늘 토너먼트 대회 때마다 초반을 넘지 못했던 쓰라림을 해갈한 자체만으로도 충주상고에 엄청난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