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섯시에 일어나 지인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씻고 호박에 갖은 줄을 그으면 수박 비슷하게나 될까? 그림을 그린 후 차를 몰아 십여분 남짓 달려 지하철 출발역인 문양에 도착 30여분을 달려 반월당역에 도착하여 1호선으로 갈아타고 몇 정거장을 지나 동대구역에 도착한다.
동대구역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빵 굽는 냄새, 기름 냄새와 범벅이 된 음식 냄새가 빈속임을 알린다.
이집 저집을 기웃거리다가 진수성찬이란 한식집에 들어선다. 요즘 하루가 다르게 살이 붙고 있는 상태라 최대한 칼로리가 적은 것으로 메뉴를 결정한다. 콩나물국을 곁들인 전주 비빔밤이다. 전주비빔밥이라고 특별하진 않다. 그냥 비빔밥일 뿐이다. 널널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최대한으로 여유를 부리며 밥을 먹는다.
서울로 향하는 ktx에 드디어 몸을 실었다. 그녀는 창 쪽으로 앉고 그녀의 남자는 그녀의 오른쪽에 앉는다. 특별히 할 이야기도 없는 건조한 그들의 틈새로 졸음이 비집고 들어온다. 이런저런 잡념들로 긴 밤을 뒤숭숭하게 보낸 탓도 크지만 종일 함께 지내는 사이다보니 밀린 이야기가 있을 수 없다.
1시간 50여분 만에 서울역에 당도한다. 에스컬레이터가 두 개다. 사람이 많기는 많나보다.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간다. 희안하다. 옛날처럼 차표 검사도 안하고 개찰구도 없다. 공짜로 타도 될 뻔했다 싶은 마음이 순간 든다.
보자~~ 어디로 가야하나? 시간을 보니 넉넉하다. 지하철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목표지로 향하는 길을 찾아 지하철 노선도 앞에 섰다. 오메! 거미줄 같은 지하철 노선이 색색 깔로 늘어져 있다. 청첩장을 꺼내 견주어보며 4호선을 타야함을 알아낸다. 또 나란히 두 개의 에스컬레이터가 오르내린다.
교통카드 겸용 신용카드를 들이대니 경고음인지 빨간불인지 어쨌거나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길을 막는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런데 문지기가 어찌나 시답잖은지 슥 밀치니 통과시켜준다. 다행이 그 남자의 카드는 통과다.
에라이 그냥 갈 때까지 가보자 하고 그녀는 호기롭게 전동차에 오른다. 이구 이 한 몸 궁디 붙일 자리도 없다. 서울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은 전부 자가용을 이용하나 보다. 몰골들이 다 그렇고 그렇다. 서울 사람이라고 특별이 세련된 것도 모르겠다.
미리 숙지한 동작역에 도착했다. 얼마 전에 생긴 하늘열차 3호선이 전부인 대구도 낯선 대 지하철 9호선을 찾아 오른다. 국회의사당 역에 내린다. 안내방송이 확실히 대구보다 나긋나긋하다. 그나저나 처음 출발점에서 공짜로 어거지로 통과 했으니 마지막에는 문단속을 제대로 하면 개망신 당하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까짓껏 돈 나가는 일 밖에 더 있겠나 싶다. 작전을 짠다. 그녀가 그의 앞에 바짝 서고 그가 카드를 대면 바람같이 빠져나가는 작전이었다. 이런!! 그 멀리까지 공짜로 실어주고도 마지막 역시 문단속이 허술하다. 무릎에 걸리는 대문은 쓱 미니 힘없이 그냥 가라는 듯 보내준다.
흥 ! 이것도 별거 아니잖아. 참 엉성하다 싶다. 지하 세계를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왔다. 햇살이 눈부시다. 우선 사방을 살펴본다.
TV 에서만 보면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그냥 아~ 저거이 국회의사당이구나 하고 눈길 한번주고 나오는데 그 주변이 또 말로만 듣던 여의도 공원이란 걸 알게 된다.
시간을 보니 40여분의 여유가 있다. 늘 궁금했다. 크기를 견줄 때 여의도의 몇 배라고 하는 걸 수도 없이 들었던 봐 도대체 얼마나 클까 눈으로 봐야 될 것 같다. 여의도 공원으로 그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잘 가꾸어진 소나무와 정돈된 주변 경관이 좋다. 벚나무가 늘어선 길을 걸어본다. 여의도 벚꽃 길은 TV로 여러 번 봐와 꽃은 없지만 왠지 낯설지가 않다. 이제 됐다. 시간에 쫓기어 대충 언저리와 그 규모만 가늠하고 예식장으로 향한다. 예식시간이 2시 30분이다. 서울은 저녁 7시 30분까지 예식이 예약되어 있다. 서울은 밤에도 예식을 하나보다. 얄굿다.
결혼식장 축의금 내는 앞에 혼주와 인사를 나눈다. 저 혼주가 원래 저래 이쁜 사람이었던가?. 딴사람이 와 있는 듯 곱고 예쁘다. 줄긋는 솜씨가 대단하다. 그래도 신부는 보고 가야겠기에 신부대기실에 가 신부를 살펴본다. 시어머니가 영 시큰둥하더니 그 맘을 조금은 알만하다. 일행과 함께 일층 식당으로 갔다. 서울 사람들은 대구 음식을 그클 나무라더니 어디보자~~ 얼마나 서울 음식이 맛난가? 음! 잡채는 간이 맞고 부들부들하고 볶음 우동도 맛있네. 그리고 냉면도 잔치국수도 제법이다.
하긴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파 꼬르륵거리는 뱃속에 뭔들 맛이 없을까?
긴 시간 식당에서 보내고 왔던 길을 돌아온다. 역시나 공짜 지하철을 탔다. 타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고를 거듭한 후에야 KTX에 오르자 초죽음이 된다. 자리에 앉자말자 감긴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개떡 같은 경우가 있나? 맞은편에 5살 쯤 되어 보이는 가스나가 어찌나 보시락거리고 나대는지 자꾸 다리를 찬다. 짜증이 폭발직전까지 갔지만 내색도 할 수 없다. 그나마 그 가스나의 엄마가 수시로 단속하고 나무랐기 때문에 찍소리를 할 수 없다. 창에 비친 꼴을 보니 눈에 핏발이 서고 수박근처 갈까 말까 비슷하던 꼴이 늙은 호박꼴이 되었다. 전에 주흘산을 오르던 그 꼴과 흡사하다.
대구에 내려 지하철로 이동하니 왼쪽 새끼발까락이 자꾸 존재감을 들어낸다. 뭘 어쩌라는 건지. ㅠㅠ
집에 오니 밥 9시 40분 장장 12시간하고 도 2시간을 더 썼다. 여삿일이 아니다.
딸아이의 혼례를 눈앞에 두고 생각해 본다. 아!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일륜지 대사라더니 차~암 큰일이다. 큰일,,,,
첫댓글 이상하게 내 글발이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있다. 내 색깔이 희미해지고 있제?
그래도 시골 x년 서울 구경 한번 자~~ㄹ 했네.
넌 빌딩 몇층까지 봤노?
여의도였으니 63빌딩까지는 봤겠네.
요새는 돈 안 받더나?
한층에 백원.....6천 3백원. 둘이니까 1만2천 6백원 번거다.
촌년이라고 놀리나?
63빌딩은 86년인가? 그당시에 지은지 얼마안되었을때 가봤다.
그때 본 아쿠아리움. 쓰리디 영화관은 그야말로 촌년에겐 별천지의 경험이었지. 그때 불임으로 강남구 역삼동 차병원에 뻔질나게 댕겼는데 그때 서울구경 했지만 지금이야 그때 비해 상전벽해가 아니겠나.
아직 서울의 심장을 못봐서 그런지 서울 좋은줄 모르겠더라. 사람만 들끓치.
@정옥이 난 일년에 네번정도 서울 가는데 아직 63빌딩
몬가봤다.
@인디안(금화님^^) 맞나? 늘 바쁘게 다녀오느라 그렇구나. 함 가봐!요즘은 더 볼게 많겠지.
장여사 서울여행기 잘봤다 서울나들이가 엄청 피곤했나보구나 주흘산행만큼 힘들었다니~~ㅋㅋ 이제 다 회복이 되었겠지?
일욜까지 쉬니 피로가 풀리더라. 정말 디더라.
국회 의사당이마 영등포에서 엎어지마 코닿을 장소인데 영등포는 ktx가 서지 않나?
대구 부페는 서울하고 같은 음식인데 정성이 없어서 그렇다 예를 들면 따뜻하게 먹어야 되는 고기를 차게해서 어묵같이 엉겨붙게 되어서 아예 먹지 못하게 된거 이런거지 음식 메뉴야 대한민국 전체가 동일하잖아
하여간 집떠나마 개고생이고 타지에 가면 괜히
주눅드는거다
몰라. 서울역에서 내렸어. 행신인가? 뭐 그쪽 방향이 종점이더라.
옥이도 너무이쁜 수박이 되서 못알아 보면 우야지..ㅎㅎ
서울다녀 온다고 욕봤다
서울지하철이 그리 허술하더나..맨날 적자라고
죽는소리 하더니 그럴법도 하겠다..
피곤했겟지만 탱이님이랑 서울구경도하고 잘 댕겨왔네..
글발은 아직 죽지 않았으니 걱정마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공차타는 사람 천지지 싶다. 어찌그리 허술하노? 나 많은 사람 꽁차로 태워주고 나 같은 어설푼 사람도 공짜로 타고 ...
서울은 지하철로 다니니까 괜찮지 차로 왔다면 더 초죽음 이었을거다..
서울구경 잘하고 갔네...
그래. 구경 잘 했다.
설 구경 잘했네~~~내한테 전화하지 잔차로 다니면 더 빠를수있는데~~ㅋㅋㅋ
아하!!그 생각을 못했네.
요즘은 수박보다 이쁜 호박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요.
이쁜호박 줄을 찐하게 거가지고 불어오는 바람에 눈섭
휘날리며 달려간 서울이 서울이 너무커 당황했어요..
지하철이 아무리 복잡하고 세련된 아거들이 많아도
기죽을 우리 장여사가 아니고 우여곡절 끝에 집에
무사히 왔으니 그 또한 행복하지 아나한가요............
난 도대체가 아직도 궁금한게 있다.
탱이까지 낑가서 어떻게 그 작지 않은 궁뎅이가 차단봉 빠져나갔을꼬...
@큰나무(경우) 차단봉이랄것도 없두만.
손바닥 만한거 양쪽으로 휙 들길래 슥 밀었뿌이 맥없이 열어주두만..
전엔 굵직한 그야말로 차단봉이 못 지나가게 막던데.. 그래가 개구멍으로 나간적 있는데 이번엔 여엉 허술하두만. 내가 탄 4호선.9호선만 그런가???
하긴 수박은 개성이라고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