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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산하 유스 팀조차도 이들 지도자들 앞에서는 작아 보였다." 1~2월 전국대회에서 프로산하 유스 팀들을 압도하면서 우승과 상위 입상을 이끌어 낸 시계방향으로 천안제일고 박희완 감독, 중경고 최운범 감독, 영광FC 이태엽 감독, 보인고 심덕보 감독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제 아무리 팀 구색이 좋아도 배고픔과 열정 등 앞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 동계 고교축구 전국대회의 큰 화두는 바로 일반 학원팀들의 놀라운 선전이다. 본연의 컨셉들을 잘 유지하면서 프로 산하 유스팀들을 집요하게 물고 뜯는 강인함과 투지 등을 바탕으로 엇비슷한 경기력을 뽐내며 진보한 모습을 보여줬다. 객관적인 전력과 팀 스쿼드 등의 열세를 '원 팀' 정신으로 유연하게 대처한 일반 학원팀들의 기세에 프로 산하 유스팀들도 쩔쩔 매기에 급급했을 만큼 파급력도 상당했다. 이는 고교축구의 묘미를 제대로 선사하는 주 잣대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전남 광양(백운기), 경남 김해(대한축구협회장배), 경남 합천(춘계고등연맹전), 경북 김천(문체부장관기)에서 일제히 펼쳐졌던 올 시즌 동계 전국대회는 중경고(서울. 백운기), 천안제일고(충남. 협회장기), 매탄고(수원 U-18. 춘계연맹전), 제주유나이티드 U-18(문체부장관기)가 각 대회 패권을 움켜쥐며 1달이 넘는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설 연휴 전(중경고-천안제일고)-후(매탄고-제주유나이티드 U-18)로 나란히 '장군멍군'을 부른 가운데 프로 산하 유스팀들과 일반 학원팀들의 매치업 대부분 그날 경기 분위기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났을 만큼 용호상박의 혈투로 '꿀잼'을 선사했다. 최근 프로 산하 유스팀의 독무대로 인해 동계 전국대회 때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세간의 시선도 말끔하게 불식시키는 등 일반 학원팀들의 만만치 않은 저력 또한 다시금 확인했다는 평가다.
◇2010년대 중반 기점으로 가속화됐던 일반 학원팀과 프로 산하 유스팀의 빈부격차 - But, 2018년은 일반 학원팀들도 경기력과 내실 등 모두 쟁취
▲경남 김해시에서 폐막된 '제39회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천안제일고 선수단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2010년대 초반까지 엇비슷한 양상을 거듭하던 프로 산하 유스팀과 일반 학원팀 간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2010년대 중반부터다. 이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U-12, U-15, U-18로 이어지는 클럽 라이센싱 구축과도 맞닿아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 주 권장 사항이기도 한 위 조항으로 인해 각 프로 산하 유스팀들은 모기업의 자본력과 투자 등을 바탕으로 초-중학교 시절부터 우수한 자원들을 대거 끌어모았고, 연계 시스템 확립 등이라는 모토 하에 스쿼드와 팀 자체의 몸집 또한 덩달아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금전적인 부담이 적다는 메리트와 함께 매년 감소하고 있는 K리그 구단들의 예산과 구조 조정 등으로 유스팀 출신 활용 폭이 늘어나면서 학부모들과 선수들의 프로 산하 유스팀 선호도도 자연스럽게 짙어졌다. 그에 반해 일반 학원팀들은 학부모들의 월 회비 등으로 운영되는 어려움 속에 중학교 시절 가진 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선수들을 데려올 수 밖에 없는 핸디캡을 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일반 학원팀들을 향한 각 시-도 교육청들의 '마라톤 감사'와 무관심 등도 결합되면서 일반 학원팀들이 저마다 추구하는 우수 자원 확보는 일종의 언감생심과도 같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변질된 이러한 양상은 자연스럽게 결과가 말해준다. 프로 산하 유스팀과 일반 학원팀이 함께 출전하는 동계 전국대회의 경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언남고(2014 춘계연맹전), 중랑FC U-18(2015 춘계연맹전), 보인고(이상 서울. 2016 문체부장관기)를 제외하면 13개 대회에서 프로 산하 유스팀들의 정상 자리를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됐고,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과 FIFA 정책에 맞춰 유스팀 단계별 체계를 꾀한 팀들의 대공습 마저 시작되면서 일반 학원팀들의 유스팀 상대 승리는 어찌보면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었다. 매치업 때마다 매번 보따리를 싸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오죽하면 일반 학원 및 클럽팀 감독들이 동계 전국대회 때는 8강에만 들어도 분투했다는 웃픈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뿐만 아니다. 토너먼트 대회 입상 실적이 대학 진학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학원 스포츠 풍토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 대부분이 해당 구단으로부터 우선지명을 받고 기량 연마를 위해 대학 진학을 차선책으로 택하는 가운데 팀 프리미엄과 성과 등을 토대로 입학에서 큰 메리트를 안는다. 이에 일반 학원팀 선수들의 대학 진학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감과 압박감 등은 나날이 커지고 있고, 프로 산하 유스팀의 '머니 파워'는 일반 학원팀들로부터 '공공의 적'이라는 수식어가 만연하게 떠도는 주 요인이 되기에 이으렀다.
그러나 2018년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지속적으로 프로 산하 유스팀들과 엇비슷한 양상을 보인 일부 명문팀들 뿐만 아니라 최근 프로 산하 유스팀들에 기를 펴지 못했던 일부 팀들 역시 지난날들의 악순환을 조금이나마 끊어냈다. 오히려 심리적인 중압감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치업 때마다 집요하게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투지와 강한 정신력, 질 높은 경기력 등을 바탕으로 프로 산하 유스팀들의 간담을 제대로 서늘케했다. 특히 스쿼드와 팀 전력 등의 열세에도 본연의 컨셉을 유지하려는 일념은 단연 돋보였다. 무조건적으로 선수비-후역습을 꺼내드는 극단성이 아닌 적극적인 공간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 등을 바탕으로 한치의 물러섬을 보이지 않았고, 선수들의 초인적인 활동량과 엄청난 에너지 등을 앞세운 '원 팀' 정신으로 프로 산하 유스팀들을 잡아보려는 일념 마저 그라운드에 제대로 내포됐다. 대부분 팀들마다 각자 가진 컨셉은 다르지만, 본연의 컨셉을 유지하면서 경기의 질을 덩달아 끌어올리는 등 많은 이들의 심장도 두근두근 거리게 만들었다. 일부 학원팀들의 경우 원하는 승리를 쟁취하지는 못했음에도 '팀 SPIRIT'와 남다른 내공 등으로 프로 산하 유스팀들과 대등한 승부를 이어가며 마냥 유스팀의 '먹잇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줬다.
프로 산하 유스팀과 일반 학원팀 간의 매치업 통계도 한 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조별리그 때는 강-약팀의 격차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탓에 프로 산하 유스팀들이 일반 학원팀들을 압살하는 사례가 빈번했지만, 한 번 물거품되는 토너먼트에 들어서는 이러한 양상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올 시즌 4개 대회 모두 조별리그에서는 프로 산하 유스팀들이 33승8무4패로 극강의 우위를 자랑던 수치가 토너먼트부터는 대폭 줄어든 것. 일반 학원팀들의 맹렬한 저항과 투지 등에 기존 프로 산하 유스팀들의 낙오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매 경기 오리무중의 향방이 계속 이어졌고, 결선 토너먼트에서 2014년 6승21패(.222), 2015년 8승21패(.276), 2016년 10승19패(.345), 2017년 6승21패(.222)를 기록하던 수치가 올 시즌은 13승23패(.361)로 껑충 뛰었다. 이는 일반 학원팀들이 프로 산하 유스팀을 상대로 최근 5년을 통틀어 가장 좋은 결과물을 양산해내는 주 밑천이었다. 물론, 조별리그까지 포함했을 때의 수치상 열세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나 전체적인 결선 매치업에서의 승률이 4할대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자체만으로도 일반 학원팀들의 경기력이 프로 산하 유스팀을 상대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질 높은 경기력에 내실이 더해지는 것은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중경고(서울)가 광양 백운기 대회 조별리그에서 강릉제일고(강원FC U-18. 2-0 승), 광양제철고(전남 U-18. 0-0 무)를 제치고 조 선두로 16강에 직행한 기세를 몰아 2014년 금강대기 대회 이후 4년만에 토너먼트 대회 챔피언에 올랐고, 최근 각 종 대회때마다 '2인자' 신세를 면치 못했던 천안제일고(충남) 역시 협회장배 대회 결승에서 대건고(인천 U-18)를 제치고 1983년 팀 재창단 이래 첫 토너먼트 대회 정상에 오르며 갈증을 해소했다. 중경고와 천안제일고의 챔피언 등극은 기존 일반 학원팀들에게도 좋은 동기부여였다. 전통의 강호인 한양공고(서울)는 백운기 대회에서 16강 광양제철고, 8강 풍생고(성남FC U-18. 이상 3-0 승), 준결승 전주영생고(전북 U-18. 1-0 승)에 내리 '자이언트 킬링'을 써내리며 준우승 달성의 초석을 멋지게 닦았고, '구덕골 붉은 사자' 부경고(부산)도 협회장배 대회 8강에서 현대고(울산 U-18)에 2-1 역전승을 거두는 등 남다른 경쟁력을 과시했다. 문체부장관배 대회 준우승팀인 보인고는 16강 포철고(포항 U-18. 2-1 승), 준결승 오산고(FC서울 U-18. 3-2 승)를 접전 끝에 돌려세웠고, 초지고 역시 8강에서 용운고(상주 상무 U-18)에 1-0 승리를 낚는 등 토너먼트 대회의 '숨은 강자'로서 어필을 확실하게 했다.
입상 팀들의 분포도 지켜보면 흥미롭다. 거대한 시장과 '파이' 등이 바탕이 된 수도 서울에서는 중경고(백운기 우승), 한양공고(백운기 준우승), 보인고(문체부장관기 준우승), 언남고(춘계연맹전 3위) 팀 4팀이 상위 입상을 달성하며 여전한 강세를 나타냈고,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기도에서는 초지고가 문체부장관배 3위로 지난 시즌 부산MBC배-청룡기 3위에 이어 2년 연속 상위 입상을 달성하며 본전을 건졌다. 지난 시즌 극도의 부진을 보이던 부경고 역시 올 시즌 안선진 감독의 복귀와 함께 협회장배 3위를 이뤄내며 '구도(球都)' 부산의 자존심을 지켰다. 무엇보다 농어촌 및 중-소도시 팀들의 성과가 눈에 띈다. 베테랑 이태엽 감독 체재로 지난해 2월 창단된 영광FC U-18은 삼일공고(경기)와 장훈고(서울) 등 기존 명문팀들을 제치고 창단 1년만에 토너먼트 대회 상위 입상을 이끌어냈고, 농어촌 축구 대표 주자인 신평고(충남)도 춘계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톡톡히 선사했다. 신흥 강자인 천안제일고는 협회장배 우승과 함께 2015년 추계연맹전 준우승 이후 4년 연속 토너먼트 대회 입상을 이어갔고, 제천제일고(충북) 또한 춘계연맹전 3위로 2016년 춘계연맹전-무학기 3위 이후 2년만에 상위 입상을 달성하며 상승 무드를 이어갔다.
◇일반 학원팀 코칭스태프들의 지속적인 피드백+선수들의 하고자하는 의욕과 정신력 -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과 견줘도 전혀 밀리지 않는 결과물 양산
▲전남 광양시에서 폐막된 제20회 백운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중경고 선수단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짜여진 틀이 견고한 프로와 달리 졸업과 입학이 반복되는 학원 스포츠의 특성을 고려할 때 프로 산하 유스팀들과의 매치업 승리는 선수단 전체에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좋은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이는 코칭스태프들에게도 강하게 내재되는 부분이다. 이번 동계 전국대회 기간에도 프로 산하 유스팀을 상대로 필승을 외치는 일반 학원팀들 코칭스태프들의 지속적인 피드백은 단연 눈에 띄었다. 종전 매치업 때 드러난 문제점을 토대로 종전 매치업 영상과 상대 영상 등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은 물론, 일선 코칭스태프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기반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부분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에 매 대회마다 해당 경기 직후 코칭스태프 자체적으로 상대 패턴과 특색 파악 등을 위해 동분서주했을 정도다. 실제로 코칭스태프들 대부분 프로 산하 유스팀들과의 매치업 전날 때마다 승리를 위한 최상의 레퍼토리 장만 등이라는 모토 하에 밤을 지새우는 날이 허다했을 정도다. 이와 더불어 동계훈련 기간 대학팀들과 꾸준한 연습경기와 팀 자체 훈련 등으로 쌓인 면역력을 바탕으로 선수단에 유스팀에 대한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역할 등도 마다하지 않는 등 동기부여 역시 충분하게 만들어놨다는 평가다.
코칭스태프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피드백 등은 그라운드 안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단순하게 지키는 쪽에 국한되면 자칫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방부터 압박을 강하게 구사하면서 빠른 빌드업과 측면 전환 등으로 페이스를 침착하게 유지했고, 리저브 자원들을 적절하게 투입하면서 경기 '패'를 바꿔놓는 파트 등도 소홀하지 않으면서 맞불작전을 폈다. 본래 팀 스쿼드 구성과 특색 등에 맞게 변칙적인 전략을 가져가되 일정 시간이 소요된 이후에는 본연의 특색 유지 등의 '정공법'도 함께하며 상대 타이밍을 절묘하게 뺏었다. 하프라인까지 깊게 내려서는 극단적인 수비 패턴이 아닌 다양한 패턴 구사 등을 통해 벤치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팀 스쿼드와 선수 개개인의 이름값 등은 프로 산하 유스팀에 열세에 있음에도 이를 유연한 대처로 커버하는 일반 학원팀 코칭스태프들의 기막힌 용병술은 프로 산하 유스팀 역시 당혹감을 금치 못하기에 이르렀다. 프로 산하 유스팀을 맞아 그라운드 안에서 불굴의 투지와 정신력 등을 보여준 선수들 못지 않게 코칭스태프들의 프로 산하 유스팀 공략법이 꾸준하게 진보하고 발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학교 무대까지는 개인 기량에 의해 가치를 평가받았다면, 고교무대는 성인 무대로 향하는 중요 기착지에 놓인 만큼 팀과의 융화, 정신력 등이 가치 평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와 함께 중학교 시절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일반 학원팀 선수들의 열정과 정신력 등은 경쟁력 제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일반 학원팀 선수들 대부분이 중학교 시절까지는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면이 있었지만, 일반 학원팀 진학 후 남다른 열정과 꾸준한 경기 출전 등을 바탕으로 팀과 개개인의 성공적인 공생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번 동계 전국대회에서도 이러한 양상은 변하지 않았다. 각자 가지고 있는 특색을 팀 색채에 절묘하게 혼합시키는 것은 물론, 저학년때부터 꾸준하게 숙성시킨 경험과 내공 등을 바탕으로 고학년 진급 후 한층 완숙미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저마다 팀에 대한 충성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책임의식 등도 함께 가미되면서 팀의 무게감 또한 높여줬다.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 틈 바구니 속에서도 당당히 각자 경쟁력을 증명하는 결과도 함께 했다. 널뛰기 식의 성장 곡선을 자랑하는 연령대에 이름값이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것 또한 증명됐다.
이와 같이 일반 학원팀 선수들의 이러한 특성은 대학 감독들에게도 절로 미소가 번질 수 밖에 없다. 매년 우수한 자원들의 조기 취업으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일반 학원팀 선수들의 만만치 않은 기량과 팀에 대한 애정, 희생정신 등은 자연스럽게 추후 구상에 탄력을 이끌어준다. 이는 일반 학원팀 선수들의 마인드를 놓고 보면 확인할 수 있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보하려는 자세는 널뛰기 식의 성장 곡선에도 꾸준한 기량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고, 정신적인 부분과 팀에 대한 희생 등도 강하게 무장되며 대학 감독들에 군침을 절로 흘리게 하고 있다. 튀지 않고 팀과의 성공적인 융화를 통해 가치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리고 있고, 이는 팀에 대한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가치 향상 등을 중시하는 대학팀들의 문화와도 절묘하게 부합한다. 중학교 시절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프로 산하 유스팀에 향한 일부 선수들이 고교시절과 대학 진학 등 이후 안일함과 매너리즘 등에 사로잡히면서 본래 특색을 잃어가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바이다. 이와 같이 일반 학원팀 선수들의 지속적인 활약상은 대학 감독들 입장에서는 '뜨거운 감자'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 '지(知) 유스파' 출신의 일반 학원팀 선수들의 존재도 기존 선수들에 또다른 동기부여다. 중학교 졸업과 고교 재학 도중 유스팀 자체 구조조정과 제한된 정원 등을 통해 일반 학원팀에 오면서 내재된 아픔과 시련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름대로 재기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다. 가치 향상이라는 일념 아래 그라운드 안에서 연일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면서 새로운 터전에 잘 스며들고 있고, 하고자하는 의욕과 정신력 등도 더욱 강하게 무장됐다. 일반 학원팀들이 프로 산하 유스팀들과 매치업을 벌일 때 '지 유스파' 선수들의 존재는 코칭스태프의 분석 못지 않은 파급력을 발휘한다. 중학교 졸업 후 대부분 연계 학교로 진학한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의 특성과 버릇, 팀 성향 등을 보란듯이 꿰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선수들끼리 꾸준한 토론과 회의 등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숨은 첩보원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일반 학원팀들이 이번 동계 전국대회에서 프로 산하 유스팀들에 경쟁력을 뽐낼 수 있었던 숨은 요인이 '지 유스파' 출신 선수들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선수들 간 커뮤니케이션과 결속력 등 강화에도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총동문회와 지자체 등의 협조와 성원 등도 일반 학원팀들에 '날개' - 전반기 왕중왕전과 전국체전도 대혈투 예고
▲"지자체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일반클럽팀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전남 광양시에서 폐막된 제20회 백운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 4강 입상에 빛나는 명품활약을 펼쳐낸 창단 1주년의 햇병아리팀 영광FC 선수단의 모습 ⓒ 사진 김 병 용
공격적인 투자는 곧 최상의 성과물을 도출하는 지름길이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 등을 등에 업은 프로 산하 유스팀과 달리 일반 학원팀들의 투자 주체는 바로 총동문회와 학부모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의 온도 차는 다소 존재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존 명문팀들의 경우 축구 OB 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 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동문들이 모교 축구부 선수들에 용품과 숙식비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며 선수들의 사기를 드높이고 있고, 학부모들의 금전적인 부담까지 덜어주며 든든한 '서포터즈'를 자처하고 있다. 바쁜 생업과 일상 등을 쪼개서 먼 지방까지 내려와 축구부 선수들에 많은 응원을 보내주며 학창시절의 향수를 조금이나마 느껴가고 있고, 선수들의 영양 섭취를 위해 회식도 종종 열어줄 만큼 모교에 대한 남다른 애교심도 함께하고 있다. 위 팀들 대부분이 곳곳에 퍼져있는 동문들의 숫자가 엄청나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이러한 총동문회의 공격적인 투자는 기존 명문팀들이 프로 산하 유스팀들이 득실거리는 와중에도 생명줄을 이어가는 좋은 매개체가 되고 있다. 학부모들 역시도 경제적인 부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축구부 발전에 힘써주며 '감초' 노릇을 다하고 있다. 해당 자녀들 뿐만 아니라 팀 전체를 위해 일심동체되며 팀 결속력 강화를 이끌어주고 있고, 구성원들과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원활한 팀 운영에도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기존 명문팀들 뿐만 아니라 일부 팀들의 투자도 나름 짭짤한 모습이다. 학부모와 해당 학교 교직원 등을 축으로 축구부에 많은 관심과 지원 등을 마다하지 않고 있고, 선수들의 안락한 환경 조성 등에도 발벗고 나서면서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부 학교의 경우는 축구부 선수들을 학교의 무기라고 칭할 만큼 사회적으로 실종된 사제의 '정(情)'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고, 선수들의 학업과 훈련 등에도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동기부여를 촉진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일반 교직원들과 축구부의 동행은 축구부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고, 평소 운동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일부 교직원들 역시 매 대회 때마다 축구부의 결과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 등으로 숨은 '서포터즈'의 면모도 가미하고 있다. 지자체와의 협조가 필수적인 클럽팀들 역시도 공격적인 투자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학원팀들과 달리 방과 후 운동장까지 이동해야 하는 특수성이 존재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선수들의 훈련 여건 확보와 용품 지원, 숙식비 등의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내실을 더해가고 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성원 등에 훈련비에 대한 부담감도 자연스럽게 덜어질 만큼 초창기 난관을 뚫고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주 밑천이 됐다.
이처럼 일반 학원팀들의 짭짤한 투자는 경제적인 부담 속에서도 일반 학원팀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숙식이 이뤄지는 프로 산하 유스팀들과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뽐내는데 엄청난 플러스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러한 부분은 그라운드에서도 보란듯이 증명됐다. 심신의 안정감과 안락한 환경 등을 바탕으로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치를 마음껏 쏟아냈고, 매 경기 하고자하는 의욕과 정신력 등을 잘 구현하며 지원군들에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선수들의 남다른 열정과 투혼 등에 학부모, 교직원, 지자체 관계자 등의 입가에는 '함박웃음'만 절로 피어나왔을 정도다. 이처럼 프로 산하 유스팀의 뛰어난 개인 기량을 팀워크와 정신력 등으로 맞대응한 일반 학원팀 선수들에게 학부모와 교직원, 지자체 관계자 등의 열띈 응원과 성원은 상승 기류에 소금을 팍팍 뿌려줬다. 교직원과 학부모, 지자체 관계자 등의 서포팅은 단순한 금액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해줬고, 이번 동계 전국대회 기간 일반 학원팀들의 상승 기류에도 소금을 맛깔나게 뿌려줬다는데 이견을 다는 이도 아무도 없을 정도다.
용호상박의 혈투로 '꿀잼'을 선사했던 지난날들의 여운을 뒤로 하고 프로 산하 유스팀과 일반 학원팀들이 다시 한 번 정면승부를 펼칠 무대는 오는 6월 전반기 왕중왕전과 10월 전북 익산에서 펼쳐지는 제99회 전국체전이다. 일반 학원팀들이 만만치 않은 경기력으로 프로 산하 유스팀의 야성에 당당하게 어필한 가운데 오히려 이 때부터가 진짜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번 동계 전국대회 기간 상위 입상을 이끌어낸 팀들 외에 입상 문턱에서 고개를 떨군 팀들 역시 전반기 리그와 자체 연습경기 등을 통해 반전의 칼날을 겨루고 있고, 동계훈련 기간 미흡했던 팀워크와 전술적인 움직임 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여력들도 아직 충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기존 토너먼트 대회와 달리 전반기 왕중왕전과 전국체전 모두 한 번 패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되는 특수성을 안고 있지만, 저마다 가지고 있는 능력치와 팀 전력 등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프로 산하 유스팀과 일반 학원팀 간의 자존심 싸움을 더욱 점화시킨다. 프로 산하 유스팀과 일반 학원팀 선수, 코칭스태프 모두 이러한 부분에 역점을 두면서 남은 레이스 준비에 열을 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수들의 진학이라는 동기부여 또한 강하게 확립되는 만큼 추후 행보에 자연스럽게 촉각이 곤두세워진다.
그와 더불어 제99회 전국체전 출전권이라는 열망도 프로 산하 유스팀과 일반 학원팀들에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전국체전 출전 방식의 개편이다. 기존에는 학교 소속으로 등록된 팀만 출전이 가능했다면 올 시즌부터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클럽팀들의 전국체전 출전을 허용하도록 제도가 개편된 것. 타 대회와 달리 해당 시-도 교육청과 체육회, 가맹단체 등에서도 가장 비중있게 생각하는 무대로 칭송받는 만큼 남다른 상징성을 자랑한다. 실제로 전국체전 결과에 따라 운동부에 대한 투자가 요동친다는 것이 괜히 허풍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클럽팀들의 경우 전국체전 출전 자체가 클럽의 이미지와 인지도 등을 향상시키는데 좋은 수단으로 불리기에 손색없고, 기존 일반 학원팀들 역시 전국체전 출전 자체가 시-도 체육 발전에 일조할 수 있는 주 모토가 된다. 각 시-도마다 전국체전 선발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시도별 선발전과 전반기 왕중왕전 등을 통해 전국체전 출전권이 부여되는 만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올 시즌부터 클럽팀들의 전국체전 출전이 가능해진 이상 프로 산하 유스팀과 일반 학원팀 모두 전국체전 시-도 대표라는 타이틀을 향한 신경전도 불을 뿜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