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권에 든다는 예보
- 한영미
비가 쏟아붓고 지나가면 내게도 수위가 생겨난다 젖은 풍경이 먼 곳
에서 다가와 한 뼘가량 높아진 생각을 보여준다 잊혀간다는 건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다는 듯
예고도 없이 지인이 문병을 왔다 영향권에 든다는 예보처럼, 시내에 볼
일이 있어서… 말끝이 가랑비로 흐려졌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캔 커
피와 생수병을 쥔 채 나눈 말이 고르지 못한 날씨 얘기가 고작이다 한 시
간 남짓이다 몇 시간 걸려 와서
스며드는 것들에는 설명이 있지 않다 태도가 본심의 얼룩이라면 불쑥 나
타나는 게 마음이다 비가 오는 날은 나이도 마찰 지수가 떨어져 시간도 느
려진다
근접해 있어도 내게 없는 사람들이 있다 멀리 있어도 나와 함께 살아가
는 사람들이 있다 시선이 놓지 못하는 것, 일기 불순은 언제나 거기서부
터 비롯된다
어느 날은 옷깃만 적시다 가기도 하고, 어느 날은 전신을 흠뻑 적시고도
모자라 나를 흘러넘치기도 한다 비 다녀간 처마 끝, 마지막까지 맺혔다 떨
어지는 빗방울 심정이 되어보기도 한다
지하철 입구에서 손을 한 번 흔든 지인은, 한 눈금씩 낮아지다 보이지 않
는다 비는 그쳤지만 절벅거리는 발소리가 내 안을 오래 거닐고 있다
ㅡ월간 『모던포엠』(2022,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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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부터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면서 고독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실제로는 여럿이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인정받기를 더 즐깁니다
그러다보니 주위 환경 영향을 받아 언행도 달라지며 둘러치는 보호막도 위장술도 변합니다
인삼엑스포 기간 중에 전시장을 찾는 분들을 가만히 살려볼 때,
도자기에 관심이 쏠릴 뿐, 시화에 관심를 보이는 관람객은 아주 드물었습니다
그것조차도 열에 일여덟은 눈길도 주지 않았고, 두세 분만 들어오셔서 쭈욱 훑고 가십니다
가뭄에 콩 나듯 사진에 담아가시는 분도 계셨지만, 그 영향이 얼마나 갈지 궁금해졌지요
어제 페막을 앞두고 일찌감치 회원들이 직접 작품을 가져간 빈 자리를
남은 도자기를 자리 옮겨 분위기를 바꿔보았는데요
채운 자리는 표가 덜 나도 빈 자리는 단번에 알겠더라구요^*^
페막식에 맞추어 바람도 드세지고 빗방울도 떨어지는 바람에 저도 일찌감치 빠져나왔네요
그래도 앞으로 얼마 동안은 전시장 운영 분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