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가 4개월 넘는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습니다. 8일 목동(두산-넥센) KIA-삼성(대구) SK-한화(대전) 롯데-NC(마산)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오는 23일까지 16일간의 시범경기를 치릅니다.
정규시즌은 시범경기가 끝난 후 5일 휴식을 취한 다음 29일부터 대장정에 들어갑니다. 올해는 3년 연속 통합챔피언에 오른 삼성의 전력 감소요인이 큰데다 그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다른 팀들의 전력 강화가 두드러져 매우 흥미진진할 전망입니다.
이런 기대 심리 때문인지 시범경기가 개막한 8일엔 3만8500명, 9일엔 2만8800명이 넘은 관중이 몰렸습니다. 시범경기는 무료입장이고 티켓을 발매하지 않아 이는 비공식적인 기록입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올해 프로야구 흥행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정규시즌은 시범경기가 끝난 후 5일 휴식을 취한 다음 29일부터 대장정에 들어갑니다. 올해는 3년 연속 통합챔피언에 오른 삼성의 전력 감소요인이 큰데다 그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다른 팀들의 전력 강화가 두드러져 매우 흥미진진할 전망입니다.
이런 기대 심리 때문인지 시범경기가 개막한 8일엔 3만8500명, 9일엔 2만8800명이 넘은 관중이 몰렸습니다. 시범경기는 무료입장이고 티켓을 발매하지 않아 이는 비공식적인 기록입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올해 프로야구 흥행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 9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에 많은 관중들이 몰려들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오종찬 기자
비공식 관중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시범경기 개막 최다관중을 기록했던 2012년 정규시즌 총 관중 수는 715만6157명이었습니다. 지난해엔 644만1855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이승엽·박찬호·김병현·김태균 등 해외에서 활약하던 정상급 스타선수들이 대거 국내 무대에 복귀한 ‘특수’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엔 새해 초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맛봤고, 4월 날씨가 겨울 뺨칠 만큼 추워 관중의 발걸음이 뚝 끊겼습니다. 올해 다시 700만 복귀를 내심 바라는 국내프로야구로선 시범경기 구름관중이 분명히 반가운 소식일 겁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하지만 이처럼 팬들이 프로야구 개막을 갈망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9개 구단이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을 만큼 전력이 평준화됐습니다. 3년 연속 통합챔피언에 오른 삼성의 핵심 선수가 빠져나간데다, FA 계약으로 정상급 선수들의 팀 이동이 심했습니다.
또 하나는 외국인 타자들의 대거 가세입니다. 단순한 양(量)뿐 아니라 질(質)적으로 분명히 예년 국내 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의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아홉명의 수준급 타자들의 활약을 하루라도 빨리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팬들의 발걸음을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팬들의 발걸음을 이끈 게 아닐까요?
수준부터 다른 외인 타자들
타이론 우즈(전 두산), 펠릭스 호세·카림 가르시아(전 롯데),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 한국 프로야구를 휘저었던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들의 계보입니다. 올해 각 팀이 영입한 외국인 타자 중에는 이름값에서 이들을 뛰어넘는 ‘풀타임 메이저리거’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SK가 공을 들였던 루크 스캇(36)은 메이저리그 통산 889경기에서 135홈런을 때렸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멕시코 대표로 나와 한국전을 뛰었던 호르헤 칸투(32)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국내 그라운드를 누빕니다. 초반 장타가 나오지 않아 구단 관계자들이 마음을 졸였지만 지난달 말 일본 팀과의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신고하자 한숨을 돌렸다고 합니다. 한화 펠릭스 피에(29), KIA 브렛 필(30)도 지난해 빅리그에서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 올 시즌 프로야구는 용병 타자가 가세하면서 볼거리가 늘었다.
이들 중 국내 팬들에게 가장 먼저 대포를 선사한 선수는 롯데의 루이스 히메네스(32)입니다. 192㎝·127㎏의 거구로 올해 국내 리그에 뛰는 타자 중 최중량을 뽐내는 히메네스는 베네수엘라 출신입니다. 1999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입단했고, 2013년에는 트리플 A팀에서 99경기 타율 0.285, 18홈런 73타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는 9일 NC 다이노스의 투수 최금강의 시속 128㎞의 몸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가볍게 넘겨버렸습니다. 맞는 순간 공에 묵직한 체중이 실려 곧바로 홈런을 직감할 정도로 잘 때린 타구였습니다.
다른 타자들의 활약은 아직 미미한 편입니다. 국내 투수들의 스타일에 적응하기엔 스프링캠프에서 보낸 2개월 반 정도 되는 시간이 아직 부족합니다.
물론 이들이 100% 성공한다고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동안 많은 선수가 이름값만 믿고 타석에 섰다가 미국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인 국내 투수의 공을 때려내지 못하고 짐보따리를 쌌습니다. ‘용병’이란 특수성 때문에 구단들도 마냥 이들의 적응을 기다려주지 못합니다. 아직 출발선상에 서기도 전입니다. 히메네스의 홈런이 ‘반짝’일지, 아니면 대폭발의 전조일지도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시범경기 관전포인트는?
전문가들은 올해 판도에 대해 선뜻 평가를 하기를 주저합니다. 그만큼 전력이 엇비슷해졌습니다. 최강으로 군림했던 삼성은 부동의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이 일본 한신 타이거스에 진출했습니다. 톱타자 배영섭도 경찰청에 입대했습니다.
삼성이 과연 사라진 퍼즐 조각을 어떻게 메울 것일까요? 현재 시카고 컵스의 스프링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임창용이 한때 삼성에 복귀한다는 설이 나온 것도 이런 삼성의 고민과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하고도 김진욱 감독이 퇴진한 두산 선수들은 새로 부임한 재일교포 출신 송일수 감독의 새로운 리더십을 어떻게 실전에 표출해 낼까요.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임재철, 김선우 등이 빠진 빈자리는 누가 메울 수 있을까요.
- 올 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 최고‘깜짝 스타’로 떠오른 넥센 강지광이 14일 SK와의 목동 홈경기를 앞두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년까지 1군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올 시즌 여섯 번의 시범경기에서 홈런 3개를 날렸다. 허영한 기자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불방망이를 괴사한 넥센도 타력만큼은 어느 구단에 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넥센 역시 선발급 투수들의 무게감이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는 게 문제입니다.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탈락한 롯데는 올해는 전문가들 사이에 4강이 무난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시범경기 두 경기 출발은 좋습니다. 병역의무를 마친 장원준이 좌완 에이스의 건재를 알렸습니다. 베테랑 조성환과 장성호도 마지막 명예회복을 벼르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강민호의 백업인 장성우 역시 날카로운 방망이를 뽐내고 있습니다.
SK는 김광현이 완전한 부활 조짐을 보이는 게 반갑습니다. 3년 동안 부상에 신음했던 김광현은 전지훈련에서 쾌투를 이어갔습니다. 표정도 밝아진 모습이 자신도 재기를 확신하는 듯합니다. 지난해 KIA와 한화를 제치고 7위에 오른 NC는 이종욱, 손시헌, 박명환 등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 젊은 후배들을 데리고 올해는 목표를 세웠을 지가 궁금합니다. 전문가 중에는 벌써 NC를 4강 후보로 지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는 KIA의 재기 노력 또한 주목해야 합니다. 마무리훈련부터 진두지휘해온 선동열 감독부터 그동안 밖에서 지켜보는 스타일에서 그라운드에서 직접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는 스타일로 변신했다고 합니다. 한화는 거액을 들여 정근우, 이용규를 FA로 영입했습니다. 투자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9개 팀 사연이 이처럼 제각각인 만큼 팬들에겐 볼거리가 많은 셈입니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범경기입니다. 정규시즌에 앞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성격이 짙습니다. 이미 실력이 검증된 기존 선수보다는 명함을 갓 내민 신인선수들에게 출장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롭게 국내 무대에 선을 보이게 된 외국인 선수들도 정규시즌에 앞서 시범경기를 통해 낯선 한국 야구 스타일에 경험합니다.
1983년부터 시작된 시범경기는 지난해까지 31시즌을 치렀습니다. 그 중 시범경기 1위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정상에 등극한 경우는 7차례에 불과합니다. 확률이 21.9%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9승2패의 압도적 성적을 올린 KIA가 정작 정규시즌에선 주전들의 부상에 시달리면서 9개 팀 중 8위에 머물렀고, 2006년 시범경기 1위 팀 LG도 정작 정규시즌에선 8위로 최하위로 곤두박질 친 것을 비롯해 시범경기 1위가 정규시즌 최하위 수모를 맛본 것도 다섯 차례나 됩니다. 2006년 LG와 함께 1997년 롯데, 1986년 빙그레, 1985년 청보, 1984년 삼미가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주인공들입니다.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과 비례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각팀이 전력을 풀가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벌이기 때문입니다. 각 팀에게 시범경기는 정규시즌에 앞선 몸 풀기 자리입니다. 이미 실력이 검증된 베테랑 선수들은 시즌에 대비해 몸이 어느 정도 올라왔는가를 확인하는 무대입니다.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기존의 주무기를 점검하고, 비시즌 동안 갈고닦았던 신무기들의 구위를 시험해봅니다. 타자 역시 스프링캠프에서 갈고 닦은 스윙을 점검하고, 스윙 스피드가 최고 컨디션일 때와 비교해 얼마나 올라왔는지를 확인합니다.
오히려 시범경기는 주전급 선수들보다는 신인급선수들과 백업멤버들에게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습니다. 정규시즌보다 많은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시범경기 맹활약으로 코치진에게 눈도장을 찍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주전선수가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했을 경우, 대체 선수가 필요한 데 그 자리는 시범경기에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반짝 활약을 펼치다 사라진 선수가 의외로 많습니다. KIA의 신종길 선수도 시범경기에서 펄펄 날다가 정규시즌만 되면 움츠리는 ‘반짝스타’생활을 오래 하다 지난해부터 그 트라우마를 떨쳐냈습니다.
팬들 여러분께선 이런 올 시즌 관전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정규시즌에 앞서 시범경기를, 승패에 연연해 하지 마시고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