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마어마한 수식어들을 거느린(?) 드라마가 바로 MBC <전원일기>다. 1980년에 시작해 2002년 막을 내릴 때까지 무려 22년이나 방영된 <전원일기>는 ‘양촌리’라는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우리네 농촌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들이 매회 펼쳐지고, 배우들도 영락없는 농업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특히 헐렁한 셔츠와 바지를 입고 등장하는 김 회장(최불암 분)은 오늘날 전형적인 촌부의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또 쪽머리에 긴 치마를 입고 나왔던 김 회장의 아내(김혜자 분)와 편한 일바지 차림의 다른 여성 출연자들도 여성농업인들의 모습을 실감 나게 재현했다.
<전원일기>와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농촌드라마는 KBS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다. 이 드라마 역시 농촌주민들의 꿈과 애환을 그렸다. <전원일기>가 전통적인 농촌을 배경으로 삼았던 데 반해,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는 산업화 바람이 부는 반농반도 마을이 배경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 드라마 모두 소재 고갈과 시청률 저하 등을 이유로 폐지되고 말았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가 막을 내린 이후, 한층 현실감 있게 농촌을 묘사한 드라마가 등장했다. KBS <산너머 남촌에는>이다. 마을 토박이 농업인뿐 아니라 결혼이민여성과 귀농인 등 농촌 현실을 반영한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즌2의 주인공인 ‘영희(우희진 역)’는 농사일로 바쁜 농촌 아줌마이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딸아이 교육에 열을 올리는 신세대 주부의 면모도 보여준다.
2014년 10월부터 방영된 20부작 드라마 SBS <모던파머>는 이전의 농촌드라마와는 확연히 다르다. 돈을 벌려고 ‘반짝 귀농’한 청년 4인방의 좌충우돌 귀농기다. 젊은 여성이 마을의 이장이라는 설정도 파격적이다.
2014년에는 또 다른 유형의 농촌드라마 tvN <황금거탑>이 있었다. 1억원의 영농 대출을 받기 위해 위장 귀농한 주인공과 마을 주민들이 어우러지는 이야기다.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보다는 특이한 성격의 농업인들이 보여주는 ‘병맛(말이 안 되고 형편없어 보이지만 재밌다는 의미의 인터넷 유행어)’ 웃음으로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았다.
올해 5월에 시작해 8부작으로 마무리된 KBS <오!할매>는 노인들만 남게 된 농촌의 현실을 담았다. 홀로 된 5명의 할머니가 그룹홈에 모여 살게 되는데, 그곳에 누군가 버려두고 간 아기를 할머니들이 함께 돌보는 동시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오!할매> 이후 농촌드라마는 TV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농촌드라마는 간접광고 등 소위 ‘돈 되는 요소’와 결부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농촌드라마만큼 농업인의 현실을 잘 대변하는 동시에 한국 고유의 정서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은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농촌드라마 제작에 정부나 방송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