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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1
오전 8시 호텔에서 나와 사파리를 준비했다. 지프를 타고 2시간을 갔을까? 초원이 끝없이 펼져졌다.
사파리를 동행할 친구들.. 앨렌하고 일본인 친구 케이지를 만났다.
케이지.. 나에게 너무 친절했다. 가까운 이웃나라...그러나 멀게 느껴지는 나라..일본...
그래도 앨렌보다 더 많은 공통 관심사가 있어 쉽게 친해졌다.
한류가 있기는 했던 모양이다. 욘사마 행님과, 최지우...올드보이, 괴물, JSA 등등...
모르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없는것 같았다. 나 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것 같았다.
그리고 드레곤볼과 슬램덩크, 원피스 등등 만화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ㅎㅎ
특히 축구 스타 나카타와 박지성...이승엽으로 대충 30분은 이야기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앨렌은 도통 뭔말인지 모르는듯 했다.
낙타를 처음 보는 순간...동물원 낙타보다 더 큰것 같았다.
어찌나 귀엽게 생겼던지...웃음이 나왔다. 등자에 올라타고 낙타가 무릎을 필때 앞으로 넘어질듯 몸이 기운다.
그리고 다시 앞발을 세우면 대략 2m가 훨씬 넘는 높이로 올라 간다.
낙타를 타고 초원 위를 걸었다.
저 위에 보이는 녀석이 케이지다.
그리고 나의 낙타 이름은 봉춘이...
인도식 이름도 있었는데..내가 그냥 봉춘이로 불렀다.
낙타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작은 마을에 들렸다.
전형적인 인도 시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물에서 물을 길러 머리에 이고 가는 모습이 낮설지 않게 느껴졌다.
다시 낙타를 타고 3시간을 넘게 걸었다. 드디어 초원이 아닌 모래 구릉지대가 나왔다.
그래도 아직은 풀들이 듬성듬성 있다. 조금만 더 가면 사막이 나올것 같다.
낙타 몰이꾼(카멜맨)이 점심을 먹고 가잔다. 나는 도시락을 주는줄 알았다.
헉...음식을 만든다. 모래를 살짝 파더니 돌 세 개를 가져다 화로를 만들고 불을 지핀다.
음...불은 아주 현대적인 라이터로 붙인다.
사막에서 나오는 그냥 작은 덤불과 바싹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다 불을 지폈다.
그리고 이내 짜이를 끓여 준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마시는 짜이라...진짜 뜨겁다. -.-;
그리고는 짜파띠와 멕스 베지터블?을 만들었다. 그냥 조촐한 탈리라고 생각하면 될것 같다.
카멜맨이 점심을 만드는 동안 우리는 낙타와 함께 사진도 찍고 놀았다.
음식 만들때 내가 너무 지켜봤나....혹시 고추장 있냐고 물어보는게 아닌가? What?
내가 있다고 하자. 내 음식이 맛 없으면 넌 그거 먹어라. 뭐 이러는게 아닌가? 짜식...
앨렌하고 같이있으때는 영어와 불어를 배웠다.
그리고 케이지랑은 나도 잘 알지 못하는 한문으로 대화를 시도했었다.
앨렌이 신기해 한다. 한중일 세 나라는 같은 한자라는 문화권에 있으면서도 정말 다른것 같다고,
특히 생긴 모습은 비슷해서 구분을 못하겠다고 한다.
한자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짧은 영어 실력이 벽으로 가로막아 버렸다.
점심을 먹고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다. 이게 정말 生 야생이구나 싶다.
주변이 조용해 지더니 새들과 다람쥐들이 돌아다닌다.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편안하게 쉬어보는것도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다시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걸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
뜨거운 태양과 모래.....시원하게 부는 바람만이 나를 감싸준다.
그저 모래만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모래사막을 걷고 걸었다. 낙타위에 앉아 사막을 바라본다.
같이 간 사람들 중에서 내 카메라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특히나 초점을 맞출지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혼자 그림자로 나를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내 수중에 있던 카메라 2개를 모두 아그라와 잔시에서 부셔버렸다.
아그라에서는 필카를 떨어뜨리고, 잔시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수장 시켜버렸다.
이렇게 필카로 찍었지만 별 생각없었다. 빛이 들어가 나오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잘 나올줄 알았다면 더 잘 찍을걸...너무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 내내 분신처럼 지녀왔던 카메라와의 생각지 못한 이별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자유를 선사해줬다.
무언인가 찍어야 한다는 생각과 본능처럼 눌러대는 셔터에
이미 익숙해졌었기에 빈손으로 돌아다니기가 여간 낯선게 아니였다.
그러다 차츰 눈에 보이는 것들이 전해주는 느낌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카메라의 좁은 시야로 보지 못했던 곳들을 더 넓고 깊이 느끼게 되었다.
사막에 앉아 해가 지는걸 봤다. 태양이 지평선에 닿기 시작햇다.
태양의 언저리로 몰려든 저녁놀이 타는 듯이 붉었다. 여기저기 탄성이 들려왔다.
우리의 양영지 주변에 또다른 사파리 여행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드넓은 대지, 사막의 서쪽으로 가라앉고 있는 일몰 풍경은 그토록 곱고도 장엄했다.
잠시 후 태양은 마치 사막으로 빨려들 듯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아! 오늘 하루도 하루가 저물었구나. 나는 사파리의 첫 날 밤이 이렇게 가는게 아쉬웠다.
흩어져 가는 붉은 노을을 붙잡고 싶었다.
"타는 듯한 사막에서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를 마셔 보았는가?
그렇지 않고서 맥주 맛을 이야기 하지 말아라"...
으아~ 그립구나. 인도여.....사막이여....그리고 모레언덕에서 태양을 마주보며 마셨던 킹피셔가....
케이지가 숙소로 돌아간다.
그는 하루 코스로 사막을 즐기러 온것이다.
그와 마지막으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맥주 한잔을 마셨다.
"간빠이~~캬~~"
" 케이지.. 사요나라~~ "
사막의 밤은 춥다. 많이 춥다.
야누스의 얼굴 처럼 태양이 이글거렸던 그 사막은 해가지자 순식간에 차가워진다.
바닥에 모포를 깔고, 침낭을 덮고 있으니 카멜맨이 그 위로 담요를 하나 더 덮어준다.
친절한 녀석....? 엇 ! ...앨렌은 2개를 덮어주는구나...
"나도~하나만더"~~ 쌩~~~춥다...-.-
하늘을 올려봤다. 별들이 그렇게 많은건 처음이였다.
멍~하니 처다보니 별들이 내게로 오는것 같았다.
별동별들이 떨어진다...소원을 빌자....오`~~ 많이 떨어지는구나....
2008.02.02
해가 뜨는걸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일찍 일어났다.
헉....춥다. 그리고 비가 내린다. 사막에 내리는 비라.....참 신가하다. 으~~번개도 친다.
카멜맨이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물다고 한다. 사막에서 40년 넘게 살았지만 자기도 몇 번 본 적이 없단다.....
왠지 불길하다......그렇지...그렇고 말고....내가 심하게 운이 없지...암..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사막이 이렇게 추웠던가.
아침은 대충 한국에서 가져간 북어국으로 때웠다.
카멜맨은 아침을 안먹고, 앨렌은 토스트에 바나나만 먹는다...아침을 든든이 먹어야 하는데....이런..
비가와도 강행군을 하기로 했다. 이왕 왔으니...봐야 할것 아닌가...모포를 뒤집어 쓰고 사막을 달려갔다.
어제는 아프지 않았는데...오늘은 허벅지가 쑤신다. 이런...어제는 분명 두장이 깔려있었는데..
오늘은 한장이다...-.- 등자에 깔고 있는 담요말이다.
내거...내거를 앨렌이 깔고 있다. 카멜맨....어제부터 앨렌하고만 놀더니...아주 나를 개무시한다.
"헤이~스탑"....
내가 낙타를 멈추게했다. 그리고 아프다고 더 깔아달라고 했다. ㅎㅎ
비오는 사막...
그 흐리멍텅한 날씨 때문일까? 아님 피곤해서 일까....
아무튼 낙타 사파리의 즐거운 기분이 나지를 않는다.
오전 내내...오후 내내 그렇게 보냈다.
나의 표정이 안좋았을까? 카멜맨이 물어본다.
"문..지금 행복해?
"장난하냐?" 뒤질라고...저 위 사진이 정오에 찍은 사진이다. 어제와는 정말 다른 사막의 모습이다.
"나 피곤하고, 허벅지도 아파. 기분도 안좋아. 건들지마"
카멜맨이 낙타를 세운다. "나는 잘못 없다. 다~하늘의 뜻이다."
이러는게 아닌가...그래 누가 네 탓이라고 했냐고? 괜히 겁먹기는...
그래...이것도 하늘의 뜻이다. 인도에 왔으니...인도 날씨에 불만을 갖지 말자....
카멜맨 집으로 낙타 먹이를 가지러 갔다.사막에 중간에 있는 정말 작은 마을?
그냥 집 4~5개있는 곳이였다. 사막에 사는 그들이 측은해 보였다.
어린것들이 내 MP3에 관심이 많다. 신기한가 보다. 한국 노래를 들려주었다. 원더걸스의 텔미를 들려줬다.
좋아 죽는다. ㅎㅎ 어설픈 나의 텔미 춤으로 한바탕 웃음 꽃이 피였다.
비가 또 내린다. 낙타는 겁나게 빠른 속도로 내 달린다. 몸이 들썩거린다.
낙타타면 허벅지 안쪽이 아프다고 한다. 정말 약간 그렇다.
그래서 나는 리듬감을 읽고 탔다. 그게 좋은 방법인것 같다.
사막 가운데 덩그러니 오두막이 하나 있다.
아직 4시인데....오늘은 비도 많이오고하니 여기서 야영을 하잖다.
나야 뭐 그냥 그러자고 했는데..앨렌이 엄청 화를 낸다.
사막을 걷고 싶다고...음....그럼 여기서 걸으라고...나 춥다.
나는 추운사막을 둘러보기는 싫다...바라나시에서 만난 여행자가 들려준 이집트의 사막을...그곳이 보고 싶어졌다.
앨렌과 카멜맨...그리고 나..이렇게 세명이 오늘은 같이 야영을 해야한다.
카멜맨이 물어본다. 바베큐먹겠냐고? "음..그래" 먹자고 했다....
한 1시간즘 어디를 갔다 오더니...작은 양 한마리를 잡아왔다....
오~ 먹는구나...그런데 갑자기 3000루피를 내란다. 한참을 고민했다.
300도 아니고 3000이라..이번 낙타 사파리가 1500 루피다. 카멜맨에게....."미안...나 체식주의자다" 해버렸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쩔수 없었는지....아님 농담을 한건지....그냥 바베큐를 해준다.
그래서 맛나게 먹었다. 마지막 날에는 18K 골드로 만든 거북선 북클립을 선물로 줬다.
당연 이순신 장군에 대한 신화도 말해줬다. 알아듣지 못하는것 같았지만.....
후일담으로...낙타 사파리에 가면 이렇게 바베큐를 먹게 해주지만 그 가격은
닭은 200~500루피 양은 1000~1500루피란다. 암튼 이것들...사기를 치려고 하다니...
불이 약해서 빨리 익지는 않았지만...인도 특유의 향신료와 함께 맛난 바베큐를 먹을 수 있었다.
오...크레이지....앨렌이 갑자기 자기가 짜파티를 만들겠다는거다.....반신반의...
다행이다. 양고기 바베큐가 있어 굶지는 않았다.
그 짜파티...오우~쒯...더럽게 맛없다. 살인충동을 느꼈다. 외국인만 아니였음..한대 쳤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또 사막에서의 하루가 지나간다.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난다....
한국에서 태어난게 그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가 없다.
2008.02.03
낙타 사파리의 마지막 아침이 찾아왔다. 어지간하면 호텔가서 샤워를 하면서 씻을려고 했다.
그런데...머리가 너무 가렵다. 그래서 그 추운 새벽에 생수 한통으로 머리를 감았다.
개운하다. 기분이 좋다. 날씨도 좋아지는것 같다.
카멜맨이 미친놈이라며 놀려댄다.
이렇게 추운데 머리를 감는다고, 춥지 않냐고 물어본다.
짜식들...한국 가봐라. 더 춥지...암...
갑자기 군대있을때 혹한기 훈련이 생각났다. 얼음장을 깨고 들어가 훈련받던 그 시절...ㅎㅎ
오늘 아침도 해가 뜨는건 보지 못 했다.
간단히 토스트?로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제촉했다. 말이 좋아 토스트지..아우~
그냥 빵을 구워서 그 달달한 색소 덩어리 잼을 발라먹는거다.
낙타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나의 등자에서 담요를 빼 엘랜을 가져다 주는 녀석...
죽을라고......그래도..뭐 나름 참을만 하니까...참자....
낙타를 내가 직접 몰아봤다. 오..짜식 말을 잘 듣는다.
그런데 자꾸만 왼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어 애를 좀 먹었다.
사막에서 만난 집시들...이들은 여행자들에게 춤과 노래를 들려주고 돈을 받아 생활한다.
이들의 노래에는 삶의 한이 깃들여 있는것 같이 구슬프다.
그리고 춤을 추는 이 여자 믿어지지 않지만 16살이다.
오~우..깜~~딱이야...한 10살은 더 많이 보이던데....허긴...나도..ㅎㅎ
반 시간 동안 간들어지는 노래와 그녀들의 춤을 감상하고나서, 대략 10루피 정도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사는 집시촌에 구경을 갔다.
마지막 일정으로 마을 한곳을 더 들렸다. 마을 갈때 마다. 물건을 사라고 할 줄 알았다.
우리나라 패키지 여행하면 상점을 들어가 커미션 챙겨먹는 그런 여행 말이다.
그런데 낙타 사파리는 그런게 없어서 더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그냥 순수하게 마을을 구경하는거다. 사막에 있는 마을을...
자꾸만 스쿨펜...스쿨펜..그러며 볼펜을 달라고 하는 녀석들...
그래서 어제 마시고 남은 럼주 한병을 주었다. 좋단다...
특히 저 녀석....저거 들고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마셨을까? 사실...좀 걱정도됐다..
하긴...인도여행 하면서 본건데...
10대들도 길에서 멋들어지게 담배를 피는걸 보면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직접 낙타에게 물을 줬다. 여행자로서 신기한 체험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카멜맨 그 녀석이 귀찮아서 나에게 시킨거다.
그래서 나도 조금 먹이다가 그만뒀다.
그리고 마을에서 크로켓을 하고 있던 꼬맹이들의 베트를 빌려 야구를 가르쳐 줬다.
빨래 방망이처럼 생긴 크로켓 방망이로 테니스 공을 아주 힘차게 날려 버렸다.
좋다고 다시 가져온다. 그럼 또 뻥~~하고 날리고....뻥~하고 날려버린다. ㅎㅎ 재미있다.
한 녀석이 자꾸만 사진 찍어달라고 우긴다. 군인이 될거라고 우기는 녀석...
집안이 크샤트리아라고 하던데....폼은 그럴싸하다.
너의 꿈이 이루어지길.....
이 녀석에게 줄거는 없고, 반창고 하나를 줬다.
상처나고 아픈데 있음 붙이라고 방법을 설명해줬다.
좋단다....알아들었을지도 궁금하고...
너무 길었나요?
낙타사파리 이야기는 다음편에 계속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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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우....제가 경험했던 것보다..훨씬 재밌어 보이네여...=.= 저는 짧게 했었는데...^^;;
재밌네요~~^^사진도 너무 맑고 예뻐요~~~~
사막위의 키다리 아저씨~~ 사막에 적응하기 첫번째 단계 음식 담긴 그릇 모래로 씻기^^* 해지는 모습을 보며 사막위에 누웠던 그 시간이 그리워 지네요... 사진 너무 감사하네여^^*
사진 좋아 담아가도 될까요???~~
상업적으로 사용하지 않으신다면야....^^
네^^ 물론이죠.... 사진이 좋아 즐감할려구요^^* 감사해요
후후~ 재미써요!!!!
꼬마애 너무 귀여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주기 재밌을것같은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