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의 일몰/ 온몸을 벌겋게 달군 해가 강화의 하늘을 울린다. 나들길을 걷던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대자연의 저녁 인사에 고개를 숙인다. /이윤정 기자
강화 나들길은 ‘나들이’하듯 가뿐하게 찾는 길입니다. 그러나 역사와 자연이 잘 버무려진 나들길을 걷다 보면 절로 ‘나’를 낮추고 삶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강화나들길/ 지난해까지 총8개 코스가 공개됐고 올해 제9코스인 ‘교동길’이 추가됐다. 나들길은 석모도와 서도면(주문도·볼음도) 등의 길까지 총 13개 코스로 확장될 예정이다. /이윤정 기자
길은 삶의 축소판입니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길에 담겨 있죠. 길을 걷다보면 시원한 그늘 아래 찬란한 풍광을 만날 때도
있지만 뙤약볕에 노출된 채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야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걷기여행은 삶을 돌아보는 순례로 이어집니다. 여기,
‘나’를 낮추고 ‘들’어서는 ‘길’이 있습니다. 강화의 속살을 따라 130여㎞로 이어진 ‘나들길’은 자연과 역사가 잘 버무려진
맛깔 나는 밥상이죠. 이 길 위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강화나들길 5코스를 걷다보면 삼별초야영장을 만나게 된다. / 이윤정 기자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길
강화의 일몰/ 이윤정 기자
강화는 한민족의 시작점이자 항쟁의 요새요, 근대의 포문입니다. 소풍하듯 ‘나들이’오라는 이름과는 달리 나들길은 강화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길이기도 하죠. 나들길을 개발한 강화조형예술연구소 김은미 대표는 “나들길은 밀물, 썰물이 드나드는 길”이라
말합니다. 동시에 “자연 속에서 인간의 오만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나’를 낮추고 ‘들’어서는 ‘길’이 나들길”이라고 말합니다.
강화나들길 표지판. 코스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이윤정 기자
나들길은 2011년 현재 총9개의 코스가 공개됐습니다. 곧 석모도와 서도면(주문도·볼음도) 등의 길까지 총 13개 코스로 확장될
예정이죠. 나들길은 대부분의 코스가 15㎞가 넘고 긴 곳은 23㎞나 됩니다. 걷기 코스라며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이유죠. 아직
이정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길을 찾기 어려운 곳도 많습니다. 그늘이 없는 길도 태반입니다. 모자와 양산을 준비하라는 조언도
종종 듣습니다.
나들길 여권/ 갑곶돈대 관광안내소에서 여권과 지도를 받았다. ‘도보여권 기념도장 받는 곳’ 간판이 있는 편의점에서 여권과 안내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이윤정 기자
나들길 걷기는 ‘여권’과 ‘지도’를 챙기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강화에 들어서면 ‘강화역사관’을 찾아 무료로 나눠주는 여권과 지도를
챙깁니다. 총 9코스가 있는 만큼 어느 코스를 걸을지, 어느 지점에서 여장을 풀지 미리 계획을 세워야합니다. 제5코스
고비고개길에는 ‘삼별초야영장’이 있습니다. 이곳에 텐트를 내려놓고 쉬엄쉬엄 옛길을 따라 나섭니다.
덕산산림욕장/ 5코스인 고비고개길에서 덕산산림욕장 구간에 들어섰다. 시원한 나무그늘과 푹신한 흙길이 반갑다. /이윤정 기자
고비고개길 속 ‘삼별초야영장’
삼별초야영장/ 삼별초야영장 지기인 이용선 사장은 강화 토박이다. 이 사장은 ‘삼별초 항쟁’ 역사를 되새기며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이 호연지기를 길렀으면 하는 마음에 야영장 이름을 ‘삼별초’로 지었다. /이윤정 기자
5코스는 고비고개길이라 불리는 옛길입니다. 강화를 동서로 연결하는 20.2㎞. 나무와 등짐을 지고 넘던 고개길, 2개의 저수지를
도는 풍경길, 삼림욕장을 지나는 숲길 등 다양한 길이 혼재합니다. 강화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해 국화저수지, 고천리 고인돌, 내가
저수지, 덕산 산림욕장, 망앙돈대를 거쳐 외포 선착장까지 꼬박 6시간을 넘게 걸어야 합니다. 산림욕장 숲길 등을 제외하면 그늘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찻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 코스도 많습니다.
삼별초야영장 숲속 사이트/ 야영장은 위쪽으로 갈수록 정취가 좋아진다. 차를 가까이 댈 수 없는 사이트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와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 /이윤정 기자
고비고개길 속 쉼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삼별초야영장’입니다. 삼별초야영장은 1997년 내가면 고천리에 청소년 수련시설로 문을
열었습니다. 강화 토박이인 이용선 사장은 “이곳이 삼별초 항쟁지니까 청소년들이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도록 이름을 ‘삼별초’라
지었다”고 말합니다. 3년 전 수련시설은 오토캠핑장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1만평이나 되는 부지가 ‘오토캠핑장’으로 적합했기
때문이죠.
가족만의 공간/ 삼별초야영장은 아래쪽 사이트일수록 옆 텐트와의 거리가 짧다. 위쪽 사이트로 갈수록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이윤정 기자
텐트를 내려놓고 강화 일몰 속으로
야영장 지도/삼별초야영장은 예약제가 아니다. 선착순 입장이므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토요일 오전에 오는 것이 좋다. /이윤정 기자
120동이 들어올 수 있는 삼별초야영장은 예약제가 아니라 선착순으로 운영됩니다. 토요일 오전에는 100여동이 꽉 찹니다. 좋은
자리를 맡으려면 금요일부터 서둘러 와야 하죠. 영지는 모두 5구역으로 나뉩니다. 1구역은 여느 오토캠핑장처럼 평지에 차를 주차하고
바로 옆에 텐트를 칠 수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차와 텐트의 거리는 멀어집니다. 산 속에 텐트 한 동씩 칠 수 있도록 마련한
사이트도 많습니다. 단독 사이트는 차를 아래에 두고 장비를 옮겨야 합니다. 무거운 장비보다 가뿐하게 쓸 수 있는 장비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숲속 사이트까지 전기를 사용할 수 있고 온수 샤워실, 개수대, 화장실 등 시설도 깨끗합니다. 야외 수영장은 여름
캠핑 즐길거리 중 하나. 이렇게 토요일 오전 중으로 텐트를 쳐놓고 다시 나들길 산책에 나서야 합니다. 강화의 일몰을 보기
위해서죠.
수영장/ 여름에는 수영장으로, 봄·가을·겨울에는 이벤트 장소로 활용된다. /이윤정 기자
5코스의 마지막 지점은 외포리 선착장입니다. 시간을 잘 안배해 일몰에 맞춰 바다에 다다르는 것이 좋습니다. 망양돈대는 강화의
석양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잿빛 갯벌 위로 시뻘건 해가 강화의 하늘을 울리는 순간, 나들길을 걷던 이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자연의 인사에 고개를 숙입니다.
들판/ 야영장 앞 논이 노랗게 물들었다. 가을의 들판은 곱디 곱다. /이윤정 기자
<디지털뉴스팀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코스모스/ 가을만큼 걷기 좋은 계절이 있을까. 나들길의 코스모스가 발길을 재촉한다. /이윤정 기자
캠핑Tip.가을캠핑
내가저수지/ 강화나들길 5코스를 걷다 내가저수지를 만났다. 호수에 쏟아진 햇살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이윤정 기자
가
을 캠핑은 겨울에 준하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기 때문에 다운재킷 등 방한의류를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캠핑장은 전기 사용이 가능하므로 전기장판 등을 가지고 다니면 편리합니다. 핫팩 등도 준비해두면 갑자기 기온이 내려갔을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또 잠들기 전에 침낭 안에서는 양말을 벗고 자는 편이 더 따뜻합니다. 양말 속에 있던 수분이 밤이 되면
식어 체온이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가을철 텐트치는 법은 여름과 동일합니다. 바람이 많이 분다고 텐트 스카프 등을 흙이나 낙엽
등으로 묻으면 환기가 안 돼 텐트 속 공기가 탁해집니다. 특히 텐트 안에서 난로를 필 경우 텐트의 틈새를 모두 막아버리면 질식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들길 걷기/ 나들길은 인생의 축소판 같다. 멋진 풍경과 시원한 그늘도 있지만 이정표가 없이 뙤약볕 아래를 걸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나들길을 ‘나’를 낮추고 삶에 ‘들’어서는 ‘길’을 알려준다. /이윤정 기자
가는길/
내비게이션에는 ‘삼별초야영장’ 또는 강화군 내가면 고천리
293-10을 입력하면 된다. 강화 나들길 5코스는 ‘고비고개길’이라 불린다. 강화 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해-남문(0.3㎞)-서문(0.6㎞)-국화저수지(3.5㎞)-홍릉(4.9㎞)-삼별초야영장-오상리고인돌군(3.4㎞)-내가시장(0.8
㎞)-덕산산림욕장(3.5㎞)-곶창굿당(1.2㎞)-망양돈대(1㎞)-외포선착장까지 총 20.2㎞다. 소요시간은 6시간40분 정도다.
추가정보/
야
영장에는 모두 120동이 들어선다. 예약제가 아니고 선착순이므로 좋은 자리를 잡고 싶다면 서두를 것. 야영비는 전기 사용료를
포함해 2만원. 전기, 온수 등 사용 가능. 장작과 간단한 먹을거리도 야영장에서 판매한다. 산속 사이트는 차를 두고 텐트를 옮겨야
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생활이 존중될 만큼 사이트가 넉넉한 것도 장점. 나무그늘이 드리워 타프가
필요없는 것도 있지만 평지 사이트는 타프가 필수. 032-933-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