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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그렇게 좋나. 박예은이 평소답지 않게 바보같이 웃으며 선예만 쳐다본다. 뭐, 내가 선예 보내주긴 했지만 저렇게 좋아
하면 왠지 또 베알이 꼬이는 게 골려주고 싶어진다.
지금 우리는 생방송 라디오, 그 것도 보이는 라디오에 와있다. 선예는 내 옆에 앉아있고 그 맞은편에는 예은이가, 예은이 옆에
는 소희, 선미가 앉아있다. 왜 자리가 이렇게 됐냐고 하면 저놈의 박예은 얄미워서 내가 선예 옆자리 꿰차버린거다. 선미랑 소
희가 먼저 앉아있어서 내가 그 옆에 앉았으면 예은이랑 선예랑 옆 자리에 앉을 수 있었을 텐데 차에서부터 선예 손을 꼬옥 잡고
연신 빙구 웃음을 흘리는 박예은 때문에 아까도 말했듯 베알이 꼬여서 두 자리밖에 없는 곳에 내가 턱하니 앉아버린거다. 뭐,
딱히 선예 옆자리를 꿰찬다는 마음보다는 예은이나 선예 둘 중 누가 앉을지를 몰랐기 때문에 박예은 골탕이나 먹어봐라― 이렇
게 시작한 거였지만 어쩌다 선예가 앉아 버렸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아직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멈출 수는
없다. 흘끔 내 옆에서 십칠차를 홀짝 거리는 선예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아, 괜히 여기 앉았나.
“박예은.”
“…왜.”
저 자식, 내가 자리 바꾸자 할라고 했더니! 툴툴거리는 거 봐라? 됐어, 됐어. 내 심장 터져 죽어도 그냥 내가 여기 앉아 있을란
다. 안 어울리게 니 입술 오리주댕이 되는 거 미안하지만, 그래도 니 평생 옆자리 민선예니까 잠깐 정돈 나한테 양보해줄 수 있
겠지?
“그냥.”
“뭐야, 싱겁긴.”
박예은이 내 말에 피식 웃는다. 그래, 그렇게 웃어라. 계속 민선예 옆에서.
드디어 라디오가 시작됐고 진행자의 리드에 따라 우린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면서 신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아직 내 시선은
선예를 따라갔고 선예는 예은이를 계속 눈에 담았다. 내 옆에서는 한번도 보여준 적 없던 미소를 예은이 한마디 한마디에 짓는
선예를 보면서 그래, 거기가 정말 니 자리였구나 싶어서 왠지 씁쓸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웃는 선예를 보면서 안심이 됐다. 어
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라디오가 끝났고 밖에 나오니 약간은 후덥지근한 공기가 우리를 반긴다. 에어컨을 틀어놓은 벤에 재
빠르게 올라타 연습실로 직행. 피곤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연습벌레 우리 리더님께서 조금만 연습하고 가자는 데 어째, 리
더님이 가자면 가야지. 연습실에 도착해서 연습을 하고 있다가 잠깐 쉬는 시간, 나는 어느새 방울 져 떨어지는 땀 때문에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온다고 하며 연습실 밖으로 나왔다. 화장실에서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체 화장실을 나
서는 데 왠지 현기증이 일어 휘청했더니 누군가 나를 잡아준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하니 진짜 오랜만에 보는 현아.
“어디 아파? 왜 그래?”
“아, 현아야! 오랜만이네, 왠일이야?”
“박진영 PD님이 불러서 잠깐 왔어, 어디 아프냐니까?”
“아니, 오늘 무리했나. 좀 어지러웠어. 이제 괜찮아.”
“몸 좀 생각하면서 해, 그러다 내 꼴 나.”
저번에 현아의 졸업식 때 보고 몇 번 더 만나서 친해진 현아가 내 걱정을 해준다. 내가 잘 못 한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왠
지 현아자리를 내가 뺏은 것 같아 미안했는데 현아가 처음 만났던 그 때 웃으면서 나한테 그랬었다. ‘언니, 이제 거기 내 자리
아냐. 언니 자리니까 나한테 미안해 할꺼 없어.’ 그 말에 왠지 마음이 편해졌었다.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린 주제에 하는 짓은 애
늙은이, 그러다가도 한 번씩 보여주는 애교는 또 한 없이 어리고. 현아는 내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더니 주머니를
뒤적뒤적해서 손수건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내가 뭐냐는 듯이 보고만 있었더니 인상을 살풋 찡그리더니 내 얼굴을 닦아준다.
“여름이라도 아직 밤에는 쌀쌀해, 감기 걸리니까 잘 좀 닦고 다녀.”
“내 걱정 해주는 거 너 밖에 없다.”
“우리 리더님이 걱정 안해줘?”
“지금 우리 리더님 바쁘시거든, 연애하시느라.”
“드디어 예은언니랑 그렇게 된거야? 옛날부터 답답하게 속썩이더만.”
현아의 말에 풋-하고 웃었다. 그래, 너넨 옛날부터 그랬구나. 옛날부터 서로를 그렇게 보고 있던 거였어. 나만 우스워졌네, 정
말.
“근데, 언니는?”
“뭐가?”
“언니 선예언니 좋아하잖아. 소희한테 들어보니까 둘이 사겼다며.”
“어쩌겠어, 둘이 좋다는 데. 나는 들러리 잖아, 이쯤에서 빠져줘야지.”
“괜찮아?”
“괜찮지.”
“정말?”
“…아니.”
내 말에 현아가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손길에 왠지 맘이 놓여서 창피하지만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린
현아 앞에서 그냥 엉엉 울어버렸다.
“주인공, 하게 해줄까?”
한참을 날 안고 달래주던 현아의 말에 슬쩍 고개를 들고 ‘어떻게?’라고 물으니 내 눈물을 슬쩍 닦아주고는 빙긋 웃는다. 그리고
그대로 내 입술에 쪽.
“뭐, 뭐하는 거야!”
“말했잖아, 주인공 하게 해준다고.”
“…….”
“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언니랑 나거든. 싫어도 어쩔 수 없어, 벌써 시작되서 이제 못 물러.”
나보다 어린 녀석이 왜 이렇게 박력 있는 지.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벌게져서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현아는 베시시 웃
으면서 날 막 끌어당겨 멤버들이 있는 연습실로 데리고 갔다.
“어? 현아다!”
현아와 나를 먼저 발견한 선미와 소희가 등을 맞대고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그리고 선예의 십칠차를 나눠 마시던
선예와 예은이도 우리 쪽으로 걸어와 어떻게 둘이 같이 들어오냐고 묻는다. 그 말에 나는 왠지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몰라 고개
를 숙였더니 현아가 방글방글 웃으면서 입을 연다.
“요 앞에서 만났어. 아, 예은언니, 선예언니― 축하해! 나 있을 때도 그렇게 멤버들 속 썩이더니 드디어 제 자리 찾았네.”
“어? 그, 그래 고맙다. 하하.”
현아의 말에 예은이는 민망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고 선예는 그 옆에서 예은이의 팔에 팔짱을 꼭 끼고서 수줍게 웃고만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그냥 하나하나 눈에 담고 있었고. 현아는 그런 나를 쓰윽 보고는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뭐, 뭐하려는
건데 너.
“그래서 말인데. 언니들도 나 좀 축하해줘.”
“응? 뭘?”
“나 유빈언니랑 뽀뽀했거든, 방금.”
현아의 말에 멤버들을 비롯한 나는 All stop. 현아는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방글방글 웃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축하 좀 해줘. 오늘부터 시작이거든, 우리.’
“김현아, 뭐라는 거야!”
결국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나였다. 내 어깨에 얹어져 있는 현아의 팔을 뿌리치며 말하니까 현아가 울상이 돼서는 내게 말
한다. ‘에이, 뽀뽀도 한 사이에 왜 이러실까~’ 그 말에 또 난 버벅버벅. ‘그,그거는 너,너가@#$141’ 내 반응에 예은이가 피식 웃
는다.
“뭐야, 벌써 옆자리 채울 사람 찾은 거야? 하여튼 김유빈씨, 능력도 좋으셔요.”
“아냐, 그런거!!!!”
“뽀뽀했어, 안했어?!”
“…했어.”
“그럼 책임져야지.”
우씨, 뭐가 이래. 나는 예은이의 박력에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현아가 빙긋 웃더니 다시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이 자식은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린 주제에 키는 왜 이렇게 커! 짜증나, 진짜. 속으로는 짜증난다고 중얼거리고 있는 데
이상한 건 싫지는 않다는 거. 에이, 모르겠다. 그냥 책임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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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유빈언니가 현아랑― 꽤 묘한 커플링이지?”
“응, 그래도 잘됐어.”
“어쩐지 김현아, 자꾸 유빈언니랑 같이 만나자고 하더니. 흑심이 있던 거였어.”
연습이 끝나고 소희랑 선미는 내일 시험이 있어서 먼저 보냈고 유빈언니는 유빈언니를 기다리고 있던 현아 때문에 먼저 보냈
다. 그래서 결국 나랑 선예 둘이서 뒷정리 하는 중. 우리는 열심히 손을 놀리면서도 입으로는 서로에게 말을 걸었다. 내 말에 선
예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뭐야, 셋이 만난 적 있었어?!’ 내 말의 중점은 김현아가 유빈언니한테 예전부터 흑심이 있었단 거 였
는 데 선예가 받아들인 중점은 우리 셋이 만났다는 거 였나보다.
“응, 저번에 졸업식 때 보고 몇 번?”
“…뭐야, 나만 빼놓고.”
“소희랑 선미도 안갔어.”
“아가들은 둘이 데이트하느라 안간다고 그랬겠지.”
“오우, 빙고. 역시 리더네.”
“그러니까, 결국 나한테만 얘기 안하고 나만 쏙 빼놓고 간 거 잖아!”
정리를 다 끝내고 선예한테 갔더니 연신 입술을 삐죽거리며 툴툴댄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볼을 톡톡 쳤더니 내 손을 탁 친다.
뭐, 말이 친다는 거지 우리 마누라는 마음이 약해서 살짝 민 정도밖에 못한다.
“너무 화내지마, 내가 말하지 말자고 그랬어.”
“그럼 더 화나지! 왜!”
“너랑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발악하고 있는 데 너랑 같이 있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당장이라도 말할 것 같았거든.”
“…뭘.”
선예의 말에 싱긋 웃고는 ‘비밀―.’이라고 했더니 아까보다 더 입이 댓발 나와서 ‘그래, 박예은 너 그런 식으로 해. 나 진짜 너랑
안 놀아.’ 라고 말하면서 연습실을 나가려고 하길래 놓치지 않게 얇은 손목을 잡아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내 품으로 쏙.
“사랑한다고― 그렇게 말해버릴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랬어.”
“…치이.”
내 품에 포옥 안긴 민선예는 내 어깨를 조그마한 주먹으로 톡톡 치더니 이내 베시시 웃는다. 그래, 이 웃음이 보고 싶어서 죽을
뻔 했어. 나는 조그만 입술을 바라보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부끄러운 듯 내 목에 손을 살짝 두르는 민선예.
입술이 떨어지자 얼굴을 붉히더니 이쁜 입술로 조물조물 말한다. ‘사랑해.’ 사실 들었는데 한 번 더 들으려고 ‘뭐라구?’ 라고 했
더니 부끄러운 듯 내 품에서 빠져나와 휙 돌아서 버린다. 아우, 저 여우. 저렇게 이뻐서 어쩐대.
“알았어, 알았어―. 나도, 나도 사랑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시 나를 보면서 흐드러지게 웃어주는 데 너무 행복한 거다.
앞으로 우리 평생 우리로 살자, 선예야. 너랑 나 말고 우리, 민선예랑 박예은 말고 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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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를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길래 그냥 무턱대고 하루만에 써서 돌아와 버렸습니다.
끝까지 망작, 죄송해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래도 님들의 응원에 보답하고자 잠까지 설쳐가며..<푹잤잖아, 너
아잉, 님들 사랑해요♡<하트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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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가님...................................................................................................................................................................................................................................................................................................................................................................................................................................................................................♡
번외를 이렇게 빨리 써주시다니~~!!! 님은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작가~!!^^ 잘 읽었습니다. 유빈이 계속 지못미였는데.. 현아랑.. 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투킴!!!!!!! 너무좋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투킴도 좋구 달달투예도 좋구
♡_♡넘흐조아요 아달달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킴혀놔 야생의 끼는 알아줘야해..ㅋㅋㅋ 저렇게 박력이넘치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짝카님!!! 얄랍!!! 뿅!!!!!!!!!!!!
..........님사랑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러다 내꼴나' <<여기서 눈물났어여 ㅠㅠ 현아야!!! 킴혀놔!!!!
악!!!!!!! 번외!!!!!!
님아 이렇게 저를 또 흐믓하게 해주시다닝!!!!!! 그나저나 투킴!!! 악!!!!! 투킴끌리는데욤??? 안되안되 저는 지조있게 ㅋㅋㅋㅋㅋㅋ 끌리지 않겠음 ㅋㅋㅋㅋ악.. 역시 님은 짱인거긔~ ㅋㅋㅋㅋ
와조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GOOD!!!!!!!!! 아아아아 이거 투킴 왠지 끌려요 ㅋㅋㅋㅋㅋㅋ
와 완전 귀여워 달달투예..ㅋㅋㅋ 투킴두 조아하는편..ㅋㅋㅋ
으왕 달달함이...그냥..ㅠ_ㅠ행복해요~♡
번외 무한 감사드립니다!!! 달달하니 좋네요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다가 뽀나스로 투킴까지!! 이번편 완소에요~
...달달한번외...님사랑스러운데요...?????????ㅠ_ㅠ? 걍 연재더하시지왜...
우워...........오늘처음 봤는데 왜 진작안봤을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니ㅏㅇ러ㅣ나어리나어리나어리나어린 작가님 사랑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
아놔...이소설3번넘게 봤는데 이런번외까지....정말좋아합니다 작가님 ㅋㅋㅋ
이팬픽왜이제야봣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짱재밋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