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되었을까
알림의 깃발인가, 승리를 향한 깃발인가.
꾀죄죄하지만 삼각 깃발은 힘차게 펄럭인다. 으렁으렁 으르렁, 몇 번을 부르짖고는 와앙 왕왕 내달리는 소리에 우암산이 놀란 듯 내려다본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같은 오토바이는 ‘배터지게 먹는 xxx’라는 삼각 깃발을 휘날리며 당당하게 쇠내골에서 용암골을 향해 달린다. 심술이 난 신호등은 파란불을 빨갛게 바꿔 놓는다. 끼리릭 급정거를 하면서 으르렁대던 소리는 금시 털털털 불만이다.
그래 알았다 까짓 빨간 신호가 대수냐 목 빠지게 기다리는 손님이 왕이지. 살살 눈치 살피다가 왕왕 짖어대며 내닫는다. 너무 老한 탓인가 어찌 왼 쪽을 못 보았을꼬. 왼 쪽 아파트 숲 쪽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경찰차가 때맞춰 파란 불로 바뀌니 성난 사냥개처럼 오토바이를 따라간다. 저걸 어쩌나 목을 빼고 바라보니 급한 오토바이는 쇠내골 주택가 좁은 골목으로 줄행랑이다. 드디어 주택가든 말든 앵앵 게 섰거라! 소리 높이며 좇아간다. 다음은 어찌 되었을까.
임시는 잡히지 않고 도망자의 승리라 치자, ‘배터지게 먹는 xxx' 라고 휘날리던 삼각 깃발은 성난 경찰차도 보았을 터이니 어쩜 먼저 가서 기다릴지도 모른다.
얼마 전 신호대기에서 본 광경이다.
때로는 나도 바쁜데 끼어들어 짜증스럽기도 하고 가끔은 목숨 걸고 묘기처럼 굴러다니는 배달용 오토바이를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이것은 생존경쟁이라기보다는 목숨을 내건 전쟁이다. 누구를 탓하랴. 언제 어디서나 빨리 빨리를 원하는 사회 근성을 원망할까. 식으면 맛 떨어질라 어서어서 가거라 재촉하는 주인을 원망할까.
그 위험한 묘기를 그냥 구경만 할 수도 없는 노릇. 각자 알아서 요령껏 자기목숨 챙겨야 하나. 음식 배달 주문 해놓고 “천천히 오세요.” 라 할까. 배달 금지령을 내리고 운동 삼아서 아니면 산책 삼아서 직접 가서 먹게 하나. 배달 금지령에 실직자가 얼마나 될까. 참 대책이 막연하다. 이것이 현실인가. 모른 척 대충 넘어가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