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비열도
최정신
꿈에서 가끔 그 섬을 만난다
코리언 지오 그래픽 화면 속
이념도 색깔도 경계로 선 긋지 않는
낯선 바람의 길, 숨비소리에 편승한
마음이 무임승차로 행장을 꾸린다
천 겹 시간을 포갠 바위가
비장의 무기를 날카로운 너울에 감춘다
비문으로 출렁이는 멸치 떼 은빛 유혹에
동해를 떠난 오징어 군무가 물살을 누비며
물목 고비마다 결코 비열하지 않은 사명으로
격렬하게 서해를 지킨다
연출없는 비경을 부숴버릴 기세로 덤비는 파도
초침을 감았다 풀었다 낙조를 배웅한다
윤회의 카르마가 주어진다면
오색 비늘 춤사위로
홍산호 거푸집 한 채 세 들어
한 계절만 머물어도 좋겠다
집어등 따라 피고 지는 멸치 꽃 한 잎으로
하루만 머물다 가도 좋겠다
먹이를 삼키고 뱉어내길 수십 번,
새끼 부리를 찾는 괭이갈매기가
격렬과 비열 틈새에 수묵화를 친다
정박한 노을이 제 살을 뜯어 붉은 윤슬을 슬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