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 저널리스트들이 만드는 잡지 '임진강' 최신호(8호)는 최근 북한 주민들 속에 널리 퍼져 있는 돼지사육 실태를 통해 2000년대 이후 북한의 개인 축산업 상황을 집중 조명했다.
잡지는 '생계업에서 개인기업으로 발전한 돼지 축산업'이라는 글에서 "계획경제 시기에는 단순히 한집에서 (돼지를) 기르고 파는데 그쳤다면, 시장경제 시기(현재)에는 종축, 사육, 도살,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업종이 분업 체계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90년대 초까지 부족한 식량의 보충용으로 사육됐던 돼지가 이제는 시장 판매용 개인 생산업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잡지는 시장거래 물품 90% 이상이 중국산 제품인 현 상황에서 유독 중국산 돼지고기만이 유통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잡지는 90년대 후반까지를 '국가계획경제시기', 2000년대 이후를 '시장경제장성시기'로 규정하며 돼지 사육 사업에서 발견되고 있는 북한 사회의 시장화 현상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은 이제 계획경제에서 받아 온 배급과 월급은 근로보수의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자기업을 통해 깨달았고, 시장에서는 자신이 투여한 노동과 화폐의 상승가치를 한껏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잡지는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 돼지 축산의 생산성이 더 증대된다면 관련 분업은 훨씬 발전할 것"이라면서 "그것으로 하여 시장의 부가 축적될 때 국가의 부도 드디여 쌓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잡지는 끝으로 "'우리를 내버려 두라!'는 것이 오늘 조선(북한)에서 울려 나오는 민중의 목소리"라며 북한 당국의 주민통제 조치를 강력히 반대했다.
◆수정과 종축
국가계획경제시기만도 종자확보를 위한 수정(受精)과 새끼돼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종축(種畜)은 주로 국영 축산농장(목장)이나 각 협동농장 축산반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시장경제 장성 후 수정과 종축도 개인들의 영리 수단으로 바뀌었다.
2002년까지 국영 수의방역소에서는 암퇘지에게 인공수정을 해 주는데 회당 500원을 받았다. 그러나 실패가 잦았고 종자의 질도 좋지 않아 국영 수의방역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수정과 관련해서 돈을 벌 수 있음을 포착한 주민들은 종자가 좋은 새끼 숫돼지를 구입해 수정용으로 길렀다.
수정용 돼지를 기르는 주민은 이 돼지와 암돼지를 교미시켜 주는 조건으로 훗날 암돼지가 낳을 새끼돼지 중 한 마리를 받기로 계약한다. 2002년 이후 새끼돼지 한 마리 가격은 대략 1만 5천~2만원에서 점차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새끼돼지가 태어나자 마자 판매하는 종축사업 역시 시장경제시기를 맞으며 톡톡히 실리를 챙길 수 있게 되었다. 통상 암퇘지가 한번 새끼를 낳으면 평균 13마리가 나오는데, 2002년 당시 가격으로 보면 20~3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양돈(사육)
사육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잦들이기'와 '사료'다. 잦들이기란 금방 젖을 뗀 새끼돼지가 거친 먹이도 잘 먹을 수 있도록 길들이는 단계를 말한다. 이때 사육자는 20~30일간에 걸쳐 국수죽이나 '모주(술 찌꺼기)' 섞인 물을 먹여가며 새끼돼지를 관리한다. 이때 적응을 잘못하는 새끼돼지는 편식을 하게 됨으로 빨리 자라지 못해 수익창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돼지사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료다. 북한에서는 옥수수, 쌀겨, 모주, 콩류, 풀 등이 사료로 이용되며, 80년대 후반기부터는 인분을 끓여 먹이기도 한다. 끓는 물에 인분을 타서 돼지에게 먹이는데 주로 서민층 사육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염소젖도 돼지사육에 이용된다. 일부 식당에서는 사육자들에게 뜨물(음식찌꺼기)을 판다. 한 달에 6천원 씩 내고 뜨물을 사서 먹이면 다른 사료를 더 들이지 않고도 돼지사육을 잘 할 수 있다.
북한에서 개인 돼지사육자들의 60%정도는 모주를 주사료로 이용한다. 모주 한 양동이가 250원이다. 돼지 한 마리가 하루 먹는 모주 양은 통상 두 양동이 정도로 결국 하루 돼지사료 값으로 500원정도가 소모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