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 시장' 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현옥은 1966년부터 4년간 재임하며 서울의 외관을 확 바꿔놓았다. 논밭뿐이었던 강남권을 시가지로 개빌하는 영동
1.2지구 구획정리 사업에나섰고,
한강 밤섬을 폭파해 생긴 자갈.모래로 비행장이던 여의도를
택지로 조성했다. 청계 고가도로와 북악스카이웨이도 당시 건설했고,
남산 1.2호 터널과 명동. 시청앞. 서울역 앞 지하도도 개통했다.
패티김의 노래 '서울의 찬가' 는 김 전 시장의 요청으로 길옥윤이 작사. 작곡해서 지었다.
판자촌을 철거하고 시민아파트 400여동을 건립했는데 너무 속도전에 치우친 탓일까, 착공 6개월 만에 준공된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1970년 사임했다.
국내 첫 주상복합건물인 종로 세운 상가도 슬럼화된 판자촌에 그때 들어섰다. 세운(世運) 은 행정구역 명칭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김 전시장이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 는 뜻에서 작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1970~1980년대 전자제품 중심지로 반짝 성장하더니, 1987년 용산전자상가가 들어선 후로 급격히 쇠퇴했다.
오세훈 시장 1기 재임 동안 세운 상가 건물 중 현대상가가 철거되고 통합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다시 '세운' 을 노렸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고
박원순 전 시장이 '보존' 으로 방향을 틀면서 비운(非運) 이 길어졌다.
지난해 서울시는 종묘와 남산을 잇는 녹지축 조성 등 개발계획을 다시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미 네차례 연장한 3-3구역과 3-9 구역 3240억의 대출 만기가 이달
다가오기 때문이다. PF 사업성 평가 기준에는 만기 연장을 네번 이상 한 사업장은 '부실 우려' 등급으로 퇴출 대상이다.
금융권은 이번주 230조원에 달하는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중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은 전체의 5~10%로 추산되고 있다.
'세운' 이 비운의 시간을 마감하고 세계의 기운이 모이는 랜드마크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