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광사
몽천악이 천천히 물었다.
"정대협, 똑똑히 들으시오. 무림 맹주 패왕궁 하불감, 단장홍 유한수, 호
천옥 등은 죽었소, 아니면 살았소?"
운주 대유협 정음천은 몽천악을 우두커니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온
통 눈물이 얼룩져 있었으며 가련하고 처량한 모습이었다.
그는 돌연 탄식하며 말했다.
"그들은 이미 죽었소."
몽천악은 이 말을 듣자 청천벽력이라도 떨어진 듯 온몸을 부르르 떨며 날
카롭게 물었다.
"사형들은 어떻게 죽었소? 그리고 누가 살해했소?"
정음천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들을 사형이라 부르니 패왕궁 하불감이 당신의 사형이오?"
몽천악은 그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날카롭게 외쳤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나의 사형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이나 하시
오."
이때, 정음천은 한가지 일이 머리에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외쳤다.
"철장건곤권 호창부에게 네 제자가 있었는데 그 중 한 제자의 성이 몽가
이고 이름이 천악이라 하더니 아! 당신이 바로 호창부 노선배님의 제자
몽천악이군요."
몽천악은 범같은 눈에 살기를 어리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정음천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겠소? 만약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당장 죽여 버리겠소."
말을 하면서 몽천악은 이미 왼팔을 쳐들었다.
주위에 둘러선 열 명의 혈검문 호법들은 모두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정음천이 말 한마디만 잘못했다가는 문주의 일 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장내는 살벌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운주 대유협 정음천은 입술을 움직여 말을 하려던 순간 입을 다물어 버렸
다. 그의 얼굴 근육은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며 공포에 싸인 표정을 감추
지 못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차차 평온을 되찾았다.
"그들은 내가 죽였소."
정음천이 말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몽천악이 날카롭게 외쳤다.
"너는 왜 그들을 죽였느냐?"
동시에 분노에 찬 몽천악의 손이 내려 쳐졌다.
정음천은 비명을 지르며 의자에서부터 날아 창문을 부수고 날아가 삼 장
밖의 땅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뒤따라 몽천악이 유성처럼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정음천은 땅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도 못했다.
몽천악은 왼손으로 정음천의 앞가슴 옷자락을 움켜잡아 일으키며 미친 듯
외쳤다.
"어째서 그들을 죽였는지 어서 말해라."
이때, 정음천의 얼굴은 눈보다 더 희게 창백했다.
그의 입에서는 선혈이 샘처럼 솟아나와 옷을 붉게 적시고 있었다.
몽천악의 일 장에 오장 육부가 뒤집힌 정음천은 자기가 얼마 안 가서 죽
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몽...... 몽천악, 당...... 당신의 장력은 참으로 웅...... 웅장하구려.
나...... 나는 정말로 그 높은 공력에 탄복하며 매우 기쁘게 생각하오."
몽천악은 정음천의 말을 듣자 어리벙벙해졌다.
"너는 죽은 것이 두렵지 않느냐?"
정음천은 쓸쓸히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당신의 일 장에 이미 죽음이 멀지 않았소. 나...... 나는 중원
무림 동도의 친구들을 만나 볼 면목이 없소....... 나는 지금 몇 가지 사
실을 당신에게 말해 주겠소."
정음천은 또 선혈을 한입 토해냈다. 그는 흐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지막하게 물었다.
"여...... 여기가 어디요?"
이런 정음천의 태도에 몽천악은 더욱 의아심을 금치 못했다.
정말로 정음천이 교활하고 간사한 무리라면 어찌 죽음 앞에서 이렇게 담
담한 태도를 취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몽천악은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
"여기는 황광사의 전전이다. 황광화상과 사도들은 후전에 있어 애석하게
도 너의 비명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너를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
다."
정음천은 가볍게 "아!"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당...... 당신은 황광화상과 사도가 나와 무슨 결연이라도 맺은 줄 아
시오?"
몽천악은 코웃음을 쳤다.
"흥, 며칠전 깊은 밤중에 네가 후전에서 호기도주 낭칠성과 말하는 소리
를 모두 들었다."
정음천은 쓸쓸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당신은...... 이미 무아진교 제일총교주를 만나 보았겠구려?"
몽천악은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흥, 만나! 너처럼 벌레 같은 녀석이나 그녀의 두 팔 사이에 굴복하지.
흥, 나는 너를 너무나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긴다. 너는 정말로 쓸모 없는
사람이야."
정음천은 별안간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말했다.
"당신이 욕하는 것은 당연하오. 정말 당연해......."
말을 마치자 정음천의 몸은 점점 힘없이 처지며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러다가 별안간 온 힘을 들여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패왕궁 하불감...... 등은...... 아직...... 죽지 않았소...... 당....
.. 당신은 황광화상과...... 손...... 손을 잡으시......."
몽천악은 이 말을 듣자 이상한 마음이 들어 물었다.
"그건 무슨 소리냐! 나의 대사형 등이 아직 죽지 않았다니 어서 자세히
말해라 어서."
몽천악은 소리가 계속 심여 차례나 외쳐 보았으나 정음천은 꼼짝도 하지
않았으며 또한 아무 말도 없었다.
운주 대유협 정음천은 이미 숨을 거둔 것이다.
몽천악의 놀라운 장력은 정음천의 오장 육부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
정음천의 마지막 남긴 두 마디 말에 격동되었던 마음이 차차 가라앉은 몽
천악은 우두커니 정음천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정음천이 마지막 한 말은 무슨 말일까? 처음에는 패왕궁 하불감을 자기
가 죽였다고 하더니 또 나중에는 그들이 살았다고......."
몽천악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돌연 근엄하게 불호를 외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 미...... 타...... 불......."
몽천악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자 낙엽이 내려쌓
인 정원 가운데에 네 사람이 서 있었다.
그들은 세 사람의 화상과 키가 작고 깡마른 한 흑의의 노인이었다.
흑의의 노인은 몽천악이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바로 흑기도주 낭칠성이었던 것이다.
세 화상 중 가운데 있는 화상은 얼굴에 금을 칠한 듯한 고령의 노화상인
데 긴 수염이 가슴팍까지 내려왔고 두 눈썹도 매우 길었다.
기괴하게도 노화상의 살갗은 황금 같이 빛나고 눈썹과 수도 모두 황금빛
이었다.
그 노화상은 물어볼 것도 없이 바로 황광화상이었다.
몽천악은 속으로 생각했다.
'황광화상 옆에 있는 두 사람은 분명 저 황광화상의 제자일텐데 뜻밖에도
오십이 넘은 노인들이구나.'
"아미타불. 시주께서 끝내 정대협을 죽였군요."
엄숙하고도 침중한 황광화상의 말에 몽천악은 뜨끔했다.
이때, 혈검문 열 명의 호법들은 급히 달려와 몽천악의 양 옆에 늘어섰다.
몽천악은 정음천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황광노화상께서 만일 그의 내력을 아신다면 정음천의 죽음이 당연하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황광화상은 침중하게 말했다.
"시주는 사람을 잘못 죽였소. 정음천은 진정 대영웅이며 대호걸이오.
그는 굽힐 때에 가서는 굽히고 주장을 내세울 때에 가서는 내세우며, 양
보할 때 양보하고 앞으로 나갈 때에는 나갈 줄 아는 사람이오. 그런데 시
주가 죽였으니 그 죄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오."
몽천악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내가 정음천을 죽인 것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악이라면 그가
많은 형제들을 죽인 죄악은 더 한중 클 것이오."
이때, 옆에 서 있던 동해 흑기도주 낭칠성이 웃음 지으며 말했다.
"허허허, 몽천악, 나를 혈검문에 가입시켜 주겠소?"
몽천악은 표정이 침중해졌다.
"혈검문은 당신같이 안팎이 다른 비양심적인 무리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흑기도주 낭칠성은 싸늘하게 말했다.
"몽가야, 네가 황광사에서 정음천을 죽인 것은 큰 잘못이다."
몽천악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며칠 전 당신이 황광화상의 사도 세 사람을 시켜서 나를 죽이려고 한 일
을 알고 있소. 그래서 나는 황광사 주변에서 여러날 지키다가 먼저 정음
천을 체포한 연후에 황광화상의 사도를 끌어내어 황광화상을 찾으려 했던
것이었소. 이렇게 모든 일을 미리 알고 처리한 것이 잘못이오?"
흑기도주 낭칠성은 이 말을 듣자 속으로 깜짝 놀랐으나 곧 간사하게 웃으
며 말했다.
"헤헤헤, 잘했군. 이 낭칠성이 너를 너무나 얕보았구나."
황광화상은 또 불호를 외우고 나서 입을 열었다.
"낭칠성이 우리 사도를 시켜 죽이자고 했었으나 나는 응하지 않았소. 그
런데 시주가 정대협을 죽였으니 그 사도는 파계(破戒)시켜야 되겠소."
몽천악은 싸늘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좋은 생각이오, 좋은 생각이야. 출가한 사람이 강호 물림의 분쟁에 관여
를 했으니 응당 파계를 면치 못할 것이오."
황광화상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빈승이 칼을 버리고 또한 관을 폐쇄하여 제자를 해산시키고 근 오십여
년 동안 강호 사람들과 접촉을 하지 않았더니 모든것이 흉악하게 변했구
려."
몽천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상 인심이 변하고 도의가 날로 떨어지니 밤낮으로 염불하고 예불하며
백 년 동안 마음을 닦은 노화상도 홍진을 깨뜨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할 것
이오."
황광화상은 그 말을 듣자 마음이 찔려 갑자기 두 눈을 부릅떴다.
두 줄기의 차가운 전광이 몽천악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한참동안 응시하던 황광화상은 나직이 불호를 외우며 입을 열었다.
"시주의 이목(耳目)이 단정하고 양 눈썹 사이에 영기를 띠었으니 흉악한
무리는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서 정대협을 죽였소?"
몽천악은 별안간 얼굴빛이 침중해지며 낭랑한 소리로 말했다.
"정음천은 소림파의 제자가 되어 사문을 배반하고 무아진교에 들어가서
사문(邪門)을 도와 악을 행하며 무림의 동도들을 죽였으니 그러한 큰 죄
를 범한 자를 내가 죽이지 않을 수 없었소."
황광화상은 가볍게 불호를 외우며 말했다.
"시주는 증거가 있소?"
몽천악은 천천히 말했다.
"삼 년 전 개봉 무림 맹주의 패왕궁 하불감 등 사형 사매와 수십 명 무림
고수가 전부 정음천의 음모를 당했으니 이것이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오?"
황광화상은 머리를 저으며 다시 물었다.
"시주는 삼 년 전에 개봉 무림 맹주부가 심멸을 당한 전반의 경과를 알고
있소?"
몽천악은 이 말을 듣자 어리둥절해서 눈썹을 찌푸렸다.
"개봉 무림 맹주부가 어떻게 섬멸을 당했는지 나는 확실히 모르지만 조사
해 본 결과 정음천을 제외하고는 지난날 무림 맹주부에 있던 여러 호걸들
이 전부 행방이 불분명하고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소. 이것이 바로 정음
천이 군웅을 모해(謀害)한 증거요. 더욱 정음천은 죽기 전에 패왕궁 하불
감 맹주의 사형과 사매를 죽였다고 분명히 말했소."
황광화상은 처량하게 탄식하며 말했다.
"시주는 참말로 사람을 잘못 죽였소. 아! 정대협은 일찌기 무림 맹주부가
어떻게 해서 섬멸을 당했는지 그 일을 노승에게 말했소. 정대협은 너무나
애석하게 죽었구나!"
황광화상이 계속 탄식하자 몽천악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정말 내가 잘못 죽였을까? 정음천은 좋은 사람이었을까?'
몽천악의 뇌리 속에 정음천이 죽기 전에 행동과 말이 생각났다.
몽천악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으나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정음천은 자기가 대사형 등을 죽였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몽천악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자 머리속이 어지러웠다.
더욱이 정음천이 죽어가면서 자기의 말을 뒤집어 패왕궁 하불감은 죽지
않았다라고 한 것은 그로 하여금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사실 몽천악은 정음천이 자기의 일 장에 죽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
었다.
정음천도 무림의 일류 고수인데 몽천악의 일 장을 피하지는 못했을지라도
그리 쉽게 목숨을 끊어졌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가.
몽천악은 길게 탄식하고 물었다.
"황광노선배, 제가 정말로 정음천을 잘못 죽였습니까?"
황광화상은 탄식하며 말했다.
"정대협은 저렇게 죽어서는 아니되오. 그는 모든 지난 사실을 무림에 공
증(公證)한 뒤에 죽여도 늦지 않았소."
몽천악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황광노선배, 사실의 진상을 분명히 말해 줄 수 없습니까?"
황광화상은 별안간 두 눈에 살기를 띠우며 말했다.
"시주가 이미 정대협을 죽였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소."
몽천악은 화상의 눈빛을 주시하며 물었다.
"노화상의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황광화상은 몽천악을 쏘아보았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는 것이라 시주가 사람을 죽인 것은 무림의 공
도요?"
몽천악은 차갑게 말했다.
"노화상은 정음천을 위해 원수를 갚으렵니까? 내 생각에는 않는 것이 좋
을 것 같소."
황광화상은 싸늘하게 말했다.
"시주는 빈승에게 죽지 않을 자신이 있소?"
몽천악은 담담히 말했다.
"노화상이 나를 죽이려 한다면 진력만 소모할 것이오. 그리고 내가 가버
린 뒤에는 노화상은 외적(外敵)을 대항할 힘이 없을 것이오."
몽천악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산천이 무너지는 듯한 큰 웃음 소리가
들리며 지붕에서 거대한 대한이 정원 가운데로 내려섰다.
그는 바로 궁한방 제삼호 고수 무명검 한소룡이었다.
무명검 한소룡은 큰소리로 말했다.
"잔결서생의 안력은 정말 놀랍구나. 하하하, 한소룡이 오늘 각파와 승부
를 결정하려고 왔소."
몽천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소, 한형은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데리고 왔소."
무명검 한소룡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대략 백여 명이 지금 황광사를 완전 포위하고 있소."
몽천악은 웃으며 말했다.
"한형은 동해 흑기도주의 거처를 찾고 있지만 아마 쉽사리 생포하진 못할
거요."
무명검 한소룡을 껄껄 웃었다.
"잔결서생은 정말 병법과 전술을 잘 아시는군요."
"너무 과분한 말씀이오. 아무튼 한형의 손을 쓰려면 일찌감치 쓰시오. 무
아진교의 제이교주가 도착하게 되면 귀방은 절대 흑기도주를 생포하지 못
할 거요."
한소룡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무아진교 사람들이 꼭 나타나리라고 인정하십니까?"
몽천악은 웃으며 말했다.
"현재 강호 무림의 사람들은 귀가 특별히 영민해서 황광화상과 흑기도주
등이 연구한 마륵친왕보장의 장보도가 이미 독가의 비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소."
무명검 한소룡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칼날을 자랑할 필요가 없지 않소."
몽천악은 한소룡을 쏘아보며 말했다.
"한형은 이 몽천악이 가만히 앉아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 두렵소?"
무명검 한소룡은 담담히 말했다.
"그것을 꺼리는 거요."
몽천악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한형이 만일 선수를 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선수를 빼앗깁니다."
한소룡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누가 선수를 친다는 말이오?"
몽천악은 담담하게 말했다.
"금룡산 검장의 장주 운중룡 막비천이오."
몽천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중에서 별안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
다.
"과연 무서운 아이로구나, 노부의 종적을 네가 먼저 발견했구나."
말소리만 공중에서 들렸고 사람은 보이지가 않았다.
황광화상과 한소룡 등은 그 말을 듣고 얼굴빛이 변했다.
강호 무림에 이름을 떨친 운중룡 막비천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몽천악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막노선배가 몽모를 찾는다는 소식을 며칠 전에 들었습니다. 그
래서 제가 장주의 독수를 예방하기 위하여 먼저 당신의 뒤를 밟았습니다.
하하하, 결과적으로 장주는 마륵친왕 보장의 일에 미혹되어 저를 찾는 것
을 잊었더군요."
황광화상은 이때, 눈을 뜨고 불호를 외우며 천천히 말했다.
"막비천 친구, 우리가 사십 년 동안 만나지 못하여 노승은 몹시 생각했었
네."
공중에서 금룡산 검장 장주의 말이 또 들려왔다.
"화상친구, 장보도가 그대의 몸에 있다면 이 친구에게 한 번 보여주는 것
이 어떻겠나?"
황광화상은 나직이 불호를 외웠다.
"안될 것이 뭐 있겠나. 좋은 친구라 돌려주지 않을 리가 없을터인데."
무명검 한소룡이 별안간 몽천악에게 말했다.
"몽문주, 우리는 잠시 사사로운 원한을 버려야할 것 같구려."
몽천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형의 성격이 많이 변한 것 같소."
무명검 한소룡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기후 관계 때문이오."
몽천악은 여전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혈검문은 장보도에 대해서 아무런 뜻이 없소. 그렇기 때문에 그 장보도
가 어느 방파의 손에 들어가든지 간섭하지 않습니다. 또한 장보도를 옹호
하는 사람은 바로 혈검문의 적입니다. 한형이 만일 보도를 빼앗아간다면
우리는 원수로 변할 것이오."
무명검 한소룡은 웃으며 말했다.
"좋소, 좋아. 몽문주의 의견은 저와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손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몽천악은 물었다.
"어떻게 힘을 합치는 방법이 있소?"
무명검 한소룡은 말했다.
"우선 어떤 사람이든간에 장보도를 빼앗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오."
몽천악은 또 물었다.
"장보도는 지금 어디에 있소?"
무명검 한소룡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황광화상에게 있지 않소?"
한소룡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중에서 또 운중룡 막비천의 음성이 들려
왔다.
"늙은 화상 친구 내가 어찌 장보도를 탐내지 않겠는가?"
황공화상은 불호를 외우며 말했다.
"막장주, 어찌 몸을 나타내지 않는 거요?"
무명검 한소룡이 별안간 웃으며 몽천악에게 물었다.
"몽문주, 막늙은이가 어디에 숨어 있소?"
몽천악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강호 무림 중에 금룡산 검장 장주는 구름 속의 신룡(神龍)같이 잠깐 나
타났다가는 숨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오늘 보니 과연 헛소문이 아니오.
만일 우리가 그가 숨은 곳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오늘 밤에 당신과 나,
두 사람은 그의 손에 패할 것이 아니겠소?"
무명검 한소룡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가 몸을 나타내지 않으면 영원히 나를 상하지 못할 게 아닌
가?"
몽천악은 웃으며 말했다.
"운중룡 막비천은 남과 싸워 제이의 검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오. 왜냐
하면 그가 몸을 나타낼 때 적은 이미 칼에 맞아 쓰러지니까요. 칼을 쓰
는 속도가 귀방의 독비절도 유기에 못지 않을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