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오늘은 "나비에게"라는 노래를 만났어요. 작년에 선생님들이 들살이 가서 불렀던 노래인데, 참말 재밌고 아름다웠지요. 학생들도 불러보고 싶었어요.
나비에게 노랫말, 가락 사무엘
나비가 난다 이리 저리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잘도 날아간다
나도 간다 내 가던 내 길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나비와 마주쳤다
나비야 부딪칠라 비쳐갈게
작아서 못 들었나 내 앞으로 난다
비키면 또 오고 두 번 세 번 가던 길 멈춘다
피하려던 걸까 놀자던 걸까
내가 무서웠을까 좋았을까
난 그냥 갔어야 하나 피했어야 하나
난 나비가 될 수도
그 속을 알 수도 없어 없었어
잠시 나 멈추고 아름다웠던 오늘
너와 함께였다
나비랑 나랑 함께 또 각자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갈 곳으로 갔다
잠시였지만 함께 가던길 너와 나 평화로웠길
노랫말에 나비랑 마주쳤던 이야기가 재밌어요. 우리도 나비이든 다른 생명이든, 평소에 깊이 생각지 않던 생명을 살아있는 존재로 마주한다면 신비롭고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생명을 마주해보면, 내 존재도 무척 새삼스럽지 않을까요.
우리들 하루하루 지내는 동안 다른 생명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요. 너 없이 나 없고, 나 없이 너도 없지요. 우린 그저 서로에 잇대어 살아요. 그러다가 언젠가 주어진 명이 다 되면 왔던 길로 돌아가겠지요. 우리가 어떤 생명과 한동안 동행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행운이기도 하고, 하늘이 엮어준 큰 사랑이고, 고마움이라 느꼈어요. 기나긴 우주의 시간 속에, 우리의 삶은 찰라와 같이 짧은 시간이지만, 너와 내가 만나 어느 세월을 함께 살다가 또 이별하지요. 그 사이를 사랑하며 고마워하다가 이별한다면, 우리 살아간 날들이 좋았을 거예요.
그동안 학생들이 봄,여름 동안 배운 노래들을 차곡차곡 공책에 악보를 붙이고, 저마다의 노래이야기로 채워왔어요. 제일 앞에는 노래 차례도 써있답니다. 각자 자신 만의 소리집 하나를 가지게 된 거죠. 재잘재잘 재미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악보를 잘라 붙이고 있네요. 차분히 잘라 붙이고 있는 학생들도 있고요. 자주 만나는 풍경입니다.
노래를 참말 재밌어했지만, 화음을 배우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먼저 원음을 배운 후, 낮은 화음을 배웠는데 잘 안 되었어요. 4학년들은 봄여름 동안 화음 배우는 경험 해왔는데, 이전과 다르게 조금 긴 호흡으로 화음을 부르거나, 익숙치 않은 노래, 전혀 처음 만나는 노래들을 화음까지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요. 그래서 높은 화음은 다음 시간에 배우기로 하고 마무리 했답니다.
6월25일
지난 주에는 깜짝 긴나들이가 있어서, 2주만에 만나 노래 불렀어요. 갈무리 잔치를 3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갈무리 잔치 때 어떤 노래를 부르면 좋을지 가늠할 필요가 있었어요. 이 참에 그동안 불러왔던 노래를 정리하듯 모두 한 번 쭉 불러보았지요. 그랬더니 무척 긴 시간 노래를 불렀어요. 목도 아프고 더운 날 지치기도 했어요. 어느 인디언들처럼 우리도 발을 모으고 모두 자리에 누워 잠시 쉬었답니다.
'탁'
하고 불이 켜지니 모두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벌떡 일어났어요. 그러고는 지난 번에 배웠던 "나비에게" 낮은 화음을 복습하고, 높은 화음도 배웠어요. 음이 어려웠는데, 음이 꽤 높은 부분도 한 몫 했어요.
남학생들은 6학년 이맘쯤이면 슬슬 변성기가 옵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학생들로서는 작지 않은 위기이기도 하지요. 전에는 아름답고 예뻤던 높은 음들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노래 자체는 참 즐거웠어요.
노래 날적이로는, 저마다 뭇생명들과 어우러져 신비로웠던 경험에 대해 남겼어요.
(왼쪽) 이 그림은 밭작물과 같이 눈 맞추며 마음 나누기 하는 모습이다. 이 때는 정말 완두콩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오른쪽) 이 그림은 내가 길 가다가 자주 마주쳐서 친해진 고양이와 있는 그림이다. 이 때는 내가 '행복하다'라고 느낀다.
이건 내가 메뚜기를 잡았을 때 내 손에서 편하게 있던 메뚜기를 그렸다.
오늘 "나비에게"라는 노래를 배웠다. "비키면 또 오고 두 번 세 번 가던 길 멈춘다"라는 말이 나왔는데, 정말 신기했을 거 같았다. 나비를 위해 길을 비켜주었는데 계속 오니... 그리고 "너와 나 평화로웠길"이라는 가사가 마음에 남았다.
난 예전에 들고양이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고양이 소리를 내니까 그 고양이도 소리를 내고
또 그 일이 일어났었다. 그 때 기분이 좋고 신기했고,
이후에도 그런 일이 있다가 없어졌다.
양평에 갔을 때 풀숲과 물이 연결된 데에 어미 오리와 새끼 오리가 있었다. 아기 오리는 5~10마리 정도 됐는데 너무 귀여웠다. 내가 조금씩 다가갔는데 잘 안 도망갔다. 어미가 천천히 풀숲으로 들어가자 질세라 아기 오리들도 따라 들어갔다. 몇몇 아기 오리들은 내 곁에 있다가 결국 엄마를 따라 갔다. 아기 오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다. 좀 설랬고 또 보고 싶었다.
개구리랑 마주쳤는데 개구리가 소리를 멈췄다.
개구리가 약간 무서워 하는데 약간 날 궁금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귀엽고 신기했다.
이 노래에선 나비가 많이 나오는데 진짜 나비를 그렇게 만나면 신기하겠다.
그리고 뭔가 나랑 나비랑 잘 통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이 노래는 흥얼흥을 계속 부르게 되는 노래다. 가사에 '잠시 나 멈추고 아름다웠던 오늘 너와 함께였다'라는 게 나오는데 기억에 남는다. 벗들이나 사랑하는 생명과 함께 있는 것만큼 소중하고 고마운 게 없다. 지금은 당연한 만남이지만 이 만남이 더 없이 소중하단 것을 기억해야겠다.
내가 창문을 열었는데 평소에 자주 보이던 고양이가 다른 집 지붕에 앉아있었다. 10m 정도 거리가 있었는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1분 정도 눈을 맞추고 있다가 귀찮았는지 고개를 돌렸다. 내가 기척을 내니 다시 날 바라보았다.
이 노래처럼 나도 잠시여도 나비와 같이 가면 좋을 것 같다. 또 같이 가다가 자기 갈 길로 가면 좀 아쉬웠겠지만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으니깐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야겠다(나비와 만나면)
내가 고양이를 만났을 때 "안녕"이라고 했더니 "냐옹~"하면서 내쪽으로 왔다.
난 나비가 될 수도 그 속을 알 수도 없다는 가사를 부를 때 리듬이 재밌었다. "너와 나 평화로웠길~"이라는 가사가 기억에 남았다. 이 말처럼 나도 서로 평화롭게 지내려고 애써야겠다.
예전에 할머니집에 살았던 강아지와 산책을 하다가 언덕을 함께 신나게 내려간 적이 있다. 그 때는 느낌이 신났고 그 강아지 사랑이도 신난다는 눈빛이었다. 그래서 또 뛰었더니 마음이 맞고 같은 속도로 뛰었다. 그 때 마음이 통했던 것 같다.
'잠시였지만 함께 가던 길 너와 나 평화로웠길'이라는 가사도 좋았다.
나도 상대가 그리고 나도 즐겁고 평화로울 수 있도록 노력하며 지내야겠다.
작년 하늘땅살이 관찰날적이를 쓸 때 갓끈동부와 마음 나누기를 했는데,
내가 질문하니까 갓끈동부도 대답하는 것 같았다.
할머니 집에 있는 물살이에게 인사를 하고 옆을 봤더니
나에게 계속 눈을 맞췄다.
"내가 그리 좋나? 그러면 좋겠다. 히히."
나는 생명에게 다가갈 때 조심조심 천천히 간다.
빨리가면 그가 달아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말이 통하는 (대화) 상대에게는
거침없이 말 걸면서 친해지려고 한다.
수업이 모두 끝날 즈음-
봄여름 갈무리 잔치 때 어떤 노래를 부를지 함께 정해봅니다.
1~3순위까지, 저마다 마음에 들어온 노래를 생각해보며 투표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종이를 한 번만 접어서 내라고 해도, 꼭 두 번, 세 번 접는 학생들이 있어요~ 아주 진지합니다.
학생들이 애써서 익혀본 노래 들어보아요^^
첫댓글 노래가 참 듣기 좋아요^^
아이들 주변 속, 작은 생명들 만났던 경험들이 참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