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트렌치코트는 봄·가을을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꼽혔지만 올 겨울에는 가장 트렌디한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개버딘 대신 모직으로 소재를 바꾸고, 다양한 길이와 디테일로 변형한 것이이전과의 차이점이다.
복고의 화려함에 현대적인 감각을 믹스한 1940년대 룩 유행양조위와 탕유가 나오는 영화 ‘색계’는 1940년대 초반 홍콩과 상하이를 무대로 한 시대 멜로물이다. ‘마지막 황제’ 등으로 30·40대에게 잘 알려진 조안첸도 영화 속 양조위의 아내로 등장하는 데, 이들은 모두 당시의 고관대작이거나 상류층으로 가장 고급스럽고 세련된 차림을 하고 있다. 물자가 부족한 전시였지만 상하이나 홍콩은 상대적으로 풍요를 누리고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당시의 유행과 패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아한 중년의 귀부인인 조안첸은 거의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나오지만 20대 초반의 젊은 여주인공 탕유는 당시의 유행 모드를 그대로 연출하고 있다. 굵은 단발의 웨이브, 옆으로 눌러 쓴 모자, 각진 어깨 대신 여성 특유의 둥근 어깨를 강조한 케이프 장식의 트렌치 코트는 넓은 벨트로 허리를 꼭 조였고, 무릎 길이의 코트와 스커트 아래로는 높은 굽의 스트랩 슈즈가 복고적인 우아함을 그대로 보여 준다. 동양과 서양, 복고와 현대의 접점에서 풍요로운 양감의 섹시함 대신 차갑고 퇴폐적인 여성미를 강조한 1940년대 스타일은 최근 몇 년간 가장 트렌디한 패션의 키워드다. 1940년대를 대표하는 것은 크게 롱앤린(long&lynn)과 수트다. 롱앤린은 말 그대로 가늘고 긴 실루엣이다. 롱앤린 실루엣은 194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의 전형적인 스타일. 수트도 1940년대 룩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화려하고 우아한 드레스 대신 남성의 중절모에 턱시도를 입고 시가를 피우던 마를렌 디트리히의 팜므파탈 적인 매력을 떠올리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트나 트렌치 코트는 남성처럼 강해 보이는 딱딱함이 아닌 여성스럽고 섹시해 보이는 것이 목적. 영화 ‘색계’에서도 여주인공은 수트와 트렌치 코트 차림에 완벽하게 세팅한 웨이브 헤어와 붓으로 그린 듯한 눈썹 그리고 짙은 빨강 립스틱을 바르고 있다. 1940년대 룩은 그렇게 남성성의 한가운데에서 여성성을 찾고 있다는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정장풍이 아닌 보수적인 캐주얼 스타일이 트래디셔널의 기본. 아이보리와 베이지, 카키 컬러의 차분한 매치가 깔끔해 보이는 닥스의 겨울 스타일링.
빈티지와는 다른 고급스러움, 클래식과 트래디셔널지난 몇 년 동안의 로맨틱하고 여성스러운 프린트와 장식의 유행은 이제 지나고, 올 겨울을 대표하는 트렌드는 1940년대 혹은 1930년대의 클래식한 복고 스타일이다. 클래식 룩은 빈티지(vintage)와는 다르다. 구형, 고물, 시대에 뒤떨어진 패션을 뜻하는 빈티지 룩은 옛날에 입던 헌옷을 활동적이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도록 코디하는 것을 말한다. 그에 반해 전통적, 정통이라는 뜻을 지닌 트래디셔널은 보수성이 강한 캐주얼풍으로 여성다움보다는 지성미를 강조한다.
이러한 클래식과 트래디셔널은 전체적으로 스포티하고 기능적인 것을 특징으로 한다. 1910년대 미국 아이비 리그의 학생들을 모티브로 하기도 하는 데 이는 사실 브리티시 트래디셔널(British traditional)에서 건너온 것이다. 영국에서 발전한 스타일로 랄프 로렌이 그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현대에 와서는 군복의 디테일을 차용한 밀리터리 디테일도 함께 믹스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트렌치 코트나 벨티드 재킷. 앞서 말한 1930~40년대 룩의 모티브들은 전시의 군복 디테일과 소재를 반영하고 있다. 또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클래식 영화들의 드라마틱한 영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안 리의 ‘애수’, 험프리 보거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카사블랑카’는 트렌치 코트 유행의 효시가 되다시피 했고 ‘티파니에서 아침을’·‘로마의 휴일’·‘사브리나’의 오드리 헵번 역시 1950년대 클래식 룩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들의 멋진 클래식 룩은 지금까지도 가장 멋진 스타일 아이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패션 역사상 가장 패셔너블한 클래식 영화로는 알랭 들롱의 ‘태양은 가득히’가 있다. 줄무늬 티셔츠, 화이트 팬츠, 윈드브레이커 재킷과 코트 등 상류층 젊은이들의 휴양지 룩은 현재 그대로 재현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트렌디하다.
흔히 클래식 룩은 정장으로 이해하기 쉬운데 그보다는 보수성이 강한 캐주얼풍이다. 여성다움보다는 지성미를 강조한다. 그러나 최근의 패션쇼에 등장하는 1920~50년대의 클래식, 트래디셔널풍보다는 뉴 트래디셔널이 우리에게 훨씬 친숙하며 또 현실적이다. 1970년대 등장한 뉴 트래디셔널 룩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로 요코하마 트래디셔널이라고도 한다. 유행과 관계없이 샤넬 수트와 같은 유럽의 전통적인 감각을 단정하게 연출하는 것을 말한다. 유명 브랜드를 즐기는 상류 여성들의 보수적인 옷입기 또는 커리어 우먼의 고급 지향을 의미하기도 한다. 클래식한 정장풍을 떠올리면 된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뉴욕을 중심으로 뉴욕 트래디셔널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메리칸 트래디셔널을 기본으로 하여 세련된 도회적인 감각을 가미한 패션. 앞서 설명한 아이비 스타일과는 다른, 기본적인 옷차림을 중요시하며 표현은 심플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대표적 디자이너는 캘빈 클라인, 폴 스미스, 톰 포드,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라다 등이 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클래식 수트 스타일올 겨울, 클래식한 유행을 즐기려면 가장 필요한 아이템은 무엇일까? 우선 여성스러운 스커트와 매니시한 팬츠의 수트를 점검해 보자. 특히 무릎 길이 또는 종아리를 덮는 미디 길이의 스커트는 가장 쉽고 확실한 클래식 룩을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 그러나 종아리가 길고 가늘지 않다면 멋져 보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종아리에 자신이 없다면 무릎을 살짝 덮는 샤넬 라인 정도로 선택해 보자.
매니시한 팬츠, 일명 ‘기지바지’도 아주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이다. 밝은 그레이, 샌드 베이지에서부터 블랙까지 다양한 채도를 선택할 수 있다. 소재는 헤링본, 트위드 등 역시 클래식한 소재가 한결 분위기를 살린다. 팬츠 앞 라인에 기계 주름이 들어가 있거나 앞 부분에 턱을 잡은 디자인은 착용감도 편안하며 클래식한 무드를 더욱 강조한다. 바지통은 와이드 혹은 일자로 약간 넓게 떨어지는 것이 좋다. 허리선이 높든, 낮든 반드시 벨트를 착용해 매니시한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한다.
여기에 심플한 터틀넥 풀오버를 매치하고 퍼 재킷이나 모직 코트, 트렌치 코트 등을 걸치면 아주 우아하고 단정한 클래식 레이디로 변신이 가능하다. 트렌치 코트 또는 트렌치 코트의 디테일을 차용한 재킷과 코트들은 이번 시즌의 키 아이템이기도 하다. 코트든, 재킷이든 트렌치 스타일의 벨트로 꼭 조여맨 허리 라인은 필수. 자칫 딱딱해 보이는 클래식 아이템들을 여성스럽게 소화해 내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트렌치 디테일 중에는 어깨와 등 부분을 한겹 더 덮는 케이프 스타일도 응용되는데, 소녀풍의 귀여운 디자인이 아닌 트렌치 스타일의 케이프를 고르도록 한다. 코트 안에는 전체적으로 슬림하고 간결한 라인을 연출하는 것이 관건. 여기에 풍성하고 존재감 있는 아우터를 선택해 클래식하고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여성스럽고 화려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다면 블랙의 심플한 원피스와 스커트 룩 위에 풍성한 퍼를 캐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연말모임이나 특별한 자리에서 적합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컬러는 베이지, 브라운, 그레이, 블랙 등을 중심으로 하는데 블루 등의 차가운 색 대신 카키 등 자연색을, 포인트 컬러로는 자주 계열의 플럼이나 레드, 오렌지, 옐로 등 따뜻한 색을 사용한다. 노골적인 여성스러움이나 화려함을 강조하는 룩이 아니므로 액세서리가 결코 과해서는 안 된다. 리본이나 스카프, 모자와 장갑 등 소품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패션쇼와 광고에서 봤어요!클래식 룩 레슨클래식 룩만큼 따라해 보기 쉬운 유행도 드물다. 광고와 패션쇼에 등장한 멋진 스타일링을 현실적으로 응용해 보는 코디 레슨. 꼭 똑같은 옷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옷장 안에 있는 아이템에서 먼저 출발한다. 여기에 컬러를 맞추고 실루엣의 균형을 살리는 것만으로도 올 겨울 멋쟁이로의 변신이 가능하다.
액세서리 대신 소품으로 승부한다반짝이는 큐빅이나 보석, 골드와 실버 액세서리는 잠시 서랍 안에 넣어 두자. 눈에 띄게 빛나는 액세서리 대신 모자와 장갑, 넓은 벨트 등 고전적인 소품이 한결 분위기를 강조한다. 퍼 머플러도 효과적. 가늘고 섬세한 디자인보다는 가죽, 스웨이드, 퍼, 벨벳 등 질감이 느껴지는 소재를 선택하면 더 좋다(닥스).
라이트 컬러와 케이프의 매치새로 코트를 산다면 후드가 달린 케이프 스타일을 고민해 보자. 의외로 체형 커버가 쉽고 효과적이다. 길이가 너무 길면 키가 작아 보이고 너무 짧으면 상체가 뚱뚱해 보일 수 있다. 코트와 마찬가지로 딱 무릎 길이로 고르면 키도 커 보이면서 세련돼 보일 수 있다. 안에는 스커트 혹은 슬림한 팬츠로 매치, 롱앤린 실루엣을 만들어 보자(닥스).
멋쟁이가 되고 싶다면 팬츠 수트를 선택하라클래식 트렌드의 핫 아이템 턱시도 재킷이다. 여기에 가는 허리를 강조하는 무릎길이
스커트나 매니시 팬츠를 매치. 몸이 좀 마른 타입이라면 복고 무드를 가장 잘 살려주는 트위드 소재를 선택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다양한 톤의 그레이 색상도 트렌드 컬러. 같은 그레이라도 자신의 피부색에 가장 잘 맞는 농도와 채도가 있다. 거울 앞에서 비교해 보고 따뜻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컬러를 선택하도록 하자 (BOSS BLACK WOMAN).
퍼 머플러와 벨트 등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적극 활용화려한 장식도, 프린트도 없는 트래디셔널 아이템을 여성스럽게 연출하기 위해서는 길고 가느다란 실루엣에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데테일을 적극 활용하는 것. 전체적인 실루엣은 깨트리지 않으면서 리듬감을 줄 수 있는 리본 벨트나 퍼 트리밍이 그 예다. 단, 너무 튀어서는 안 되며 디자인 자체에 에지가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세련돼 보인다(MOGG).
블랙+카키,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두 배!뚱뚱한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블랙으로 코디하면 날씬해 보인다는 착각. 그러나 오히려 검정 덩어리는 부피감을 강조한다. 블랙과 카키 또는 자주, 브라운, 그레이 등 차분한 계열의 다른 색을 매치하는 것이 한결 고급스럽고 날씬해보인다. 가방이나 머플러 등으로 컬러를 연결해주면 한결 세련돼 보인다(닥스).
유행을 타지않는 소재, 트위드품격과 우아함, 캐주얼함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트위드는 코트나 재킷으로 한 벌쯤 장만해 두면 유행을 타지 않고 언제나 세련되고 차분하게 입을 수 있다.
독특한 소재감으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것이 트위드의 장점.금속이나 가죽 벨트와 코디하면 시크함을 강조할 수 있다. 길이는 무릎 위가 가장 활용도가 높다(MOGG).
퍼 스타일링은 캐주얼하게전체적으로 길고 슬림해 보이는 라인에 볼륨감 넘치는 퍼 소재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단, 이전의 퍼 스타일링이 고급스럽고 화려해 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보다 캐주얼하고 활동적으로 보이게끔 연출하도록 한다.스커트보다는 팬츠, 슬림보다는 와이드 팬츠에 풍성한 퍼 재킷을 매치한다. 어깨를 강조함으로써 더욱 고전적으로 보일 수 있고 캐주얼한 럭셔리 스타일도 가능하다(MOGG).
박지영(자유기고가) 사진제공: 닥스, MOGG, BOSS BLACK WO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