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에 넘친 사랑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 한없는 은혜..’
찬양 가사 대로 모든 일이 은혜였다.
순조롭게 어머니의 장례를 마쳤다.
요양병원에 들러 입원비 정산하고 3층으로 갔다.
간호사 세 분이 눈물을 글썽이며 맞았다.
사례하고 요양 팀장에게 봉투를 드렸다.
그들의 수고를 알기에 매달 찾아볼 요량이다.
어머니에게 2인실을 내준 업무실장에게 인사치레했다.
어머니 집에 5남매가 모여 감사로 입을 모았다.
장례 중에 익산 동생 내외 지인들 발걸음이 쌓여 고마웠다.
지난 월요일, 문자를 보냈다.
‘동생! 어머니 간병과 장례 치르면서 수고했어.
위로금 농협으로 보냈네. 필요한 곳에 써..
제수씨 통장에도 입금했어.’
‘아이고야~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그 후, 희한한 일이 생겼다.
뜻하지 않은 분들이 내 통장을 채웠다.
하지만 어머니가 그리워 시도 때도 없이 눈물 꼭지가 돌아갔다.
세월이 약이라지만 슬픔을 잊을까 봐 더 슬펐다.
어머니 집 현관문을 열면서 ‘어머니!’ ‘그래, 어서 와!’
이전에 느꼈던 교감이 사라져 버렸다.
새벽 기도 마치고 묘소를 찾았다.
숲속의 새들이 영락공원을 깨웠다.
멀리서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산들바람이 옷깃을 여몄다.
산언저리에 노란 아기 꽃들이 손을 흔들었다.
옆 묘지에 놓은 흰 국화 송이가 이슬에 젖었다.
한 여름 날씨에 일꾼들이 검은 차양을 높게 처 뒀다.
기도하고 내려오는 길목에서 노랑나비가 날갯짓 하며 들꽃 찾아 나섰다.
세 자매가 어머님 집에서 며칠간 함께 묵었다.
풍성한 식탁에 일본 동생이 놀랐다.
어머니의 추억을 소환하여 울고 웃는 시간을 보냈다.
‘날 새는 줄 모르고 처음으로 속에 말을 했네요.’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여느 때와 달리 뛰어서 어머니 묘지에 다 달았다.
11.7Km 달릴만한 거리라 발 도장을 찍었다.
어머니 일생은 뼈를 빻고 몸을 부순 분골쇄신(粉骨碎身) 한 삶이었다.
‘어머니! 왜? 그리 잘해 주셨어요?
명품 아들로 여겼는데 그 기대 채워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밥 한 끼 차려도 왜 그렇게 정성을 들였어요.
약한 허리로.. 어머니 빈자리가 가슴 쓰리도록 아프네요.
그 공허감 채울 수 없네요.’
통곡은 슬픔을 씻어내는 약이었다.
눈물로 씻겨 내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어머니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봤다.
장로님께서 모친 상사(喪事) 후 마음이 혼미해진 사실을 알았다.
과부가 과부 속 알 듯..
돌아오는 4Km 지점에서 무릎이 아팠다.
다리가 무거워 걸었다.
그날 정형외과 진료 가서 약 처방받고 당분간 뛸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에 대한 ‘생명 샘’글 읽은 독자들의 위로와 격려가 넘쳤다.
‘목사님, 그동안 정성 다해도 못내 아쉬움 남아 허전하지요.
잠시 이별이나 다시 볼 수 없으니 그리움만 남는 닐이더라고요.
천국에서 만날 날 소망하며 어머니의 신실함 본받아
사명 감당하며 믿음으로 이겨 나가 길..’
‘일상은 변함이 없건만 헛헛한 마음은 그 무엇으로 채워지지 않지요.
마치 지지대 없는 담쟁이 같지요.
그간 애쓰셨네요.’
‘목사님, 어떤 말도 위로가 안 되겠지요.
아픈 마음 잘 이겨내세요.
권사님 목소리 들을 수 없어 마음 아프네요.
생전에 뵙고 싶었는데 염치없고 죄송해요.
허전함을 하나님께서 채워 주시길..’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란 말이 딱인 모자(母子)네요.
굳이 말 안 해도 보이는 신 권사님 같은 삶을 살고 싶네요.
우리 할머니 같은 느낌, 마음으로만 생각했던 것 잘못이었네요.
여하튼 수고하셨네요.’
‘이별은 누구에게나 아픔이지요.
예수 믿는 자, 천국을 소망하기에 마냥 슬퍼하지 않지요.
마음 추스르고 다시 만날 때까지 아픔을 참아 내야지요.
어머니 보내며 애쓰셨네요.’
‘이 생에서 마지막 생존 모습 부여잡고 효도한 목사님이 보이네요.
저 어머니 보내 드린 때 기억나 그리움이 물밀듯 밀려오네요.’
‘소중한 어머니 아름답게 보내셨네요.
슬픔, 아픔 없는 영원한 본향으로..’
‘애쓰셨네요. 주님 은혜로 회복을 위한 쉼도 필요하네요. 기도할게요.’
‘어머니 생각만 해도 눈물 나네요.
글 속에 어머니의 채취가 물씬 풍겨요.
잠깐 잊었던 어머니..
눈물을 흘리며 읽었네요.
유족들 고생하셨네요.’
‘5남매 우애와 어머니 사랑하는 마음 부러울 만큼 감동적이네요.
자식 사랑 마지막까지 다 받고 가셨네요.
허전함을 내려놓고 이제 쉬세요.’
‘목사님, 글귀 곳곳마다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네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예스맨으로 사신 목사님,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네요.
천국에서 뵈올 날 생각하며 행복하길 소망하네요.’
‘남다른 효자 목사님!
평생 다시없는 사랑의 실체이신 어머니를 보내면서 얼마나 망극하신지요?
그 아픔 헤아릴 수 없지만 추스르시고 힘내시길..’
‘존경하는 목사님! 세상 물정 아는 나이 되어도
자식에게 부모는 한 세상이지요.
그런 부모 떠나보내는 심정은
죄송함과 안타까움과 서운한 마음뿐임을 알고 있네요.
부디 마음 추스르시고 애도 시간 가지시길 바랄게요.’
친구의 시는 압권이었다. ‘
내가 만일 흙이라면/ 어머니 가슴 데워주는 따뜻한 질화로 되고/
내가 만일 나뭇잎이라 하면/ 잎잎 하나하나 어머니 눈물 닦는/
작은 손수건 되리..’
어제 효령 노인복지타운을 들렸다.
회원증 반납 후 어머니 닮은 분 찾으려 물리치료실과 식당에 갔다.
두리번거리다 산소 올라가 또 울었다.
2024. 5. 25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