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톺아보기-83]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를 살펴보는 연재코너입니다.
2월25일 기준 일본 넷플릭스 인기순위 톱10.스마트폰과 넷플릭스 등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의 확산과 맞물려 예전보다 더 많은 나라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접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전례없는 호평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의 대히트와 최근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흥행이 이를 대변해주죠.
특히 옆나라 일본에서는 현재 시점(2월 25일) 넷플릭스 인기 톱10 콘텐츠 중 무려 6개가 한국 드라마인 데다, 방영 후 2년여가 지난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클라스'가 아직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자국 작품이 한국 작품에 못 미치는 데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지 오래이며, 왜 일본은 한국처럼 못 만드는가에 대한 의문도 종종 제기됩니다. 최근 이와 관련해 일본 경제주간지 '프레지던트'는 한국 드라마가 일본 드라마를 인기와 퀄리티 면에서 크게 압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비교분석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케이블TV 등장으로 업그레이드된 한국 드라마
tvN `사랑의 불시착` 주연 현빈 손예진 커플. 최근 결혼 소식은 일본에서도 큰 화젯거리가 됐다. [사진=연합뉴스]"한국은 2006년 이후 속속 설립된 케이블TV가 기존 지상파 드라마들과 결이 다른 의욕적인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지난해 '인생을 바꾼 한국 드라마 2016~2021'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서적을 출간해온 일본인 작가 후지와키 구니오(藤脇邦夫)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한국 드라마가 2000년대 이후 2010년대를 거쳐 현재의 수준에 이르게 된 배경으로 먼저 케이블TV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며 쌓아온 토대를 꼽습니다.
한국 케이블TV 드라마 하면 2006년 'tvN'을 필두로 2011년 이후 'OCN'의 본격적인 드라마 제작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같은 시기 종합편성채널(JTBC,MBN, 채널A, TV조선)도 개국 하는 등 지상파 독점이었던 드라마 제작 환경이 훨씬 더 다채로워졌습니다. 확실히 케이블TV에서는 기존 지상파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독창적이면서도 새로운 주제의 작품들이 대거 방영됐습니다.
배우 캐스팅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 지상파의 경우 특히 언제나 같은 문법과 패턴에 같은 배우를 기본으로 드라마를 기획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한국 케이블TV는 배우 유명세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기획에 맞춰 배우를 섭외한다는 겁니다. 후지와키 씨는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 출연했던 주요 배우들이 나이 들어서도 등장해 비슷한 배역을 몇 번이든 계속 맡곤 한다" 면서 "이것이 시청자 이탈을 부추겼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제작비를 댄 스폰서를 배려한 작품만 만드는 일본과 한국은 기획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획력은 물론 투자 규모에서도 우위 '뚜렷'
18개국 15~59세 현지인 중 한국 드라마 유경험 4850명 대상. 조사기간 2021 년 11월 5일 ~ 12월 8일. 자료=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2해외한류실태조사`.
투자 규모의 차이도 한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의 수준 차이를 낳고 있습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드라마 제작비는 한국 드라마보다 평균적으로 높게 책정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역전된 지 오래입니다. 일본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재작년 기준 한국 드라마는 작품당 평균 100억~3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습니다. 반면 일본 주요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비는 작품당 1억~5억엔(약 11억~53억원)에 그쳤습니다.
이 같은 투자액 차이는 곧 작품의 퀄리티 차이로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일본인들이 공통적으로 한국 드라마의 스케일이 더 크고 드라마인데도 영화처럼 느껴지는 영상들이 많다고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평소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30대 남성 나카무라 히데히로 씨는 "일본 드라마보다 편수도 많고 편당 러닝타임도 길다"면서 "그래서인지 스토리 세부 묘사가 좋고 다음편을 꼭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송 환경적 요인도 있습니다. 일본 방송산업은 수익구조상 제작물의 최초 방송만으로도 제작비 회수는 물론 수익도 낼 수 있는 규모의 안정된 광고 시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굳이 국외 판매 등 2차 방영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작품당 한국에 비해 10배나 되는 광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죠. 따라서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수익 회수가 우선시되고, 국외 판매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였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작은 내수시장은 한국 기업들로 하여금 어떻게든 더 큰 시장의 문턱을 넘게 하는 촉매제가 됐습니다. 최근 만들어지는 한국 방송 콘텐츠 상당수가 처음부터 수출이나 외국 시청자들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며, 부족한 제작비를 수출을 통해 조달하기도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2018년 기준 한국 드라마 수출액은 연 2억4190만달러로, 일본 드라마 수출액(3148만달러) 대비 8배에 달했습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는 이에 대해 "일본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에 비해 편수가 적다 보니 시청률이 오르려 할 때쯤 끝나버려 현지에서 수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중년 여성 전유물서 全세대로…'대중적 콘텐츠' 정착
2002년 방송됐던 후지TV 가족 드라마 `북쪽 나라에서`후지와키 씨는 2000년대 이후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유로 중장년층이 볼만한 일본 드라마를 찾기 어려워진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일본 드라마들이 젊은 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강해, 많은 중년층이 한국 드라마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일본에서는 2002년 종영된 '북쪽 나라에서'라는 가족 드라마 이후 사극을 빼면 중년 세대에 어필할 만한 작품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때 때마침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과 맞물려 소개된 드라마가 바로 '겨울연가'였죠.
사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드라마에 대해서는 대체로 "세련되진 않지만 일본에서 사라진 순수함과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또한 소비층이 주로 중년 여성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죠. 하지만 이후 갈수록 진화해온 한국 드라마는 현재 영상 퀄리티는 물론 소재와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제자리걸음 중인 일본 드라마를 훨씬 앞서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현재 한국 드라마는 일본 렌탈숍의 간판 상품과 BS테레비의 단골 프로로, 또 전통을 자랑하는 NHK 아침드라마만큼이나 친근한 콘텐츠로 정착했습니다. '겨울연가' 이후 다시 신드롬적 인기를 끈 '사랑의 불시착'을 기점으로 젊은 세대는 물론 중년 남성들까지 즐겨 보는 대중적 소비재가 된 겁니다.
"금세기 내 日드라마가 韓드라마 따라잡기란 불가"
넷플릭스 일드 `살색의감독 무라니시(全裸監督)`와 주연배우 야마다 타카유키."OTT 전성시대인 현재 한국 드라마는 미국 작품에 필적할 만한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해외 일각에서는 최근 상승세를 탄 한국 드라마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후지와키 씨는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영상 콘텐츠, 특히 드라마에서 일본이 금세기 내 한국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일본인들도 있습니다. 일본의 톱 배우로 국내에서도 TBS 드라마 '백야행', 넷플릭스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로 얼굴이 제법 알려져 있는 야마다 다카유키(山田孝之)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드라마에 일본 드라마가 밀리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자 "일본 드라마 제작진과 출연진이 한국보다 그리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야마다는 자신이 출연하고 기획에도 참여한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가 일본적 소재로 해외에서 제법 많은 이들이 시청했다며 "배우들의 연기나 촬영, 편집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후지와키 씨 역시 한국 드라마 수준이 일본 드라마를 소위 '넘사벽'으로 앞서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연출, 각본, 배우 등이 열등하다는 건 아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일본의 가장 큰 문제로 자금이 뒷받침되는 기획이 2030 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한 틀에 박힌 작품에 한정되고 있어 좋은 시나리오가 제작으로 이어질 기회가 적다는 것을 꼽습니다. 즉, 참신한 기획이 드라마화돼 넷플릭스 등 OTT 바람을 탄다면 현재 흐름을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과연 그들의 바람대로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넘어서는 일본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추세로 봤을 땐 쉽지 않아 보이지만 어쨌든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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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 열공 파이팅😃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잘봤습니다^^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