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9/7 7박 8일동안 올해 숲터에서 들살이를 떠나요!
저희 일곱 난쟁이 팀(윤지, 도연우, 이연우, 원재, 혜성, 솔, 현욱 그리고 규)은 하동-순천에서 일정을 보냅니다! 첫 날인 오늘은 하동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
각자 다른 일정으로 분주했던 첫날 모둠원들의 일지입니다-
2022.08.31.(수) 첫날 현욱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급하게 잡아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이렇게 혼잡한 기차역을 보는 것은 오랜만이라 재미있었지만 버스에서 한숨 자는 바람에 정신이 아직 멍해서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오랜만에 타는 기차에서는 표 검사를 하지 않아 당황했지만, 상황파악을 해서 순천행 기차를 타고 4시간 이상의 대장정에 올랐다. 기차에서는 초반에 구경을 조금 하다가 잠을 한 두 시간 정도 청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으며 보냈다. 오는 도중에 안내방송이 재미있어서 순천도착 안내방송을 녹음하기도 했다.
하동역에 도착해서는 공원과 숙소 중에 갈등을 하다가 버스가 바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숙소를 택했다. 짐을 내려놓은 뒤 바로보이는 정자에 드러누웠는데 보이는 풍경이 굉장해서 도시락을 까먹고 짐을 풀어 간단히 그림을 그리며 쉬었다. 잠시 쉬려고 앉은 자리인데 풍경이 굉장히 좋았다.
그 뒤 사진작가 모드로 최참판댁을 방문했는데 6시 까지라고 해서 빠르게 관람을 했는데 중간에 두 번 지나간 곳에서 뻥튀기를 하시던 분이 “어이 총각, 그냥 지나가면 섭섭하지!”라고 하시며 두 번 모두 손바닥보다 조금 자그마한 보라색 뻥튀기를 두 개씩 주셨다. 뻥과자를 먹으며 내려오다가 보이는 국수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원래 일정에 있던 하동 스카이 워크를 포기할지 고민했지만, 저녁에 해가 진 뒤에 1시간을 걸어 돌아오는 것이 힘들 것 같아 그냥 노을을 구경하며 숙소로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다시 사진작가 모드로 돌아가 노을을 봤는데, 노을이 굉장했어서 조금 늦더라도 스카이워크로 가 봐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풍경들을 많이 봐서 앞으로 남은 들살이도 기대가 되는 것 같다.
첫째 날(8.31.수)_진솔
오늘은 들살이 첫날이다. 짐을 정말 힘겹게 싸고 나가서 시외버스를 탔다. 시외버스에는 운행중 수면제가 살포되는 것 같다. 정신없이 자다보니 도착했다. 근데 이동시간을 좀 길게 잡은 탓인지 숙소에 예정보다 1시간 빨리 도착했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소설 토지속 가상의 건물인 최참판댁으로 출발했다. 최참판댁 근처는 토지 테마파크 같았다. 토지가 유명해지자 한 공무원이 지역 홍보 차원에서 지은 건물이라는데 그 뒤에 드라마도 촬영되면서 세트장이 추가되고, 그 뒤에 다른 가게들도 모여 지금의 최참판댁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동네가 약간 토지 원툴인 것 같았다. 대부분의 음식점, 카페 이름이 토지 관련되 있더라. 나는 그중 박경리 문학관과 최참판댁 세트장을 갔었는데, 최참판댁 세트장은 그냥 한옥이더라. 특별한 건 없고 그냥 건물 모양과 설명이 있었다. 물론 볼만하긴 했지만 그냥 한옥 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박경리 문학관은 내가 박경리 작가님 소설을 하나도 안 읽었지만 볼 가치가 있었다. 토지 몇권 주워읽은 게 전부여도 토지 내용이 잘 설명되어 있어서 볼만했다. 근데 시간이 남아서 고소성 군립 공원을 갔었지만 못찾고 1시간 동안 산책하다 돌아왔다. 시간이 촉박해 급하게 식당으로 갔는데 닫혀 있어서 다른 식당 5곳을 헤메이다 콩국수집을 발견해 허겁지겁 먹고 돌아오니 하루가 끝났다.
8.31일_정윤지
들살이 첫날은 언제나 ‘드디어 가는구나’와 ‘정말 간다고?’라는 심정이 섞여 얼떨떨하다. 특히 오늘은 내가 관찰과 대화를 통해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는 들살이 주제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되었다.
하동에 도착하고서 든 생각은 ‘어쩌지? 사람이 너무 없는데?!’였다. 이곳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적막했다. 숙소에서 밥을 먹으러 가는 동안(사장님은 10분 거리에 식당이 있을 거라 하셨지만 30분을 걸어서 겨우 먹을 만한 곳을 찾았다) 길에서 만난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다.
점심식사를 한 식당 사장님은 나와 이연우, 규에게 신기하다는 듯 “여기 뭐 볼 게 있어요?”라고 물으셨다. 사실 전 사람들을 보러 왔는데...... 사람이 너무 없네요.
아무리 돌아다녀본들 가뭄에 콩 나듯 지나가는 사람들을 제대로 관찰하는 건 무리였다. 대신 스케치를 하듯 마주친 사람들의 모습을 간단하게나마 기록해보았다.
상황이 척박했던 만큼 사실 오늘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아이들도 다 사라진 후까지 정자에 남아서 오늘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을 때, 다른 쪽에서 이야기들 나누던 아저씨 두 분이 여행 온 거냐고 먼저 말을 거셨다. 하동이 어떠냐고 물으셔서 산도 논도 많고 공기도 맑아서 좋다고 대답했다. 두 분은 하동에서 계속 살아오셨는데, 이곳은 집들이 많이 들어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몇 십 년 전과 거의 그대로라고 한다. 마침 내가 보고 있던 초등학교도 몇 십 년 전에도 있었는지 여쭤보자 그렇다고, 100년쯤 된 학교라고 하셨다. 내 질문에 대답한 아저씨는 올해로 63세이신데, 13살에 악양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본인이 졸업한지도 벌써 50년이 된 것이라고 한다.
곧 다른 일행 분이 합류하셔서 인사를 드리고 저녁을 먹으러 물러났지만, 더 많이 대화를 나눴으면 좋았을 걸 아쉽기도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지.
아저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자 주변을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낮 동안 돌아다니면서도 내가 있는 곳이 옛날에 어떤 모습이었을지는 미처 궁금해 하지 않았는데, 몇 십 년 전에도 이 골목과 논길들은 비슷한 모습이었고, 50년 전 이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사람들이 지금도 같은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나는 아무리 돌아다닌들 어떤 장소와 사람들에 대해 완전히 알 수 없으므로 늘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함부로 판단하고 평가 내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면 여행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8월 31일_이원재
들살이 첫날 일찍 일어나 정신없이 지하철과 기차를 타고 순천에 도착했다. (출근시간 경의중앙선은 다음에는 무조건 피할 것이다) 목적지는 하동이지만 잠깐 순천에 있는 공원에 걸어갔다 왔는데 6학년때 사용했던 가방을 매고 있어서 잠깐이지만 제주도 들살이가 떠올랐다. 하동으로 이동하고 점심을 먹었는데 사장님이 서비스로 김밥 한 줄을 주셨다. 당황했지만 덕분에 저녁 걱정은 사라져서 좋았다. 이후 식당 근처에 있는 하동송림공원이라는 곳을 갔다. 동네 공원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좋아서 오래 있었다. 잠시 도서관에 들렸다가 농촌버스 시간에 맞춰 터미널에 갔는데 다른 곳에 적혀있는 시간이랑 버스시간이 달라 1시간 30분 넘게 터미널에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김밥도 먹고 다른것도 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갔다. 오래 기다려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는데 숙소 근처 풍경이 좋아서 기억에 남는다. 첫날이라 긴장도 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무사히 지나가서 좋았다.
8/31_도연우
오늘은 9시쯤 서울역에 도착해 KTX를 타고 순천역에 도착해 하동으로 환승하는 무궁화호를 탔다. 생각보다 기차가 늦게 도착해 환승할 시간이 촉박했다. 혹시나 무궁화호를 놓칠까 무거운 가방을 들고뛰었다 ㅎ
하동에 도착한 후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들어갔다. 버스도, 마을도 생각보다도 아무것도 없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걱정했던 버스를 큰 무리 없이 잘 타서 다행이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너무 귀여운 고양이 2마리가 놀고 있었다. 고양이를 거의 처음 만져보는데 너무 작고 예뻤다.
숙소에 짐을 맡긴 후 밥을 먹으러 악양면으로 올라갔다. 가는 길이 거의 다 논밭이었었는데 이렇게 많은 논밭들을 걸은 건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길을 따라 30분 정도를 올라가니 식당이 나와 엄청난 기대를 하며 들어갔다. 하지만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고 근처에 다른 식당들도 영업을 하는 곳이 없었다ㅜㅜ 배고픈 몸을 이끌고 이리저리 헤매다 어쩔 수 없이 점심은 간단한 빵을 먹었다.
빵을 먹으며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최참판댁으로 넘어갔다. 약 40분이 걸리는 거리였는데 하동의 마을들을 이리저리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무서운 개 빼구… 최참판댁에 도착해서 먼저 밥을 먹으러 식당을 찾았는데 너무 늦게 도착해서 그런지 식당이 다 문을 닫았다ㅠㅠ 그래서 뻥튀기만 먹으며 다시 내려갔다. 그러다 기적같이 영업을 하는 식당을 발견했고 처음으로 밥 다운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노을이 조금씩 지고있어 너무 예뻤다. 오늘은 다리도 아프고 첫날이라 정신이 없었지만 하동을 맘껏 구경한 것 같아 좋았다🌿
2022. 8. 31 들살이 첫 날 이야기_이연우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왔다. 고양자유 11년차 즈음엔 익숙해 질 수 밖에 없는 고속버스를 타고 하동에 도착했다. 숙 소에 짐을 풀자마자 점심으로 콩국수를 먹었다. 대한민국 남쪽에서 먹는 콩국수는 언제나 옳았다. 그러고는 '악양생활문화센터'와 '마을 공방두리'를 구경 하러 갔다. 출발하기전 블로그에서 본 것보다 너무... 볼 게 없어서 당황했지만, 그래도 '마을공방두리'의 컨테이너 건물이 참 예뻤다. 건물만 계속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근처 공원에서 작업(3d모델링)을 시작했다. 오늘의 작업물은 그 컨테이너 건물! 사실 완성은 못시켰지만, 선선한 바람 덕에 그 시간이 좋았다.
그리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 30분을 걸어 식당에 갔다. 주인분이 격리중이라 식당 문을 닫는 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릴 뻔했다. 이후 한참을 걸어 재첩국을 먹을 수 있었다. 고생하고 먹어서인지, 진짜 맛집 인건지, 엄청 맛있었다.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아서 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그리고 노을도 끝내주게 예뻤다. 그러나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발걸음은 경쾌했지만, 발은 천근만근 이었다. 노을은 금방 산뒤로 사라져서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길이 심하게 깜깜 해졌다. 마음 졸이며 겨우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자야겠다.
혜성 2022. 8. 31. 들살이 첫 날
오늘은 아침부터 일어나서 우당탕탕 집앞 첫 차 버스를 타고(정류장을 착각해서 다음 정류장까지 냅다 뛰었다) 고속버스도 타고 하동으로 왔다. 되게 무사히 김밥도 사고 아침거리도 사고 숙소에 짐도 놓고 동정호로 갔다. 동정호로 가서 조금 걷고, 앉아서 김밥을 먹고 좀 걸었다. 그리고 명상을 했는데 자꾸 잠이 왔다.
오늘 아주 느낀 건, 내 머릿속이 아주 산만하다는 것. 온지 좀 되고 나서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처음에는 머릿속으로 노래를 부르고, 두꺼비 표지판을 보고 두껍아 두껍아 노래를 머릿속으로 부르다가 ‘두꺼비는 헌집 주고 자기는 새집 달란거 너무 양아치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고…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머물렀다 가는걸 잘 느꼈다. 그냥 오늘은 그걸 자각한 날이었다. 바람과 소리와 온도와 햇볕에 집중할 때도 있었지만, ‘아 나 진짜 별 생각을 다 하는구나‘ 하고 느낄 때가 더 많았다.
명상을 하다 꽤 자주 졸았는데(아마 멀미약 영향), 이건 아니다 싶어서 요가 동작을 하며 명상을 했다. 졸아버린 이유가, 몸에 힘을 빼고 눈을 감으니 자꾸 잠이 왔던 것 같다. 근데 요가(거꾸로 서기 같은 것)를 하면 근육을 써야 하고, 그걸 관찰하게 되니 집중을 더 잘 할 수 있었다.
<낭송 금강경>도 읽었는데, 인상깊었던 문장을 적어보겠다.
- ‘진정한 나’라는 실체적 존재로서 자아를 찾는다. 그러나 우리 경험이 말해 주듯, 그런 나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나를 찾아 떠나고, 또 다시 이것이 나의 자아인가 싶어 잡아보고, 그리고 다시 떠나고… 그러게 계속 떠돈다.
- 불안하기 때문에 실체를 쫒는 게 아니라, 실체를 쫒기에 우리는 불안해진다. 어딘가에는 있는데 아직 찾지 못해 괴로운 것이 아니라, 결코 찾을 수 없는 것을 찾기에 일어나는 괴로움..
- 그러나 그 비어있음은 존재와 삶 그 차제가 비어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단지 존재와 삶에는 실체로서의 자리가 없다는 뜻일 뿐이다. 존재와 삶은 결코 비어있지 않다. 오히려 그 자체로 충만한 것이 존재와 삶이다. 실체로서의 빈자리를 가득 채우는 것은 다름아닌 온 우주의 인연들이다.
- 인연들로 인해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존재하고 살아간다. 변치 않는 실체로서 존재의 모습은 없다. 인연장을 빼고 나면 존재의 자리는 비어 버인다. 하여 이 세계의 존재들, 즉 색은 공허하다.
- 나라는 존재를 잊어버려야 좋은 연주가 가능한 거 같아요. 음악에만 집중하는 거죠. 연주할 때 제 손이 뭐를 하는지도 몰라요.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아요. 내 손이 뭐를 하는지 생각을 하는 순간 음악하고 하나가 되는 끈을 놓쳐요. … 제가 음악이 나오는 하나의 통로죠.
- 장한나의 비움은 오롯이 그 순간을 살아내는 힘이다. 자신을 비움으로써 무대 위 첼로와의 관계, 그 연주의 시공간에 완전히 자신을 집어넣을 수 있는 힘.
- 분별심에 균열을 내는 작업, 이것이 곧 불경 읽기다.
이렇게 동정호에서 여러 작업을 하고, 근처에서 밥을 먹고 숙소에서 짐을 내려놓고 요가매트를 챙긴 후, 근처 정자에서 요가를 했다. 내일은 요가 자세들에서 좀 더 오래 호흡하고 머물러보고 싶다.
첫댓글 일곱 난쟁이 팀의 둘쨋날도 응원합니다~
…일곱난쟁이?! 무슨 뜻일까요? 다만 일곱명이어서…는 아닐테고…궁금 ㅎ 힘내라~일곱~
제주 팀의 일지 4일치를 몰아 읽고 왔더니 사뭇 다른 풍경에 읽는 마음도 설레네요..
최참판댁 처음 생길 무렵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악양, 하동...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어떻게 우리 일곱난쟁이들을 만나줄지~
출발 첫날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글과 사진입니다. 각자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나와 주변의 이야기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