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비슬산(琵瑟山·1083.6m)이 봄을 맞아 붉게 불타오르고 있다.
정상 대견봉(大見峰)에서 남쪽 조화봉에 이르기까지 약 4㎞ 길이의 능선이 진달래꽃으로 빨갛게 물들고 있다. 겨우내 누런 빛깔만 띠던 산이 분홍빛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의 경계에 솟은 비슬산의 멋은 진달래꽃 한 가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릇 진달래 명산은 꽃이 지고 나면 평범한 야산으로 퇴색하고 말지만 비슬산은 다르다. 해발 1100m에 육박하는 높이에 걸맞게 웅장하면서도 다양한 산세를 지녀 사철을 두고 명산으로서의 기품이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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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꽃 활짝 핀 비슬산. 정상에서 남쪽 조화봉에 이르기까지 약 4㎞ 길이의 능선 서쪽 사면이 온통 진달래밭을 이루고 있다. 오종식 달성군청 기획감사담당관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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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찬 산세와 다양성에서 비슬산과 견줄 만한 산은 그리 흔치 않으리라. 정상부의 바위가 신선이 앉아 비파나 거문고를 타는 형상 같다 하여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 자의 이름이 붙은 이 산은 북쪽 대구 앞산에서 남쪽 창녕 화왕산(756.6m)과 관룡산(739.7m)~부곡 종암산(546m)을 거쳐 낙동강에 잠기기까지 남북으로 길게 뻗은 긴 산줄기의 주산이다. 그 사이 양옆으로 산줄기를 여기저기 뻗치면서 거대한 산군을 형성하고 있다.
덩치가 큰 만큼 산세도 다양하고 수림 또한 울창하다. 달성 쪽에서 보면 곰이 앞발을 치켜들고 벌떡 일어선 듯 위압적이고, 산정에서는 거대한 독수리가 달성벌로 내려앉는 듯 살벌한 형세를 보여주는 반면, 청도 쪽은 아늑하면서도 묵직한 장산(壯山)의 전형을 보여준다. 달성쪽 또한 가파르고 바위와 너덜지대가 많아 나무가 적으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수림도 무성하다. 특히 유가사 일원은 송림이 울창하다.
비슬산 기슭에는 예부터 고찰이 많았다. 아름다운 구슬(瑜)과 부처(伽) 형상의 비슬산 정상 아래 있다 하여 이름이 비롯한 유가사(瑜伽寺)는 신라 흥덕왕 2년(827년) 도성(道成) 국사가 창건하고, 고려 때 3000여 대중이 수도했다는 고려 유가종의 총본산이었다. 정상 동쪽 용천사(龍天寺)는 50여 부속 사암에 승려가 1000명에 이르렀다 전하는 대찰이고, 북쪽 용연사(龍淵寺)는 200여 칸의 당우에 500여 승려가 수도했다는 거찰로 지금도 많은 당우들이 대찰로서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터만 남은 대견사는 중국 당나라 문종이 세숫물에 비친 한 폭의 산수화를 보곤 신하를 시켜 찾아내게 했다는 명당 자리다.
달성군은 이렇게 수려한 산세와 함께 불교문화가 빛났던 비슬산 일원 13㎢를 1987년부터 군립공원으로 지정 관리하고, 1997년부터 매년 진달래꽃 개화기에 맞춰 참꽃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4월 18일부터 25일까지 제8회 참꽃(진달래)축제를 연다. 이 기간에는 산불 예방기간과 관계없이 모든 등산로를 개방하며, 휴양림 일원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연다. 문의 달성군 전화 053-668-2171~2, 홈페이지 dalseong.daeg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