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기업 카르텔을 조사하던 A씨는 지난 8일 국가의 ‘부름’을 받아 갑작스럽게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동원됐다.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파행하는 잼버리를 수습하기 위한 대규모 차출이었다. 담합 기업들의 부조리를 조사하던 A씨에게 새로 주어진 임무는 전국으로 흩어진 스카우트 대원들의 버스 탑승 안내, 향후 일정 안내 등이었다. 잼버리에 동원된 기간 그는 원래 업무를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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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된 공무원들은 원래 하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맡았다. 이번에 차출된 특허청 공무원 16명의 원래 담당 업무는 특허심사, 상표심사, 국제특허출원심사 등으로 다양했다. 인공지능·빅데이터 관련 발명을 다루는 직원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잼버리 대원 안내’ 업무를 맡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방사성폐기물 안전 담당 직원과 원자력안보를 담당하던 직원들은 잼버리에서 숙소배정·안내부터 급식 지원까지 떠안았다. 직급도 서기관(4급)부터 서기보(9급)까지 다양했다.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14명이 차출됐다. 하도급·가맹거래 조사 담당 공무원, 제조업을 감시하던 공무원들은 버스 탑승부터 참가자 요구 파악 및 전달까지 맡았다. 국가보훈부에서 군인 보훈·보상을 담당하던 5~9급 공무원 15명은 잼버리 대원들이 새만금을 떠나 새 숙소로 잡은 대학에서 통역·안내를 담당했다.
정부의 방만 운영으로 파행에 이른 잼버리의 수습을 일선 행정인력들이 떠안은 셈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사고는 정부에서 치고 똥은 공공기관 동원해서 치우느냐” “12일까지 일을 다 멈추고 잼버리에 매달리는 게 맞느냐”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첫댓글 완전 독재국가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