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에서 가져온 목원대 권오훈 교수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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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교신학의 발자취와 과제: 「선교신학」을 중심으로
학자는 논문으로 말한다. “Publish or perish”(출판하지 못하면 축출된다)라는 미국 학계의 경구는 학자가 학문적 성과를 글로 펴내지 못하면 학자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다. 한국 학계는 저·역서보다는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게재된 논문 위주로 교수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등재지 논문 게재 여부는 한국 학자들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러한 이유로 1992년에 창립된 한국선교신학회는 5년 만인 1997년에 회원들의 학술논문을 게재할 「선교신학」을 창간해 2008년 이를 등재지로 발전시켰다. 한 기독교 역사학자는 10년 전에 한국 선교 사상의 명암을 다루면서 “한국 선교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1980년부터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선교학의 발전이 부진했다.”1라고 옳게 진단했다. 한국선교신학회의 학술지 「선교신학」의 창간은 한국교회의 선교신학 발전의 전환점이 됐다.
연 1회 발간되던 「선교신학」은 등재후보지가 된 2005년부터 연 2회 발간되고, 2007년부터 연 3회 발간되다가, 편집장을 지낸 필자가 회장으로 섬기던 2016년부터 연 4회 발간되며 계간지의 면모를 갖췄다. 「선교신학」은 현재까지 800편에 육박하는 논문을 게재하며 한국교회의 선교신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선교신학」이 68집이나 발행됐다는 것은 속이 꽉 찬 선교 전문 서적이 68권 나왔다는 뜻이다. 학자들의 학설을 압축된 형태로 전개하는 논문을 모아놓은 학술지는 일반서적보다 학문적 농도가 짙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호인 「선교신학」 제68집은 학회 창립 30주년 기념 특집으로 ‘한국선교신학회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2022년 11월 30일 발행됐다. 한국교회 선교신학의 핵심 주제와 앞으로의 과제라는 큰 주제를 「선교신학」 제68집의 주요 논의를 중심으로 살피고자 한다. 특히 ‘하나님의 선교’, ‘선교적 교회’라는 선교 이론을 살펴보고 한국 선교가 나아가야 할 길인 ‘공공신학’, ‘국내외 선교학계의 연대’, ‘한국적 선교신학’, ‘생태학적 선교학’ 등의 미래 과제를 다루고자 한다. 물론 한국선교신학회가 한국교회의 선교신학을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할 수는 없으나, 대부분의 선교학 교수들이 에큐메니컬 정신으로 연합해 활동하고 있는 장이기에 한국교회의 선교신학을 대표하는 역할을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선교신학의 핵심 주제: ‘하나님의 선교’와 ‘선교적 교회’
필자는 지난 사반세기 동안 전개된 「선교신학」의 양대 핵심 주제인 ‘하나님의 선교’와 ‘선교적 교회’를 「선교신학」 제68집을 통해 간략하게 반추하고자 한다. 각 논문마다 3명씩 배정된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와 국내외 선교학자 11명으로 구성된 편집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통과해 게재된 논문 10편의 제목만 훑어봐도 왜 필자가 이 지면을 「선교신학」 제68집의 주요 논의를 소개하는 것에 할애하려는지 이해하리라 기대한다.
「선교신학」 제68집에 실린 논문의 저자와 제목은 다음과 같다. 권오훈의 “한국선교신학회와 공공신학”, 김은수의 “한국선교신학회의 기원과 초기 발전역사”, 김칠성의 “한국선교신학회 30년 역사 속에서 다룬 선교학적 중심주제들: 「선교신학」 학술지를 중심으로”, 박보경의 “한국 선교학의 미래 방향에 대한 연구: ‘한국선교신학회’를 중심으로”, 박영환의 “한국선교신학회 30년 역사(1992-2022년)”, 손윤탁의 “한국선교신학회 태동의 선구자들”, 이선이의 “한국적 선교신학의 가능성 모색: 서구중심주의 극복을 위한 선교신학적 담론”, 전석재의 “포스트코로나시대 한국교회 선교의 과제와 전망”, 조해룡의 “한국선교신학회의 오늘의 실천적 과제”, 황병배의 “한국선교신학회와 선교적 교회론.”
첫째, ‘하나님의 선교’라는 용어는 칼 하르텐스타인(Karl Hartenstein)이 1952년 빌링겐 국제선교협의회 보고서에서 선교의 근원과 목적을 언급하면서 ‘미시오 데이’(Missio Dei)라는 표현을 쓴 것이 그 기원이다.2
이선이는 볼셰비키 혁명(1917), 제1차 세계대전(1914-18)과 제2차 세계대전(1939-45), 중국 공산혁명 등을 통해 서구 기독교가 기존의 선교에 대해 성찰하게 됐다며, ‘하나님의 선교’의 의의는 ‘서구선교가 역사적으로 행한 서구 중심적 신학과 실천에 대한 반성’, 그중에서도 ‘서구 교회가 행한 교회 중심적 선교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 있다고 본다. 고로 한국교회의 선교신학도 서구중심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3
김칠성은 「선교신학」 창간호부터 제67집까지에 실린 논문 중 211편이 ‘하나님의 선교’를, 358편이 ‘선교적 교회’라는 주제를 다뤘음을 밝힌다.4 하나님의 선교와 선교적 교회가 「선교신학」의 양대 핵심 주제였다는 것이다. 김칠성은 ‘하나님의 선교’를 다룬 논문들이 “단순히 ‘하나님의 선교’에 관한 역사적 혹은 신학적 고찰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이 신학과 실천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지를 다양한 방면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5라고 평가한다.
박영환은 “‘하나님의 선교’라는 대전제하에 모두와 함께 하나님의 말씀이 성취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는 숙명적 과제가 있다.”6라는 충언을 한국선교신학회에 건넨다.
둘째, ‘선교적 교회’는 1970년대 영국의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으로부터 시작되어 1990년대 미국 선교신학자들의 ‘GOCN’(Gospel and Our Culture Network) 활동을 통해 전 세계적인 담론으로 확산된 선교 이론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이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 세상에 파송한 교회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7
황병배는 55명의 선교학자가 「선교신학」에서 선교적 교회를 명시적으로 다룬 76편의 논문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연구 내용에 따른 12가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선교적 교회론에 근거하여 선교적 교회의 실천을 위한 새로운 개념 창출 및 연구, (2) 선교적 교회론이 한국적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실천되고 있는지 사례들을 탐구하고 그 사례들로부터 선교적 교회를 위한 실천 원리와 함의를 이끌어내는 연구, (3) 선교적 교회의 성서적 근거를 ‘선교적 해석학’으로부터 찾는 연구, (4) 선교적 교회론을 교회성장학의 관점에서 상호연계와 보완을 추구하는 연구, (5) 전통적인 교회에서 선교적 교회로의 전환을 모색한 연구, (6) 선교신학자의 신학과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연구, (7) 선교적 교회와 상황화에 대한 연구, (8) 에큐메니컬과 복음주의의 관점에서의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연구, (9)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에서 선교적 교회의 공공성을 논한 연구, (10) 선교적 교회론과 특정 신학 혹은 이론을 연계한 연구, (11) 선교적 교회와 평신도 이슈에 대한 연구, (12) 급변하는 선교 상황의 변화에 대응하는 선교적 교회에 대한 연구.8
황병배는 “서구에서 시작된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담론을 어떻게 한국적 상황에서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녹아 있다.”라는 총평과 더불어 선교적 교회 관련 논문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선교적 교회론이 추구하는 주요 가치들—‘보냄 받은 선교 공동체로서의 정체성’, ‘하나님의 선교’, ‘선교지로서의 지역사회 이해’, ‘하나님의 나라’, ‘통전적 선교’, ‘선교적 교회 구조’, ‘하나님의 선교적 백성들’, ‘선교적 교회론의 성서적 기초로서의 선교적 해석학, 선교적 교회의 공공성—을 통전적으로 연구하면서 ‘선교적 교회’를 시작하거나 전통적인 교회를 ‘선교적 교회’로 전환하려는 교회들에게 매우 중요한 지침을 제시해 주었다.” 더 나아가 “또한 선교적 교회와 관련된 새로운 선교적 실천 개념들—선교적 교회성장, 선교적 회중, 선교적 교단, 선교적 민중교회, 선교적 영성, 선교적 예배, 선교적 삶, 선교적 목회, 선교적 리더십, 선교적 그리스도인—로 확장시키고 급변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한국교회들이 어떻게 선교적 교회로 세워질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해 주었다.”9
선교신학의 과제
「선교신학」 제68집의 논문 저자들은 앞으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한국 선교신학의 과제로 여러 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필자는 해당 논문에서 “‘public school’(공립학교)과 ‘private school’(사립학교)의 차이가 명확한 미국에서 시작된 ‘public theology’라는 신학 용어에는 교회가 소수 정예의 집결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심장한 함의가 있다. 공공신학에는 교회가 영어 용법에도 없는 ‘private church’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숨은 뜻이 담겨 있다.”10라며 한국교회가 ‘사립교회’가 아닌 ‘공립교회’, 즉 사회적 교회가 되도록 돕는 공공신학의 강화를 강조했다.
박보경은 한국 선교신학의 과제로 ‘(1) 서구신학 모델의 무비판적 수용 탈피, (2) 한국 상황에 적합한 선교학적 연구 모델 개발, (3) 한국 선교학계의 연합과 협력을 위한 노력, (4) 세계 선교학자들 간의 연대 강화, (5) 신진 학자들의 역량 강화를 통한 한국선교의 신학화 및 세계교회와의 소통’을 제시했다.11
이선이는 서구 중심적 신학을 극복하기 위한 네 가지 방안으로 ‘동화적, 역전적, 혼융(混融)적, 해체적 담론 전략’을 제시하며, ‘서구신학과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분별하여 적절한 종합’을 이루는 ‘혼융적 담론 전략’을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꼽는다. 또한 “서구 중심주의 극복은 서구신학의 무조건적 단절이 아니라 한국 상황과의 접속과 접합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자신학화는 보편신학을 추구하는 방편이며, 모든 문화에서 일어나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한국적 선교신학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열려 있다.”12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전석재는 한국 선교신학의 방향으로 ‘공공성 확보’와 ‘교회론의 성찰과 선교적 교회로의 전환’과 ‘생명 살림과 돌봄 선교’와 ‘4차 산업혁명과 하이브리드 교회(Hybrid Church), 메타버스 교회와 선교’와 ‘국내 이주민과 난민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논한 후, ‘전방 개척을 통한 미전도 종족을 향한 선교 전략, 도시선교 전략, 선교사 위기관리와 멤버 케어, NGO 선교와 비즈니스 선교 개발, 서구와 비서구
선교를 위한 한국교회의 연대와 역할, Sodality와 Modality 연대와 협력, 빈곤 문제’ 등의 선교적 과제도 제시했다.13
조해룡은 한국선교신학회의 실천적 과제들로 ‘성경이 제시하는 하나님의 선교를 학문적으로 제시하고 하나님의 선교 방향이 성경의 토대 위에 세워지고 진행되도록 더 깊은 학문적 연구를 기울여야 할 것’과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학적 선교학을 발전시켜 지구 온난화와 인간의 무질서한 파괴로 인해 인류 생태계가 위협받는 이 위기를 타계할 수 있는 학문적 연구’에 정진할 것, ‘선교-지역학 연구의 활성화를 통해 한국교회-현장 선교사-선교학자 간의 다차원적 노력이 이루어짐으로, 한국교회의 선교가 지속가능한 활력을 되찾고 세계교회와의 협력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을 꼽았다.14
손윤탁은 한국선교신학회의 뿌리인 선구자들을 연구한 후 “바른 선교의 지표를 제시하고, 선교사역을 위한 구체적인 안내와 함께 신학적 근거를 마련함으로 이 뿌리 위에 자라온 지난 30년 동안의 줄기와 가지 위에 이제는 새들이 와서 깃들이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이 그 그늘에 쉼을 얻으며, 무엇보다 풍성한 열매와 수확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큰 나무로서의 한국선교신학회가 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축복했다.
나가는 말
지금까지 선교신학의 양대 핵심 주제인 하나님의 선교와 선교적 교회를 반추해보고, 앞으로 다뤄야 할 과제를 살펴보았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서구 중심적 신학과 실천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여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선교적 교회’ 공동체를 일구어 나가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성취되는, 즉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이끄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운행하심에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참여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선교 실천에서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일부 파송교회의 담임목사가 선교사의 직속상관 역할을 하며 타 문화권 선교를 직접 관할하는 기이 현상을 다루며 이 글을 매조지하고자 한다. 선교 역사상 유례가 드문 이런 한국교회 타 문화권 선교의 특이현상을 필자는 편의상 ‘직할 선교’라고 명명한다. 해외여행 자유화와 맞물린 한국 선교 부흥기에 발생한 무절제한 ‘직할 선교’는 한국 선교의 어두운 단면이다. 외부 관찰자인 안교성은 10년 전에 한국 선교 특유의 교회 중심적 선교가 낳은 폐해로 “목회에 동원되는 선교, 목회의 장식품으로서의 선교, 교회의 지시에 맹종하는 선교 등 한마디로 교회가 좌지우지하는 선교”를 꼽았다. 즉 “선교사를 교회의 현지 파견 선교 담당 부교역자로 여기는 선교,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원거리 조정 선교, 심지어 교회의 목적을 위하여 현지의 필요와는 상관없이 진행하는 전시행정식 선교”는 지금도 “선교의 교회 종속성을 강화”하는 직할 선교의 우려스러운 면이다.15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의 담임목사가 무시로 현지를 방문하며 직접 선교를 좌지우지하면 불가피하게 문제가 발생한다. ‘직할 선교’는 자존감 하락과 사기 저하라는 선교사의 내적인 위상 추락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자신들과 동고동락하는 선교사 대신에 멀리 떨어진 한국의 담임목사를 쳐다보게 되면서 선교사의 실질적인 위상 추락으로 이어진다. 같은 맥락에서 세워지는 선교센터도 현지교회보다는 파송한 교회를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교육관 등의 용도로 설계되어 건축되고 운영되기도 한다.
한국 선교는 타 문화권 선교의 알찬 열매인 현지인에게 사역을 이양하는 것에 앞서 타 문화권에서 고군분투하는 선교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진정한 권한과 권위 위임부터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주(註)
1 안교성, “한국선교 30년의 명암,” 「한국기독교와 역사」 제36호(2013): 100.
2 이선이, “한국적 선교신학의 가능성 모색: 서구중심주의 극복을 위한 선교신학적 담론,” 「선교신학」 제68집(2022): 184.
3 위의 글.
4 김칠성, “한국선교신학회 30년 역사 속에서 다룬 선교학적 중심주제들: 「선교신학」 학술지를 중심으로,” 「선교신학」 제68집(2022): 67, 75.
5 위의 글, 61, 67.
6 박영환, “한국선교신학회 30년 역사(1992-2022년),” 「선교신학」 제68집(2022): 150.
7 황병배, “한국선교신학회와 선교적 교회론,” 「선교신학」 제68집(2022): 267.
8 위의 글, 293-295.
9 위의 글, 296.
10 권오훈, “한국선교신학회와 공공신학,” 「선교신학」 제68집(2022): 31-33.
11 박보경, “한국 선교학의 미래 방향에 대한 연구: ‘한국선교신학회’를 중심으로,” 「선교신학」 제68집(2022): 115.
12 이선이, 앞의 글, 204.
13 전석재, “포스트코로나시대 한국교회 선교의 과제와 전망,” 「선교신학」 제68집(2022): 211-232.
14 조해룡, “한국선교신학회의 오늘의 실천적 과제,” 「선교신학」 제68집(2022): 261.
15 안교성, 앞의 글, 103.
권오훈|웨슬리신학대학원과 애즈베리신학대학원에서 웨슬리 신학과 선교학을 전공했다. 목원대학교 선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목원대학교 선교훈련원장과 신학대학원장, 한국선교신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 및 역서로는 『선교학개론』(공저), 『선교적 교회론과 한국교회』(공저), 『피조물의 치유인 구원』(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