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비, 슬픈 비, 이상한 비’
비가 왔고,
그리고 지금 비가 오지 않더라도
비는 잠시 쉴 뿐이고,
그리고 비는 또 올 것이다.
전 국민이 잠시 기상청에 취직하고
이렇게 예보를 해도
절대 틀리지 않는 그리고 100% 맞는 예보다.
그렇게 요즘
비가 흔한 시기다.
비가 흔하다 못해,
직접적인 비 피해가 없더라도
일상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되었다.
오래 전
비가 오면 듣기 좋은 음악을 나름 정리한 적도 있었다.
그 중에서
팝으로는 오래된 노래로,
Cascade의 ‘Rhythm of
the Rain’을 참 좋아했다.
노래는 “우르르릉 쾅~” 하는
천둥 소리로 시작하며
머리 속에는 당연히 번쩍하는 번개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팝송은
가사도 감칠맛 있고,
또한 노래 제목럼 비 내리는 서정을 리듬으로 참으로 잘 표현했다.
그런데 이 노래는
에러 1bit도 없는 고순도 스테레오 HIFI 오디오로 듣는 것보다
조금 지지지직~ 잡음도 나고
맛도 좀 간 스피커로 들으면 더욱 실감이 난다.
아마 우리가 7080 하듯이, 미국의 Oldies but Goodies의 정서 때문인 것 같다.
이 노래를 들으면
비가 참 정답게 느껴진다.
만일 비가 빠지면 이 노래는 앙꼬 빠진 찐방이 된다.
즉 비는 좋은 비였다.
클래식으로는
당연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타나’를 꼽았다.
특히 Misha Maisky의 첼로 곡이 죽여준다.
특히 비 내리는 창가에서
테이블에 커피 한잔 앞에 두고
창 밖을 보며
이 음악을 들으면,
세상은 졸지에 슬퍼진다.
창을 타고 내리는 빗줄기는 슬픈 삶의 가닥들이 되었다.
즉 비는 슬픈 비였다.
가요로는
무엇보다도 이승훈의 ‘비 오는 거리’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지 않는 사람,
또는 그런 추억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헛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이 노래는 감칠 맛나게
옛 생각을 나게 만든다.
이런 노래를 들으면
비는 참으로 이상한 마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한때 우산을 같이 받고 가던,
아니 우산을 받쳐 주지 못해서
비를 맞고 있던 그 사람
그리고
그 때를 기억나게 하고
이걸 그립게 한다.
‘그 남자’ 그리고 ‘그 여자’는 어디서 무엇을 할까?...
즉 비는 이상한 비였다.
그런 비….가 오셨고, 오시고, 오실 것이라는데..
그래서
오래간만에 CD나 Youtube로
“좋은 비, 슬픈 비 그리고
이상한 비”나
실컷 감상할까 싶었다.
그런데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른 새벽 습관적으로
창 밖의 도로를 보니 비의 흔적을 볼 수 없었고
또한 손바닥을 하늘로 해보니
물 분자 1개도 손바닥에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새벽에는 비라고 했는데….
예보가 틀린 것이다.
갑자기 음악은 배낭으로 바뀌어 버렸다………………^^
첫댓글 예전에 산줄기를 타며 많이 부르던 노래입니다.
“이슬비가 오네 이슬비가 내리네 / 그 옛날을 되새기면서 / 이슬비가 오네 부슬부슬 내리네 / 님을 잃은 그 밤과 같이 / 비야 너는 왜 나를 울려 놓고 달랠 줄을 모르나 / 이슬비야 이슬비야 쉬었다가 가는 길에 / 행여 내 님 만나거든 이렇게 못 잊어 부르고 있다고 / 소식이나 전해 주려마”
ㅎㅎ... 저는 비가 오는 동안에는 비 피해다니느라고 노래 부를 겨를은 없고요. 다만 비가 오면 집안에서 창 박을 보면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비 관련 노래 찾아다니다보면 날 새는지 모를때도 있었습니다. 음. 그 비 음악들 다 어디서 뭐하나 모르겠네요. 비 관련 가요로 드라마 하나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요.... 응사 응8처럼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