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주도로 떠난 놀멍 놀멍 봅서팀 입니다! 놀멍 놀멍 봅서는 제주어 ‘천천히 보세요’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천천히 자기만의 속도로 여정을 떠난 보민, 예주, 수연, 민재, 소운, 민하, 채원의 들살이 이야기를 하루하루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첫째날인 8월 31일 수요일의 이야기와 친구들이 각각 어떤 주제로 들살이를 떠났는지 나눠봅시다!!
• 10학년 김보민
나의 들살이 주제는 ‘색’이다. 색에 관심을 갖고 선택수업 시간에 색채학을 공부했으나 생각해보니 정작 색을 눈에 담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들살이를 계기로 색을 눈에 담으며 색을 느끼는데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들살이 기간동안 할 활동은 풍경의 색을 눈에 담고 느낀 감정을 또 다른 색으로 그림을 그려 표현하기이다. 이런 활동을 하며 색과 친해지고 싶다!
오늘은 들살이 첫날이라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떠나야 했다. 혼자 비행기를 타는 건 처음이라서 너무 떨렸지만 해보니까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다. 비행기 창가자리가 아닌 복도쪽 자리에 앉아서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서 설렜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한 뒤에는 곽지해수욕장에 갔다. 곽지해수욕장에서 세 시간동안 바다를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을 했으나 첫 날이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어려웠다. 특히 초반에는 하늘과 바다가 살짝 잿빛이어서 우울한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첫 그림부터 우울한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밝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바다를 봤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까 햇빛이 나서 풍경이 밝아졌고 신기하게 내 감정도 밝아져서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밝은 하늘을 잘 보는 데에는 누워서 하늘을 본 것도 꽤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그렇게 세 시간을 보내고 첫 혼밥을 했다. 식당에 있던 손님들인 두 친구의 수다를 엿들어서 생각보다 외롭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올레길을 따라 숙소쪽으로 걸어갔다. 짐이 무겁지만 않았다면 조금 더 풍경을 즐길 수 있었을테지만 짐도 무겁고 힘도 들어서 풍경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가끔 가다 바위에 걸터앉아 쉴 때 등뒤에 바다가 있어서 힐링이 됐다.
숙소 쪽에 도착한 다음에는 숙소 주변을 산책했다. 좁은 길들이 많았는데 차도 사람도 지나가지 않길래 그곳에 돗자리를 깔고 초록색 밭을 구경했다. 초록색이 널리 뻗어있어서 왠지 모르게 시원했다. 보통 파란색 바다를 봐야 마음이 시원해진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초록색 밭을 보고 마음이 시원해진 게 신기했다.
그리고 더 걷다가 등대 주변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는데 그 때는 또 힘든 상태였다. 심지어 저녁이라서 바다가 어두워지자 더 울적해졌다. 그런데 하늘을 보니 마침 노을이 지기 시작해서 연한 분홍빛을 띄고 있었다. 그걸 보니 무언가 신비로운 기분이 들어서 그 감정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동안 한번도 하늘을 안 봤는데 다 완성하고 하늘을 보니까 노을이 더 짙어져서 아까와 또 다른 벅찬 기분이 들었다.
노을을 한참 구경하다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수연이를 우연히 만나서 기분좋게 같이 먹고 숙소로 가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 10학년 임예주
나는 그림그리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평소에는 거의 그리지 않는다. 나는 혼자 노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이니까, 심심할 때 그림을 그리면 딱 좋은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들살이 때 그림을 많이 그려볼 생각이다! 잘 노는 힘을 기르려고 한다.
그런데, 앉아서 그림만 그리면 막 그릴게 생각이 안날테니까 여러 곳을 돌아다닐 생각이다.
뭐 그런 ‘잘 노는 힘을 기르자’라는 주제를 정하고 들살이를 출발하였다…
아침에 아빠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비행기를 처음 혼자 타는 거였기에 떨렸다. 하지만 잘 탔다. 기특하다. 그리고 원래 비가 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오늘은 비가 안왔다!!
제주도에 도착하고는 험난한 과정으로 숙소에 가서 짐을 맡기고, 바로 아르떼뮤지엄으로 갔다. 그곳은 나만이 혼자였다. 마음이 아팠지만 열심히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곽지해수욕장 가는 길은 좀 덜 험난했다. 도착하고 저녁에 먹을 김밥을 포장했다. 가는 도중에 민하언니를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기쁘게 인사를 나누고 슬프게 헤어졌더. 그리고 김밥가게 사장님께서 장아찌를 서비스로 주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김밥과 장아찌는 어울리지 않았다.
바닷가 주변에서 카페에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곽지해수욕장 근처에 사람들이 조금 앉아있는데로 가서 앉았다. 그런데 거기 좀 떨어진 돌 위에 바퀴벌레와 공벌레가 결합된 것 같은 이들이 있는 개 아닌가. 하지만 좀 떨어져 있길래 많은 고민을 하다가 생쥐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카페로 가려고 마음을 먹고 한담해안산책로 쪽으로 간데, 그것에도 구 벌레들이 있었다….ㄷㄷ 슬프게 가던 길을 다시 돌아 많이 돌아 도로길을 걸어 갔다….. 이미 많이 지친 상태여서 그 후 그림을 열심히 그리지 못했지만, 그곳에 간 것은 매우 만족했다. 일몰이 너무 예뻤다. 그렇게 해가 지고 숙소로 들어가는데, 밤이어서 좀 무서웠다. 그래서 전화하는 척 하며 걸어나갔다.
도착하고 여러 정리도 좀 하다 하루닫기를 했다. 하루닫기 때 보니 많이들 힘들었던 것 같았다. 그래도 난 하루 이야기 나눌 때 (졸리긴 했지만) 웃긴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좋았다. 혼자 하루종일 외롭다 보니 다같이 있을 때가 재미있다. 이렇게 첫날이 끝이났다. 첫날인데 너무 힘들고 엄마가 보고싶다. 열심히 살고 집으로 돌아가자!!!
• 10학년 한수연
내 들살이 주제는 '나에 대해 생각하기'이다. 그동안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어느순간부터 내가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오롯이 혼자 생각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것들도 미뤄두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들살이는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으로 보내기로 했다.
들살이 1일차!!
오늘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비행기 타는 방법이 생각보다 간단해서 다행이었다. 1시간 일찍 갔는데 비행기를 탈 시간이 빨리 다가왔다. 들살이가 너무너무 긴장됐는데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하니까 여행 온 기분이 들어서 행복했다(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모르고,,) 제주공항에서 바로 숙소로 가서 짐을 맡겼다.
애월해안도로를 따라서 걷다가 제주 올레길로 바꿔서 곽지해수욕장으로 갔다. 일정을 짜면서 한담해안산책로를 기대했는데 바퀴벌레+공벌레 같이 생긴 벌레가 내가 걸어갈 때마다 모세의 기적처럼 쩍쩍 갈라졌다. 열심히 걸어서 곽지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원랜 걸으면 생각이 날 줄 알았는데 평소에 생각 안 하던 사람이 제주도 왔다고 생각이 날리가 있나,, 역시 생각은 전혀 나지않았다. 곽지해수욕장 위에 앉아있는데 보민이랑 채원이 언니가 보였다. 나는 위에서 멍때리다가 이대론 안 될 것 같아서 글을 조금 썼다. 사실 생각이 잘 안 됐다. 들살이 목적글에는 엄청나게 멋지게 걱정 안 하고 생각하는데 집중하겠다고 해놓고 걱정이 너무 많아서 생각이 조금만 안 나도 걱정됐다🥲 그래도 첫 날이니 내일은 더 열심히 생각해야겠다.
근처 점심을 먹는데 걱정했던 것보단 안 외로웠다. 점심을 먹고 달리책방으로 갔다. 달리책방에 가니까 음료나 책을 사면 2시간 있을 수 있다는거다. 제주공항에서 기내물인데 수화물로 생각하고 계획표를 짜서 시간이 2시간정도 일정이 앞당겨져서 굉장히 곤란했지만 침착한척하고 들어가서 책을 읽었다. 원래 계획서는 4시에 책방에 들어가는 거였지만 4시에 책방에서 나왔다,, 주변에서 방황하고 똑같은 길을 갔다가 돌아왔다가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생각이 왜 안 날까 하면서 자책을 하고 저녁시간을 맞춰서 식당에 갔는데 대기줄이 있는거다. 슬픈 나는 그전에 알아봤던 숙소 근처 김밥집으로 갔는데 사진에선 맛있어보였던 김밥이 아주 별로여서 목이 턱턱 막혔다. 옆에 친구랑 여행온 사람은 야경이 멋있다면서 수다를 떠는데 나는 쓸쓸하게 구석에서 저녁을 먹었다. 근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길래 봤더니 보민이었다. 보민이가 내 김밥을 먹고 싶어해서 하나 나눠줬다. 숙소에 가서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니까 아주아주 행복했다.
• 11학년 김민재
내 들살이의 제목은 ‘파도처럼 시원하게’다. 제목이 이렇게 무언가 해방감을 암시하는 이유는 당연히도 내 들살이가 일종의 해방과 해소와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들살이에서 가장 원하는 건 내 안에 쌓여 해소되지 못하고,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하게 만드는 화로부터의 해방이다. 그리고 내 안에 쌓인 분노와 울분의 해소하고. 표면적인 이유보다 더 깊은 그곳에 있는 원인을 해결할 일종의 실마리와 같은 단서를 찾기 위해서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화에 문제를 느끼는 건 어느 순간부터 화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울분으로 쌓여간단 걸 느꼈고, 어느 순간부터 그 울분이 내가 내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남들은 그냥 재수가 없나 보다. 하고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작은 일들이 내게는 짜증이 되어 입 밖으로 표현되었고, 후일을 위해 해결해야 할 타인과의 갈등을 어떤 방법으로든 (상대를 공격하거나, 무시하거나, 성의 없이 대하는 등의 방법들) 눈앞에서만 치우기에만 급급했다.
그렇기에 나를 짜증 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나의 짜증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으로 나는 도대체 왜 화가 나는 걸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등의 질문을 하며 에세이를 쓰며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대처방안을 고민해 보도록 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이런 목표를 가지고 8월 31일 수요일 8시 15분 제주도로 출발했다.
솔직히 비행기 안에서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을 가렸다. ‘챙긴다고 챙겼는데 충전기 같은 거 두고 온 거 아니겠지?’ ‘계획을 세운다고 세웠는데 너무 널널한건 아니겠지? 할 게 없어서 붕 뜨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그런 걱정은 제주 공항을 나오자마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정말 갑자기 텐션이 오르고, 기분이 좋아지고, 여행 온 기분이 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방문한 장소는 이호테우해변이었다. 사실 돌아다니며 생각을 하거나 책이라도 읽을 생각이었지만 캐리어를 끌고 산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만히 앉아 책을 읽기에도 적당한 장소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해변 앞 슈퍼에서 1000원짜리 사이다나 한잔하며 똑같은 구릿빛 피부를 가진 핑크색 유니폼의 서핑숍 직원들이 15년식 혼다 오토바이를 고치는 걸 구경했다. 그러나 그들이 오토바이를 다 고치고 자리를 떠나자 그때야 내가 뭘 해야 할지 확 정신이 들었다. (여담으로 그들의 오토바이는 굴러가긴 굴러갔고, 배터리가 다 되었는지 수동으로 밟아 시동을 거니 부다다당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시 굴러갔다.)
그래 걷지도 못하고 책도 못 읽겠으면 그림이나 그리면 되지 않겠는가? 당장 저 앞에는 제주의 랜드마크 말 모양 등대가 있지 않은가?
한 두 시간쯤 해변에 머무르며 1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니 슬슬 일어나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이었다. 40여 분을 버스 타고 도착한 목적지는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고기 국수 올래국수였지만, 아직 휴가철이 끝나지 않았는지 웨이팅이 무려 40여 분이나 잡혀있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래도 맛집이라는 만세국수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동해서 원래 시간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식사였지만 식당 분위기가 어수선해 빠르게 식사를 끝내고 나와져 보니 계획된 시간에 맞춰 식사를 끝냈다. 체감상 15분 만에 다 먹어버린 듯했다.
그리고 짐을 숙소에 맡기고 이동한 장소가 한담해 안에 있던 카페 킴블로우였다. 이곳에 방문하던 그것도 사실 계획에는 없는 일정이었다. 정확히는 카페 자체에 방문하는 것은 있었지만, 원래 가려던 카페가 너무 어수선해 이곳으로 이동했다.
커피가 가격도 많이 나쁘지는 않고 향도 많이 좋지는 않지만, 장사 잘되는 가게 특징인 신선한 원두 덕에 그럭저럭 괜찮은 커피였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해안 카페들이 한눈에 보이는 고지대의 잔디밭이었다. 아마 같은 하늘이겠지만, 그 잔디밭에서 바라본 제주도의 하늘이 너무 높고 넓어서 무언가 글을 읽기에는 그곳만 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얼마나 있었는지 시간은 제지 못 했지만 읽고읬던 책의 4분의 1 정도를 읽었을 때 컵에 있던 커피가 바닥이나 자리를 옮겼다. 한담 해안 산책로였다. 생각보다 바닷바람이 묵직했지만, 더운 공기가 아닌지라 피부에 소금이 끼는 걸 느끼면서도 기분이 좋은 바람이었다. 당연히 원 목적이었던 내 화에 대한 생각과 내가 왜 이렇게 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는가에 대해 생각도 하고 있을 때쯤 한담해안산책로가 끝이 났다. 물론 해안 산책로가 끝이 났다고 해서 해안이 끝난 건 아니었기에 나는 계속 서쪽으로 걸었다. 곽지 해수욕장 서쪽에는 검정색 자갈로 이루어진 해안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검정 해안이 내가 제주도에서 볼 최고의 풍경이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황홀한 풍경이 있는 해안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해안이었지만 아쉽게도 이 해안에서는 책을 읽거나 생각에 집중할 수는 없었다. 내가 처음 보는 광경을 눈에 담느라 정신이 팔려 생각에는 그닥 집중하지 못했다. 내가 그 해안에 아쉬운 점은 정말 그 하나뿐이었다.
• 11학년 어소운
안녕하세요, 11학년 어소운입니다. 저는 올해 들살이 주제를 '자연과의 교감'으로 정해 <오-감>이라는 제목으로 들살이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주도에서 나무, 풀, 바람, 바다를 오감을 사용해 느껴보고 글, 그림, 사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들살이가 끝난 뒤 조형물 형식으로 자연을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것을 표현해보려고 합니다.
들살이 첫날, 4시 20분에 일어나 복숭아 한 개를 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 풍산역에서 지하청을 타고 DMC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타 김포공항으로 갔다. 얼레벌레 탑승수속하고 게이트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비행기에 탔다. 하필 비슷한 편명, 시간의 비행기가 있어서 살짝 흔들릴 뻔했지만 제대로된 비행기에 잘 올라탔다. 작년에는 혼자 KTX 타는 게 신나고 두근거렸는데 올해는 비행기조차도 안 떨렸다. 그냥 버스 타는 기분이었다. 제주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먹돌에서 아침으로 고기국수를 먹었다. 하필 내 앞의 팀이 8명 단체 손님이라 조금 위축되었지만 꿋꿋하게 '한명이요'하고 들어갔다. 고기국수도 고기국수였지만 밑반찬이 정말 맛있었다. 밥을 먹고 나서 조금 쉬다가 이호테우 해변으로 갔다. 원래는 걸어가려고 했는데 허리가 계속 아파서 중간중간에 주저앉아서 많이 쉬었다. 도저히 걸어갈 수 없어서 포기하고 버스를 탔다. 이호테우 해변에서 발도 담그고 놀다가 바람 맞으면서 결과물을 고민하며 스케치했다. 점심을 먹고 해안가 따라서 걷다가 알작지 해변 근처 정자에 앉아 또 그림을 그렸다. 혼자 그림을 그리는데 한 여성분이 와서 독서를 하시길래 허락을 구하고 그림을 그려 선물로 드렸다. 그 후 제주 몹시라는 카페에서 띵가띵가 그림 그리고 쉬고, 놀고 했다.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쿼카 모양 구름도 봤다. 아직도 들살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고, 긴장도 되지 않는다. 약간 정신이 멍-한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제주도의 땅, 바다, 바람은 너무 좋아서 들살이 주제는 잘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11학년 유민하
안녕하세요. ‘표현하다’라는 주제로 이번 년에도 제주도에 오게 된 11학년 유민하 입니다. 열여덟이라 그런 건지 제가 유난히 의식하는 건지 요즘 들어 더 많이 듣게 된 질문들이 있습니다. 2년 가까이 무용을 하는 저에게 “춤추는 게 그렇게 재밌어?” “아직도 무용해?” “어떤 부분이 좋은 거야?” 같은 질문을 많은 사람이 해옵니다. 깊은 고민 끝에도 결국 “좋아서요, 재밌어서요”라고 답했던 질문들에 이젠 좋다, 싫다로 춤을 구분하거나 설명하기가 어렵고 그 이상의 의미를 담는 것이 되어 버렸음을 느꼈습니다. 아직 너무 얕고 부족한 경험과 실력이지만 그런데도 ‘춤’이라는 수단이자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생각한 대로 표현되지 않을 땐 답답하고 괴롭기도 합니다. 연습 홀에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 춤이 좋은가 봅니다.
7박 8일이라는 제한적인 시간 안에서 서툴지만 표현하기를 더 터득하고 싶습니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기에 춤에는 스스로가 담겨있습니다. 지금의 상태가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들살이에서 결과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진 저조차도 모릅니다.^^ 하루하루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깨닫기를 바라며 안전히 들살이를 보내보겠습니다!
첫째 날_2022.08.31.(수)
새벽 비행기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 해서 3시간밖에 자지 못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는 모두 작년에 한 번 경험해본 과정이라 큰 기대도 초조함도 없이 흘러갔다. 아침 메뉴 역시 1년 동안 잊히지 않았던 보말칼국수 집을 재방문했다. 한 번뿐인데 버스도 거리도 길찾기도 익숙해진 게 신기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날씨도 맑고 화창해서 마음 편히 여행의 첫걸음을 뗐다. 영상으로 결과물을 만들 예정이라 미리 점 찍어둔 장소들에서 촬영하며 하루를 보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어려움이 생겼다. 바로 벌레!!! 나무가 많은 장소에 오래 있었더니 모기며 개미 진득이 애벌레까지 온갖 벌레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밖에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벌레를 이기진 못했다….
연습실에서 춤출 땐 플로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데 밖에서 하는 촬영은 그 부분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짚는 정도는 가능했지만 구르거나 미끄러지는 움직임은 할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흐름이 중간에 끊기고 마음대로 움직이기가 상당히 어렵고 막막했다. ‘괜찮아…아직 첫날이야.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여 봤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고민이다. 밝게 시작했으나 무거운 고민을 얻은 하루!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 11학년 정채원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그래서 들살이 주제를 생각할 때 바다부터 생각했다. 일단 바다였다. 바다와 연관해서 어떤 주제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관심있던 환경과 이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정확한 지점은 없지만 어느순간 스며들어 있었고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신경을 쓰면서도 열열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었어서 이번 들살이 때 해양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주 활동을 봉그깅으로 정했다.(‘줍다’의 제주어인 ‘봉그다’와 플로깅을 합친 발)
나는 바다를 사랑하면서도 바다에 ‘집중’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지금 내게 바다는 어떤 의미인지, 나는 바다를 어떤 태도로 대할 것인지 이번 들살이를 통해 내 안의 바다를 확장해가려 한다.
첫날🔥
새벽 4시에 비몽사몽 일어나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공항을 갔는데 사람이 무지 많았다. 운좋게 민하랑 같은 비행기를 타게 돼서 공항을 같이 들어갔다. 제주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로 달려 짐을 두고 곽지해수욕장까지 걸어갔다. 무려 1시간 반을 걸었는데 머리가 아파와서 곤란했다. 그렇지만 무사히 한담산책로를 지나 곽지해수욕장까지 걸었다. 모둠원 몇명을 만나고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다가 너무 졸려서 누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컨디션도 별로 안 좋아 기분이 축축 쳐졌다. 우울했다. 그런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점심을 먹으러 갔다. 맛있게 든든하게 먹어서 기분이 다시 조금 올라갔다. 카약을 타기 위해 30분을 걸어갔는데 날씨 때문에 영업을 안해서 정자에서 물멍을 했다. 해변과 달리 모래가 안 날려서 좋았다. 멍을 때리다 추워질 때쯤 다시 걸어서 곽지해수욕장을 갔다. 작은 플라스틱을 줍기 시작했는데 플라스틱만 줍기가 뭐해서 작은 쓰레기들도 주었다. 가장 많았던 쓰레기는 담배꽁초와(줍지는 못했지만) 케이블타이였다. 떡하니 금연이라고 적혀있는데 담배꽁초가 나뒹굴어서 어이없었다. 움직일 힘도 정신도 없어서 돗자리 깔고 누워있다가 바다에 발을 담궜다. 생각보다 물이 따뜻해서 놀랐고 물이 발 사이를 가르는 느낌이 좋아서 좀 텐션이 올라갔다. 흐느적 흐느적 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원래 먹으려던 가게가 문을 닫아서 옆에 있는 가게를 갔는데 다 가족단위로 와서 좀 뻘쭘했다. 이 때부터 기분이 계속 낮아져서 막 눈물이 나오려 했다. 그냥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고 진빠졌다. 눈물의 (비싼)보말죽을 먹었다. 힘겹게 숙소까지 걸어왔는데 일몰이 너무 멋져서 방파제 같은 곳에서 일몰을 지켜봤다. 사람들이 모여서 반짝이는 걸 던지고 놀길래 가봤더니 밤낚시 하는 사람들이었다. 반짝반짝한 찌가 왠지 모르게 재밌었다.
오늘은 너무 우울하고 지치고 힘든 날이었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탓도 있는데 기분이 계속 쳐졌다. 외롭고 우울하고 슬펐다ㅠㅡㅠ 작년 들살이는 와아-!!의 연속이었는데 오늘은 흐어엉ㅠ의 연속이었다. 집에 가고 싶고 내일이 조금 두렵다.
첫댓글 저희는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있답니다🏝😚
모두의 사진에 바다가 있군요~ 원하는 바~ 다~ 이루고 돌아오길 ㅎㅎㅎ
낯선 벌레와 지들끼리 친한 타인들 사이에서 외로움과 그리움에 내동댕이쳐진기분?
그 와중에 끌고 걷고.... 생각도 해야되고 그림도 그려야되고....
그러면서 기분이 내려갔다 올라갔다~
앞으로의 들살이 이야기가 엄청 기대됩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섦에서 홀로서기하는 각자의 이야기 반갑고 기대됩니다~
바다 풍경이 너무 좋아서 어제도 보고 오늘도 보고 중인데... 민재의 들살이 목적은 읽으면 읽을 수록 우리집 사는 청소년의 그것과 너무 닮아서 웃픈 ㅎㅎㅎ 부디 목적 달성 하소서~~~
어떻게 지내는지 많이 궁금했는데
전화도 걸 수 없고..
근데 이렇게 글이 계속 올라오는 걸
몰랐네요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