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번만 찾아봐주세요. 이런 그림, 집에 없습니까?”
국립현대미술관 배원정 학예연구사가 몇달 전 한 일본인 미술품 소장가를 수소문해 전화를 걸었다.
그가 애타게 찾고 있는 그림은 화가 장욱진(1917~1990)의 1955년작 ‘가족’.
1964년 반도화랑에서 열린 첫 장욱진 개인전에서 일본인 시오자와 사다오(1911~2003)에게 팔렸지만 이후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작품이다.
전화기 너머 소장가의 아들 시오자와 슌이치씨에게선 “사업가이자 컬렉터인 아버지가 외국에 출장 나갈 때마다 그림을 자주 사 오셨지만, 그런 그림은 제 기억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장욱진 회고전을 준비하던 배 학예사는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시오자와 부부를 설득해 오사카 근교에 있는 소장가의 오래된 아틀리에를 찾아갔다.
그리고 찾아냈다.
그는 “2층 다락방 낡은 벽장 속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그림을 발견했다”고 했다.
“벽장 문도 제대로 안 열려서 반만 열고 비집고 들어가 휴대전화 조명을 켰더니, 안쪽에 비스듬히 꽂혀 있는 액자 하나가 보였어요.
설마 하면서 집어보니 바로 그 그림이었습니다!”
장욱진이 그린 최초의 가족 그림이 일본에서 발굴돼 60년 만에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다음 달 14일 덕수궁관에서 개막하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서 이 그림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가족’은 생전 30점 이상 가족을 소재로 그린 장욱진이 항상 머리맡에 걸어둘 만큼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자 생애 처음으로 돈을 받고 판매한 작품이다.
장욱진은 이 그림을 판매한 돈으로 막내딸에게 바이올린을 사줬다고 한다.
가로 16.5㎝, 세로 6.5㎝ 크기의 작은 그림이다.
붉은 배경 한가운데 집 한 채가 있고, 가족사진처럼 네 식구가 앞을 내다보고 서 있다.
집 좌우로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있고, 두 마리 새가 한가로이 날아간다.
배 학예사는 “장욱진의 가족 그림 중 유일하게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와 아이들만 함께 그려진 사례”라며 “전쟁이 끝나고 어려웠던 시기에 가장으로서 생계에 대한 책임감 등 복잡한 심경이 드러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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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부인 고(故) 이순경 여사는 “조그마한 가족도였는데 두고두고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고, 큰딸 장경수씨도 장욱진의 대표작으로 이 그림을 꼽은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가를 설득해 이 작품을 구입했고, 다음 달 공개를 앞두고 보존 처리 중이다.
미술관은 “평생 가족 이미지를 그린 장욱진 가족도의 전범(典範)이 되는 그림이자 최초의 정식 가족도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큰딸 장경수씨는 “어렸을 적 아버지가 그리신 나무의 우둘투둘한 질감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져봤던 기억이 난다”며 “다시 만나니 눈물이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첫댓글 저렇게라도 남아있어서 좋긔 화가는 저거 팔아서 행복했을거긔
회고전 한다니 보러가야겠네요!!!
회고전 기대할게요!!
회고전 보러가야겠긔! 가족분들한테도 의미있는 그림인데 찾았다니 너무 다행이긔!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전시도 배원정 학예사 작품이던데 학예사님 열정 대단한거 같긔! 너무 기대되긔 장욱진 화백님 그림 너무 좋긔 ㅜㅜ
다락방에 쳐박아 뒀으면서 설득까지 해서 구매 해 왔다니 역시 쪽은 고맙지도 않네여ㅋㅋㅋ 배 학예사님 고생 많으셨어요ㅜㅠ 보러 가야 겠냄
장욱진 그림 너무 좋긔!! 회고전 꼭 가야겠긔
학예사님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멋진 작품 볼 수 있게 됐네요 전시 가고싶어요
세상에... 너무 좋긔
명품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요 알아보는 눈이 없는데.. 국현미에서 구입해서 다행이긔
ㅜㅜ감동이긔 학예사님 덕분에 빛을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