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가는 나그네 길
토요일 오후 5시 41분, 핸드폰 울릴 때 느꼈다.
예전 같지 않은 목소리였다.
택시 운행으로 분주할 시간인데 한방 병원에 계셨다.
무고 안부 물은 전날의 추돌 사고에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파손된 뒤 범퍼 수리 때문에 차를 맡긴 상태였다.
주일 아침, 찬양 인도 위해 차량 운행을 부탁받아 갔다.
‘목사님! 힘들게 일한 모습 보고 하나님께서 쉬게 하신 것 같아요.
침과 뜸 치료하고 여유시간은 책을 읽네요.
도수 치료에 효과 보고요.
보험 든 여인들이 거기 파고 산 이유를 알겠어요.
몸이 펴지고 균형이 맞은 것 같아요.
한번 받아 보세요.’
그날 ‘길’ 특송에 은혜가 넘쳤다.
‘오늘도 하룻길 나그네 길을/ 나 혼자 가야 해/
멀고도 험한 길 나그네 길을/ 나 혼자 가야 해/
나 혼자 가야 해 아 아 아/
갈래갈래 갈림길 길이라도/ 내게 주신 주의 길 따라가려오/
갈래갈래 갈림길 길이라도/ 내게 주신 주의 길 따라가려오’
우리 사명 다하기까지 가야 할 길!
결기하며 소리 높여 눈물 흘리며 불렀다.
예배 마치고 병원 가는 길에 추천 도서를 드렸다.
‘운전한 목사님 그냥 보낼 수 없지요.’ 차를 세웠다.
양산동 ‘진미 팥죽’ 앞에서 순번을 기다렸다.
맛집이라 배달 기사가 들락거렸다.
바지락칼국수에 찰밥은 빈속을 달랬다.
배추, 무김치가 감칠맛 났다.
왜 손님이 끓은 지 느껴졌다.
사흘 굶어도 배고프지 않을 어머니!
산소 앞에 슬픔을 문지르다 돌아섰다.
전주 계신 김 목사님 장인어른 부고가 떴다.
마음을 실어 위로 문자를 보냈다.
‘김 목사님! 귀한 장인 어르신 별세 소식에 뭉클하네요.
떠나보내심에 괜히 죄송하고 서운함이 깃든 줄 아네요.
막내딸인 사모님! 많은 사랑 누렸을 건데 누구보다 먹먹하겠네요.
애도 기간 중 마음 잘 추스르세요.
일상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네요.
고인께서 맡은 사명 다 이루고 안식으로 들어가셨지요.
하지만 그리움을 선 경험한 자로 현실의 벽 넘기가 어렵네요.
가까이서 사모님!
챙기시고 건강한 목양 잇도록 기도 끝에 머물게요.
찾아뵙고 위로해 드리고 싶네요. 김 목사님 힘내세요!’
‘이 목사님!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날, 시찰 회원과 진도 목양교회 건축 현장 방문 위해 만났다.
운전과 간식으로 섬긴 손길에 망중한을 즐겼다.
하늘도, 산야도, 목포대교, 진도대교 바닷물도 초록빛이 났다.
황금빛 달나라에서 급파한 사신!
'큰금계국'의 샛노란 물결이 산뜻하게 맞았다.
꽃말처럼 '상쾌한 기분' 나누는 특사였다.
파견 업무에 혹사당한 달님은 핼쑥해 보였다.
허드레 땅에 뿌리내린 개망초도 물길 따라 행렬을 이뤘다. ‘
꽃들도 구름도 바람도 넓은 바다도 찬양하라 찬양하라 예수를..’
흥얼거렸다.
초여름 길 달려 교회 앞 등성에 섰다.
햇살이 가슴을 밟자 수국이 반겼다.
수상한 밤꽃 향도 감돌았다.
고즈넉한 해변 뷰에 멍을 때렸다.
아름답게 지어진 예배당 건물에 찬사를 보냈다.
농어촌 선교회 목회자들이 재능 기부한 솜씨라고 믿기지 않았다.
전문가 수준의 작품이었다.
실내 장식과 조경, 뒤치다꺼리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유종의 미를 위해 기도하고 ‘어영차 만선’ 식당으로 갔다.
그간 수고한 최 목사님, 사모님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갈치조림, 게장, 갑오징어무침을 시켰다.
다 밥도둑이었다.
밀물 때 카페에서 고래를 기다리며 쉼을 누렸다.
도중에 화원 중앙교회 목사님의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차 한 잔 못 하고 지나쳐 아쉬웠다.
현충일에 방문하고 대접받은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조카사위가 후원한 덕으로 에어컨 설치한 예배당을 봤다.
깔끔한 리모델링 공사에 언덕 위 알흠다운 교회로 구름도 쉬어 갔다.
마당에 테라스 설치하고 묵직한 야외 테이블을 놓았다.
화폭에 앉히고 싶었다.
소고기 숯불구이와 전복 맛이 최고였다.
사모님 끓인 청국장은 여전했다.
비자 열매 맛에 수박, 참외가 밀렸다.
탱글탱글한 완두콩 한 팩과 장아찌용 양파를 챙겼다.
친정 나들이 같았다.
말없이 마을 어르신들 섬기며 장모님 모신 천사표 윤 목사님!
아침 햇살 같은 분으로 사랑하고 존경할 뿐이다.
광주에 도착하여 홀로 문상 길에 올랐다.
김 목사님께서 예상치 못한 손님으로 맞았다.
‘어르신! 건강한 체격인데 빨리 가셨네요?’
‘폐렴으로 앓다 회복 못하셨어요.
군대에서 주경야독으로 사범대 졸업하고 교장으로 퇴임하셨어요.
제천이 처가라 멀어 5년 전,
우리 아파트 앞집으로 모셨어요.
개척하고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 오갈 때 없어 도움받았지요.
감사할 일이고 회복교회가 세워진 것 기도의 응답이었어요.
장례 예배는 선교회 속한 목사님들이 주관하고 있네요.
출관 예배 후 화장터에 들려 선산으로 가려고요.
우리 두 아들은 간호학과를 택했어요.
장남은 수학을 좋아해 졸업하고 세종 시에서 학원장으로 있네요.
학생들 인성과 신앙에 관심이 많아요.
그 열정 감사하지요..’
한 날 채우려 달빛 밟아도 관절이 성했다.
침상에 눕는데 카톡이 울렸다.
‘형님, 주무세요?’ 핸드폰을 눌렀다.
동생 말 듣다가 늦게 잠들었다.
월요일 만나 산소 들려 점심 먹고, 예쁜 찻집 가자는 말이 고마웠다.
이튿날 코로나19 항체 양성률 조사 위해 보건소를 찾았다.
무작위로 선정되어 3년째 설문에 응하자 혈(血)의 반점 보였다.
모바일 상품권 선물은 필요 자에게 넘겼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건강관리 협회에 들려 검진을 받았다.
매년 6월이면 어머니와 함께 가는 곳,
할머니만 봐도 가슴 끝이 아렸다.
심장에 금이 갔다.
차트 반납하고 이비인후과에 들려 묵은 귓밥을 파냈다.
앞 범퍼에서 명멸하던 하루살이를 닦았다.
2024. 6. 15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