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미스 허는 어릴 때 금융기관에서 일한 것이 자랑이다.
참....영양가없고 부질없고 재미없는 자랑이다.
동네 미스 허는 어릴 때 사진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간간히 주변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을
낙으로 안다.
나도 한 번 봤다.
눈이 깊어 이국적이지만 어딘가 무너져 버린 듯 아쉬움이 드는 젊은 아가씨의 사진....
참으로 쓸모없고 허망하고 와닿지 않는 자부심이다.....
쪼글쪼글 미스 허의 얼굴에 그 젊은 아가씨의 흔적은 여전히 반짝이는 눈동자 말고는 없다.
그 미스 허가 요즘 애인을 사귄댄다.
상대는 젊어 선생님이었다는 구십이 넘은 옵빠!!!
미스 허는 때로 때때로 그 옵빠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온다고 한다
한동안은 옵빠가 자동차를 뽑아 주기로 했다면서
차 뽑아 주면 옵빠네 집은 안갈거란다.
정의의 사도, 균형과 배려의 기사인 나는 또 주제넘게 충고했다.
'그러시면 안되요. 차를 뽑아 주면 그 옵빠 태우고 열심히 백수해안도로도 달리고 목포진도길도 달리고
해남 우회도로도 달리면서 영광 조기백반도 먹고 진도대교 휴게소에서 대파 듬뿍 들어간 곰탕도 먹고
해남읍내에 유우명한 백반 맛집도 가세요!!'
하기야 미스 허 인생이지 내 인생인가?
오늘이 설날....
어제 그 옵빠네 집에 가며 길에서 만난 미스 허....옵빠네 집안 이야기를 해 준다.
물론, 당근, 언제나 처럼 내가 묻지도 않았다
그런 이야기는 듣는 시간 만큼 손해다.
그래도 해주겠다는데 귀를 잠시 빌려줄 수없겠는가?
옵빠의 마누라는 오래전에 천사가 되었단다.
자식들이 아들 둘이 있는데 그 아들들에게 한 채에 7억~8억하는 아파트를 사줬단다.
광주 광역시에 한 채에 7,8억 하는 아파트가 있던가??
아마 있을 것이다. 봉선동 쪽으로 대형아파트라면.....
그런데 그 자식들이 명절이라고 인사도 없고 매년 옵빠를 보러 오지도 않는단다.
옵빠가 아흔이 넘었는데 멀리 갈 날도 머지 않았으니 그리되면
옵빠의 남은 재산마저 그런 싸가지에게 넘어 갈 터인데
그러느니 자기가 옵빠 돌봐주고 경제적 도움 받는 것이야 누가 뭐래겠느냐고 나에게 항의다.
나는 아무 말도 안했다. 관심도 없다.
주변에서 자기 자식들은 효자라고 자랑해대는 이들 중 열에 일곱여덟의 경우는
그런 싸가지 없는 자식들 일 터인데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물론 옵빠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식들 이야기를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단다.
하지말라는 짓은 기어이 해야 직성이 풀리는 미스 허다.
나한테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옮기지 말라는 말을 안했다.
말을 했어도 나는 이야기했을 것이다.
옵빠가 2월달이면 차를 뽑아 주겠다고 했다는데 2월달이 되니 말이 달라졌다고 한다.
열받아서 옵빠네 집에 안갈란다고 한다.
그 옵빠는 미스 허가 집에 드나들면서 집에 온기도 돌고 밖에 나갔다가도 집에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돌아오는 길, 다리에 힘이 더 붙더란다.
어쩌면 미스 허가 정말 옵빠네 집 발길 끊을른지 모른다.
압도적 공감능력을 가진 내가 생각하기에는
옵빠는 그 넒은 아파트에서 또다시 적막감, 쓸쓸함, 외로움을 이전 보다 많이 날마다 새롭게 느낄 것이다.
그래....옵빠도 살아야지..
싸가지는 제쳐두고....옵빠네 자식들도 살아야지...
암만......미스 허도 덩달아 살아야지....
첫댓글 재미나네요.남의 집 이야기.
근데 옵빠 나이가 구순이면 자식들 나이가 대략 60~70세 일텐데요.
미스 허 나이가 70언저리거든요?
이거 옵빠가 아니라 압빠인데???
이야기 소재가 다양하고 무궁무진이예요
또 어떤글을 쓰셨을까~들러봅니다. ㅎㅎ
아하....그런가요?
어차피 사는 이야기이고 제 주변 이야긴데요...
뵌적은 없으나 상당한 애독자입니다,(펜)
앞으로도 읽을거리를 주소서.
별말씀을요
스트레스를 글로 푸는 스타일이라서 별 허접스러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3인칭으로 쓰는 내용이 쏠~쏠 하니 재미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