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 둘째 날 이야기_이연우
아침 8시 반 쯤 숙소에서 출발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취간림'이라는 체육공원 이었다. 정자하나가 유명하다고 해서 가봤는데, 정자가 정말 컸다. 내가 상상한 정자보다 훨씬 크고 화려했다. 안에 들어가니 굉장히 깨끗했다. 그냥 누워도 될 정도로. 그래서 누워있었다. 뒹굴 뒹굴 하며 작업(3d 모델링)을 하고 있자니,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셨다. 이 정자가 자신의 놀이터라고, 매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정자가 유독 깨끗한 이유가 있었다. 이후엔 할아버지와 정자에 있었는데, 할아버지께서도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고, 나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꽤 오래 시간을 보내고 가려고 일어났을 때, 할아버지께서 잘 지내다 조심히 돌아가라고 이야기 해주신 게 왜인지 기억에 남는다.
그러고는 매암제다원으로 향했다. 입장료 대신 음료 값을 받는다는데, 꽤나 비쌌다. 6500원짜리 홍차... 그러나 홍차는 굉장히 향기로웠다! 이후에 점심을 먹고 마을 갤러리라는 하덕마을을 둘러보았다.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마을이 작아 한 10분만에 다 본 것 같다. 그리고는 그 근처 마을회관 바로 옆 정자에서 시간을 보냈다. 내가 딱 정자에 앉았을 때, 마을회관 안에서 창문으로 한 할머니가 굉장히 무섭게(?) 날 쳐다보셨다. 내가 당황해서 꾸벅 인사드렸더니, 너무 밝게 웃으시면서 손을 흔들어 주셨다. 잠깐 긴장했었는데, 다행이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빗속을 가르며 숙소로 돌아왔다.
9월 1일_이원재
첫 목적지로 평사리 들판을 지나 평사리부부소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원래는 평사리부부소나무가 있는 곳에서 작업을 할 생각이었지만 앉을 공간이 없어 바로 동정호로 갔다. 동정호에서 뱀이 있다는 소문 있어서 무서워서 처음에는 걷지 못하고 정자에서 작업만 했다 뱀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길은 정말 조심히 다녔는데 내가 생각보다 겁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으로 최참판댁에 걸어갔다. 걷다보니 드디어 매표소가 나와 기뻐했는데 매표소에서도 위쪽으로 훨씬 더 걸어가야 했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올라가니 바람이 불어 시원해서 좋았다. 최참판댁 다음 목적지는 지리산생태과학관이었는데 조금 먼 거리를 걸어가야 했다. 거리도 멀고 길 선택도 잘못해서 산을 타야 했다. 산을 타야해서 조금 힘들었지만 덕분에 계획에 없던 하동 스타웨이에서 넓은 평사리 들판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열심히 걷다보니 생태과학관에 도착했다. 과학관을 관람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VR체험 이었다. 즐겁게 VR(?)을 즐기고 다음 목적지인 평사리 공원으로 갔는데 생태과학관 직원분이 지도에 없는 지름길을 알려주셔서 빠르게 이동할수 있었다. 평사리 공원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비가오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도보로 걸어서 이동하다 보니 발이 너무 아팠지만 우산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20분 거리에 있는 마트로 달려갔다. 하지만 도착해서 보니 마트는 폐업한 상태였다, 절망에 빠져있을 때 마트 주인이시던 할아버지가 오셔서 뭐가 필요하냐고 물어보시더니 정말 감사하게도 공짜로 우비 하나를 주셨다. 오늘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이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후 하동에서 유명한 제첩국을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오늘 정말 많이 걸었는데 힘들었지만 그만큼 지나가면서 보인 풍경들이 기억에 남는다.
9월 1일_정윤지
드넓게 펼쳐진 논밭과 산자락에 걸린 긴 구름 풍경을 만끽하며 최참판댁으로 걸어 갔다. <토지>를 잘 몰라서 일단 박경리문학관으로 걸어 올라가서 오래동안 구경했다. 작가님이 남긴 말들을 보자 나도 치열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관을 나와서는 최참판댁을 구경했는데, 사랑채 방에 '서예 체험'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서 고민 끝에 들어갔다. 원하는 사자성어를 골라서 명예 참판님이 써주신 '언행일치' 한자를 품고 대화도 조금 나누고서 나왔다.
그 사이 최참판댁과 인근 농민들 집에 관람객들이 꽤 늘었는데, 사람 가족들이 나들이를 즐기는 와중 닭과 토끼, 소 가족들은 좁고 지저분한 우리에 갇혀있는 게 착잡했다.
오후에는 근처에 있는 하덕마을에 갔다. 생각보다 볼 게 많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마을인 입석마을에 마을미술관이 있어 구경했다. 보는 사람이 알아서 불을 켜고 들어갔다 끄고 나오게 되어 있어서 내가 관리인이 된 느낌이었다.
저녁때는 배가 안 고파서 하덕마을 카페에서 팥빙수를 먹고 다시 논길을 걸어 귀가했다. 최참판댁과 저녁식사도 만족스러웠고 많이 걸어서 뿌듯한 날이다
22.9.1. 둘째 날 혜성
오늘은 하동읍쪽에서 상신대 마을로 가는 지리산 둘레길 코스를 걸었다. 처음에 지도를 사는 안내소로 가는 길이 헷갈려서 오르막에서 헤맸고, 지도를 받았는데도 초반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헷갈려서 좀 고생을 했다. 산으로 들어가서는 다행히 중간중간 리본도 묶여있고 안내판도 있어서 길이 헷갈리지는 않았지만, 인적이 엄청 드물어서 산 가운데쪽으로 가서는 ‘여기서 쓰러지면 아무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그리고 산에서는 정말 날벌레가… 날벌레가 엄청났다. 거미줄도 만만치 않았지만, 날벌레는 정말 계속 끊임없이 계속 나를 따라왔다. 그래서 계속 부채질을 하며 갔고, 숲속에서는 쉬지를 못했다… 마을로 들어가서는 마을 주민분들도 꽤 많이 만났다(사람이 너무 반가워서 먼저 인사도 드렸다).
근데 중간에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하는 구간에 개농장 같은 곳이 있었는데, 길을 지나가려 하니까 밖에 케이지에 있는 개가 엄청 짖어서 무서워서 도망쳤다. 개농장을 피해서 조금 돌아서 다시 둘레길로 갔다. 또 걷는데 중간에 돼지축사가 있고… 그래서 좀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이번에 비질활동을 하는 수영이랑 아영이가 생각났다.
상신대마을 쪽에 있는 큰 보호수 밑에서 명상도 하고, 마을회관 옆 정자에서 경전도 읽었다. 그리고 하동 읍내 카페에서 경전을 또 읽고, 숙소로 와서 근처에서 요가를 했다. 숙소에서 해주시는 밥을 먹었는데 다 나물이었는데 정말정말 맛있었다.
오늘 둘레길 걸으며 마을 어르신들을 종종 만났는데, 먼저 인사를 드리니 혼자 둘레길 걷냐며 신기해하셨다. 마을회관 옆 정자에서 만난 할머니는 몇살이야? 하고 물으시더니 열아홉이라고 하니 ‘아이고 애기네~’ 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호호
오늘은 어제 읽던 경전을 계속 읽었는데, 오늘도 인샆 깊은 문장 공유!
- 없음이란 무엇이 없다는 것이며, 생각함이란 무엇에 대해 생각하는 것일까요? 없음이란 분별로 인한 모든 번뇌를 떠남이요, 생각함이란 진여의 본성을 생각하는 것이니, 진여(: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란 생각의 본체요, 생각이란 진여의 작용입니다. 자성(:본디부터 갖추고 있는 불성)에서 생각이 일어난다면, 보고, 듣고, 느끼고 들어도 어떤 경계에도 물들지 않아 항상 자재(:스스로 자, 있을 재. 속박이나 장애가 없음)합니다. 유마경에서 이르길, ‘밖으로는 모든 형상을 잘 분별하면서도, 안으로는 진여 공성의 진리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라고 합니다.(육조단경-무념, 생각이 없음)
- 자기 성품의 청정함을 보지 않고, 마음을 일으켜 청정함을 본다고 하면, 오히려 청정함이라는 망상을 짓게 됩니다. 그런 허망한 생각은 있는 곳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좌선을 하는 수행자는 ‘본다’는 것을 도리어 허망한 생각으로 여겨야 합니다. (육조단경-좌선)
- 마하는 ‘크다’는 의미로, 마음의 도량이 광대하여 가히 허공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공’이라는 것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공’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마음의 생생하고 활발발한 움직임을 잃게 됩니다. 허공은 해와 달과 별에서부터, 대지와 온갖 산천초목, 악한 사람과 착한 사람, 착한 법과 악한 법, 그리고 천당과 지옥까지, 이 모든 것을 품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체의 것들이 존재하는 곳은 오직 허공일 뿐입니다. 사람의 성품 또한 이와 같습니다. (육조단경-마하반야바라밀)
- 무념’이란 무슨 뜻일까요? 무념이란 모든 것을 보지만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곳에 두루 가지만 그 어떤 곳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무념한 마음은 항상 자신의 마음을 청정히 하여, 여섯 가지 감각기관인 눈, 귀, 코, 혀, 몸, 의식이 달려나가 각각이 대상을 지각하여 분별하게 하되, 그 분별을 떠나지도, 물들지도 않아 오고 감에 자유롭습니다. 이것이 곧 반야삼매며,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자재해탈自在解脫이자, 무념한 삶입니다. (육조단경-돈오, 단박에 깨침)
- 밖으로는 그 언어를 실체로 여기지 말아야 하며, 안으로는 공을 실체로 여겨 거기에 묶여서는 안 된다네. 공에 집착하면 오로지 어리석은 마음만을 키우게 되고, 언어의 형상에 집착하면 삿된 견해를 기를 뿐이네. 가르침은 문자를 쓰지 않는다고 쉽게 말해서는 안 되네. 왜냐하면 그것이 비록 말이기는 하나, 말 또한 문자이기 때문일세. 청정한 마음에 대해 공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본래의 성품은 공하지 않다네. 그럼에도 마음이 미혹되고 현혹되는 이유는, 말이란 삿되어 상대되는 존재성과 작용성을 가리기 때문이라네. 어둠은 혼자서 어둡지 않다네. 오직 밝음으로 인해 어두운 것이지. 어둠은 혼자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밝음이 변하여 어둠이 될 때에 비로소 어둠이 있게 되는 것이네. 어둠으로 인해 밝음이 나타나고, 또한 옴으로 인해 감이 있네. 이렇게 서로서로가 상대하여 그 인연으로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지. 서른여섯 가지 상대되는 법 또한 마찬가지일세.”(육조단경-상대되는 법)
2022.09.01.(목)_ 현욱
첫날보다 더 빠르게 준비를 하고 6시에 출발했다. 아침을 먹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표를 잘 못 봤는지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실에 절망을 했다가 하늘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남은 시간동안은 그림을 그리며 기다리다가 버스를 탔고, 읍내에서 갈아타는 김에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샀다.
이번에는 버스가 8시 50분에 온다고 했다.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서 그림도 그리고 사람들도 구경하며 보냈지만...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흘렀다. 총 3시간 중에 버스만 2시간을 기다리면서 삼성궁을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공사중이라 이게.. 뭐지? 싶었지만 올라가다보니 웅장한 성벽(?)을 만날 수 있었고, 너무 웅장한 돌들과 함께 그려져 있는 그림들 때문인지 무서웠다. 겁에 질린 상태에서 돌로 된 성벽들과 동굴들이 있는 길을 걸어가다가 나온 트인 풍경과 호수 덕분에 긴장이 풀려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넓이는 굉장히 넓었고, 오전부터 지친 몸을 이끌고 불일폭포를 향해 등산로를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길이 너무 돌아가는 것 같아, 지나가시던 분에게 인사를 하며 여쭤봤더니 이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분, 아니 풍류도라는 무술의 고수(?) 분과 함께 등산로 입구까지 함께 걸었고, 안부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막상 등산을 시작하니 이곳은 길인지 동물이 뚫고 지나간 흔적인지 모를 정도로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없었다. 키보다 큰 풀들이 길을 위쪽을 막고 있어서 겁을 먹고 초반에 가파른 길을 엄청나게 뛰어 올랐다. 오르고 올라가도 분위기에도 적응은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고, 주변을 둘러보며 빠르게 해쳐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이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사실은 가끔씩 나오는 곰 조심하세요, 이곳은 길이 아닙니다 그리고 남은 거리를 표지판뿐이었다.
‘정말 이 길이 끝나기는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때, 불일폭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그림과 사진으로 기록을 한 뒤, 쌍계사로 향해 잠시 구경을 하고, 몸에 좋고 맛도 좋다는 물을 몇 바가지 떠 마신다음 바로 아래 있는 밥집에 향했다. 제첩국 정식이 2인 이상이었는데 다행히 혼자인데도 반찬을 왕창 주셨고, 모두 깨끗이 비웠다.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 인근으로 찻집으로 가서 차를 마시며 정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9월 1일_진솔
오늘은 지리산을 갔다 왔다. 원부춘마을에서 동정호 근처를 도는 길이었다. 애석하게도 길 답지 않은 길이었다 뭔가 사람이 3개월 전에 마지막으로 지나간 것 같았다. 수상할정도로 부러진 나무가 많았는데 거의 300걸음 걸어갈때마다 부러진 나무가 있었다. 심지어는 길을 가리고 있어서 유연성을 발휘해 지나가야 할 정도였다. 심지어 조금 올라가니 사람도 없고 헨드폰도 터지지 않아서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갔다. 근데 나중에 지도를 보니까 길 잘못 들었더라. 근데 다른 길이 안보여서 그냥 가던 길로 갔다. 그랬더니 원래 가려던 길에 도착했다. 상당히 지쳐서 지리산 풍경이고 뭐고 땅만 가고 걸어갔다. 물을 마시려니 없고, 배는 고파서 길 가던 걸 멈추고 밥부터 먹기로 했다. 제첩국 백반을 먹었는데 배가 고파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길을 다시 가려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 근처 벤치에서 잠을 10분정도 잤는데, 어떤 분이 깨우시더니 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근처 한바퀴를 돌고 동정호로 갔는데 허수아비가 정말 많았다. 동정호로 가서 비가 와서 그네에 앉아있다가 밥을 먹었다. 오는 길에 무지개가 예뻤다. 상당히 피곤한 날이었다.
첫댓글 여러분들의 시선이 닿은 풍경들과 마음이 가는 길자락,글자락을 따라 저도 천천히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 드네요. 감탄이 나옵니다!
감사해요. 좋은 여행 되길 바랍니다♡
무탈하구나 다들~ 역대급 태풍이 온다는데 태풍도 무탈히 넘기고 멋진~ 마무리 응원~
길을 만들다시피 헤져가며 걷고, 또 걷고...
열 일곱, 열 여덟, 열 아홉 '애기'들이 만나는 세상이 읽는 내내 천천히 전해지는 것 같아요..
하동의 하늘과 풍경은 정말 예술이네요... 그 안에서 들살이 하고 있는 우리 일곱난쟁이들도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