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다녀와서 약 먹고 한 숨 자고나니 이제 머리가 좀 맑아졌습니다.
3일 전날 밤 자려고 불 끄고 누웠는데 갑자기 오른 쪽 날갯죽지 주위가 송곳으로 찌르 듯이
아프더니 등을 타고 내려가며 조금씩 콕콕 찌르듯이 아팠습니다.
마치 침대 패드 속에 바늘이 실수로 떨어졌다가 절묘한 각도로 저를 공격하는 듯이 날카롭게 느껴져서
조심조심 더 큰 상처 안 생기게 하려고 어거주춤 몸을 일으키고 불을 켜고 전신 거울에 등을 보니 아무 흔적 없었습니다.
차렵 이불 매트도 살살 손가락 촉진을 통해 검사했지만, 전혀 발견 못 했구요.
"담에 걸릴 뻔 했던 걸까? " 라고 스스로 진단하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설 연휴 지나고 병원 가 보기로 결론 짓고 다시 잤구요.
아침에 등을 보니 2센티미터 정사각형 사이즈로 땀띠가 생겼길래 " 몸에 안 좋은 독소가 나온 것인가?" "아니면 더웠나"
하며 남편에게 보여 주니, "원인은 모르나 습진이니 일단 피부 발진에는 세레스톤지가 최고다" 하면서 집에 있는 연고 바르고
거즈로 덮고 의료 반창고로 나름 곰꼼하게 의료 행위를 하더군요. 물론 무료입니다.ㅎㅎ
지나고 생각하니 돌팔이 의사의 진단 "당신 아직 나보다 젊네~ 여드름도 젊은이가 장 독소를 뿜어 낼 힘이 있어 배출하는 것이지, 나이들면 능력 없어 배출도 못해. 늙은이가 여드름 없는 이유잖아~당신은 뭔가 안 좋은 것을 아직은 밖으로 뱉어 낼 힘이 있다는 것이지" 라는 달콤한 진단에, 믿고 싶은 팔랑귀가 "그래? 그럼 좋은 것이니까 참아야 하는 것이네"라며 설 전날의 병원 갈 기회를 아예
날려버렸습니다.
설 날 전날부터 시작해서 막상 어제 설날 당일이 되니 점점 범위가 넒어 졌고 커진 통증과, 약간의 두통으로 집중력이 떨어졌어요.
특히 밤에 오른 쪽 등 통증이 심했습니다. 남편은 또 다른 아침이 되니 진지하게 의료 행위를 하며 "물집이 터졌고 딱지가 생기기 시작한다"며 사진을 찍어보여 주며 더 아파온다는 저에게 "심한 고비를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야"라며
흔들리는 저를 나름의 방식으로 격려해 줬구요.
미장원 가고, 마켓 보고, 도토리묵은 하루 전날 저녁에 쑤어서 차가운 베란다에 굳히기 시키고, 당일 오전에는 부추전과 번데기 볶음한다고 앞치마 두르고 부엌에 있다가 짬짬이 역이민 글 읽다가 급한 답글 달다가 하면서도 자꾸 등의 신경이 욱신거리니 점점 집중이 더 안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도 미련하게, 혹은 생으로 아픔을 견뎌낸 것이 아까와서 "다 나아가기 직전이라 더 아픈 것인가?? 결국 아파야 낫겠지?? 맞나? 맞겠지?? ...의문과 두려움이 아픔보다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지만,
스케줄 따라 차에 음식 싣고 보고픈 '고아들의 만남'을 향하여 고고씽~~~
형제들을 만나면 세상의 전쟁을 치루고 잠시 휴전하러 온 전우들처럼 아직 잘 살아 있음에 감격하 듯이
우린 서로 격하게 안아 봅니다. 좋아하는 만큼 손에 힘주며 "야~ 우리 아직 일단은 10년 정도는 오늘처럼 까장까장 하겠지? ㅎㅎ"하며 등까지 토닥토닥 하면서요.
그 때 저도 모르게 등 두드려 줄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며 움찔하며 쓰윽~ 몸 빼며 '아~~아파'라는 저에게 형제들이 이유를 물었고
제가 상황을 설명하니, 모두들 병을 키우다가 큰일 난다면서 "들어보니 딱 대상포진이며 잘못해서 뇌로 진행되면 큰일 난다"면서
설 연휴라도 응급실 가면 무조건 치료 받을 수 있으니 서로 오래 보려며는 날 밝으면 당장 가라고~증상보면 감기 알 듯이 흔한 대상포진을 어찌 모를 수 있냐고..한국에선 서로 정보 교환이 빠른지 척 들으면 척 아는 눈치였어요.
이래서 똥개도 자기 집에서 반은 먹고 들어 간다는 말이 있구나.를 실감했어요 .
병은 자랑 하라는 말도 생각 났구요.
네에~날 밝은 오늘 일 입니다.
사실 어제 밤은 갑자기 그동안 엄청난 병을 등에 업고 키우고 있었단 생각으로 후회와 미련과
두려움이 엄습하여 유난히 통증이 콕콕이 아니라 쿵쿵거리는 느낌으로 날 밤을 지세웠습니다.
오늘 응급실을 가니 시골이라 붐비지 않고 신속하고 친절하게 일이 진행되었고
곰꼼하게 안대하듯이 물집을 감싸고 있는 거즈를 의사가 보더니
옆에 남편을 보며"선생님이 하셨군요~음" 하며 남편을 보고 웃으셨어요.
속으로 "돌팔이가 나름 정성스럽게 드레싱했다"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 쓸데없이 생사람 잡았구나!" 생각했을까요?ㅋㅋ
다행이 의사가 "괜한 고생 하셨네요. 대상포진입니다. 주사 맞고 약 드시면 나아집니다. 오늘은 연휴라서 응급실로 오셨지만, 이틀 약 다 먹고도 약 더 필요하면 다음엔 신경과로 막바로 가세요" 라고 하셨으며
"또 50~ 60세 넘으면 어렸을 때 걸린 수두 바이러스가 잠복되었다가 면역이 떨어질 때
대상포진이 생기기도 합니다." 라는 친절한 설명도 해 주셨어요.
어젯 밤의 두려움이 한 방에 날아간 것이 주사 한 방 탓인지
돌팔이에서 자격증있는 의사 만난 탓인지 아무튼 병원을 나서는 순간 통증도 두려움도 가벼워졌어요.
또 엄청 감사했던게 설날 연휴인데도 진료해주심에 감사하며 원무과에 가니"응급실 진료 25,010원추가 입니다"
라는 진료비 영수증보는 순간이었어요.
병원 진료비가 토탈 38,110원. 약값은 이틀 치가 9,600원.
우리 나라 만만세!!!
첫댓글 아침님^^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거 이~~거 대상포진같은데
휴~~~
병원 가셔서 진찰받고 처방 받으셨단말에
다행이다 했네요 ㅎ
돌팔이 의사와 팔랑귀 환자의 설날해퍼닝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본인은 힘드셨겠지만 ㅋ)
오~대번에 대상포진인 것 눈치채시는군요.식구들처럼.
아직은 약 먹을 시간 쯤 되면 슬슬 욱신거려요.
살다가 아프셨던 얘기 좀 들려주세용.
나이 드니 남들 아픈 얘기도 다 피와 살이 되는 것 같아서요.
좋은 하루 되세요.
그만하기 다행입니다..
명절동안 고생하셨네요.
잘 휴식 하시고 올 해도 건강 합시다.
갈수록 우리 몸이 자기 주장 강해져서 가끔 심난합니다. ㅋ
야네들이 언제 어디서 아우성 할지모르니..ㅎ
님의 글로 카페가 joyful해집니다.ㅎㅎ
몸이 자기 주장 강해져 간다는 표현 참 좋네요.
내 몸과 저도 대화 좀 해야겠네요.
아마 원망 많이 할 것 같아요.ㅠㅠ
많이 방치했다고요.
대상포진은 수포가 발생할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며
바이러스가 안면신경 및 청신경을 침범하게 되면 자칫 시력까지 잃게 되는 무서운 병입니다.
제가 돌팔이 의사의 진단으로 하마터면 한쪽 시력을 잃을 수 있었던 아찔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 15년전 쯤, 몸이 찌푸등하고 정상을 벗어나 자주 가던 의사를 찾아가 진료를 받았는데
엉뚱한 진료를 해주어서 일주일이나 헛수고를 하여 통증이 더 심해지고 얼굴 부위까지 감각이 이상해져서
다른 피부과 의사를 찾아가 진료하니 바로 대상포진( shingles)으로 진단되어 약을 일주넘게 복용하여
간신히 위기를 넘겼습니다. 눈썹 부위에 상처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는데
조금만 늦었더라면 오른쪽 시력을 잃었을지도 모르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합니다.
아침님! 남편분의 잠깐의 오심(?)으로 며칠 고생은 하셨지만
그 지극한 정성과 적절한 진료로 하루 빨리 완쾌되시길 바랍니다~
미국 보건 당국에서는 50세 이상 성인에게 새로 개발된 대상포진 백신을 2회 맞으라고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는 것이 맞군요.
휴~정말 천만 다행이고요.
저도 등 통증보다 얼굴 위로 올라가면 큰일 난다는 소리에
교통사고 나면 가는 곳인 줄 알고 있는 응급실을 태어나서 처음 갔습니다.
저도 6개월 후 백신 맞으려고 생각합니다.
병도 운이 따라야 빨리 치료하다 봅니다.
대상포진 예방주사 맞으려고 홰밀리 닥터에게 예약했는데
전날 저녁에 오른쪽 허리에서 아랫배 부분과 등쪽에 생긴 물집을 보았습니다
며칠전 부터 이따금 통증이 있었는데 그러러니 했었죠
별거 아닌듯 싶어 염증을 치료하는 연고를 발랐는데 다음날도 그대로였습니다.
집사람에게 보였더니 대상포진 같다는 것라며 많이 아프다고 하는데 그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홰밀리 닥터에게 가서 보여주니 대상포진이라며 예방주사 처방전을 준비하다
운이 좋았다는 듯이 웃으며 먹는약 일주일치 처방전으로 바꾸어 주더라구요
바로 약을 먹으니 딱지가 생기면서 진정되었고 처남이 한국에서 가져온 연고를 받아 발랐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할까요.
그리고 몇개월 지나 예방주사를 두번 맞았는데
약값만 1회에 200불정도로 엄청 비싸더라구요
헬스케어에서 커버도 안되어 아까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든 타이밍이 절묘했네요.
병원 예약부터, 발병 시기랑 부인의 애정 어린 예리한 진단과
처남의 연고 공수로 후속 조치까지~ 지으신 복이 많으셨나 봅니다.ㅎ
저도 예방 접종 하려고요. 평균 가격이 한국은 15만 원 정도인가 봐요.
바늘로 찌르는 느낌처럼 아프다고 하던데, 정말 이불속에서 바늘을 찾으려고 촉진까지 해보셨다니 애잔합니다. 경험한 사람들마다 통증을 표현할수 없다고. 후유증 없이 잘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넵. 감사합니다. 자주 뵈요~
어떡해요?
하루속히 통증도 물러가고
후유증없이 온전히 회복되시길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아프고 나니 대상포진 걸리기 전에 ( 60세 이후라면 체력 좋으실 때_ 예방 주사 맞으시라고 권하고 싶어 졌어요.ㅎ
평생 1번 많으면 된다고 들어서요.
빨리 완쾌 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10년전에 한국에 도착한지 3일만에 대상포진이라고 의사가 그러는데 아무리 이해를 할려고 병이름이 이해를 못해서 2틀후에 미국으로 돌아왔네요. 대상포진 지금도 내코에는 상처가 있어요 그때 할필이면 친구들과 사우나 같더니 코에 수포가 지물어서 ...
지금도 후회 됩니다. 그런데 그렇해 아픈것을 몰랐어요
확실히 한국은 정보가 빨라요, 대부분 그날의 정보를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같이 공유하는 시스템이 발달되어 있는 것인지
언니가 말하길 의사 만나러 가기 전부터,
아프면 단톡으로 소문부터 낸데요. 그러면 비상 연락망처럼 건너 건너서
그 날 병명 나오고, 무슨 병원, 누구 의사를 찾아가라고 까지.ㅋㅋ
물론 그 전에 경험 환자를 전화 연결로 시켜줘서 정신적 예방 주사까지 맞게 해주는 서비스 시스템까지도 가능하다고.
야생화님 사진에 코 상처 전혀 눈치 못 챘어요. ㅎㅎ 물론 여자끼리 맘으로 속상한 것과 후회 백 번 공감합니다.
우리 무조건 아프면 미리 이곳에도 알리고
아는 사람들 단톡에 올리는 것 습관화 합시다. 저도 생각해보니 설날 들키지 않았다면, 후회할 일 만들었을 것 같네요.
설 연휴에 고생하셨네요. 배우자가 대상포진 앓았었는데 고통이 말도 못하더군요. 옆에서 지켜만 보는 것도 힘들 정도로. 빨리 완쾌하시기 바랍니다.
가까이서 겪으셨군요. 전 상처를 보기도 힘들고 손도 안 닿는 등이라서 훨씬 빨리 낫는 경우같아요.
일단 자다가 긁지 않으니 2차 감염도 없고, 예민한 얼굴이나, 림프절 많은 겨드랑이나, 목, 겨드랑이가 아닌 것을 위안으로 삼지만, 심정적으로는 등 전체를 새 것으로 교환하고 싶어요.ㅎㅎ 사진 보니 흉해서요~
빨리 회복할게요. 감사합니다.
저도 대상포진으로 두세달 고생을 한적이 있는데많이 힘들었습니다.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당장 안아프니 별 관심을 안두고있어 언제 또 재발할지.. 조용히 넘기기를 기대합니다 ㅎㅎㅎㅎ
어머! 제가 의사한테 "저 이번에 걸렸으니 다신 안 걸리겠네요"라고 물으니 "오히려 걸린 분이 또 걸립니다.
6월 후에 예방 접종 아예 하세요" 하셨어요.
우리 어찌 하오리까??ㅎㅎ
대상포진으로 고생하신 치료 후기인데,
재밌게 읽어서 죄송합니다.
글을 맛깔나게 쓰셔서요 ㅎ
얼른 꽤차하시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재미있어 하시니 더 신납니다. ㅎㅎ
자주 뵈요~
감사합니다.
두번 걸렸었지만 별로 아프지 않았고 금방 의사를 만나서 약응 복용해서 그런지 쉽게 지나갔습니다.
첫번째는 20대 초반 대학원에 다닐때 였는데 두드러기 같은 발잔이 배주위에 한쪽편으로 나타나서 금방 의사를 만나니 아누 이야기 안하고 처방전에 herpes 라고 적어서 집에 와서 사잔을 찾아보니 일종의 성병이라고 나와서 의아해 한적이 있습니다...
두번째는 이삭을 하고 얼마 안지나서 원래 닥터를 보게 되어 있는 날인데, 이삭한 사람들은 대상포진이 거라는 확율이 무척 높아서, 그날도 혹시 대상포진이 아니냐고 물으니 아직 발진이 안보이니 확살치 않다고 합니다, 다음닐에 발진이 몸 반쪽에 나타나길래 다른 닥터에 갔더니 대상포진이 맞다고 처방약을 받아서 복요와고 쉽게 나았습니다.
친구 여동생은 대상포진이 눈에 생겼다 회복이 되었는데 시력이 아주 나빠져서 리걸리 블라인드라고 하더군요.
대상포진 예방주사가 예전에는 생백신이라 이식 환자는 못 맞았는데 몇년전에 사백신이 나와서 두달전에 맞고 부작용으로 하루 고생했고 몇달후에 한번 더 맞아야 합니다, 이전에는 200불 정도 했는데 작년부터는 바이든 정책으로 공짜로 보험에서 커버가 됩니다.
두 번씩도 걸리는군요. 목 위쪽으로 안 걸린 것이 그나마 다행인 걸로 여겨지네요.
6개월 후 저도 필히 백신 시작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백신도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