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쇄전용건물 센터플러스 빌딩 해드림출판사

<A name="[문서의 처음]"></A> 5일째입니다. 닷새 전 아침, 일곱 시 쯤 눈을 떴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문득 ‘오늘부터 담배를 끊어야지.’하는 생각이 떠올라 몇 개비 피우지 않은 담배와 라이터를 쓰레기통에다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붙인 다음, 여덟시쯤 집을 나왔습니다. 토요일이어도 일찍 나서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늦잠을 좀 잤습니다. 꼬박 31년 동안, 하루 평균 한 갑반의 담배를 피워댔습니다. 디스가 나온 이후 일반 디스만 피웠고요. 출판사를 하면서부터는 하루 3갑을 피울 때도 잦았습니다. 실내를 벗어나 일정한 장소에서 피우는 것이 아니라, 앉은 자리에서 생각날 때마다 피우다 보니 하루 3갑을 피우게 되더군요. 이때는 담배 사러가기도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두 가게를 번갈아 가며 담배를 샀습니다. 내 원고를 쓰거나 다른 분의 원고를 읽다가 막히면 바로 담배를 들었으니 3갑은 금방이었습니다. 31년 동안 특별히 생각나는 금연은 딱 두 번이었습니다. 고시준비를 하던 때인데 먼저 강원도 원주에서 3개월 금연하다가 끝내 실패하였고, 두 번째 금연은 신림동 고시촌이었습니다. 인근의 관악구립도서관에서 청소년들에게 금연침 시술을 하였는데 후배와 이 금연침을 맞고 금연하다가 정확히 여섯 달이 지난 날, 형의 말기 암 소식에 다시 피운 이후 지금껏 이어졌습니다. 이번 금연 첫날밤이었습니다. 꼬박 하루를 금연한 채 잠자리로 들어간 저는, 조금 낯선 금단현상을 밤새도록 겪었습니다. 낮부터 이상한 증세가 있긴 하였으나 겨우 금연 하루인데 신열을 앓는 듯한 몸살 증상이 나타나고, 몸통과 얼굴에서 자주 경련이 일어나 몹시 당황하였습니다. 담배 끊으려다가 오히려 이상한 일 당하나 싶더군요. 서서히 겪을 줄 알았던 금단현상이 하룻밤 새 마치 작달비 쏟아지듯 찾아왔습니다. 이 덕분인지 이후는 좀 차분하게 아니 견딜만하게 넘기고 있습니다. 이번 금연을 하면서 금주도 함께하나, 술은 안마시면 되는 것이지 저에게는 금주라고 표현할 것까지야 없습니다. 술을 마시면 담배 생각이 날까봐 삼가는 것일 뿐입니다. 아무튼 술 역시 형제들이 세상을 떠난 이후 12년 여 동안 매일 소주 한 병 반이나 두 병 정도를 마셔온 듯싶습니다. 아직은 온몸이 저릿저릿하고 순간순간 솟구치는 욕구가 목구멍을 찢을 듯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이겨내고 싶어 아예 공식적으로 떠벌(?)립니다. 술 담배를 안 하시는 분들이 참으로 부럽고, 벌써 2년 여 전인가 금연을 하신 이상범 선생님과 한판암 교수님이 요 며칠 더욱 위대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