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둥지를 튼 사람들
계절이 점점 겨울을 향하면서 이제는 바닥의 찬 기운을 막아 줄 박스나 체온을 뺏기기 않는 신문지 조각 , 때가 탄 이불이나마 성심껏 챙겨야 하룻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는 기온이 지속된다. 무료로 잠자리와 식사가 제공되는 노숙인 쉼터가 서울에만 100여 군데가 넘는데도, 거리에는 여전히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수백명 이상이다. 우리가 거리 노숙인이라 총칭하지만 거리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집단인 것은 아니다. 하고 다니는 모습부터 각양각색이다. 거리에는 건설일용직이나 가스공사잡부, 식당일, 운전, 행상, 고물수집, 등 꾸준히 혹은 간간이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앵벌이같은 비정상적인 일로 용돈을 벌기도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근로능력도 의지도 없이 오직 무료급식을 이용해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모두가 무위도식을 하는 것이 아니다. 노숙인 중에는 스스로의 노동으로 생계를 해결하지만, 정상적인 주거를 마련하기 힘들어 불안정한 숙박시설과 노숙을 반복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양상의 노숙인
이전 노숙자들은 주로 걸식(무료급식소)으로 연명하면서 오랜 기간 떠도는 생활을 하였던 노동 능력을 상실한 노약자 중심의 정처없이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이었다. 먼저 기존의 노숙인이 경제력을 상실한 노약자나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 위주였다면, 새롭게 나타난 노숙인들은 연령면에서 아직 노동력을 상실하지 않은 30, 40대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이다. 이를 두고 사회에서는 경제불황이 야기한 실직노숙인이라는 말로 경제불황의 심각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노숙인들은 남성들만의 형태로 보아왔으나 남성노숙인들의 그림자와 같이 여성노숙인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그들은 표면상으로 나타나질 않지만 가출한 여성들이 현재 숙식이 제공되는 여관, 식당종업원, 매춘업종에서 종사하거나 기도원 또는 병원등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도 상당수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 또한 물질의 어려움을 겪게 되면 거리로 내몰릴 상황에 있는 잠재성 노숙인들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본사회구조
거리에 나온 노숙인들을 만나고 이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면서 그 동안 숨겨진 문제였을 뿐이지, 노숙인 문제가 우리 사회 속에서 오랫동안 잠재된 요인으로 존재했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구조로 부터 노숙인이 양산 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였다는 것이다. IMF사태로 모든 국민들이 심각한 고통을 당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거리로 나서는 노숙인으로 까지 전락했던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극빈계층이 대 부분이었다는 사실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주거나 생활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계층이 거리로 나섰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해체라는 근본적인 원인
취약한 가족구성으로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약한 것도 노숙인의 삶과 밀접하다. 어린 시절 불우한 집안 환경으로 훈련되지 못한 가족간의 유대감과 성장하면서도 이어진 빈곤하고 불안정한 직장생활은 이들로 하여금 정상적인 가족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비록 가족구성을 하더라도 쉽게 해체되는 경향이 많았다. 그리고 개인적인 불운도 작용을 하였다. 배우자의 사망, 배우자의 가출, 이혼, 질병, 범죄, 사기, 사업 실패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이러한 사고들 속에 무방비로 타격을 받아 사건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물질적, 정서적 자원이 거의 결핍되어있는 상태에서 극단적으로 거리의 생활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심리적 정신병적인 원인
현재 우리 사회에는 비상구가 없다. IMF 이후 장기불황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른 자신감 상실 등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여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정신질환에 시달려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사회적 병리현상은 거리노숙이나 극단의 선택으로 자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노숙인들을 비판하는 소리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러나 노숙인들의 대다수는 인간관계에서 깊은 상처로 인하여 심령이 피폐한 상태의 폐인들이다. 육신이 멀쩡하고 건강해도 껍데기일 뿐이다.
노숙인들을 보고 몸이 성한데 왜 일하지 않고 남에게 기대느냐고들 한다. 모르는 소리이다. 육신에 장애가 있더라도 소망이 있다면 어떻게든 이겨낸다. 그러나 이들은 소망이 없다. 왜 일해야 하는지,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마음에 피가 철철 흐르는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내적치유를 받아야 하는 건강한 사람들이 아닌 것을 알아야 한다.
근본적 빈곤문제가 악순환의 고리
빈곤, 저학력, 불확실한 직업, 불안정한 결혼생활, 허술한 가족관계 그리고 사고로서, 한 사람이 노숙인이 되는 과정에 등장하는 이런 다양한 원인들은 사실 조금만 살펴보면 서로 동떨어진 문제가 아닌 아주 유기적인 문제들임을 알 수가 있다. 원인과 원인들이 끊을 수없는 이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의 극빈계층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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