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역 - 충청남도 연기군 조치원읍
나는 눈이 오는 날이나 비가 오는날 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날은 무작정 집을 나와 기차역으로 달려가곤 했었는데 이 날은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은 아니었다. 늘 내 스스로 운전을 하고 다니기 때문에 어떤 날은 다른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타고 어디든 편안히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운전 하기 싫은 날도 가끔 기차역으로 달려 가곤 했었는데 바로 오늘이 그런 날이다
정말이지 요즘은 점심만 먹고 나면 식곤증이 밀려 오면서 나른해지기 시작한다
그런날이 몇일 연거푸 되다보면 이렇게 무작정 집을 뛰쳐나와 새벽부터 역으로 달려가곤 한다
이날도 나는 7시경에 집을 나와 천안역에서 조치원역으로 갔다
충북선은 조치원역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작년 2월에는 "충북선 겨울기차 여행"이란 제목으로 글을 써 본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휴대폰에 내장된 130만 화소짜리 카메라로 박았기 때문에 화질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빼먹은 역도 많았었는데 이번에는 그런것을 확실히 보완하여 충주호 주변의
동량역만 빼 놓고는 충북선 전 노선에 걸쳐있는 역들을 몽조리 카메라에 담아왔다
작년 3월달에 샀던 천만화소 짜리 미니디카로...^ ^
4월 13일 월요일, 오전 7시 40분...조치원역 플렛홈에서 충북선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천안역에서 아침 7시 10분발 무궁화호 열차를 2400원에 끊어서 20분정도 달려가니 조치원역이다
조치원역에서 다시 충북선의 종착역 제천역까지 가는 기차표를 7200원 주고 끊어서 플렛홈으로
나갔다. 풀렛홈에는 통근하는 사람들과 학생들 몇몇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일날...이 시간대에의 충북선 손님들 대부분은 통학하는 학생들과 통근하는 직장인들이었고
바람난 과부집 수캐마냥 슬그머니 집을 나와 역에서 어슬렁 거리는 사람은 나 하나 밖에 없는것 같았다
동안 서울 부산간 경부선 기차는 많이 타 봤었지만 충북선 기차는 작년 2월 함박눈이 내리던 날
타보고는 거의 일년만의 일인것 같다
우리나라서 가장 바쁘고 사람들이 가장 북적이는 노선은 역시 경부선 철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아무리 달려도 도시의 공장이나 고층 빌딩들 때문에 하늘과 산맥들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미리 예매를 해 두지 않으면 좌석표 끊기도 매우 힘들다. 입석표를 끊어 대구에서 천안까지
근 3시간을 사람들 틈바구이에 낑겨 달려오는 날이면 그날은 이미 초주검 되는 날이다
하지만 충북선 기차는 하늘과 산맥들도 잘 보이고 아무때나 나와도 좌석표를 쉽게 끊을수 있다
자리도 텅텅 비어 있을때가 많기 때문에 옆 사람 눈치 볼것도 없이 다리 한 쪽을
다른 좌석에 올려놓고 갈 수 있는 여유도 있다 ^ ^
이제 나는 조치원역에서 충북선 기차를 타고 하늘과 산맥과 바람의 자유를 느끼러
충청북도 골짜기 마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오송역 - 충청북도 청원군 강외면
조치원에서 기차가 출발한지 약 5분만에 충청북도 오송역을 지난다
오송역은 무정차로 통과 하기 때문에 역사의 모습이 카메라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오송역은 고속철도 호남선 개통시 역사가 새로 탄생된다고 청주에서는 한참 들뜬 분위기였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현재는 여객 취급은 중단 되어
있으며 화물만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이 무정차로 통과...
오송역을 출발한 충북선 무궁화호 열차가 미호천 철교를 지나고 있는 중
미호천은 충청북도 음성군 감우재에서 시작되어 청원군과 조치원 사이를 흘러가는 하천이다
이 미호천 주변으로는 드넓은 백사장이 형성되어 분지를 이루고 있으므로
주로 낙농업을 하는 농가들이 모여 살고 있다
오근장역 - 청주시 상당구
오송역을 지난 기차가 약 5분만에 오근장역으로 들어간다. 오근장역은 청주시에 소속된 역이다
이곳에선 무궁화호 기차가 정차 하였고 또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것을 보니
여객취급은 활발한 역인것 같았다
청주역
오근장역을 출발한 기차가 약 3~4분 정도를 달리니 청주역이다. 충청북도 도청 소재지의 역사 치고는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고 청주 중심부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도 거리가 상당히 멀다
때문에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증평역 플렛홈
청주역을 출발한 기차가 약 15분만에 증평역으로 들어온다
조치원에서 출발하는 충북선 열차는 평일날이면 자리가 반절 이상은 남는다
그것도 이곳 증평역에 들어서면 반으로 또 줄어들어 열차는 텅텅 비어 있는 상태다
그러니까 기차에 오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지정된 좌석으로 가지 않고
그저 아무 좌석이나 걸터앉아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자리를 잡는다
신발벗고 양말까지 벗고 좌석 두개를 점령한체 다리를 걸쳐놓고 가는 할아버지들...
비스듬한 자세로 드러누워 가는 할머니들...
그러다가 기차가 정차하면 벌떡 일어나 튀껭이 꼬리처럼 돌돌 말아 올라가는 그 특유의 사투리로
" 다 왔다니요 ? "
" 아닙니다. 이제 증평역인데요 ? 어디까지 가시나요 ? "
" 내는 봉양까지 간 다니요. 아자씨는 어디까지 간데요 ? "
" 저는 강릉까지 갑니다 "
" 하이고매~ 강릉까지 가려머요 제천역에서 갈아타야 된대요 "
" 네 . 그러잖아도 제천에서 갈아 타려고요 "
기차가 정차할때마다 벌떡 일어나 튀껭이 꼬리처럼 돌돌 말아 올라가는 사투리로 " 다 왔다니요 ? "
하는 소리가 마냥 정겨웁게만 들려오는 그런 날이 었다
증평역 - 충청북도 증평군 증평읍
증평역 하면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기억이 있는 그런곳이다. 나는 증평시장에 한 달에 두번 정도
다니는데 기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 보기는 근 일년만의 일인것 같다
청주시장에서 충주시장으로 갈때 시장이 파장할 무렵이면 이곳 증평역 광장에 차를 세워놓고
하룻밤 노숙한적도 몇 차례 있었다
증평역의 넓은 광장 주변에는 여름만 되면 몇 백년된 거대한 고목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가을철이면 역 앞의 옥수수 밭에서 서걱서걱 스산한 가을소리도 들려주곤 했었다
그리고 시설좋은 화장실도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아침에 세수하고, 양치하고, 면도도 하고...
아쉬운것은 역 광장에 그 흔해빠진 선술집이나 포장마차 하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증평시장에서 소주 한병과 오징어 한 마리 사가지고 와서 호젓하게 먹고 마시고난 다음날
다시 충주시장까지 가곤 했었던 곳이다
이제는 그때 내가 짐차 안에서 잠들며 들었던 기적소리의 그 기차를 타고
충북선의 종착역까지 가고 있는 중이다
보천역 - 충청북도 음성군
증평역을 지난 무궁화호 기차가 약 10분만에 보천역을 지나간다. 보천역은 음성군에 위치한 역사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기차가 정차 했었던것으로 기억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무정차로 통과한다
음성역 - 충청북도 음성군
보천역을 무정차로 통과한 무궁화호 기차는 약 5분만에 음성역으로 들어온다
음성역에는 이렇게 늘 화물차량들이 길게 세워져 있다
하지만 시내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인지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이날도 한 너댓 사람만이 차에 오르고 내렸었다
음성역 플렛홈 -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역 플렛홈은 철망으로 된 팬스가 쳐져 있지 않고 저렇게 나무들이 팬스를 대신한다
언젠가 나는 저것을 보고 내 블로그에 "개구녁" 이라고 했더니 그곳 역장님께서 들어 오셔서
한 말씀 남기고 가셨었다. 하고 많은 이름을 놓아두고 왜 하필이면 개구녁이라고 그러냐구...^ ^
사실 내가 그때 "개구녁"이란 말을 사용한 이유는 역 관리가 허술해서 그랬던것이 아니라
가끔 차비 없는 사람들이 슬그머니 뺑차를 탈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고마운 역이란 뜻에서
그런 말을 했었던 것이다. 그런것을 두구 우리는 옛날에 개구녁이라고 불러 왔었다
하지만 그 역장님께서는 "개구녁"이라고 했다고 한참 역정을 내고 가셨었다 ^ ^
주덕역 - 충북 충주시 주덕읍
음성역 다음으론 소이역인데 소이역은 보이지 않았고 기차는 바로 주덕역으로 들어왔다. 재작년까지
기차에서 사람이 타고 내렸었는데 어찌 된 일일까 하고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그곳은 재작년
부턴가...여객취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덕역 바로 옆에 있는 폐허의 창고
무궁화호 기차가 주덕읍 봄 들판을 지나고 있는 중
달천역 - 충북 충주시
주덕역을 출발한 기차가 약 5분만에 달천역을 지나간다. 달천역도 무정차로 통과 하였다
기차는 빠른속도로 지나갔지만 그래도 역사의 모습은 내 카메라에 잡히고 말았다
충주역 - 충북 충주시
조치원을 출발한 무궁화호 기차가 약 1시간 10분 만에 충주역에 도착했다
충주역 - 충북 충주시
충주 역사는 충북선의 역사중에서 제천역과 함께 규모가 가장 커 보였는데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었다
목행역 - 충북 충주시
충주역을 출발한 기차가 약 5분 정도 달려오니 목행역이다. 목행역에서부터는 험준한 산맥과
충주호 부근을 지나야 한다. 때문에 교량과 터널이 밀집되어 있는 난코스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목행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기차가 동량역으로 향하고 있는 중
충주 동량면은 경북과 강원도의 경계지역에 있는 승부리과 함께 기차가 아니면 갈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마을이다. 그런만큼 충주 - 제천간의 국도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또 충주호의 가장 험한 변방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산과 호수의 마을이기도 하다
언젠가 내가 충주에서 제천가는 길에 길을 잘못들어 들어간 곳이 동량면이었는데 비좁고 가파른
비포장 산악길에 갇혀 두 세시간을 헤멘적이 있었다. 간신히 빠져 나오기는 했었지만 나에게는
악몽의 기억이었다
이제 그 악몽의 마을을 무궁화호 기차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목행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기차가 동량역으로 향하고 있는 중
소백산맥의 천등산과 인등산을 넘는 이 코스에는 길이 1Km에 달하는 터널을 비롯하여 수많은
크고 작은 터널과 교량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터널을 지나면 교량이 나오고
교량을 지나면 곧바로 또 터널이 나오는 곳이다
동량역을 무정차로 통과한 기차가 삼탄역으로 향하고 있는 중
그런데...그런데...조금 방심하고 있는 사이 동량역을 그만 카메라에서 놓쳐 버리고 말았다
분명히 얼마전까지만 해도 기차가 정차를 했었던 곳이었는데 어째서 슬그머니 지나쳤을까 ?
하도 이상하여 지나는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작년 여름무렵부터 여객 취급을 하지 않아
모든 열차들이 무정차로 통과 한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날 산과 호수의 마을....동량역을 사진에 꼭 담아 보고 싶었었다
하지만 무궁화호 기차는 소리소문도 없이 그냥 슬그머니 통과를 해 버렸던 것이다
동량역을 무정차로 통과한 기차가 삼탄역으로 향하고 있는 중
삼탄역 - 충북 충주시 산척면
삼탄역은 천지사방으로 온통 강줄기에 휩싸여 있는 마을이다. 하지만 무궁화호 기차는 삼탄역도
무정차로 그냥 통과 하였다. 속도도 줄이지 않고 아주 빠른 속도로 지나갔지만 결국 내 카메라에
모습이 잡히고 말았다
삼탄역을 지나면 곧바로 나오는 영화 "박하사탕"의 촬영지 진소마을의 진소철교
충주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 기차가 약 20분만에 삼탄역을 지나 영화 "박하사탕"의 촬영지 진소마을
의 진소철교를 지나고 있다. 충주시에서 자동차로 이곳까지 들어오려면 약 1시간을 들어와야 한다
가파른 산맥과 구불구불 곡선의 호수를 따라 비좁은 길로 들어와야 되기 때문이다
영화 "박하사탕"의 촬영지 진소마을의 진소철교
삼탄역 부근의 진소마을은 영화 "박하사탕"의 촬영지로 조금 유명세를 탄 적이 있었다
영화 "박하사탕"의 마지막 장면...
철교 위에서 주인공 영호(설경구)가 " 나 다시 돌아갈래 ! " 라고 소리치며 미친듯이 절규하지만
그 외치는 소리는 결국 기적소리에 묻히고 잠잠...그리고는 다시 시작되는 청년시절의 이야기...
그 박하사탕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바로 그 진소철교이다
사진에 보이는 저 강줄기 왼쪽편이 주인공 영호(설경구)가 동창들과 함께 야유회를 했었던 곳이고
이 철교 위에서 " 나 다시 돌아갈래 ! " 라고 절규하며 아주 돌아갔었던 장소다
철교 아래를 흐르는 강물은 제천시내를 거쳐온 물길이라 제천천이라 불렀었는데
박하사탕이란 영화가 유명해지자 마을 이름을 따 진소천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 박하사탕" 에서 주인공 영호(설경구)가 " 나 ! 다시 돌아갈래 ! " 라고 외치며 아주 돌아갔던 진소철교
영화 "박하사탕"의 한 장면 - 진소철교 부근에서 야유회를 하고 있는 영호(설경구)의 동창들
(집에 있는 박하사탕 D.V.D를 보며 촬영한 사진)
영화 "박하사탕"의 한 장면 - " 나 ! 다시 돌아갈래 ! " 라고 절규하며 아주 돌아가는 장면
(집에 있는 박하사탕 D.V.D를 보며 촬영한 사진)
삼탄역을 무정차로 통과한 무궁화호 열차가 공전역으로 달리고 있는 중
삼탄역을 무정차로 통과한 무궁화호 열차가 공전역으로 달리고 있는 중
공전역 - 충북 제천시 봉양읍
터널과 철교를 번갈아가며 달리던 무궁화호 기차가 삼탄역을 무정차로 통과한지 약 5분만에 공전역을
지나고 있다. 공전역은 5달 전인 2008년 12월 1일부로 여객 취급이 전면 중지되면서 역무원까지
철수 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역사 안의 출입도 전혀 불가하다고 한다
봉양역 -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8.15 해방 바로 그 이듬해인 1946년에 국유화된 충북선 철도의 종착역은 충주역이었지만
가장 난코스인 목행 - 동량 - 삼탄 - 공전 - 봉양역이 50년대 후반에 개통됨에 따라
비로소 제천까지 충북선의 전 구간이 완결되었다
봉양역에서 충북선의 마지막 종착지 제천역으로 향하고 있는 무궁화호 열차
충북선의 마지막 종착지 제천역 - 충청북도 제천시
조치원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약 1시간 50분만에 종착역인 제천역에 도착했다
종착역이기 때문에 열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내린다
이곳에서 청량리나 부산, 강릉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은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조치원에서 제천까지 약 130Km 달하는 충북선은 일제시대인 1920년대에 조치원에서 청주까지만 개통
되었다고 한다. 그후 약 8년후인 1928년에 충주까지 개통 되어 단선으로 운영되다가 80년대에 들어와
비로소 전구간이 복선화 되었다
제천역 광장에 있는 박달이와 금붕이
첫댓글 가을여행을 다녀 온 느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