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내가 보매 천사가 무저갱의 열쇠와 큰 쇠사슬을 그의 손에 가지고 하늘로부터 내려와서(요한계시록 20:1)
또 나는 보았습니다.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밑바닥 없는 구덩이(무저갱)의 열쇠와 큰 사슬이 있었습니다.(대한성서공회 발간 새한글성경 신약성경 중에서)
And I saw an angel come down from heaven, having the key of the bottomless pit and a great chain in his hand.(KJV)
And I saw an angel coming down out of heaven, having the key to the Abyss and holding in his hand a great chain.(NIV)
여기서 "나"는 요한계시록을 기록한 사도 요한입니다.
"내가 보매"
"I saw"
"εἴδω(에이도)"
요한계시록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사용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왜냐하면 요한계시록은 사도 요한이 밧모라는 섬에 있을 때, 실제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기록하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6회나 사용되었는데, 각 장마다 한번 이상은 사용된 표현입니다.
저는 오늘 이 표현에 대하여 잠시 제 생각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이 표현은 사실 대단히 중요한 표현입니다. 사도 요한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였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증인(Witness)
성경은 증인들의 기록입니다. 요한계시록은 사도 요한이 직접 보고 들은 사실에 대한 기록입니다. 증언인 것입니다.
증언만이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하늘 법정에서 이런 증인들의 기록, 즉 성경이 우리들의 모든 행위들을 판단하는 증거자료가 될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증인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말하는 증거를 받아들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복음을 전하면서 자신을 예수님의 증인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저 역시 처음 복음을 듣고 받아들인 후, 예수님의 증인이 되겠다고 인생을 초개와 같이 던진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참 어이없고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예수님을 본적도,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들은 적도 없었는데 자신이 증인이라고 생각하였다는 게... 어쩌면 앞선 자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사도 요한은 증인으로서의 자격이 있는 분입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3년 반 정도를 함께 동거동락했고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았고, 들었고, 심지어는 그분의 품 안에 안긴 적도 있었습니다. 그분께서 사람들에게 배척당하시고 모욕당하시고 십자가에서 죽어가는 모든 모습을 직접 목격하였습니다. 죽은 지 삼일만에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의 모습 또한 직접 보고 그 음성도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늘로 오르시는 모습도 보았고, 이제 밧모섬에서 주님께서 보여주시고 들려주시는 모든 것들을 직접 체험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증거는 믿을 만하고 받아들일만 합니다.
그러면 그가 본 것이 무엇입니까?
그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한 천사를 보았습니다. 그의 손에는 무저갱의 열쇠와 큰 사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경 가운데 요한계시록은 천사들의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천사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성경이 바로 요한계시록입니다. 요한계시록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일은 천사들에 의해 진행됩니다. 천사라는 단어의 원어 ἄγγελος(엥겔로스)의 의미를 내세우면서 천사를 그냥 '보냄을 받은 자, 메신저'라고 주장하면서 하늘의 존재인 천사가 아니라 그냥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런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천사는 말 그대로 천사, 즉 하늘에서 보냄을 받은 사자입니다. 하나님의 창조물 가운데 하나로 하나님의 일을 수행하는 존재들입니다.
사도 요한이 본 천사의 손에는 무저갱의 열쇠와 큰 사슬이 있었습니다. 무저갱이란 '바닥이 없는'이라는 의미를 가진 원어가 사용되었습니다.
무저갱이란 단어는 복음서에 단 한번 사용되었고(눅 8:31), 사도 바울도 단 한번 사용하였습니다.(롬 10:7)
그렇지만 사도 요한은 자신의 계시록에서 7번이나 사용하였습니다. 그 무저갱에는 왕이 있습니다. 바로 히브리어로는 아바돈(Ἀβαδδών)이요, 헬라어로는 아볼루온(Ἀπολλύων)입니다.(계 9:11) 그 무저갱에는 황충이 있었고(계 9:3), 짐슴이 있었습니다.(계 11:7)
천사가 가지고 있는 무저갱의 열쇠와 큰 사슬은 무슨 용도일까요? 과연 그에게는 어떤 임무가 주어져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