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살어리랏다” 한지의 무한도전 2012-11-27 오전 11:45
+ 오랫동안 무심히 자신의 자리에서 긴 생명력으로 인내하던 한지가 새로운 가치를 인정
받으며, 단순한 종이로서가 아닌 과학, 문화, 의학, 생활 등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주요한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한지 고유의 특징을 살린 건축재료나 생활용품 등 우리 주거
환경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닥나무나 삼지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하여 만들어지는 한지는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는
우리 고유의 종이다. 닥나무는 섬유질이 길고 강하며 서로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 질긴
종이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 닥나무는 한반도 전 지역에서 거의 볼 수 있는데, 특히 강원
도 원성군의 닥나무가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부터 왕실의 진상품에 들어갈 정도로 품질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아온 한지는
생활 용품을 만드는 대표적인 재료 중 하나였다. 요즘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반적
종이들 대부분이 화학약품의 남발로 산화가 빠르고 유해한 반면, 우리나라 한지는 자연
친화적이며 보존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또 모조지나 갱지, 그리고 아트지의 수명이
100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알려진데 반해 한지의 수명은 1000년이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
지면서 세계인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지의 보존성은 1,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무구정광다라니경과 630여년 된 직지심경을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한지의 힘은 그에 머물지 않는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한지
가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 한지는 닥나무 껍질 자체로 만들어 촉감이 부드럽고, 섬유 사이에 적당한 공간을 가지고
있어 습도조절과 통기성, 그리고 보온성이 좋다. 또 여러 겹을 배접함으로써 견고하고
단단하여 보존성이 높고, 무게가 가벼워 운반 역시 용이하다. 기름을 잘 먹는 한지는
손쉬운 유지 제조는 물론 염색에 따라 그 색상도 다양해 실내외 모두에 활용도가 높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1년 이후 한지와 관련된 특허 출원 건수만도 350여 건으로 해마다
60건 내외로 꾸준히 출원되고 있다고 한다. 그중 용도에 관한 출원이 281건으로 전체 출원
건수에 80%를 차지한다. 제조방법에 관한 출원은 약 18%며 디자인 관련 출원은 2% 정도다.
이중 가장 많은 출원빈도를 보이는 용도관련 출원을 보면 건축재료·생활용품 등 주거환경
과 관련된 출원이 약 40%, 음식물 보관·요리와 관련된 것이 16% 등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
하고 있고, 전통적인 사용처로서 유골함·수의 관련된 출원도 18% 정도를 차지한다.
주거환경과 관련된 출원에는 한지의 통기성, 친환경성을 이용하는 것으로서 벽지·장판지,
황토와 숯 등을 함께 사용한 타일과 바닥재, 침구재료 등이 있으며, 한지의 독특한 질감을
이용한 장식품, 반투명성을 이용한 조명기구와 통기성을 이용한 환기장치도 있다. 음식물
보관과 요리에 관련된 것은 고기의 요리 시 나오는 기름을 흡수하도록 한 요리 기구, 통기
성을 이용한 음식물 포장재료, 음식의 냄새를 흡수하도록 하는 포장재료 등이 있다. 그
외에, 한지가 가볍고 흡수성이 좋으며 인체에 무해하다는 성질을 이용한 일회용 속옷,
냄새를 줄인 신발 등 의복에 대한 출원이 있고, 특수한 사용 용도로서 수질 정화, 식물
재배, 특수 유리 제조, 열교환기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허가 출원되고 있다.
+ 은은하고 부드러운 색과는 달리 자체의 질긴 생명력과 보존력으로 인해 우리 옛 선조
들은 한지를 벽과 바닥에 붙이고, 문과 창에 발라 찢어지고 닳을 때까지 썼다. 관련기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닥나무의 잎과 속대의 추출물 등이 아토피성 피부염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활성화하는 것을 막아주며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지는 면보다 3~5배 정도 빠르게 땀을 배출하고 곰팡이의 유해세균을 억제하는 향균성도
뛰어나 의류나 침구 등으로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또한 한지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 소재로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화학약품을 전혀 쓰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이다. 한지로 만든 벽지와 장판지 같은 건축마감재는 유독물질을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새집증후군 예방에도 탁월하다. 또한 한지로 만든 섬유는 원적외선 방사율이 황토
보다도 높아 유해물질 제거와 항균에 효과적이다. 때문에 아토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 같은 장점은 웰빙 시대에 한지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지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냅킨, 일회용 가운, 마스크, 플라스틱 대체품, 기저귀로도 한지 활용
영역이 넓혀지고 있다.
최근 환경문제에서도 한지는 적절한 대안으로 꼽힌다. 한지는 닥나무 껍데기를 벗겨
만들기 때문에 나무를 베지 않고도 만들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지구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나무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한지는 지구 환경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대안이라 말할 수 있다. 자연 섬유로 만들었기 때문에 폐기 때도 환경에 해를
주지 않는다. 태울 때도 불순물 없이 완전 연소되고 묻어도 잘 썩고 빠르게 분해돼 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 한지의 우수성은 창문용으로 사용되는 창호지의 열적 성능에서도 잘 나타난다. 현대
건축물에 있어 당연시되고 있는 창문들과 견주어 봐도 기능적으로 오히려 우수하다.
창호지의 가장 큰 장점은 현대 문명 기술이 만들어낸 어떤 종류의 창문 재료보다 실용성이
높다는 점이다. 창호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구멍이 있어 방문에 발라두면 환기는
물론, 방안의 온도와 습도까지 자연적으로 조절된다. 온돌에 장판을 깔아 생활했던 우리의
주생활은 방안에 습기가 많은 것이 문제점이었으나 이 습기는 창호지를 통하여 자연적으로
배출되도록 유도하여 쾌적한 생활공간이 되도록 했다. 창호지는 바람과 빛을 통과시키고
습도를 조절하는 3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습기가 많으면 그것을 빨아들여 공기를 건조하게 하고, 공기가 건조하면 습기를 내뿜어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게 하는 신축성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창호지를 흔히 ‘살아 있는
종이’라고 한다. 이처럼 창호지가 자연 현상에 순응하는 성질은 모두 자연에서 얻은 재료
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에게 한지는 미와 과학이었으며, 바람의 여유이자 삶의 지혜였고, 소통의 극치
였다. 다시 말해 안과 밖의 경계가 있는 듯하면서도 없는 듯한, 그러면서도 사람과 자연
간의 간섭을 최소화시켜 인간과 자연 모두의 친화적 요소를 담고 있다. 이 같은 한지는
친환경재료로 주목받고 있는 황토 또는 숯과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기능이 조명되고 있다.
한지를 실의 형태로 만들어 직물을 제조하기 위한 원재료로 사용되기도 하며, 독특한
질감, 색상 등을 가진 공예재료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보다 다양한 건축자재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우리 일상에서 별다른 디자인 감각을 더하지 않아도 소재만으로 동양적인 느낌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한지 조명으로 다분히 평범한 우리 거실과 방들에 특별한 감성을
더해줄 수도 있다. 흔히 ‘한지’하면 전통적인 한옥에만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디자인과 은은하고 따뜻한 느낌의 불빛은 트렌디한 인테리어에도 잘 어울린다.
그 중 한지를 이용한 조명은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먼저 집안 분위기에 맞는 한지의 색깔이나 무늬를 잘 고른 다음 철사로 원하는 모양을
구부려가며 틀을 만들고 한지를 꼼꼼하게 붙이면 완성된다. 완성된 조명을 집 천장에
매달거나 화분 위에 올려놓으면 은은하면서도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 한지의 장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첨단산업에서도 한지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지의 떨림을 이용해 만든 한지 스피커는 원음을 완벽하게 재생해
내며, 고해상도로 선명하게 인쇄가 가능한 디지털 전용 출력 한지도 개발됐다. 한지로
만든 블라인드는 빛을 많이 받아들이고 직사광선을 적게 들여 인테리어 제품으로도 인기
가 높다.
이처럼 한지의 가능성이 여러 영역에서 확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한지 산업은
전반적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지 장점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 최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한지를 활용한 인테리어
소품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심미적인 아름다움만을 알고 있는 결과다.
질기면서도 부드러운 한지는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고려시대에서 조선 후기에 이르기
까지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으로 자리 잡아왔다. 한지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우리 한지가 다양한 경제적 성장과 함께 단순한 전통문화유산으로
서의 계승 차원을 넘어 현대 감각에 맞는 건축자재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 전주한지박물관 >
한지의 발달 과정을 모형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직접 만들어 집에 가져올
수도 있는 체험관도 준비되어 있다. 또 한지 재현관에서는 고운 색깔로 장식된 보관함을
비롯해, 예쁜 무늬가 그려진 부채와 지갑 등 생활 속 한지의 쓰임새도 감상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네덜란드ㆍ프랑스 등에서 종이를 만들던 기계도 갖춰져 있어 세계의 종이
역사도 만나 볼 수 있다.
* 홈페이지 www.hanjimuseum.co.kr / 전화 063.210.8219
< 여주한지문화체험학교 >
경기 여주군에 위치한 ‘여주한지문화체험학교’는 옛 조상들의 방식 그대로 한지를 이용
해 탈ㆍ연ㆍ부채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한지로 접시에 꽃무늬를 새겨 넣거
나 생화를 넣은 카드를 제작해 볼 수 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한지 물들이기도 빼놓지 말고
꼭 해 보길 바란다.
* 홈페이지 www.yeojuhanji.com / 전화 031-886-0135
< 안동 한지 >
한지를 떠서 만드는 체험을 비롯해, 한지에 먹을 발라 새겨진 문자를 종이에 본뜨는 탁본,
옛날 책 만들기를 할 수 있다. 다양한 빛깔의 한지를 감상하는 전시실도 꾸며져 있어 우리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
* 홈페이지 andongs006.martbiz.net / 전화 054-858-7007
< 청송 한지장 이자성 공방 >
무형 문화재 제 23호인 한지 장인 이자성 씨가 운영하는 공방으로, 경북 청송군에 있다.
전통 방식으로 한지를 만드는 장인에게 설명을 듣고 직접 한지도 만들어 볼 수 있다.
특히 꽃잎이나 색을 넣어 예쁘게 만들면 더 재미있다. 방문 전 예약이 필수다.
* 전화 054-872-2489
------------------------------------------------------------------------------------
비암다리몽딩이
천년을 버티는 한지의 생명력....
백년도 버티기 힘든 인간의 생명력....
있을적으 잘혀야 한다. 그래서...
인간이 잘못하는 일 중에서 가장 잘못하는 일은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희생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다들 변명한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지....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은 축복이지만 건강이 없는 장수는 악몽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동막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