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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연의 시낭송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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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속에서 시낭송 앨범 스크랩 백석의 여승
하르르 추천 0 조회 61 14.12.10 19:3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불꽃같은 햇볕이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가을이 깊어 가면 백석의 시가 생각나는데요, 그것은 백석의 시에는 사색의 계절인 가을처럼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백석의 시중에서 한 여인의 기구한 일생을 담은 ‘여승’을 감상하겠습니다. 시 중에는 여인이 딸을 데리고 행상을 하면서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아서 때리면서 우는 장면을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로 표현이 있습니다.  첫추위가 가장 춥게 느껴지는 것처럼 가을밤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춥게 느껴진다는 것을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 여인의 울음이 생각할수록 가슴을 아프게 하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승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출전 : 사슴(1936년) >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가 있습니다. 시가 쓰여 지던 시절로 돌아가 내 자신이 시인이 된 느낌을 갖게 하는 시가 있습니다. 바로 백석의 시입니다. 그래서 백석의 시를 읽다보면 어느새 가슴 한편에는 낡은 사진첩을 보는 것같이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이 시도 그렇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서민들의 삶은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가족이 해체되고, 가난 때문에 아이들이 굶고 아파서 죽고, 가난 때문에 자신의 뜻을 미처 펼치지 못하고 꺾어지는 삶들이 있었습니다. 

 

 

 

 

    '시'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나는 어느 사찰에서 우연히 한 여승을 만났습니다. 오랜 수행을 한 것 같은 그 여승의 쓸쓸한 표정은 낯익은 얼굴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평안도 어느 깊은 산속 금광에서 만났던 여인이었던 것입니다.  어린 딸을 데리고 행상하면서 섧게 울던 여인 - 쓸쓸한 얼굴을 한 그녀를 보면서 나는 불교에 귀의하여 인고의 세월을 보낸 그녀의 일생이 떠올라 서글퍼집니다. 그녀는 남편이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간 후 10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자 어린 딸을 데리고 행상을 나섰습니다. 그러던 중 어린 딸마저 저 세상으로 가자 모든 것을 체념하고 여승이 되었습니다. 그 여승을 보면서 나는 딸을 잃고 가을밤 같이 차게 울던 그녀, 삭발을 하면서 머리카락 떨어지듯 흘렸던 그녀의 눈물을 생각합니다.

 

 

 

 

 

    백석의 시는 이처럼 한 여인의 일생을 몇 줄의 시로 엮는 압축 미와 그녀의 일생을 토속적이면서도 향토색 짙은 언어로 한편의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표현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 시에서도 일제강점기의 평안도 사투리로 사용하여 시를 읽는 사람들을 그 시절 그곳으로 안내합니다. ‘가지취’는 산에서 나는 취나물의 일종으로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는 것은 속세를 떠난 지 오래되어 산에 사는 사람(여승)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금점판’은 옛날 금광의 일터를 말합니다. 깊고 깊은 험한 산까지 행상을 온 그 여인은 옥수수를 팔기만을 위해서 온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마 남편이 금광에 일하러 갔기 때문에 남편을 찾을 생각에 왔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구절의 ‘머리오리’는 가늘고 긴 머리카락입니다. 시인은 삭발식을 여인의 가냘픈 머리카락이 '눈물방울처럼 떨어지는 날이 있었다'고 애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 여승에 삶의 행적은 그 시대 우리민족의 삶에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일제강점기에 가난한 소작인들, 행상들의 삶이 그러했습니다. 한 여승의 일생을 통해서 우리는 어려웠던 시기를 걸어 온 조상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조상들은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고 기구한 삶을 이어갔습니다. 오갈 때 없는 여인은 종교에 귀의하여 새로운 삶을 찾았습니다. 시인은 여승으로서의 그녀의 삶이 서글픈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지내고 있을 것입니다. 시인이 그녀의 삶에서 슬픔을 발견한 것을 아마도 여승의 길이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승은 기구하고 험난한 삶을 이겨내고 불교에 귀의하여 새로운 삶을 얻었습니다. 어려운 환경과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을 찾고 이어가는 갔던 우리민족의 삶을 떠올리며 오늘의 '시' 감상을 마칩니다. 

 

-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하는 백석의 시 :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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