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주제에 설문조사 결과를 들이민다는 것이 좀 어색하긴한데, 일본이나 서구권(미국,독일,핀란드)언어계통론이나 역사언어학 전공자들이 일본어의 기원이나 한국어와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문조사가 이루어진 시점은 2001년이고, 장소는 일본 교토, 설문에 응한 사람은 일본어의 계통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설문조사를 한 사람은 핀란드 학자인 Janhunen입니다.
1. 일본어(Japanese)는 일반적인 언어(Normal Language)인가?
그렇다 9, 아니다 0, 모르겠다 1
(일반적인 언어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좀 엉뚱하게 보일 수 있는데요. 일본에선 일본어가 특별한 언령言靈이 있는 독특한 언어라는 주장이 100여년전부터 널리 받아들여졌습니다. 일본식 국수주의의 산물인데요. 당연히 9명의 연구자들이 일본어가 특별한 언어가 아니라 보통언어라는 상식 수준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모르겠다고 답변한 사람은 아마도 일본국적 연구자일텐데요, 이런 상식수준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변한 사람이 1명이라도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2. 일본어는 단일한 계통적 계보(Single Genetic Lineage)를 가지는가?
그렇다 6, 아니다 2, 모르겠다 2
(이건 아프리카흑인이 자신의 언어를 버리고, 영어를 사용하는 등과 같은 언어적 단절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 같은데 정확한 의미는 저도 좀 더 파악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3. 일본어는 다른 언어로부터 영향을 받았는가?
그렇다 10, 아니다 0, 모르겠다 0
이건 한자 어휘의 수입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영향을 말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렇다가 10입니다.
4. 일본어는 혼효어(mixed language: 복수의 언어가 섞인 언어)가 아닌가?
그렇다 5, 아니다 3, 모르겠다 2
복수의 언어가 섞였다는 혼효어 개념을 인정하는 사람부터, 그런 개념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사람까지 다양한 견해가 있는데요. 혹은 문법과 어휘가 각각 서로 다른 언어에서 기원했을 때가 진정한 혼효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일본어가 혼효어가 아니라는 사람이 5, 아니다=즉 일본어는 혼효어가 맞다는 사람이 3명, 모르겠다는 사람이 2명입니다. (혼효어가 맞다는 사람 3명은 일본어 문법과 어휘가 별개의 언어에서 기원했다거나 혹은 일본어 자체가 복수의 언어에서 기원한 문법, 어휘가 섞인 상태라는 점을 긍정하는 입장이 됩니다.)
5. 일본어는 지도 위에서 이동했는가?
그렇다 10, 아니다 0, 모르겠다 0
재구로 구성한 일본 조어의 위치가 현재의 위치와 다른가에 대해 무려 10명이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한 당사자는 상대적으로 최근의 이동relatively recent movement라는 표현까지 썼네요.
6. 일본어(Japanese)는 고립적이지 않은가(not an isolate)?
그렇다 7, 아니다 3, 모르겠다 0
답변한 연구자들 중에 3명만 일본어가 고립어라는 사실을 긍정하고, 7명은 고립어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여기서 고립어라는 것은 중국어처럼 언어유형상 고립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유사하거나 계통적으로 관련이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친족관계에 있는 다른 어족집단이 없다는 의미, 즉 계통론적 고립어입니다. 이런 의미의 고립어의 후보로 거론되는 언어는 한국어,일본어,길랴크어, 에니세이어 등이 있고 유럽의 고립어로는 바스크어가 있습니다.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이 없다는 의미의 고립어이기 때문에 당연히 각 고립어끼리도 관련이 없습니다. 길랴크어나 에니세이어는 워낙 소규모의 소수민족언어이기 때문에 고립어라는 사실이 그렇게 놀랍지 않으나 언어사용자가 7천만, 1억에 달하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계통론적 고립어라는 사실은 매우 놀랍고도 기이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약간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이 일본어(Japanese)와 오키나와어는 단순한 방언의 관계가 아니라 일본어족(Japonic Family)의 하부 언어라고 보는 관점에서 보면 일본어는 오키나와어라는 형제 언어가 있으니 고립어가 아니게 되는 겁니다. 사실은 이 질문은 Japonic is not an isolate라는 문항에 대해 동의여부를 묻는 것이 더 흥미로운 질문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
7. 일본어는 다른 언어를 대체(replaced)했는가?
그렇다 7, 아니다 1, 모르겠다 2
오늘날 일본어와 오키나와어가 일본 전토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한때는 아이누어가 일본 본토에서도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를 포함한 복수의 토착언어=several aboriginal languages가 일본에서 사용되었을 것이고, 그 언어들의 정확한 분포도를 그릴 수 없지만 현재의 일본어나 오키나와어에 기층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설문조사를 한 핀란드 학자가 several aboriginal languages라고 복수형으로 쓴 대목이 눈여겨 볼 점입니다)
8. 일본어(Japonic:여기서의 일본어는 일본어+오키나와어, 이하 동일)는 아이누어와 관련이 없나?
그렇다 5, 아니다 2, 모르겠다 3
일본인과 아이누인이 유전적으로 관련이 있음에도 언어는 관련이 없다는 사실에 5명이 긍정하고 있습니다. 관련이 없다고 보는 입장에서 일본어와 아이누어에서 나타나는 일부 유사성은 계통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지리적 근접성에 따른 접촉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겠죠. 일본어와 아이누어가 관련이 있다는 사실(아니다 답변)을 긍정하는 사람이 2명이나 있고, 모르겠다는 사람이 3명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점입니다. (일본어와 아이누어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2명이 통설을 부정하거나, 3명이 모르겠다고 답변해서 일본어와 아이누어가 관련 없다는 통설에 따르지 않는 사람도 절반이나 됩니다)
9. 일본어(Japonic)는 현존하는 친족어집단(living relatives)이 없나?
그렇다 5, 아니다 4, 모르겠다 1
6번 질문에서 연결되는 질문인데요. Japanese가 아닌 japonic을 써서 (오키나와어 이외에) 친족어가 없는가라는 질문에 5명이 그렇다라고 답했고, 아니다라는 사람이 4명입니다. (즉 일본어에는 오키나와어 이외에도 친족어가 있다는 것인데 알타이어족설을 지지하거나 오스트로네시아어족설 등 기타 다른 계통론적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이 4명이라는 의미입니다)
10. 일본어(Japonic)는 알타이어유형(Altaic type)에 속하는가?
그렇다 6, 아니다 1, 모르겠다 3
(이 질문은 일본어가 알타이어족에 속하나라고 질문하지 않고, 알타이어유형에 속하는가라고 질문한 것이 포인트이자 함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알타이어족설이 통설로 정착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기초어휘의 차이 때문인데,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어휘는 생각하지 말고 알타이어유형에 속하는가에 대해 질문한 겁니다. 알타이유형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에 6명이 긍정했음에도 불구하고 3명이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어휘 뿐만 아니라 언어유형 자체만 봐도 유사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연구자들이 많음을 보여줍니다. 한편으로 일본어에 알타이어족설 기타 친족이 존재한다는 사람을 모두 합쳐도 4명이지만 알타이어유형에 속한다는 사람은 그보다 많은 6명이어서 알타이어와 친족관계는 아니지만 언어유형상 비슷하다는 입장까지는 인정하는 사람은 조금 더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
11. 일본어(Japonic)는 변형된(혹은 예외적) 알타이어(aberrant Altaic Language)인가?
그렇다 4, 아니다 2, 모르겠다 4
일본어는 알타이어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매우 간단한 음운체계, 모음조화의 부재, 매우 풍부한 단음절 어근 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알타이어(몽골어,퉁구스-만주어,튀르크어)와 다른 점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어는 변형된 알타이어, 혹은 예외적이고 일탈적인 알타이어라고 볼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4명이 긍정했습니다. 이건 전혀 다른 두가지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1) 일본어는 원래 알타이어지만 (알타이어가 아닌) 제2의 별도 계통의 언어가 일본어의 하부구조에 기층으로 남아있거나, 혹은 2) 애당초 일본어가 알타이어적 언어유형에서 기원한 언어가 아닐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12. 일본어(Japonic)는 정말로 한국어와 연결되어(linked) 있을까?
그렇다 6, 아니다 1, 모르겠다 3
이른바 알타이어 집단의 후보로 비교검토의 대상이 되는 언어 중에 한국어와 일본어는 언어유형적으로 가장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그에 대해 긍정하는 연구자가 6명, 아니다가 1명, 모르겠다가 3명입니다. 공통조어의 존재 등 보다 공격적인 질문대신 단순히 linked 정도에서 멈춘 것에 유의해야합니다.
13. 일본어(Japonic)는 한때 한국에서 사용되었을까?
그렇다 5, 아니다 3, 모르겠다 2
삼국사기에 나오는 이른바 고구려 지명이 Japonic(japanese가 아님)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이건 삼국사기 권37의 복수지명에 대한 해석론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이 설문조사를 한 핀란드 학자는 권37에 나타나는 고구려 지명에 대해 This Language is best classified as Para-Japonic이라고 표현하면서, obviously~languages of the Japonic family라고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제 개인적 입장은 권37의 고구려 지명이 일본어와 유사한 언어내지, 일본어와 계통적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곧 고구려어라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한때 사용된 일본어처럼 보이는 이 언어는 고구려어가 아닌 제3의 언어로 삼국시대 이전으로 소급되는 언어의 흔적으로, 삼국시대에는 대체로 지명으로만 남아있고 적어도 삼국시대 이후에 일상 생활에서 일본어를 사용하는 집단은 한반도 여기저기에 소규모로만 남아 있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14. 한국어(Japonic)는 신라로부터 확산되었을까(spread)?
그렇다 5, 아니다 0, 모르겠다 5
긍정하는 사람이 5명이고 5명은 모르겠다고 신중한 입장입니다. 설문조사를 한 당사자는 신라어에 대해 기술적으로 best identified as Pre-Proto Korean라고 보고 있습니다.
15. 일본어(Japonic)는 대륙에서 기원했을까(continental origin)?
그렇다 9, 아니다 0, 모르겠다 1
일본어가 대륙에서 기원했다는데 9명이 동의하고, 부정하는 사람은 1명도 없습니다. 여기서 대륙은 한반도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설문조사를 한 핀란드 학자는 일본어가 한반도(korean peninsula)에서일본열도로 전파되었다고 보는 것이 여러 상황을 풀이하는데 가장 간결한 해석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어와 일본어는 알타이어 언어유형 집단(Altaic typological complex)의 멤버이자, 좀 더 특별한 한국어-일본어 언어구역(Koreo-Japonic Sprachbund)의 일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어 자체는 한반도에서 기원했다고 보면서도 한국어와 일본어의 관계에 대해서는 동일 어족이라는 표현대신에 typological complex나 Sprachbund 같은 조심스러운 표현으로 일관하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즉 한국어와 일본어 사이에는 어휘보다는 언어유형적 유사성만 발견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_)
16. 한국어는 유사일본어(para-Japonic) 기층(substrate)을 가지고 있을까?
그렇다 2, 아니다 3, 모르겠다 5
아주 중요한 대목입니다. 15번과 같은 한일간 언어유형적 유사성의 뿌리가 뭐냐는 것인데요. 한국어에 일본어와 유사한 기층이 존재한다는 해석은 1970년대이후 서울대의 김방한 교수도 주장했었던 학설입니다. 이에 대한 연구자들의 입장은 동의한다가 2명, 아니다가 3명, 모르겠다가 5명입니다. 설문조사를 한 사람의 입장은 당연히 그렇다는 입장이겠죠.
하지만 그 해석방식이 아주 독특한데 설문조사를 한 당사자인 janhunen은 한국어와 일본어는 이미 조어단계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한 것으로 보이고, 한반도에 한국어와 일본어가 동시에 사용되던 시기는 물론, 일본어가 일본열도로 건너간 이후에도 한국어와 일본어는 지속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면서도 한국어와 일본어의 (언어유형적) 유사성의 가장 큰 요인은 한국어의 기층에 깔린 유사 일본어(Para-Japonic)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의 한국어와 일본어가 언어가 언어유형적으로 매우 유사한데, 이는 현재 사용되는 한국어의 하부구조에 한때 한반도에서 사용되던 유사 일본어(일본어와 유사한 모종의 언어)의 영향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한국어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기층에 일본어가 없는 원래의 한국어는 일본어과 좀 더 거리가 있는 언어였음을 시사하는 표현입니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사실인데 이 주장을 어떻게 증명할지는 미지수네요)
17. 일본조어(Proto-Japonic)는 큐슈를 통해 확산(expanded)되었을까?
그렇다 5, 아니다 1, 모르겠다 4
일본어가 큐슈를 통해 일본열도로 확산되었느냐는 질문에 5명이 긍정, 4명은 모르겠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설문조사를 한 당사자는 일본어가 큐슈에서 남쪽으로 오키나와로, 동쪽으로는 일본열도로 확산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18. 일본어(Japonic)는 야요이문화의 언어인가?
그렇다 6, 아니다 1, 모르겠다 3
6명이 긍정했지만, 모르겠다도 3명이나 있습니다. 설문조사결과를 정리한 당사자는 1) 한반도 남부에서 일본열도로 명백하게 사람과 문화가 동시에 전파되었다면서 2)야요이인가 죠몽인들은 문화적으로 뿐만 아니라 체질인류학적으로 다르다면서, 여기에 언어적 차이까지 개입되어 있음에 의문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 야요인문화는 일본열도에 일본어가 전파된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프레임워크라고 보고 있습니다.
19. 아이누어는 사츠몬(satsumon) 문화와 함께 홋가이도에 확산(spread)되었을까?
그렇다 3, 아니다 0, 모르겠다 7
이 질문은 아이누어가 홋가이도의 원래 언어가 아니라는 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입니다. 이에 대해 3명이 긍정하고 7명이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대부분의 죠몽언어가 일본어에 흡수당하는 단계에서 아이누어 사용자의 조상은 동화의 압력에 저항하면서 점직적으로 북상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본토에서 밀려난 아이누어가 홋가이도에 상륙한 것과 이 지역에서 600~1300년 사이에 존재했던 사츠몬 문화와 관련 있다는 것이 설문자의 해석입니다. 이처럼 아이누어가 상륙한 이후에 홋가이도에서 원래 사용하던 언어가 멸종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같은 죠몽시대라도 원래 홋가이도에는 아이누어와는 또다른 제3의 언어가 사용되었다고 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20. 한국어는 3개의 다른 왕조 언어를 가졌을까?
그렇다 4, 아니다 3, 모르겠다 3
삼국시대에 한반도가 언어적 통일상황이 아니라 정치적 경계에 따라 고구려어,백제어,신라어가 각각 사용되었다고 보느냐 여부에 대한 판단입니다. 별개의 언어가 사용되었다고 보는 연구자가 4명, 그렇지 않다가 3명, 모르겠다가 3명으로 비교적 팽팽하게 의견이 갈립니다.
21. 백제의 언어는 유사 일본어(Para-Japonic)인가?
그렇다 0, 아니다 3, 모르겠다 7
이것도 중요한 대목인데 설문조사를 기획하고 해설한 당사자인 핀란드 연구자 janhunen은 백제어도 유사일본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 학자는 백제와 왜의 밀접한 관련으로 미루어 볼때 백제가 한반도 유사 일본어의 핵심적 지배영역이라고 보는 고노(1987)의 주장을 지지합니다. 동시에 백제가 일본의 초기 국가 형성에 기여한 점을 볼 때 백제에서 사용된 유사 일본어(para-japonic)와 당시 일본에서 사용된 일본어(old japanese)는 큰 차이가 없고, 아마도 두 집단 사이에서 의사소통도 가능(able to communicate)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문조사에서 이런 의견에 동의하는 연구자는 0명이고, 3명이 부정, 7명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22. 일본어(Japonic)는 기원적으로 비알타이어(non-altaic)적 언어유형을 가졌는가?
그렇다 3, 아니다 2, 모르겠다 5
일본어가 기원적으로 비알타이어인가라고 질문하지 않고, 비알타이어 언어유형이라고 표현한 점에 유의해야합니다. 결국 설문대상자 중에서 최소한 2명은 일본어는 기원적으로 알타이어 언어유형을 가진 언어라고 보는 셈이죠. 설문을 기획한 연구자는 선일본조어에서 보이는 두드러진 단음절형태소 구조는 (일본어가) 기원적으로 알타이어적 언어유형을 가진 언어가 아님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23. 선일본조어는 알타이어화과정(altaicization)을 거쳤나?
그렇다 2, 아니다 2, 모르겠다 6
이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인데요. 설문조사의 기획자인 janhunen은 일본어가 기원적으로 알타이어적 유형이 아니라고 보면서, 일본어가 알타이어적 유형을 가지게 된 것은 일본어가 선일본조어 단계에서 알타이어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어가 이런 알타이어화 과정을 겪은 것은 일본어가 한반도에 존재할 당시에 신라어(선한국어조어)의 영향 때문이라기보다는 고구려어의 영향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구려어와 한국어는 알타이어적 유형으로 볼 수 있다면서, 고구려어는 (알타이어유형을 가진) 선퉁구스어 혹은 퉁구스 유사어와 연결고리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16번과 22번, 23번을 연계시켜 이해해보면 설문조사의 기획자인 janhunen은 독특한 과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선일본조어는 기원적으로 알타이어가 아니지만, 알타이어적 요소를 지닌 고구려어의 영향으로 알타이어적인 특성을 지니게 되었고, 한국어은 이처럼 알타이어적 특성을 지닌 유사 일본어를 저층에 깔고 있는 언어이기 때문에 일본어와 언어유형적 유사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보는 겁니다)
24. 한국어의 성조(tones)는 일본어(Japonic)의 feature인가?
그렇다 0, 아니다 3, 모르겠다 7
25. 일본어(japonic)는 한때 한어(漢語:sinitic)적 언어유형(typology)을 가졌나?
그렇다 0, 아니다 7, 모르겠다 3
일본어가 중국어와 관련이 있냐는 설문에 대해 한 명도 동의하지 않고, 7명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설문의 기획자인 janhunen은 일본어의 수많은 단음절 어근을 비롯한 유형적 특징을 보면 선일본조어는 원래 타이-카다이어, 묘-야요어, 중국어, 베트남어와 관련이 있는 sinitic 언어유형을 가지고 있는 언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어는 sinitic typology에서 기원한다는 것이죠. (설문기획자인 janhunen의 주장은 결국 일본어가 sinitic과 관련 있다고 보는 점에선 벡위드류의 주장과 유사한 점이 있는 것 같은데 그보다 아주 복잡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는 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26. 선일본조어는 한국에 침입(intrusive)했을까?
그렇다 1, 아니다 1, 모르겠다 8
이 질문의 의도는 조금 애매한데,선일본조어가 한반도에서 자생한 언어가 아니고 제3의 지역에서 침입한 언어가 아닐까라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1명은 그렇다이고 8명은 모르겠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25번, 27번과 연속선상에 있는 질문들입니다)
27. 선일본조어는 중국해안지역으로부터 유래했을까?
그렇다 2, 아니다 1, 모르겠다 7
선일본조어가 한반도에서 탄생한 언어가 아니라면 그 후보지는 중국 해안지역일 것으로 보냐는 질문입니다. 2명이 동의하고 7명은 모르겠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설문 기획자인 janhunen은 선일본조어가 해상경로를 통해 백제지역(시점으로 보아 백제라기보다는 나중에 백제가 되는 한반도 서해안지역에 해당할 것임)에 진입했을 것이고, 그 기원은 중국해안지역을 볼 수 있다며, 특히 요동지역은 몽골이나 퉁구스어와 접촉하기 좋다는 점에서 후보지로 거론하고, 그보다 이른 시기에는 선일본조어 사용지역이 산동지역에 위치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8. 선일본조어는 동이족(Dongyi)의 언어였을까?
그렇다 0, 아니다 1 , 모르겠다 9
설문 기획자인 janhunen은 선일본조어가 산동에서 유래했다면, 이 지역의 거주자인 동이족과 연계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동의자가 0명입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29~35)
29. 연(燕:the Yan state)은 일본어와 연계(Japonic connetion)되어 있을까?
그렇다 1, 아니다 2, 모르겠다 7
설문 기획자인 janhunen은 연나라(燕:추전국시대에 북경주변에 위치했던 국가)의 지배층과 피지배층 다수는 한족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경우 연나라에서 사용된 언어는 한반도의 유사 일본어나 선일본조어와 약간이나마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질문에 대해 동의자는 1명 뿐이고 7명이 모르겠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30. 백제와 고구려는 종족적(ethnically)으로 관계(related)가 있을까?
그렇다 3, 아니다 1, 모르겠다 6
백제와 고구려는 종족적으로 관련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3명이 동의했습니다. 설문 기획자인 janhunen은 고구려어가 기본적으로 퉁구스어적 요소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고구려와 백제의 정치적 연계도 특별했다면서, 이 같은 연계는 단순히 지정학적 이유뿐만 아니라 양자간에 종족적, 언어적 친연성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기마민족론이나 모호한 부여 커넥션(양 국가 모두 부여족의 후예라는 인식을 의미하는듯)을 다시 거론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고구려의 영토가 컸고 그 안에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고구려가 다중언어사회이고 그중에는 백제와 가까운 언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언어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31. 선일본조어(pre-proto-Japonic:일본열도에 도착하기 전의 일본어)는 특정한 한 어족의 멤버인가?
그렇다 9, 아니다 0, 모르겠다 1
질문은 다소 모호한데 설문기획자인 janhunen은 한국어가 신라시대에 처음 확산되기 시작한 언어인데 비해, 일본어는 한반도에 처음 도달했을 때 이미 어느 정도 광범위하게 확산된 언어(an expansive language)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뚜렷한 증거는 없는 것 같습니다)
32. 가야는 일본어를 사용하는 대한해협의 국가인가?
그렇다 4, 아니다 1, 모르겠다 5
설문기획자인 janhunen은 가야가 선일본조어 사용자에 의해 통치된 국가라고 보고 있습니다. (금관가야의 관등명칭에 보이는 干 등은 알타이어적 요소가 강하며 이는 일본어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가야 중에 일부 국가라면 모를까 가야 전체가 일본어를 사용하는 국가라는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33. 일본에 오스트로네시아안어의 침범(intrusion)이 있었을까?
그렇다 6, 아니다 0, 모르겠다 4
무려 6명이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설문기획자인 janhunen은 오스트로네시안이 죠몽문화의 마지막단계에 일본열도에 침입한 또다른 집단이라고 봅니다(즉 야요이문화와 거의 같은 시기에 오스트로네시안도 일본열도에 진입했다는 의미임) 설문기획자인 janhunen은 오스트로네시안인은 남쪽을 통해 오키나와를 통해 일본열도에 진입했고 특히 시코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4. 일본어는 3개의 언어유형학적 층위(typological layers)를 가진다.
그렇다 2, 아니다 1, 모르겠다 7
이건 일본어가 언어유형적으로 중국어와 관련있는 sinitic 층위, 알타이어 층위, 오스트로네시안 층위 등 세가지 요소의 복합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설문기획자인 janhunen의 입장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모르겠다가 다수입니다.
35. 아이누어는 죠몽 언어유형(typology)을 대표한다.
그렇다 2, 아니다 1, 모르겠다 7
의외로 모르겠다가 7명입니다. 설문기획자인 janhunen의 입장도 모르겠다에 가깝습니다.
요약하자면 설문의 기획자인 Janhunen은
1) 일본어는 원래 중국어,타이-카다이,묘-야오어와 유사한 언어유형을 가진 언어로
2) 산동반도에서 출발해 요동반도를 거쳐 해로로 한반도 서해안으로 진입했고,
3) 이동 과정에서 알타이어적 요소가 있는 고구려어와의 접촉을 통해 알타이어적 언어유형으로 변하게 되었는데
4) 그처럼 알타이어적 언어유형을 가진 상태에서 일본열도로 건너간 후,
5) 비슷한 시기에 오키나와를 통해 일본열도에 진입한 오스트로네시안 언어유형과 다시 한번 접촉해서
6) 일본어가 탄생했기 때문에 언어유형적으로 일본어는 3개의 층위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사 일본어가 한반도에 축출되고 한국어가 한반도의 주류언어로 부상한 이후에 한반도에서 사용된 일본어와 유사한 언어=유사일본어는 한국어의 기층에 깔리게 되면서 한국어와 일본어가 언어유형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제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힘든 내용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구려어와 일본어가 동계라는 식의 이해할 수 없는 기존 연구보다는 진일보한 특성이 있어서 나름 새로운 가설의 기초로 삼을만한 대목이 많은 것 같습니다.
첫댓글 21. 백제의 언어는 유사 일본어인가? 그렇다 0 아니다 3
32. 가야는 일본어를 사용하는 대한해협의 국가인가? 그렇다 4 아니다 1
언어학자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는데, 인류학과도 맞아떨어져 보입니다.
백제는 사실상 가야가 멸망하고 백여년간밖에 일본과 끈끈한 교류가 없었다고 하던데, 솔직히 5-6세기되서야 전남지역에 진출한 백제인데, 해양너머의 일본이고 대륙백제이고 가능할까요?
광개토대왕 시기에 이미 백제와 왜의 밀접한 연계를 보면 가야 멸망후 100년만 백제와 왜의 연계가 강했다고 보는 것은 동의하기 어려운 의견 같습니다. 최근의 고고학 연구결과를 보면 4세기 이후 일본에서 백제,가야,신라계 문물의 우위가 수시로 바뀝니다. 정치상황에 따라 수시로 부침이 있었다는 이야기죠. 1~3세기에 한일간 교역중심은 변진내지 가야였고 4세기 이후엔 백제와 가야의 연계하에 한일간 교역이 이루어지고, 5세기 중엽부터 백제가 가야를 배제한 상태에서 일본과 직교역을 추진하려하면서 백제-가야간 알력이 생기기 시작하고, 6세기 중반부터는 가야가 멸망하면서 다시 백제가 중심이 되고, 신라가 보조적 역할을 맡죠.
일본의 도래씨족 중에 가장 고위급이고 일본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컸던 가문이 바로 소가씨인데, 이 가문이 백제계 가문이라고하지만, 그 선조 집단은 가야지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어서 정체성이 모호하긴 하죠. 가문의 연원은 분명히 백제가 맞는것 같은데 가문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선 가야와의 연계도 강했던 것 같습니다. 백제와 가야가 별개의 정치적 입지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공유요소가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좀 더 객관적 접근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큰 틀에선 4세기 이후엔 한반도 남부에서 백제의 기술적-문화적 우위를 인정해야하고, 그 같은 기술-문화 우위가 백제의 대일본외교의 핵심 지렛대였다고 봅니다
대륙백제에 대해선, 일단 고고학적 증거가 없는 이상 현재로선 본격적인 토론이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되구요. 문헌사료도 여러 사료를 비교해 보면 보면 몇가지 상이한 성격의 오류가 반복인용되면서 재조합되는 과정이 있는듯하여 사료로서의 신뢰성도 미지수라고 생각됩니다.
@수비 누가 소가씨 가문이 木을 성씨에 넣는다고 하던데, 스즈키(鈴木) 3~4샘플과 하야시(林) 3샘플이 M117에 속하네요. 관련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氏가 워낙 쉽게 바꿀 수 있고, 완전히 부계가 다른 집안에서 양자를 들이는 풍속도 우리보다 널리 퍼져있어서, 양자여부를 포함한 가계 계보가 완전히 남아있는 집안이 아닐 경우 이런 종류의 연구에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14. 한국어는 신라로부터 확산되었는가? 그렇다 5 아니다 0 도 흥미롭네요.
신라와 진한의 언어가 많이 다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현대 한국어가 서북에서 온 김씨로부터 확산되었다는 건지.. 통일신라이후에도 지방 호족들이 분열되서 후백제 후고구려 고려도 출현한 것이 아닌지..
여기서 말하는 신라어라는 것은 사실상 신라의 향가에서 유추되는 언어라는 것인데 그 언어가 정확하게 어느 집단에서 기원한 것인지는 미지수입니다. 의외로 신라 지명 자체에는 복수표기가 흔하지 않아서 지명표기만으로 신라어의 특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힘듭니다. 표현상 신라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한반도 중남부 일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언어일수도 있구요. 다만 최근 수년사이 6세기 후반경의 신라 목간, 7~8세기경 불경에 표기된 각필 기반 석독구결을 통해 신라어 조사와 어휘 단편,문법 기타 여러가지 요소에 대한 자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것이 현재의 한국어와 연속선상에 있다는 점이 다시금 확인된 상태입니
@수비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반박불가인거 같습니다.
@수비 그렇군요 근데 광개토대왕비나 중원고구려비를 봐도 어미 지(之)의 사용이나 서술어를 뒤에 놓는 구조를 볼때 자료는 적지만 이두와의 연관성도 있지 않은가요?
아시겠지만 어순만으로는 한국어,일본어,퉁구스어,몽골어가 다 유사하기 때문에 특별한 거증자료가 될 수 없다고 보이구요. 그렇게 치면 벡위드는 이른바 고구려 지명에서 속격-한정표지, 속격-한정 접미 형태소, 동사 파생 형태소, 관형사-한정 접미 형태소, 명사 파생 형태소 등을 찾아냈다며 고대 일본어와 유사하다고 주장했죠. 그러니 권37 자체가 고구려어가 아니거나, 고구려어가 아닌 그 이전 단계의 언어가 섞였다고 비판하면 모를까 쉽지 않은 접근법 같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신라 목간, 백제 목간처럼 평양에서 고구려 목간이 나오는건데 평양도 토목공사를 워낙 많이해서 발굴가능성 있는 지역이 제대로 보호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이쪽 지식이 짧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이분의 주장은 한국어와 일본어의 계통이 전혀 다르고 유사함은 차용관계라는 얘기인가요?
원 글이 하나의 완결된 논문이라기보다는 여러가지 논점을 가볍게 총정리하는 형식의 글이어서, 의도를 짐작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데요. 기층어 혹은 저층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A라는 집단이 B에게 정복당하는 등의 이유로 자기의 원래 언어 A+을 버리고, B+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음운,문법,어휘 등 일부 요소에서 자기 원래의 A+적인 특색을 가지고 있는 경우 A+을 기층어 혹은 저층어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는 A+이 일본어내지 유사 일본어가 되고, B+이 한국어가 되죠.)
Janhunen이 "한국어가 유사일본어 기층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 것은 결국 "현재의 한국어 사용자들이 원래는 유사 일본어를 사용하는 집단이었는데 모종의 이유로 한국어로 언어를 교체하였거나, 혹은 한반도가 유사 일본어가 주류였던 지역인데 한국어 사용집단이 침범해서 주류가 되었는데, 이 같은 언어교체의 와중에 한국어가 일부 언어유형(형태론과 통사론) 측면에서 부분적으로 일본어적인 특색을 가지고 됐다"는 의미가 됩니다. 차용은 원래 자기가 가진 어휘나 문법이 아닌 것을 받아들이는 것인데, 이 경우는 그런 의미가 아닐수도 있으니 약간 다르죠.
그런데 이것도 다분히 이론적인 이야기라서, 구체적으로 따져볼 때는 Janhunen이 말하는 것과 같은 언어교체현상이 발생했다고 가정할 때 한국어집단의 비율, 유사 일본어 집단의 비율에 따라 여러가지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유사 일본어집단이 숫적으로 주류였던 지역에서 새롭게 한국어 집단이 침입하면서 일본어집단을 축출, 정복하면서 이주한 한국어집단이 인구 규모로도 주류가 되는 상황도 생각할 수 있구요. 아니면 새롭게 한반도로 진출한 한국어집단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무력으로 다수의 유사 일본어집단을 제압해서 강제로 언어교체하는 상황도 생각할 수 있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 개인적으로는 한국어가 일본어 기층을 가지고 있다는 Janhunen의 주장도 일종의 가설에 불과한 것 같고, 앞으로 검증해야할 주장 중 하나로 봅니다. 맞는지 틀리지조차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수비 아니닙니다 그건 보빈이 그런 말은 한 거고 이 사람은 부여-고구려어는 퉁그스어에 가깝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Janhunen의 고구려에 대한 입장은 조금 복잡한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사람은 고구려어가 퉁구스어적 요소가 강하고, 동시에 알타이어적 언어유형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서도, 일본어와의 접촉을 통해 알타이어적 언어유형을 가지도록 변화시킨 언어이면서, 동시에 일반적으로 일본어처럼 보인다는 평가가 많은 삼국사기 권37의 고구려 지명들로 알려진 지명에 반영된 어휘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일본어라고 보면서도, 동시에 스스로 유사 일본어라고 평가하는 백제어와 고구려는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모순에 대해 이는 고구려어 내에 복수의 언어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 사람은 1) 고구려 내에서 알타이어적 언어유형을 가지고, 퉁구스어와 관련이 깊은 언어이면서, 일본어가 알타이어 언어유형을 가지도록 변화하도록 영향력을 미친 언어와 2) 유사 일본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백제어와 비슷한 언어가 동시에 사용되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구려어 전체를 일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는 벡위드와는 입장이 또다르면서 일본어와 고구려어의 관계에 대해 매우 복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수비 juha 이 사람은 지배층은 퉁그스어를 주로 썼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아마도 고구려는 제국이었을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살았던 것이죠 근데 이 사람은 문헌 사학적인 면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듯 합니다.
그리고 보빈은 절대로 고구려어가 일본어와 동일 계통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주장은 일본의 新村出을 시작으로 한국의 이기문, 미국의 벡위드이 주장했지요. 보빈은 2013년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The so-called ‘Koguryo’ placenames in the Samkwuk saki(SKSK) that look Japonic do not reflect the actual language of Koguryo, but indicate the pre-Koguryo language 라고 주장했습니다. 삼국사기에 반영된 일본어처럼 보이는 고구려 지명은 실제 고구려어의 반영이 아니라 선(先) 고구려어의 반영이다. (즉 고구려어는 일본어계통이 아닌데 고구려어보다 먼저 이 지역에 사용된 언어가 고구려지명에 남아있었다)
고구려 지배층이 퉁구스어족이라는 주장도 사실 김방한 교수의 주장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방한 교수는 평양 천도 이전의 고구려어 (3세기 삼국지 위서에 기록된 고구려 명사 어휘로 유추할 수 있는 언어)가 퉁구스어라고 주장하면서 남하 이후 한국어가 고구려의 주류언어가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김방한 교수는 직접적 표현을 안했을지라도 고구려 왕족이나 귀족은 원래는 퉁구스어사용자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주장을 이미 수십년전에 내놓은 셈이죠. 물론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주장에 대해서도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층이라는 게 그런 의미로군요. 친절한 설명 감사 드립니다.
중국인들이 고구려를 한국사에서 분리할때 인용하는 juha janhunem 이군요. 이사람 논리가 결정적으로 약한게 부여고구려랑 말갈어간의 차이를 배제한 겁니다.
Janhunen은 기본적으로 고구려어는 퉁구스어적 요소가 강하다는 입장입니다. 말갈 특히 그중에서도 흑수말갈을 여진의 선행집단으로 보는 과거 문헌사학계의 통설에 따르자면 결국 사부랑님이 평가한 것과 비슷한 입장이 되지요. 사실 이게 국내학자중에도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거물이요. 다름아닌 서울대의 김방한 교수죠. 국어계통론을 연구한 서울대 거물급 학자 두 명 중에 1명은 고구려어가 일본어가 동계라고 주장(이기문)했고, 또다른 거물 1명은 고구려가 퉁구스어의 일파라고 주장(김방한)했지요. Janhunem은 둘째치고 국내 학자까지 이런 주장을 했으니 말할 나위가 없죠.
제 개인 의견을 물으신다면 고구려어가 일본어와 동계어라는 주장만큼이나 고구려어와 퉁구스어가 동계라는 주장도 믿을 수 없다고 봅니다. 고구려어인지 아닌지 기본적으로 논란이 있는 권37의 지명을 제외하고 보면 고구려어가 퉁구스어(여진족,만주족,에벤키족 등이 소속된 어족의 언어)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고구려 5부명이 퉁구스어 방위어(방향 지칭 어휘)와 일치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따져보면 그나마 대응을 고려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정도이고 나머지는 상당한 무리한 비정입니다. 부명-방위명 외에 일치한다고 말하는 것들도 차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 정도 일치는 한국어,몽골어,일본어에서도 발견되는 것들입니다.
@수비 수비님 감사합니다 차라히 보빈의 말 처럼 고구려 지방명에서 나타나는 일본어적 특징은 고구려가 이 지역을 점령하거나 아니면 그 이전의 proto-Korean 인이 선 일본어족을 쓰는 어떤 집단을 몰아내고 그 지명을 그대로 쓴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고구려어랑 일본어가 동계라면 왜 통역을 쓰고 일본은 고구려 백제 신라를 삼한이라고 불렀을까요?
제 기본적인 입장도 삼국사기 권37에 보이는 일본어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는 지명들은 삼국시대 주류집단의 언어가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 한반도에서 사용되던 언어의 반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석기시대 중 특정문화의 언어, 송국리문화, 점토대토기문화,중도유형 문화 등 가능성 있는 여러 후보 중에 어느 것이 Japonic과 관련이 있었는지는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습니다. 저번에도 몇번 이야기했듯이 중도유형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데 이것도 나름의 헛점이 많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수비님이 근데 자꾸 이 핀란드 학자나 크리스토퍼는 언어가 달랐다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이 성립한다면 역사적 자료도 근거로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신라의 패쇄성을 볼때 이들 주장하는 고구려어 사멸론이 과연 타당할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훗날 고구려백제의 정치적 중심지가 고려와 조선의 정치적 중심지가 된 만큼 오히려 신라어가 사멸되었다고 주장하는게 더 합리적인 설명이 아닐까요?
역사적 사료에서 고구려어와 신라어, 혹은 그 이전 단계에서 예맥어와 한어(韓語)의 유사성(같다, 다르다)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는 것도 사실이죠. 바로 그 문제 때문에 이게 100년 가까이 논쟁이 계속되는 것이구요. 고구려뿐만 아니라 신라의 경우에도 일부 관직명,부명 등이 중세~현대 한국어로 해석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니 이 문제를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증명해 나가야할 문제이지, 자명한 문제인데 외국에서 엉뚱한 주장을 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체계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수도 있습니다.
사실 고구려어와 백제, 신라어가 모든 동일 계통의 언어라는 주장내지 고구려어가 한국어의 일종(old korean)이라는 주장은 고구려어가 한국어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보다 훨씬 늦게 제기되었습니다. 제가 이기문만 거론했지만, 박병채도 고구려어와 일본어의 유사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이기문류이구요, 이기문 교수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반박한 김방한 교수는 평양 천도 이전의 고구려어(3세기경의 고구려어)가 퉁구스어라고 주장했죠. 그리고 이 두 분을 싸잡아 비난한 강길운 교수는 고구려어가 몽골어의 일종이라고 주장했으니 말 다했죠.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정력적으로 활동한 분은 이기문, 김방한 교수 등인데 이 두 분은 고구려어가 일본어동계론, 퉁구스어동계론을 주장했으니 외국학자들 탓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이기문교수는 부여-한 공통어를 가정함으로써 고구려어와 한어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을 여지를 남겼고, 김방한 교수는 나름의 고민 끝에 일본어와의 연결고리를 끊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어찌되었건 두 분의 견해에도 허점이 많으니 저는 고구려어가 일본어와 동계라거나, 퉁구스어와 동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믿지 않습니다.
고구려어가 한국어의 일종(old korean)이라거나, 고구려어나 백제, 신라어가 모두 동계어라고 주장한 한국 학자는 북한에서 김수경, 우리쪽에서는 김동소 교수, 천소영 선생 등인데 아주 뒤늦게 이런 주장을 했지요. 이 분들 주장도 나름 경청할 여지가 많은데 논쟁을 완전 종식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논리 우위를 달성한 상태는 아니라고 봅니다. 앞으로 꾸준히 연구를 계속해야 이런 주장이 최종적으로 입증될 수 있겠죠.
그리고 신라어가 고려의 후삼국 통일 이후 사멸되었다고 보기도 힘든게 최근 6세기 신라 목간, 통일신라 불경의 각필 기반 석독구결자료를 보면, 이런 자료를 통해 부분적으로 복원되는 언어가 다름아닌 한국어입니다. 과거에는 신라어자료가 향가 위주였지만 지난 10여년간 신라 목간과 석독구결자료의 추가 발견을 통해 신라어 자료가 아주 풍부해졌고, 그것이 중세한국어와도 연결고리가 강하게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의 역사에서 공백지대 중 상당수를 지워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이런 상황인데 신라어 사멸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없습니다.
@수비 감사합니다 수비님
1) 고구려어가 퉁구스어라고 주장한 학자는 한국의 김방한, 그리고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 중 일부가 있구요.2) 고구려어가 몽골어라고 주장한 학자 중에는 한국의 강길운, 3) 고구려어가 퉁구스어와 몽골어의 혼효어라고 주장한 학자 중에는 역시 일본 학자들이 있구요. 4) 알타이어의 3대 핵심인 튀르크어가 빠지면 섭섭하죠. 중국에서는 2012년에 삼국사기의 고구려 지명을 분석해서 고구려어가 돌궐어의 일종이라는 박사논문도 하나 나왔습니다. 5) 일본어와 동계라는 주장은 한국의 이기문, 박병채, 미국의 벡위드, 일본의 新村出이 있구요. 6) 한국어와 동계라는 주장은 미국의 보빈, 한국의 김동소, 천소영, 북한 김수경 등이 있죠
어떻게 보면 저는 온갖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고구려어가 퉁구스어,일본어,몽골어와 동계가 아님을 보여주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퉁구스어,몽골어,튀르크 동계설 지지자들의 주장을 이용해서 일본어동계설을 반박하고, 몽골어,튀르크어,일본어 동계설 지지자들의 주장을 이용해서 퉁구스어동계설을 반박하는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이런 여러 주장이 가능할만큼 고구려어 잔존 언어자료가 한계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발견된 수준의 사료로 퉁구스어, 일본어 동계설을 주장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비판하는게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언어자료의 제한성을 이유로 고구려어 계통 논쟁의 기존 연구들을 거부한다면, 그냥 고구려어내지 예맥어를 몽골어(몽골,선비,실위,거란,다우르),퉁구스어(여진,만주,헤젠,시버,에벤키),튀르크어(돌궐,철륵),일본어, 한국어 외에 이와 동급 지위를 가진 제6의 동북아 역사-언어집단으로 예맥-고구려어족을 가정하고 부여,예,맥,고구려,동예,옥저 등을 여기에 포함시킨 다음, 이들 예맥-고구려어족과 한국어와의 관계를 앞으로 연구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잠정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비 수비님 신라관등에서 보여지는 투르크어나 알타이어족 요소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밤에 곰곰히 언어자료책을 읽어보고 생각해보다가 오히려 신라어의 관등이나 일부 용어는 상당히 투르크어랑 비슷합니다.
요즘 고구려 지명자료에 대한 논문들을 훑어보고 있습니다만, 점차로 우리말은 알타이제어와는 계통이 다르다는 생각이 강해지네요. 무엇보다도 음운체계가 너무 달라서 도저히 같은 계통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 십습니다. (유무성의 대립이라든가, 유기음이라든가 등등.....) 이런 기본 음소들의 너무나도 큰 간격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네요. 알타이계통 언어와의 어휘 차원의 대응은 단순한 차용관계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고대 일본어의 음운체계도 살펴본다면 좀 더 생각을 진전시킬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