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에 펼쳐지는 제3차 세계대전은 총성 한 방 들리지 않습니다. 그 이름은 세계화(globalization)입니다. 인명 피해는 지난 두 차례 세계대전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그러나 세계화 때문에 나라와 나라, 기업과 기업 간에 서로의 ‘목숨을 건 경쟁(cut-throat competition)’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3차 세계대전의 또 다른 이름은 ‘영어대전(英語大戰)’입니다. 지난 두 차례 세계대전이 무기 싸움이었다면, 이번 전쟁은 ‘세계의 표준(global standard)’을 둘러싼 싸움입니다. 세계의 표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의사소통의 표준은 영어입니다. 그래서 제3차 대전은 ‘영어대전’이기도 한 것입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화라는 화살을 맞은 상태입니다. 허망하게 쓰러지지 않으려면 있는 힘을 다해 그 화살을 빼야 합니다. 화살이 서쪽에서 날아온 것인지 동쪽에서 쏜 것인지, 또 그 화살촉이 쇠로 된 것인지 독이 발라져 있는지 한가롭게 따질 때가 아닙니다. 외제 시험인 TOEIC과 TOEFL, 국산 시험인 TEPS 중 어느 시험이 좋은지 아닌지를 시시콜콜 따질 때가 아닙니다. 국산은 국산대로, 외제는 외제대로 준비해 용도별로 이용해야 합니다. 독학ㆍ학원ㆍ온라인ㆍ잡지·신문 등 나름대로 각자에게 맞는 영어학습 방법을 발견해 영어공부에 전념하는 게 필요한 때입니다.
나라가 망해도 말을 지키면 빼앗긴 나라도 언젠가는 되찾을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달리 볼 수도 있습니다. 민족이 사라지지 않으면 언젠가는 나라도 되찾고 말도 회복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고대 히브리어를 복원해 국어로 삼은 이스라엘이 좋은 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우리말이 아니라 영어를 오히려 더 열심히 익혀야 하는 얄궂은 상황이 언제까지 전개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단 이 전쟁에서 이기는 게 급선무입니다. 우리에겐 생존이 걸린 싸움이기 때문이지요.
이번 호 중앙Sunday는 영어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영어 활용 능력의 네 영역인 읽기ㆍ듣기ㆍ말하기ㆍ쓰기에 관해 실효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학습법을 총정리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선진국 문턱까지 왔습니다.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합니다. 더 훌륭하고 더 발전된 나라를 만들려면 영어 선진국, 즉 영어강국 Korea의 길을 가야 합니다. 이번 특집이 그 길을 가기 위한 한 길잡이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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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힌다. 한글ㆍ구구단ㆍ자전거타기ㆍ운전·태권도ㆍ붓글씨 등등. 많은 경우 학습의욕만 있으며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다. 그러나 거의 전 국민이 매달려 있으면서도 영어만큼 그 성과가 불만족스러운 것도 없다. 왜 그럴까?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영어는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병민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1만1680시간이 필요하다. <15쪽 참조>
미국 대학의 외국어 교육 방식을 적용하면 약 3000시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 학생들은 한국어ㆍ중국어ㆍ일본어 등 영어와 언어 계통상으로 거리가 먼 동양권 언어라도 4년 정도 공부하면 읽기ㆍ듣기ㆍ말하기ㆍ쓰기가 상당한 수준에 오른다. 3000시간은 학기 중 매일 한 시간의 수업과 한 시간 자습, 방학 중에는 하루에 두 시간씩 공부하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나오는 숫자다. TOEIC의 경우 영어를 거의 못하는 수준의 학습자가 900점을 받기 위해서는 1750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학원에 다니며 초급부터 시작해 최상급이 되기 위해서는 자습시간을 빼고 수업만 1200시간을 들어야 한다. <표 참조>
이렇게 보면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가 명백해진다. 우리는 영어학습에 충분한 시간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지 않다. 영어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려면 TVㆍ인터넷ㆍ영화ㆍ음주가무 등과 같은 너무나 많은 달콤한 유혹과 싸워 이겨야 한다. 그러나 실제에선 많은 사람이 그 싸움에서 패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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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학습의 절대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학습의 흐름이 끊기는 것도 문제다. 우리는 역설적으로 대학 입학 후와 입사 후에 영어학습의 단절을 경험한다. 입학과 입사는 상당한 영어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대학과 회사는 영어를 학생과 사원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단으로만 사용할 뿐, 입학이나 입사 후 상당기간 동안 학생과 사원을 사실상 ‘방치’한다.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모국어도 몇 십 년 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다. 중단 없는 전진만이 영어 완전정복의 길이라는 것을 망각하지 말아야겠다. 영어 능력을 초급에서 중급으로, 중급에서 고급으로 안내하는 체계적인 학습프로그램, 영어 읽기ㆍ듣기ㆍ말하기ㆍ쓰기 능력 모두를 종합적으로 키워주는 학습 프로그램에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면 모두 영어도사가 될 수 있다.
이쯤 되면 왜 내가 왜 영어도사가 돼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법하다. 짧은 인생… 1만1680시간이건 3000시간이건 상당한 시간이다. 다른 가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많다. 영어 한마디 못하고도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이민을 가도 코리아타운에 살면 영어 안 쓰고도 잘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개인 차원에서는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ㆍ국제적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는 차이, 즉 영어 격차(English divide)가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ㆍ최신 정보기술 활용 능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발생하는 격차) 못지않게 중요한 세상이다. 영어 격차는 한 사회 내의 불평등, 국가 간의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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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보다 언어차별이 더 심한 나라라는 말이 있다. 미국에서 영어를 잘 못하면 진학ㆍ입사ㆍ승진이나 사회생활에서 차별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언젠가는 여성 대통령, 흑인 대통령, 불교나 이슬람 신자 대통령도 배출할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다른 차별과 달리 언어구사 능력의 차이를 빌미로 하는 차별은 나름대로 사회적 정당성과 효율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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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미국 내 언어차별이 세계화라는 전 지구적 규모의 흐름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세계 각 곳에서, 아니 세계 그 자체에서 언어차별은 복제되고 증폭될 것이다. 이유는 영어가 이제 일개 외국어가 아니라 만국 공통어(lingua franca, global language)가 됐기 때문이다. 영어는 인터넷ㆍ통상·외교ㆍ과학ㆍ의료ㆍ엔터테인먼트·매체ㆍ항공ㆍ스포츠 등 인간 활동의 모든 분야에서 공용어로 쓰인다. 특히 세계화의 핵심 동력인 인터넷 콘텐트의 65~80%가 영어로 돼 있다.
사람이나 국가ㆍ언어의 흥망성쇠는 미리 알 길이 없다. 14세기 영어는 ‘하층민’이 사용하던 언어였다. 하지만 프랑스어에 가까운 언어를 쓰던 영국 왕실과 귀족도 결국엔 영어를 사용하게 됐다. 그리고 산업혁명과 민주혁명을 거친 영국이 18~19세기 세계 인구의 4분의 1가량을 통치하는 대영제국을 건설하자 영어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부상으로 영어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 영어는 유엔의 6개 공식언어 중 하나지만 유엔의 실무 언어로는 사실상 영어와 프랑스어밖에 없다. 유럽연합(EU)에서도 영어는 공식언어 중 으뜸가는 자리를 차지한다. 유럽중앙은행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지만 영어를 사용한다. 미래에 ‘동아시아국가연합’이 창설되는 경우에도 영어가 공식언어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영어가 이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된 데는 영국과 미국의 국력이 센 까닭도 있지만 영어에 언어적 자유방임주의가 적용되는 게 한 중요한 이유다. 영어에는 프랑스어(프랑스어아카데미)나 스페인어(왕립아카데미)와 달리 중앙집중적 감시기관이 없다. 영어는 브리튼 제도에서 왕성한 ‘식욕’으로 프랑스어 단어 1만 개를 삼켰고, 제국주의 시대와 국제화 시대에도 세계 각국 언어의 단어를 흡수했다. 현재 옥스퍼드영어사전에는 30만 단어가 수록돼 있다. 이 사전에는 온돌ㆍ한글·막걸리 등 12개의 우리말 단어도 올라 있다. 영어 단어 수는 올 여름 100만 개에 도달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영어 어휘 수는 이미 200만 개에 이른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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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어는 배우기 힘든 언어다. 특히 철자체계가 극도로 무질서하다. 예를 들면 f발음은 f(fish)뿐만 아니라 ph(physics), 심지어는 gh(laugh)가 될 수도 있다. 1992년 댄 퀘일 부통령이 한 초등학교에서 potato(감자)의 철자가 ‘potatoe’가 맞는다고 우기다 망신을 산 적도 있다. 일국의 부통령이 된 사람도 헛갈릴 수 있는 게 영어 철자법이다. 영미권의 식자층은 약 2만~3만 단어를 사용한다. 이들과 언어적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거래하려면 그만한 분량의 영어 어휘를 습득해야 하는 것이다. 배우기 힘든 만큼 영어는 원어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영어에 대한 도전은 여러 각도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영어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중국어가 지목된다. 중국은 2010년까지 외국인 중국어 학습자 수를 1억 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인공어(constructed language)가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에스페란토(Esperanto)는 사용자가 200만 명에 달한다. 에스페란토는 9000 단어로 구성됐는데 500 단어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읽기와 듣기는 6개월 내에 학습이 가능하다. 에스페란토로 3만 권의 단행본이 발행됐으며 잡지도 100개나 된다. 인터링구아(Interlingua)는 제2 국제어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라틴어를 단순화한 언어다. 그래서 특히 프랑스어ㆍ스페인어ㆍ이탈리아어ㆍ포르투갈어 사용자는 인터링구아를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영어가 배우기 어렵다는 비판에 대응하려는 영미권의 시도도 있다. 기초영어(Basic English)는 찰스 케리 오그던이 개발한 단순화된 형태의 영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영어 습득은 7년, 에스페란토는 7개월, 기초영어는 7주가 걸린다. 한편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500단어만을 사용하는 스페셜 잉글리시(Special English) 방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앞으로 영어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은 번역기가 제기하는 게 될 것이다. 수십 년 내로 오류 비율이 거의 없는 번역기가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국제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영어학습보다는 각자의 모국어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높은 성능과 실용성을 갖춘 번역기가 언제 개발될지는 알 수 없다. 1968년에 나온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에서는 2001년의 인류는 달에 대규모 기지를 이미 건설했고 목성으로 사람을 보내는 중이다. 지금은 2007년이지만 인류는 아직 달까지밖에 가지 못했다. 번역기의 개발도 생각보다 더디지는 않을까? 번역기의 개발은 언어격차·언어차별을 해소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차별이 번역기를 매개로 벌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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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에 따르는 고통은 피하지 말자
영어 읽기는 결국엔 취미가 될 수 있다. 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보 취득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어 읽기는 적어도 처음 시작할 때는 공부의 일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부엔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그 고통을 피할 수는 없지만 최소화할 수는 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책을 선정하라
초기 고통을 줄이기 위해선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매혹적인 책을 골라야 한다. 중급자 이상은 실용서도 좋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축구나 테니스ㆍ골프에 관한 책이나 잡지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외국어 영화 잡지나 좋아하는 영화 대본을 소설 읽듯이 보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읽기는 버리자
읽기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영어 영역이다. 그러나 친숙한 만큼 여러 잘못된 습관이 우리 발목을 쉽게 붙잡을 수 있다. 특히 머릿속에서 문장을 문법적으로 분석하거나 우리말로 번역하는 따위의 습관은 멀리해야 한다. 한 문장 안에서 앞으로 뒤로 바삐 움직이며 문법적 규정을 내리는 것은 번역할 때에는 유용한 기술이다. 하지만 번역과 독해는 별개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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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통독 때는 절대 사전을 찾지 말고 일단 끝까지 읽어라
읽는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제 아무리 많이 나와도 무시하고 마지막 페이지로 치달아야 한다. 처음에는 뜻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페이지만 넘기는 식이 될 수 있다. 그래도 계속 읽다 보면 인간 뇌의 고유능력인 추측력이 발휘되면서 이야기 전체의 숲이 보이고 대의가 잡힌다. 사전을 찾다 보면 아무리 책을 오래 잡고 있어도 얼마 못 읽게 된다.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글의 맥락 속에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유추하면 된다. 세상사에서 모든 단어의 의미는 궁극적으로 ‘긍정’ 아니면 ‘부정’이다. ‘음’ 아니면 ‘양’이다. 특정 단어가 음적인지 양적인지를 문맥을 통해 판단할 수 있으면 전체 문맥의 그림을 계속 그려나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도의 상상력이 동원되면서 영어에 대한 지적인 감이 완성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책을 읽어가며 정말 궁금한 단어는 간단한 밑줄을 그어 표시만 해두었다가 나중에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한꺼번에 몰아서 찾아보면 된다.
양적인 노출의 극대화가 우선이다
원어민에 가까운 읽기 능력에 도달하면 원서를 필요에 따라 그리고 마음 가는 대로 보면 된다. 그러나 아직 학습자 수준일 때는 영어 원서에 대한 노출, 즉 절대 독서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최소한 매일 30분 이상 읽어야 한다.
통속소설에 주목하라
재미에다 생활영어 실력 향상까지 꾀할 수 있는 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소설이 최고다. 그중에서도 ‘현대 통속소설’이 초보자의 영어 읽기에 가장 적합하다. 줄거리가 쉽게 질리지 않고 이해하기가 비교적 쉬워서 페이지가 잘 넘어가기 때문이다.
특정 장르를 판다
한 가지 주제를 다루는 여러 권의 소설, 자기계발서, 신앙서 등을 읽다 보면 관련된 표현이 수없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연상작용을 통해 자연적으로 이해와 암기의 시너지(상승) 효과가 일어난다.
자신과 ‘글 궁합’이 잘 맞는 작가를 찾아라
여러 작가 중에서도 왠지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작가를 발견할 수 있다. 그 한 작가에게 푹 빠져볼 것을 권한다. 그러면 그 작가의 문체가 더욱 익숙하게 다가오고, 자주 쓰는 표현기법도 오롯이 내 것으로 더 쉽게 체화(體化)된다.
원서 읽기는 영어 실력 향상뿐 아니라 언어 외적인 지식까지도 덤으로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큰 이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뭘 망설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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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에게도 마냥 쉽지만 않은 영어 말하기가 요즘 우리의 화두(話頭)가 됐다. 말하기ㆍ쓰기가 강화된 TOEFL IBT가 등장하자 영어 교육이 말하기ㆍ쓰기 중심으로 급선회했다. TOEIC도 말하기ㆍ쓰기 시험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또한 입사 시에는 영어 인터뷰가 부과되고 입사 후에는 영어 회의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야 한다. 상대를 알면 패배란 없다. 영어 말하기의 정체를 알면 그 정복도 쉽다.
입을 열어라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말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세계적인 교육학자에게 묻자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Open your mouth!(입을 열어라)” 무조건 영어로 내뱉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말하기란 입력(input)된 것을 출력(output)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영어 표현·단어가 이미 입력돼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출력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입력하라
보다 정확하게는 이미 입력된 것, 주로 읽기 용도로 입력된 것을 출력 용도로 재정비하고 재입력하라. 필요하면 새로운 내용도 입력하라. 입력을 한마디로 말하면 ‘출력 준비’다. 입력/출력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영어에 스스로를 노출(exposure)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현지 영어에 가까운 영어가 좋은 영어이므로 영자 신문의 인터뷰난, 연극, 영화나 토크쇼, 시사대담 프로그램 등의 스크립트를 구해 입력하고 유용한 표현은 반복해서 따라 읽고, 암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소리를 내서 낭독하는 것만으로도 청취와 말하기를 동시에 정복할 수 있다.
출력하라
출력 시 많은 학생이 간과하는 부분이 ‘applied reproduction(응용 재생산)’이다. 음식에 비유하면 수동적으로 입력한 정보는 기본적인 재료는 될 수 있어도 완성된 요리는 될 수 없다. 일주일만 지나도 70% 이상을 망각한다. 따라서 입력한 자료는 반드시 본인의 경험 내지는 실제 생활에 적용시켜 말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경험이나 생활에 투영시켜 재생산해야 수동적인 영어 말하기 학습에서 능동적인 영어 말하기 체득(acquisition)의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오늘 공부한 표현은 내일로 미루지 말고 즉시 사용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How are you?”라는 질문에 “Fine.” “So so.”라고만 대답하지 말고, “Not bad.” “Pretty good.” “Cool.” “Powerful.” “Just surviving.” 등 새로운 표현을 매일 시도해 보라는 것이다. 좋은 현지 영어의 입력ㆍ반복ㆍ암기ㆍ출력ㆍ응용ㆍ재생산의 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유창한 영어 말하기 실력을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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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단어와 단문을 사용하라
출력 시 제일 중요한 점이다. 쉬운 단어와 짧은 문장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면 짧은 기간에 유창해질 수 있다. 대화체 영어의 길이는 문어체에 비해 간결하다. 할리우드 영화 대본을 분석하면 문장 구조의 80%가 단문으로 돼 있다. 단어도 초급ㆍ중급 시절엔 일상적인 실용 어휘 500단어를 넘길 필요가 없다.
등위 접속사 구사에 익숙해진 다음 부사절 접속사를 사용하라
접속사도 등위 접속사인 and, but, or, so 정도를 모든 대화에 사용하면 부담이 적다. 충분히 숙달되면 부사절 접속사인 even though, only if, unless 등도 사용하고 긴 문장에 도전하면 된다.
보조어구를 잘 다뤄라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대화체 영어에서는 보조어구가 많이 사용된다. 보조어구는 우선 먼저 말 중간에 끼워넣는 uh, um 등이 있다. 영국 영화 배우 휴 그랜트는 옥스퍼드대학 영문과 출신의 재원이다. 그러나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더듬는 영어’다. 일부러 더듬는 영어를 구사하는데 귀엽게 들린다. 별다른 의미는 없지만 양념처럼 사용하는 ‘well’ ‘I mean’ ‘you know’ ‘you see’ 등도 있다. 상대의 주목을 끌 때 사용하는 ‘listen’ ‘look’ ‘hey’ 등도 유용하게 통용되는 표현이다. 문장을 부드럽게 해주는 보조어구에는 actually, can, generally, kind of, may, perhaps, rather, slightly, usually 등이 있다. 의미의 강조 부사들인 absolutely, definitely, completely는 상대방의 의견에 공감을 나타낸다.
상대편 말을 재활용하라
대화체 영어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반복해 재생산에 사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TOEIC 말하기 시험에 나올 수 있는 “When is the best time of year to visit your country?”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별다른 준비시간 없이 대답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하지 말고 질문을 그대로 활용해 “Well, I think summer is the best time of year to visit my country.” 정도로 답하면 훌륭한 답변으로 인정받는다.
정리하자면 대화체 영어는 간결성ㆍ즉흥성ㆍ반복성이 특징이다. 한번에 길고 완벽한 문장으로 매끈하게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면 서광이 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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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해외연수 후에는 분명히 영어 감각이 좋아져서 온다. 그건 한국어로 생각하는 시간이 적고 어떻게든 영어로 사고하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유창한 영어가 아니라 짧은 영어라도 서로 주고받으면서 하루를 생활하기 때문에 영어식 사고와 말에 익숙해지게 된다.
내 경우는 처음 영어 연수를 갔을 때 랭귀지스쿨 초급반이었다. 일본인ㆍ중국인ㆍ한국인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지내며 이러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연수를 온 지 한 달이 막 지나던 시점이었다.
그래서 ‘잠수를 탔다’. 하루 종일 집에서만 뒹굴면서 한 달 동안을 ‘Grammar in Use’라는 문법책을 하루에 7시간 이상씩 파고들었다. 한 10번 이상은 본 것 같다. TV는 보지 않고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이라는 영화를 6∼7시간 이상 보고 또 보고 따라 읽기도 하고 받아쓰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니 그 영화는 배우와 거의 동시에 더빙하듯이 대사를 따라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다시 한 달 후 IELTS 라는 영어시험을 보았는데 점수가 6.5 나왔다(참고로 대학입학 기준은 5.5∼6.0이다). 외국까지 나갔는데 꼭 방구석에서 그렇게 공부를 해야 했을까? 차라리 한국에서 이렇게 공부할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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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영어로만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면 영어 실력이 좋아질 수 있는 것일까? 당연히 답은 ‘Yes’다. 영어로만 생각하고 생활하는 게 한국에서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일단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정한다. 예를 들면 매일 밤 10∼12시에는 혼자 방 안에 들어가 방문을 잠그고 휴대전화를 끄고 세상과 단절한다. 영어권 영화를 한 편 선택해 계속 반복해서 본다. 처음에는 내용에 집중하게 되지만 서너 번 본 뒤에는 조금씩 영어 표현들이 들리게 된다.
예를 들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를 본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처음에는 “~~ appointment~~emily”가 들리다가 며칠을 계속 반복해서 듣다 보면 말의 속도도 조금씩 느려지게 느껴지면서 “Hi. Uh, I have an appointment with Emily Charlton?”이라고 전체 문장이 들리게 된다. 조금씩 귀가 뚫린다. 처음 “Great. Human Resources certainly ~ an ~ ~~ humor.”라고 들리던 게 계속 들어서 익숙해지면 “Great. Human Resources certainly has an odd sense of humor.”로 분명하게 들린다. 한 영화에 빠져서 매일 2시간씩 보내다 보면 그 상황에 자신이 이입되고 표현들을 실감나게 익히게 된다. “아~ 따라오라고 할 때에는 ‘Follow me’라고 하는구나!” 이렇게 말이다.
영화를 통해 영어로 진행되는 언어생활의 내용ㆍ상황ㆍ반응ㆍ문화ㆍ가치관 등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게 된다. 영어 듣기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영어 감각까지 좋아지기 때문에 영어 말하기에서도 자신 있게 영어로 반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대사를 따라 하다 보면 연음에도 익숙해지고 영어 표현들도 귀와 눈ㆍ몸으로 익히게 된다. 처음에는 제3자로서 영화 안으로 들어가지만, 몰입하다 보면 이내 학습자가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영어에 많이 노출되는 게 영어학습에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영어권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권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들어가는 방법밖에는 없다. 영어 듣기 공부뿐만이 아니라 말하기에서도 영화 한 편을 완전정복하는 방법만 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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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 잘하면 만사형통일 것이라는 기대에 전국민이 영어 공부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이런 우리나라에서 영어 글쓰기를 자신 있게 하는 이들은 영어 말하기를 잘하는 이들보다도 희귀하다. 영어 말하기는 실력이 모자라도 자신감 있게 거침없이 말을 내뱉으면 실제보다 잘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반면 영어로 글쓰기에서는 없는 실력을 과대포장할 수 없다. 영어 글쓰기는 진짜로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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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영어 글쓰기를 잘할 수 있을까? 영어 글쓰기 학습법 전체를 거론하자면 5박6일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현재의 영어 실력에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는 쉽고 효과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영어로 글을 쓸 때 명심해야 할 습관을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① 아우트라인(outline)을 먼저 만들자
자유연상 기법은 창의성을 키우는 데는 효과적이다. 그러나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시간에 쫓기며 영어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소모적인 작업이다. 글의 목적과 대상에 따라 간결하게나마 아우트라인을 작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우트라인에는 글의 서론ㆍ본론·결론에 따라 전달할 내용을 정렬하면 된다. 그렇다고 머릿속으로 이미 다 구상해 놓았다고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영어로 글을 쓰다 보면 문법 확인하고 사전 찾아보다가 글의 본 목적을 잊어버리기 쉽다. 아우트라인 활용은 신속하게 글을 완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② 목적에 맞는 글의 양식을 활용하자
미국인들은 옷차림의 경우 TPO(time, place, occasion) 즉 시간, 장소, 목적을 매우 중요시한다. 평상시에는 편안한 청바지 차림을 하고 다니지만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을 관람할 때에는 정장을 입는다. 글도 그 목적과 독자의 특성에 따라 활용하는 양식과 문체가 다르다. 가장 흔히 쓰는 e-메일은 간결하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 반면 편지의 경우 제일 위에는 수신자의 이름과 주소, 그리고 편지를 쓴 날짜가 있다. 그리고 문서 서식도 상대적으로 더 까다롭다. TPO에 알맞은 문서 양식을 제대로 활용하는 건 서양 문화권의 예의범절을 지키는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살면서 존댓말을 배우고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서점에서 판매하는 영어 문서 양식 서적을 한 권 정도 구비하는 게 좋은 글쓰기의 필수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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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초안은 거침없이 그리고 수정 작업은 꼼꼼히 하자
영어 글쓰기에서 문장 하나하나가 만족스러운 수준이 될 때까지 다듬다 보면, 한 시간이 지나도록 10문장도 못 쓰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속도감 있는 영어 글쓰기를 원한다면 아우트라인에 따라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해 보자. 이때 영어로 모르는 표현들은 국문으로 그냥 두어도 무방하다. 중요한 것은 글의 전반적인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초안이 작성되고 나면 한영사전을 꺼내들고 모르던 단어들을 삽입해 넣는다. 그리고 문법 확인 작업은 그 뒤에 한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글을 만들고 다듬어 나간다면 마감시간에 임박해서 “아직 반밖에 쓰지 못했어요”라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놔야 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다.
④ 초보일수록 무조건 따라 하자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영어 글쓰기 실력을 꾸준히 향상시키는 데에는 무조건 따라 하는 것만큼 유용한 방법이 없다. 한 예로 나는 미국 거주 시절, 한 학생이 편지의 끝에 “Sincerely” 대신 “With love and respect”를 쓰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들에게는 요즘도 이 표현을 쓴다. 또 다른 예로, 외국인 고객과 e-메일을 주고받는다고 가정하자. 그의 e-메일에는 인사말ㆍ맺음말 등 분명 ‘재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표현들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그 문장을 적어둔 후 틈나는 대로 ‘도용’하면 된다. 이는 이미 완성된 인테리어 장식이 다 구비된 집에 들어가 사는 것만큼이나 편리하다.
⑤ 유의어 사전을 가까이하자
고등학생 이상의 미국인이라면 영어사전은 없어도 누구나 유의어 사전(Thesaurus) 한 권씩은 가지고 있다. 유의어 사전 활용이야말로 큰 노력 없이 영어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영어 글쓰기에서는 같은 단어나 표현을 가급적 반복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같은 말을 다양하게 구사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는 유의어 활용이 적격이다. 예를 들자면, 흔히 쓰는 ‘happy”(기쁘다, 행복하다)’라는 단어의 유의어로는 ‘glad, thrilled, ecstatic’ 등이 있다. 그런데 유의어 사전을 활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denotation(단어의 뜻)과 connotation(단어의 함축적 의미)의 차이를 아는 것이다. 한 예로, ‘happy’는 일반적으로 가장 흔히 쓰이는 가장 평이한 표현이다. 반면 ‘glad’는 이보다 다소 편안한(informal)한 상황, 즉 친구끼리 사용하지만 고객사에 보내는 편지 등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또 ‘thrilled’나 ‘ecstatic’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는 적격이지만 첫 만남의 기쁨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면 다소 과장되고 진솔(sincere)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⑥ 중학교 2학년 문법을 활용하자
중학교 2학년에서는 주어와 동사의 일치, 단수와 복수, 그리고 단어의 철자를 공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한 문법 원칙을 이후에도 많이 배웠지만 영어로 학술논문을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중학교 2학년 문법 실력으로도 충분하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주어와 동사의 일치 등이야말로 한국인들이 영어로 글쓰기를 할 때 가장 많이 틀리는 사항이다. 중학교 2학년 문법만 적절히 활용해도 좋은 영어 글쓰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법왕’ 한국인들, 말하기는 ‘버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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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그렇게 안 배웠는데….”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언론대학원에서 연수 중인 기자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인근 지역사회대학(community college)에서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과정을 수강했다. 그러나 수업 도중 한국에서 배운 것과는 다른 내용을 종종 접하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때마다 담당 교사인 르네 카푸토는 “많은 한국 학생이 비슷한 얘기를 한다. 하지만 이게 대다수 미국 사람이 말하고 쓰는 방식이니 그대로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라고 조언해주곤 했다.
기자는 이른바 ‘성문종합영어’ 세대다. 대부분의 30~40대와 마찬가지로 학창시절, ‘성문~’로 시작되는 참고서 시리즈를 들이파는 게 영어공부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어학 연수나 유학 경험이 없는 `토종` 한국인들에게 성문으로 다져진 문법은 영어의 기초체력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와서 공부해보니 그 기초체력이 ‘약’인 동시에 ‘독’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세계 각국 학생이 모인 ESL 수업시간에 ‘문법왕’의 자리는 당연히 한국인들의 차지다. 문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영어 문장을 완성하는 문제를 풀거나 독해를 할 때는 펄펄 난다. 반면 그 문법적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바람에 말하기에선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슨 말을 하려면 머릿속에서 ‘자, 주어 먼저 놓고 동사 갖다 붙이고… 참 시제는 뭘로 해야 되나’하고 이리저리 따져보느라 입으론 버벅거리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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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적 기초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전반적인 영어 실력을 키워나가는 데 필수조건이다. 다만 문법에 발목이 잡혀 다른 영역에서의 진도가 안 나가는 걸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인들이 매일 쓰는 구어체 영어엔 한국에서 배운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수두룩하다. 이런 건 토를 달지 말고 그냥 외워서 익히는 수밖에 없다. “Got any plans for tonight?(오늘 밤 무슨 계획 있어?)”하고 묻는데 “어, 이게 원래는 ‘Do you have any plans?’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언어란 고정된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습관이 모이고 쌓여서 끊임없이 변화해 가는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기자를 포함한 한국인들이 신주단지처럼 붙들고 있는 문법적 지식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 한국에선 ‘A=B’라고 단순 무식하게 배웠는데 알고 보니 때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하는 예외가 달린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례로 ‘coffee는 한 개, 두 개 식으로 셀 수 없으니 반드시 한 잔의 커피(a cup of coffee)라고 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미국에서 그렇게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저 “커피 주세요(Coffee please.)”나 “나 커피 마시고 싶어(I’d like some coffee.)”라고 한다. 혹은 “누구 커피 마실 사람 있어?(Who wants a coffee?)”처럼 부정관사(a)를 붙이기까지 한다. 그러니 쫀쫀하게 문법 따지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쓰는지를 살펴 부단히 배우고 익힐 수밖에.
문법책만, 그것도 불완전한 내용의 교재를 들이파는 한국식 영어공부 방법엔 절대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식으론 백날 공부해도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하기 힘들다. 한국 사람들이 듣는 ‘문법과 독해에 강하다’는 칭찬은 뒤집으면 ‘말하기와 쓰기는 안 된다’는 소리다. 실제로 기자가 다닌 커뮤니티 칼리지의 교사를 포함해 이 지역 학교의 ESL 교사들 의견도 그랬다.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한국 학생들은 영어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데 한계가 많다는 것이다. <표 참조>
그럼 어떻게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연습이 최고”란 말이 정답일 것이다. 말하기 능력을 키우자면 가능한한 자주 원어민과 접촉하며 스스로 공부한 표현을 실제로 써봐야 한다. 원어민을 자주 접촉할 기회가 없는 한국에서라면? 영어로 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자주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ESL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현실에 가까운 상황 설정, 등장 인물마다 각기 다른 음성과 악센트, 최신의 구어체 영어 표현들을 접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교재가 없다는 것이다. 기자와 ESL 수업을 함께 들었던 19세 스웨덴 소녀 에마 피어슨의 경우를 봐도 이 말이 맞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양과 질에서 스웨덴 공교육의 영어수업 방식이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점을 인정한다 쳐도 원어민과 별 다름없는 그녀의 영어 구사 능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비결을 묻자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미국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며 미국식 영어 표현과 악센트, 리듬을 익혔다”고 했다.
영어 작문을 잘하기 위해선 많이 써보는 게 최고라고 ESL 교사들은 말했다. 특히 매일 짧게라도 일기를 쓸 것을 권했다. 일기 속에서 자신이 새롭게 배운 영어 표현이나 문법 지식을 활용해 보라는 것이다. 영어로 일기를 쓰다 보면 머릿속에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게 아니라, 영어로 생각하고 또 영어로 생각한 것이 바로 글과 말로 튀어나오는 훈련이 저절로 된다고 했다. 또 일기를 쓸 땐 문법적으로 틀릴까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뒤 두 번, 세 번 퇴고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바로잡아 나가는 게 바람직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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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영어짱’으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에 유학시킨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을 고려할 때 모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영어 유치원과 일류 어학원을 골라 보낸다?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비싼 수업료 때문에 쉽게 엄두를 못 내는 집이 많다. 게다가 유명 학원에 집어넣는다고 해서 아이의 영어 실력이 자동으로 쑥쑥 좋아지는 게 아니라는 건 이미 많은 부모가 체득하고 있는 일일 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간 언론에 소개됐던 많은 토종 영어짱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몇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첫째는 아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익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됐던 문경 여중생 최정연양의 경우 휴일과 명절조차 쉬지 않고 몇 년째 하루에 몇 시간씩 정해진 양의 영어 공부를 꼬박꼬박 했다고 한다. 언어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다. 누가 더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재미를 느끼며 할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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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조건은 부모의, 특히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엄마의 아낌없는 도움이다. 공부를 하는 건 아이 자신이지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건 부모의 몫이다. 영어 잘하는 아이들의 뒤엔 하나같이 잠자리에서 영어책을 읽어주고, 영어 비디오를 함께 보는 등 적극적으로 ‘영어 공부 도우미’ 역할을 맡아준 엄마들이 있었다. 언어는 다른 공부와 달리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부딪치며 연습하는 게 필수적이다. 1년에 며칠 영어마을에 다녀오고, 하루에 1~2시간씩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아이가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마냥 편하게 느끼도록 하자면 가정을 영어 마을처럼 ‘영어 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침에 눈 떠서 저녁에 눈 감을 때까지 아이가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영어와 놀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 우선 하루 한마디씩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을 걸어보는 게 좋은 출발점이 될 듯하다. “영어는 학원에 갔을 때 하면 되는 것” “영어는 외국 사람들만 쓰는 말”이라는 아이의 고정관념을 깨줄 필요가 있다. 굳이 어려운 말이 아니어도 좋다. “잘 잤니?(Good morning)” “학교 잘 다녀와(Have a good day)” 같은 쉬운 인사말부터 시작해 보자. 처음엔 피차 쑥스럽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 입에서도 “Good morning”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루 한 문장씩 새로운 영어 표현을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법을 문법책으로 공부할 수도 있지만, 생활 속 영어 표현을 통해 익히면 아이가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예컨대 “세상 참 좁네(What a small world)!”란 문장을 외우는 게 ‘What으로 시작하는 감탄문을 만들려면 What+부정관사+형용사+명사 순서로 한다’는 문법 규칙을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보다 훨씬 기억하기 수월하다는 얘기다. 매일 외워야 될 영어 표현은 책, 신문, 방송 교재 등 곳곳에 널렸다. 아이 수준에 맞을 만한 적당한 재료를 골라보라.
잘 외워지지 않는 표현은 메모지에 적어 집안의 이곳저곳에 붙여놔 보자. 냉장고 문, 화장실 벽, 식탁 위 등 아이의 눈길이 자주 닿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 눈에 띌 때마다 큰 소리로 읽어보도록 하자. 눈으로, 귀로, 입으로…가능한 모든 감각을 동원하는 것이 기억에 오래 남도록 하는 요령이다.
아이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선 엄마가 영어를 엄청나게 잘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부담감은 전혀 가질 필요가 없다. 말 그대로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함께 공부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된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놀이하듯 공부한다는 것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학원에 보내고 원어민 과외를 시키는 등 전문가의 도움을 얻을 형편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단 그런 경우에도 가정에서 엄마ㆍ아빠와 함께 하는 생활 속 영어 공부를 병행한다면 학습 효과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공짜 영어 선생님’ EBS의 영어교육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검증된 영어 강사들이 알짜 표현만 쏙쏙 집어 가르쳐 주는 이들 프로그램만 꾸준히 보고 들어도 영어 실력이 쑥쑥 늘 것이다. 매일 시간을 정해 아이와 함께 EBS를 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방송에서 한 번 보고 미처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표현이 있다면 인터넷으로 ‘다시 보기’를 하면서 복습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영어 듣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선 원어민이 말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듣는 게 필요하다. TV 프로그램이나 영화가 좋다. 어차피 집에서 TV를 없앨 수 없다면 가능한한 영어 방송을 많이 보도록 유도하자는 얘기다.
이상은 실제로 기자가 중학생 딸과 함께 지난 몇 년간 가정에서 직접 실천해 본 영어 공부 방법들이기도 하다. 영어학원이라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몇 달 다니다 재미없다며 때려치운 게 전부인, 영어 공부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망다니곤 했던 아이는 이 방법들을 통해 영어에 차츰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됐다. ‘공부가 아니라 놀이처럼’‘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아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엄마도 함께’라는 원칙을 지켰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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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영문 잡지를 폼 나게 들고 다녔다. 영어 독해력만큼은 참 뛰어났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영어 영역을 정복했다. 요즘에는 듣기ㆍ말하기 실력은 향상됐으나 독해력은 오히려 퇴보한 감이 없지 않다.
정보를 처리하려면 읽고 듣는 이해력(receptive skill)이 쓰고 말하는 표현력(productive skill) 못지않게 필요하다. 이해력 증진에는 신문ㆍ잡지만 한 것이 없다. 무료ㆍ유료, 온라인ㆍ오프라인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입체적 학습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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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공짜 정보를 노려라
AP통신, CNN 등의 웹사이트에 가면 공짜가 많다. “공짜는 없다”는 말이 무색하다. 읽을거리는 물론이고 동영상이 제공된다.
② 우선 인기 기사를 공략하자
재미를 따라가자. 각 웹사이트에는 가장 인기 있는 기사를 모은 표가 있다. 예컨대 포브스는 “Most Popular Stories”, 뉴스위크는 ‘This Week’s Most-Popular Archive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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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직접 번역·받아쓰기를 해보자
기사를 선정해 손수 번역한다. 국문 답을 찾아 대조해 본다. 동영상 기사를 선정하고 받아쓰기를 해본다. CD 플레이어나 마우스가 망가지도록 듣는다. 스크립트가 완성되면 원문과 대조한다.
④ 내가 만든 단어장이 주는 큰 기쁨을 만끽하자
카드 앞면에는 단어, 뒷면에는 뜻과 용례를 적는다. 카드를 넘겨가며 뜻을 새긴다. 아리송하면 뒷면을 본다. 단순한 이 방법이 효과는 100%다. 학습량이 늘어감에 따라 실력이 부쩍부쩍 느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⑤ 스타일 가이드(Style Guide)를 활용하자
뉴욕 타임스 등은 기사 작성 및 편집 기준을 스타일 가이드에 집약해 놓았다. 일반 사전에는 없는 생생한 내용이 담겨 있다.
⑥ 기자들의 기사작성법을 훔쳐보자
기사작성법에 대한 이해로 독해력을 키우는 역발상 방법도 시도해 보자. “How to Write Articles for Newspapers and Magazines(2002)”나 “Guide to News Writing(2000)”에 기사작성법이 잘 요약돼 있다.
⑦ 읽기·듣기와 쓰기·듣기를 연계하자
읽기ㆍ듣기와 말하기ㆍ쓰기는 불이(不二)다. 내가 읽는 만큼 쓰고, 듣는 만큼 말하는 것을 영어 학습의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
⑧ 필요하면 관련 상품을 구매하자
공짜도 좋지만 학습에 필요한 상품 구매엔 돈을 아끼지 말자. 뭔가를 구매하면 그만큼 학습은 도움을 받게 된다. 영어신문이나 잡지 하나는 꼭 보고, 필요하면 학원에도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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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사전으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영어는 영어로 배우는 게 좋다. 영영사전은 또 방대한 코퍼스(corpus), 즉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는 텍스트·예문 등의 집합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실제 언어생활을 반영한다는 게 강점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영국이나 미국에서 나온 학습용 영영사전(learner’s dictionary)들이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의 연구 성과가 집약돼 있는 보고(寶庫)라는 점이다. ESL이란 모국어가 아니라 외국어로 배우는 영어를 말한다. 또한 ESL은 영어를 효율적으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술분야를 지칭하기도 한다. 학습용 영영사전에는 최신 ESL 연구 결과가 반영되기 때문에 추세에 맞는 영어 학습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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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어학습사전의 두드러진 특징은 어휘력 정의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사전 편찬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변화를 말함일까? 예전에 한 사람의 어휘력은 그 사람이 개별 단어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에 따라 판단됐다. 단어를 2만 개 외우고 있느냐, 3만 개 외우고 있느냐에 따라 특정 학습자의 어휘력이 결정됐다. 그러나 근래에는 어휘력 개념이 확장됐다. 개개의 단어 외에도 두 개 이상의 단어가 모인 덩어리(chunk)가 특정의 혹은 독특한 의미나 쓰임을 갖는 경우까지 포괄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Do와 business, with는 각각 ‘하다’와 ‘비즈니스’‘…와 함께’를 의미하는 단어다.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do business with’가 되면 ‘…와 사업을 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세 단어의 의미를 연결하면 전체 의미가 나온다. 얼핏 보면 새로운 독립적 의미가 생성된 게 아닌 것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do를 have로 바꿔 ‘have business with’라고 해놓고 ‘do business with’와 비교해 보자. 이러한 덩어리가 왜 독립적인 어휘로 취급되어야 하는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do business with’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개별 단어의 의미만으로 ‘have business with’의 뜻을 유추해 보면 역시 ‘…와 사업을 하다’라는 의미밖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have business with’는 ‘…와 할 말(용무)이 있다’는 전혀 다른 뜻을 갖는다. 그러므로 진정한 어휘력은 ‘do business with’와 ‘have business with’를 개별적인 의미단위로 파악해 구분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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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어휘력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위 연어(collocation)에 대한 지식도 어휘력의 구성요소로 매우 중요하다. 연어란 서로 어울리는 단어 그룹을 뜻하는 것이다. 예컨대 ‘진한 커피’를 영어로 ‘strong coffee’라고는 하지만 ‘powerful coffee’라고는 하지 않는다. 우리말에도 물론 연어관계가 있다. ‘진한 커피’는 자연스러우나 ‘강력한 커피’는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독특한 구어체 문장도 이제는 어휘력의 범주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You can say that again.”이라는 입말 표현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당신은 그 말을 다시 할 수 있습니다”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이 말은 상대방의 말에 동의를 표하는 표현이다. “내 말이 그 말이야(You took the words right out of my mouth.)”와 같은 뜻인 것이다.
변형생성문법으로 유명한 현대언어학의 대가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도 ‘Lexicon-is-prime(어휘가 가장 중요하다)’식의 접근법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어 학습에 있어 어휘력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단어의 덩어리(multi-word lexical unit), 연어, 구어체 문장표현 및 예문이 가장 풍부하고 체계적으로 들어 있는 게 바로 영국과 미국의 학습용 사전들이다. 물론 우리나라 사전들도 이러한 부분을 숙어(idiom)나 관용구라는 이름으로 다루고 있지만 아직은 양이나 질에 있어 현대의 영영학습사전들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마지막으로 사용빈도가 높은 주요 단어(1500~2000개)의 숙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기본 어휘들은 독립적으로 혹은 다양한 다른 단어들과 결합하는 형식으로 일상적 의사소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핵심 어휘들을 익혀 막힘 없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의사소통 능력 향상의 선결과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핵심 어휘들을 학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독을 통한 습득도 좋지만 좋은 학습용 영영사전에서 해당 사례를 찾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서 익히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각각의 사전이 완벽한 것은 아니므로 두 권 이상을 구입해 비교해 가면서 읽는다면 더욱 좋다. 여기에 소개한 좋은 영영사전들을 골라 핵심 어휘를 집중적으로 학습해 보자. 그 쏠쏠한 재미는 해본 사람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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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연말이었다. 어떤 여가수가 당시 대부분의 방송사에서 상을 독점한 동료 여가수를 제치고 모 방송사의 최고가수상을 받은 게 화제가 됐다. 선정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지만, 언어능력평가 설계사로 활동하는 나는 다른 식으로 해석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당시 어떤 심사기준이 적용됐는지 해당 방송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흥미롭게도 선정기준은 오래전부터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그 방송사의 선정기준은 여느 방송사와는 달랐다. 방송사마다 기준이 다르다면 서로 다른 가수가 최고가수상을 받을 여지가 있다. 사전에 견실하게 약속이 됐다면, 상 받는 사람이 다른 게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 기준의 문제를 내가 일하는 현장에 적용해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영어시험에서는 어떤가? 상 줄 사람, 상 받을 사람이 바뀔 여지를 시험은 제공하고 있는가?
영어시험의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최근 토플과 토익의 사용이 언론ㆍ학교ㆍ기업에 의해 견제되면서 인지도가 낮았던 각종 영어시험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영어시험의 목적이 꼭 선발과 배치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영어시험들은 아직까지도 수험자들을 웃고 울린다. 수험자들은 곤혹스럽다. 준비하던 시험이 입시전형에서 퇴출당하기도 하고, 기껏 성적을 잘 받아둔 성적의 유의미성이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험자는 다른 시험, 다른 기준으로, 이곳이 아니면 다른 곳에서 주목을 받기도 하고 좋은 점수도 받아야 하는데 영어능력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듯이 영어시험도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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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어시험들은 서로 다르다. 또 달라야 한다. 특수목적형 시험이 있고 일반능숙도 시험이 있다. 글에 관한 시험이 있다면 말에 대해 비중을 두는 시험이 있다. 오류회피자를 뽑기도 하고 의사소통자를 뽑기도 한다. 말하기 능력을 평가할 때도 인터뷰식 대화능력을 평가하기도 하고, 독백형으로 스토리텔링 발표 능력을 평가할 때도 있다. 평가방식에 따라 면대면 직접 면담, 화상면접, 짝토론, 집단별 과업해결형 평가도 있다. 영어시험의 다변화 시대는 수험자에게는 곤혹스러울지 몰라도 적절한 혹은 우수한 인재를 뽑아 배치하고, 입학과 졸업의 사정에 반영하고, 진단과 성취정보를 구해야 하는 평가자에게는 환영을 받고 있다.
앞으로 보다 다양한 영어능력을 분화시켜 평가하게 된다면 단 하나의 지배적인 시험, 특성 없는 일반능숙도 시험, 지필시험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수험자 입장에선 혹시 영어시험 시대를 맞아 준비할 게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물론 수험자들이 모든 영어시험을 봐야 하는 짐을 져서는 안 될 것이다. 수험자는 자신의 필요와 학습경로에 맞는 영어시험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평가자만큼이나 수험자에게도 여러 영어시험이 등장한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영어시험이 이쪽저쪽에서 모두 환영받기 전에 반드시 만들어져야 할 평가문화가 있다. 시험의 내용이 엄밀하게 약속되어야 한다. 시험은 약속이다. 수험자와 평가자 간에 사전에 약속이 되고 문서로 옮겨져야 한다. 영어시험 시행기관은 시험의 개발과정, 평가내용, 시행관리, 시험준비 등에 대해 구체적인 시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시험이라면 시험 사용자 측에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시험은 시뮬레이션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성 때문에 어떤 시험이든 완벽할 수 없다. 그래도 시험은 수집된 시험 정보를 이용해 수험자의 영어능력이나 수학능력에 관해 추론해야 한다. 수험자 측에 어떤 목적에서 어떤 영어능력의 단면을 평가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 정보도 없이 시험을 치르게 한다면 그 시험 결과는 타당할 수 없는 것이다.
가끔 국내시험 웹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평가기관이 생색내듯이 아주 간략하게 영어시험 내용을 설명한 경우가 있다. 마치 시험 정보를 많이 주면 시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믿는 듯하다. 이런 시험은 수험자들이 아예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행운밖에 의지할 게 없는 수험자를 제외하고는 이런 시험은 그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약속이 부실할수록 시험은 공정하게 치러질 가능성이 낮고 평가결과가 타당하게 해석될 여지는 낮아진다.
대부분 수험자의 실제 영어능숙도와 영어시험 결과의 상관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을 때가 많다. 오히려 평가방법이나 내용 선호도 혹은 정서적 친밀감이 실제 성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변수가 된다. 다시 말해 영어를 곧잘 하는 수험자라도 평가의 내용에 대한 반복적인 숙지, 친밀한 느낌 없이 영어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기는 쉽지 않다. 이는 외국어평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수험자는 반드시 평가기관이 약속하고 있는 평가의 내용과 배경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평가자의 의도를 읽어야 한다. 평가기관의 수준과 역사도 영어평가 전문가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영어와 평가에 대한 인식은 기관마다 다르다. 형편도 다르고 철학도 다르다. 이걸 모르고 그저 학습시간만 늘리는 건 영리한 방법이 아니다.
모든 영어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영어능숙도를 향상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수험자들이 꾸준히 시간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중ㆍ단기간에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수험자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시험, 그리고 가장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시험을 전략적으로 먼저 찾아보는 탐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품성이든, 언어적 능력이든, 자신의 장점이 반영될 수 있는 영어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학습자로서 건강한 정체성도 갖게 된다.
수험자의 권리도 중요하다. 부적절한 시험 정보에 대한 수험자 권리 캠페인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수험자의 의무 준수다. 국제언어평가학회의 언어평가 실행규범은 평가자가 준수해야 할 윤리적 책임뿐 아니라 수험자가 감당해야 할 책임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수험자는 시험목적, 시행방법, 내용, 결과처리에 대한 선행 이해의 책임을 가지고 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수험자들은 의외로 자신들의 권리뿐 아니라 의무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 수험자가 자신의 권리와 의무에 충실하지 않다면 시험의 결과는 실력과 노력이 아니라 행운에 의해 결정될 여지가 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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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으로는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학점이 잘 나오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영어 시험 결과가 좋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학점이나 시험 위주의 공부가 통한다. 학점이나 시험 위주로 공부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많은 수험자가 자신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험의 특성에 대해 무심한 것도 사실이다.
시험은 일정한 틀 속에서 이뤄진다. 수험자는 그 틀을 파악하고 그 틀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 시험을 자신에게 맞추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내게 꼭 맞는 시험은 세상에 없다. 시험은 나 혼자 보는 게 아니라 수만, 수백만 명이 함께 동일한 조건에서 보는 것이다.
어떤 시험의 문형ㆍ문항ㆍ시간ㆍ채점과정ㆍ점수형식ㆍ점수통보에 대한 정보는 해당 시험의 웹사이트나 시험안내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시험 정보 중에서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험이 무엇을, 어떻게 측정하는가다. 이에 맞춰 시험에 대비해야 한다. 예컨대 TOEIC이나 TOEFL에서는 실제 언어생활과 달리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나 전문용어, 구어체적인 표현 등은 잘 나오지 않는다. 연음도 심하지 않고 또박또박 읽어주는 편이다. TOEIC·TOEFL은 비즈니스나 학계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내용을 측정하는 것이 목표인 시험이기 때문이다.
시험을 잘 보려면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험 진행에 대한 무지 때문에 당황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의외로 시험에서 사용되는 필기구의 종류, 시험 시작 시간, 신분증의 종류, 시험장 위치 등에 대해 잘 몰라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 시험을 보거나 시험을 아예 못 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실제 시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모의고사를 치러보는 것은 물론이고 시험 전날 시험장을 사전 답사해볼 정도의 치밀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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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자들이 사전에 파악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채점자(rater 혹은 scorer)들이 채점할 때 무엇을 중시하며 어떤 대목에서 짜증을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요즘 영어학습자들 입장에서 최대의 난제가 각종 영어 말하기 시험이라는 점을 고려해 말하기 시험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시험 채점자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았다.
채점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
각종 영어 말하기 시험이 도입됐다. 시험마다 평가 기준과 목표는 다르지만 다음과 같은 공통분모를 추출할 수 있다.
영어 외적인(?) 능력을 본다 = 영어 말하기 시험은 총체적인 언어 구사 능력을 본다.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능력, 말을 논리적으로 조리있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본다. 어느 정도 창의성도 있어야 한다. 추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당황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국어를 잘해야 영어를 잘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시대가 왔다. 평소 독서와 사색을 통해 사고력을 계발해야 최고 수준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문법의 화려한 부활 = 이제 문법 공부가 천시되던 시절은 갔다. 문법ㆍ어법에 맞는 영어 구사력은 영어 말하기 시험의 공통적인 평가사항이다. 문법에 맞게 영어를 말해야 한다. 연습(drill)을 많이 하고 어느 정도 문법지식을 갖추는 것이 좋다.
발음을 최대한 원어민에 가깝게 고쳐야 한다 = 발음과 억양이 원어민과 달라도 크게 감점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원어민 채점자가 수험자의 말을 편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지(Intelligibility)는 주요 평가항목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발음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채점자가 미국에 있는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유창해야 한다 = 유창성(fluency)도 주요 평가항목이다. 문제는 다양한 문형과 시제를 사용해야 고득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멈칫거리기 쉽다. 이 문제 또한 다양한 훈련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단어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 어휘의 다양성도 평가항목이다. 읽기 중심 학습시대와 달리, 단어를 인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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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말하기 시험 등급 안내
TOEIC Speaking
http://exam.ybmsisa.com/toeicswt/images/brochure.pdf
OPIC
http://www.actfl.org/files/public/Guidelinesspeak.pdf
TOP (Test of Oral Proficiency in English)
http://www.teps.or.kr/html/top/top_info_3.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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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영어에 접근하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영어는 글이기 이전에 말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듣고 말할 수 있지만, 인간이라고 누구나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이 두 능력에 대해 혼동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수영장에서 수영 배우기를 예로 들어보겠다. 사람들이 어느 날 수영을 배우러 수영장에 갔다. 강사는 수영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수영에 관한 박사학위까지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모두들 수영을 배울 기대에 부풀어 있다. 강사는 사람들을 물가에 앉혀놓고 앞으로 6개월 동안 어떻게 수영을 가르칠 것인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수영의 종류, 수영하는 방법과 몸이 물에 뜨는 원리, 수영장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이상하게도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물에 들어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 수영하는 방법과 원리에 대해서만 시간을 넘겨 설명할 뿐 물속에 들여보낼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지루한 수영학(學) 강의는 계속된다. 무려 6개월 동안이나. 마지막 달에는 심지어 운동생리학은 물론 물과 몸의 마찰 및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물리학적인 원리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수강생들은 도대체 수영을 배우러 온 것인지, 수영학을 배우러 온 것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자, 이렇게 6개월을 보낸 강습생들은 과연 수영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우리가 영어를 가르치고 공부하는 방식이다. 비록 수많은 영어 단어와 문법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영어를 듣고 말해본 경험은 거의 없다. 수영을 배우러 가서 물속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것이다. 문법을 외우고 단어를 외우고 문제를 풀고 영어의 구조를 이해하는 모든 행위는 수영학이나 수영의 원리를 배우는 것과 같다. 그래놓고서 수영 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이다.
영어를 말하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은 몸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다. 스키를 타고 싶으면 직접 눈 덮인 설원을 내려와 보아야 한다. 스키 강사가 아니라면 스키를 타는 법칙이나 원리는 중요하지 않다.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영어의 구조나 문법은 중요하지 않다. 영어라는 언어는 몸으로 부딪쳐서 듣고 말해 보아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피아노를 배우듯이, 줄넘기를 배우듯이, 운전을 배우듯이.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한문을 읽고 쓸 수 있었지만 중국어를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중국어는 중인인 역관(譯官)이나 중국을 왕래하며 중국어를 사용한 상인들이 더 잘했다.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영어나 수영은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한번 몸으로 체득하면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러면 영어를 배우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자전거를 배우는 데 일주일 정도면 충분하고, 운전을 배우는 데 일 년이면 되겠지만 영어는 도대체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1만1680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제는 영어를 제대로 능숙하게 하기를 원할 때 필요한 시간이다. 이 정도 시간은 대개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울 때 필요한 시간이다. 물론 순수하게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면서 배운 시간이다. 이 시간은 4년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8시간 동안 영어를 듣고 말했을 때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하루 4시간이면 8년, 하루 2시간이면 16년, 하루 1시간이면 족히 32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엄청난 시간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중ㆍ고교 시절 약 500시간의 영어교육을 받았다. 물론 영어 수업시간에 영어라는 말은 없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지난 한 달 동안 영어를 단 1시간이라도 사용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지난 일 년 동안은 어땠는지 묻고 싶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영어 환경이다. 우리는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아도 쓸 이유가 별로 없다. 영어를 사용하고 배우고자 한다면 인터넷이나 다른 공간을 통해 얼마든지 읽고 들을 수 있지만,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 이것이 필리핀ㆍ싱가포르·스웨덴ㆍ노르웨이ㆍ스위스ㆍ덴마크 같은 국가보다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다. 특별한 노하우나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삶의 곳곳에서 영어에 노출되고 영어를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우리보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TOEFL이나 TOEIC과 같은 영어 시험에 집착하지 말고 제대로 영어를 배워보기 바란다. 하루에 단 1시간이라도 영어를 귀로 들어보고 입으로 말해보기 바란다. 그렇게 적어도 1년은 지속해보기 바란다. 그래 봐야 겨우 365시간이겠지만 최소한 그 정도는 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뒤에야 영어가 왜 안 되는지, 영어가 왜 어려운지에 대해 논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드립니다.. 생활에서 하루에 한마디~~정말 쉽게 들리지만 절대 실행안되는 ..한 문장이라 넘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 반성중!!)..배운걸 토대로 많이 말해 보면서 부딪혀 보는 경험들이 중요할 것 같아요..근데 누구랑 말하징 ㅎㅎ ..
처음엔 하루에 단 5분이라도 꾸준히 하는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오늘 부터 시작해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