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이 되어서 문화제를 처음 참가하게 되었다. 어릴 때 소풍을 기다리듯이 설레는 마음과 기대가 있었고, 어느 행사든지 개인적으로 이동하여 단체 관광 버스는 처음이였다. 버스에서 각자 소개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흥겹게 보냈다.
진주난봉가를 직접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나날이 변화하는 연기력에 내심 안도하게 되었고 시간이 더 지나면서 어떤 무대가 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진주난봉가는 울도 담도 없는 집에서 시집살이 3년 만에 ~ 고된 시집살이에 낭군마저 배신, 죽음으로 저항하는 며느리 뒤 늦게 후회하는 낭군 스토리는 간단하다. 이 짧은 스토리에 창을 넣고 극을 짜고 그에 따른 소품을 준비하고 올 여름 방학도 열심히 노력했다. 장폭의 진주 남강 걸게 그림이 진주난봉가에서 크게 한 몫을 했다. 늦은 밤 교수님과 짧은 대화에서 남기현 교수님이 내용도 좋았지만 걸게 그림 등장하는데 감동 받았다고 하셨다.
며느리 배영란 대표님은 표정과 연기에서 당연 1등이었고 이정호 교수님은 격한 감정이입을 보이셨다. 장구 장단에 창을 하는 두 분의 캐미도 좋았고 정순천 고문님의 이번 창은 여태까지 들어 본 것 중에 최고였다. 장구 장단에 첫 마디를 시작하는데 무대 뒤에서 들으며 정말 최고다며 환호했다. 시어머니 이시원 부장님은 이런 시어머니를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만나고 싶지 않은 캐릭터다. 낭군은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고 노름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철없고 우유부단하기까지 술기운?에 말과 몸종을 끌고 가는데 웃음이 터졌다. 기생은 좀 더 간드러지게 앙탈을 부리는 장면이 없어 아쉽기도 하지만, 만족한다. 시끌벅적한 빨래터 아낙들은 나름 대로 대본을 짜고 분량을 차지한 시도가 통해서 이 극에서 제일 즐거운 부분이었다. 김경희 선배님의 춤사위는 일품이였다. 그리고 마지막 떼창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경기지역대 소속 성남학습관과 안양학습관이 마지막 등장하면서 우리와 성주풀이를 힘차게 부르는데 하나된 군중의 힘이 느껴졌다.
특히 소품이며 간식이며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한 수석이랑 나현미 총무님 고생하셨고, MT 때 정훈 감독님의 진주난봉가를 선보이지 않았다면 이런 쾌거는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음으로 양으로 많은 학우와 동문 선배님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힘들 때 용기를 냈다.
진주난봉가 덕분에 논문 쓸 계획을 세웠다. 내가 아는 진주는 역사적 사건으로 진주대첩, 논개, 조선 형평 운동, 교재에서 배운 칼 찬 선비 남명 조식 선생, 그리고 여름 방학 때 본 어른 김장하까지 많은데 난봉이라니 의아했다. 아름다운 부자 취재기를 쓴 김주완 작가와 공동 취재로 MBC 경남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올 여름 최고의 감동이었다. 이런 진정한 어른은 주위에 널리 알리고 싶고 털끝이라도 닮고 싶다.
청풍리조트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여 리허설을 하고 밥을 먹었다. 한 팀 두 팀 도착하고 분장을 하고 그렇게 지역대마다 공연을 했다.
중간에 출출할 때 딱 생각나는 술 몰래 들려와서 먹으니 더욱 꿀 맛이었고 술기운에 이리저리 공연팀 꽁무니 따라다니면서 흥겹게 춤추고 목이 아프도록 소리 지르고 흥겹고 재밌었다.
저녁 10시가 지나서야 공식 행사가 끝이나고 우린 방으로 이동하여 뒷풀이를 즐겼다. 한연심 총무부회장님이 준비하신 술과 안주 로 목을 축이고, 공연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동문 선배님들과 또 한잔 마시고, 교수님과 늦은 대화를 조금하고, 다시 우리끼리 마시다가 3시가 다 되어 잤다.
다음 날 졸업 사진 가슴이 뭉클해진다. 선배님 꽃길만 걸으시길 바랍니다.
내년엔 나도 해방을 만끽하리라.
어느 듯 3학년이다. 나는 박학다식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한 해 두 해를 보내며 많은 추억이 쌓이고 때로는 성취감을 느끼고 때로는 끈끈한 우정을 느끼면서 세월이 더해 간다. 함께 할 수 있음에 고마움을 느끼고 관심과 배려에 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논어에 좋아하는 구절은 지지자 불여 호지자 호지자 불여 락지자이다. 오늘에 살며 오늘은 즐기련다.
문화교양학과 파이팅!!!
블루스카이 파이팅!!!
첫댓글 오~
문화제를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글을 읽다보니 현장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참여하신 학우님들이 멋져보입니다.
역시 블루스카이~!!!!!
블루스카이 학우님들 만세!!!!!
김성기 부대표님 항상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공부 열심히 하시고 난 후 시간 되고 기회가 될 때 블루스카이와 같이 즐겨요.
김기매 대표님!
문화제 행사 앵콜 받은 기분입니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커다란 도전이죠.
하지만 낯선곳에서 나를 만나는것이 더 큰 즐거움이죠.
그래서 자꾸 여행가방을 들춰보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