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순례길 탐방 9-노고산 성지/서울시립미술관
아씨시 형제회 서울순례길 탐방 동아리는
2022년 2월 19일 새해 두 번째 순례를 떠났습니다.
이번 코스는 프란치스코회관-정동길-서울시립미술관-노고산 성지입니다.
이날은 절기상 입춘에 이어 봄을 재촉하는 우수입니다.
우수에는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고 합니다.
이날 순례길에는 눈과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봄이 아니라 한겨울 같았습니다.
노고산 성지는 지하철 2호선 신촌역 6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서강대학교(서울 마포구 백범로 35) 안에 있습니다.
노고산은 천주교 박해 때 새남터, 서소문 밖, 절두산 등 여러 처형장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많은 순교자들의 시신이 임시 매장되었던 곳입니다.
예수회 재단의 서강대학교는 2009년 6월 15일
기해박해(1839년) 당시 새남터에서 순교한 후
노고산에 4년 동안 가매장되었던 성 앵베르 라우렌시오 주교와
성 모방 베드로, 성 샤스탕 야고보 신부를 기리기 위해
교내 가브리엘관 앞 소나무밭에 세 성인의 순교 현양비를 봉헌하였습니다.
이춘만 크리스티나 조각가가 제작한 3개의 순교 현양비는
각각 가로 1m, 세로 1.5~2m의 규모로,
각 성인의 얼굴 동판과 약력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비문은 김남조 마리아 막달레나 시인이 썼습니다.
1831년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조선대목구를 설정했고,
조선에서의 전교와 사목을 프랑스 파리 외방 전교회에 맡기게 됩니다.
기해박해가 시작되고 파리 외방 전교회 소속 앵베르 주교와
모방, 샤스탕 신부가 1939년 9월 21일 새남터에서 순교하였습니다.
이들의 시신은 한강변 모래톱에 사흘 동안 버려져 있었는데,
그 뒤 이십 일가량 지나서 7~8명의 교우가 죽음을 무릅쓰고
감시의 눈을 피해 시신을 거두는 데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교우들은 시신을 큰 궤에 넣어 노고산에 매장하였습니다.
4년 후인 1943년 당시 시신을 훔쳐 낸 교우들 중 하나인
박 바오로는 자신의 선산인 삼성산(서울 관악구 호암로 454-16)에
세 성인의 유해를 이장했습니다.
그 후 그는 그 사실을 아들 박순집 베드로에게 알려 주었다고 합니다.
박해가 끝난 후 제7대 조선 교구장 블랑 주교는
순교자들의 행적을 조사하였고, 박순집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과
순교자들의 유해가 묻혀 있는 곳 그리고 자기 집안의 순교자들의
행적을 교회법정에서 증언하였습니다.
이 증언록이 ‘박순집 증언록’으로 총 3권에 153명의 순교자 행적이
기록되어 현재 절두산 순교자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박 바오로와 그의 아들 박 베드로는 마태오, 요한 등 신약성경 공관복음서
‘묻히시다’편에 나오는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을 떠올리게 합니다.
요셉은 빌라도를 찾아가 예수님의 시신을 내달라고 청하고
깨끗한 아마포에 예수님을 감싼 다음, 바위를 깎아 만든 새 무덤에
모셨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정동길을 천천히 걷다가 덕수궁 돌담길이
보이는 지점에 다다르면 언덕 위에 서울시립미술관(SeMA)이 나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은 1928년 일제가 세운 경성재판소 건물입니다.
건물 현관 오른쪽 하단에 있는 정초석(머릿돌)을 자세히 보면 왼편에
‘쇼와 2년 11월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라고 쓰여 있습니다.
쇼와 2년인 1927년에 기초 공사를 마치고 머릿돌을 설치하여
건물 공사에 착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근세 고딕양식이지만
뾰족아치가 아닌 반원형 아치로 만들었습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 및 벽돌조 구조인 건물 외벽에는
화강석과 갈색 타일을 붙였습니다.
이곳은 우리 근현대사의 현장으로, 1886년에 문을 연
근대식 교육기관인 육영공원이 있었으며 육영공원이 폐교되고선
독일영사관과 독립신문사가 들어왔습니다.
1899년 우리나라 최초의 실질적인 상급법원인
평리원(한성재판소)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 대법원 청사로 사용하였고
1995년 대법원이 서초구 서초동으로 이전한 뒤
전면부(파사드·Façade)를 제외한 대부분을 철거한 뒤
재건축하여 2002년 5월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개관하였습니다.
서울시는 이 건물의 아치형 현관이 대법원의 상징성을
잘 담고 있다고 평가해 2006년 3월 2일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제237호)로 등록하였습니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은 원래 기차역이었던 건물 구조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조작업후 미술관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영국 런던의 현대 미술관 테이트 모던은
화력 발전소가 공해 문제로 이전한 다음,
미술관으로 멋지게 개조시킨 케이스입니다.
건물 한가운데에는 원래 발전소용으로 사용하던
높이 99m의 굴뚝이 그대로 남겨져 있으며
밤이면 등대처럼 빛을 내 테이트 모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찾았을 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에서는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수교 60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서울시립미술관과 아트스페이스, 시드니가 공동기획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UN/LEWRNING/AUSTRALIA’(3월 6일까지)가 전시중이었습니다.
2층에서는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컬렉션’과
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미술 전시전 ‘허 스토리 리뷰’이 상설 전시되고 있습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현실이지만
우리에게도 봄날이 오겠지요.
“당신은 천주교신자요? 당신은 프란치스칸이요?”
“예, 그렇소.”
“그럼 같이 걸읍시다. 박해의 현장, 순교의 현장, 증거의 현장
그리고 역사의 현장에서 만납시다.”
“아! 좋소. 나를 위하여 서순탐”
새 회원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3월19일 서울순례길에서 만나요.
첫댓글 좋은시간 함께 하지 못해 많이 아쉽지만 사진으로~설명만으로
도 좋네요~~^^ 감사합니다~♡
나그네와 순례자처럼 함께 걸으면 더 좋지만
이런 코시국에는 비대면 랜선 순례도 한 방법이지요
다음에는 남녘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서울순례길 어느 곳에서 만납시다
순례 여정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