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방효필의 시 세계 서정적 자아와 시공(時空)의 진실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1. 고향 애환으로 함축된 사랑학 현대시에서 시인의 체험이 이미지로 승화해서 다양한 주제로 형상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는 체험에서 여과(濾過)된 상상력이 창조적으로 생성하는 모든 요소가 회상(回想)된 체험에 그 기조(基調)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현대시의 위의(威儀)나 본령(本領)에 대한 지향점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정신에 부합(附合)하는 주제를 투영하는 경향으로 시적 구도나 언어의 분사(噴射)에 그 시인의 사유(思惟)의 초점을 설정하는 예를 흔하게 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 청암 방효필 시인이 강재하는 첫 시집『투명한 별』의 시편들은 이러한 경험적인 상황들이 작품의 발상 동기가 되거나 소재로 혹은 주제로 현현(顯現)되는 보편성에 그 시적 정황(情況-situation)을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가 시적 동기나 영감(靈感)의 원류(源流)는 그가 성장한 고향의 애환과 거기 포괄된 어머니, 가족 그리고 추억의 대상이 되는 장소 등이 함축(含蓄)하는 사랑학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적품「회고」에서 ‘바람과 싸운 세월의 흔적들이 / 내 살과 뼛속에서 / 그림자처럼 웅크리고 앉아있다.’는 시간성에서 그 ‘소년’은 ‘문우의 길을 스쳤던 날들 / 스산한 마음을 채우려 / 뒤척이던 밤도 흘렀을 터 / 내 영혼을 어쩌지 못해 / 어설프게 문학 문을 / 두드렸다 / 명성을 얻은 이름이여 / 이제 남은 / 꿈같은 시간은 / 마음속에 등불로 남아 / 뒤돌아보게 된다.’는 어조(語調)로 보아서 그가 ‘문우의 길’과 ‘영혼’의 융합(融合)이 바로 삶의 길(인생)이라는 신념을 확고하게 정립한다. 그렇다면 방효필 시인이 구가(謳歌)하려는 고향 이미지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이 시집의 표제시(表題詩)가 되는「투명한 별」에서는 ‘고향을 그리면서’라는 부제가 달려 있어서 우리들이 이해하는 데는 그렇게 난해하지는 않겠으나 그렇다고 일반적인 정서로 회고하거나 회상하는 보편성을 초월하는 정감의 언어가 스며있어서 ‘고향’의 이미지를 다시 상기시키는 효과가 돋보이고 있다. 드나드는 길목마다 쏟아놓지 못했던 지난날 흔적들이 구석구석 박혀 뼛속 깊이 스며든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생각에 조바심을 내었던 마음은 어느새 바다의 마음이 되어가고 대문도 없는 마당에 들어서니 때 묻은 동생의 울음소리가 달려와 안긴다. --「투명한 별」중에서 누이동생 떠나가던 길 위에 먼지만 날리던 아픔을 알더냐! 함박눈 내리던 어머니의 발자국이 찍힌 그 속에 발을 담그며 가슴을 지지던 그 시절이 언제나 샘물처럼 솟는다는 것을 알더냐 --「느티나무」중에서 방효필 시인은 우선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곳 ‘대문도 없는 마당’과 ‘때묻은 동생의 울음소리가’ 그가 그리워하는 고향에 대한 향수(鄕愁)이다. 그는 다시 ‘누이 동생’은 ‘떠나가던 길’과 ‘어머니의 발자국이 찍힌’ ‘느티나무’의 형상에서 진한 애환과 함께 함축된 ‘어머니’와 가족간의 사랑을 절감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향수에 대한 사랑학은 그가 취택(取擇)하는 회상의 체험에서 ‘이 모두를 / 함께 섞어 뚝배기에 / 가득 담아 / 그 옛날 어머니가 그랬듯이 / 화롯불에 올려놓는다.(「뚝배기보다 장맛」중에서)’거나 ‘가끔 드나들던 舍廊房(사랑방) / 목마른 사내들이 모여 / 텁텁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 고개를 넘어 길을 따라 / 신작로 끝에 보이는 그리운 마을(「산하리 가는 길」중에서)’ 그리고 ‘창가에 서서 / 고향을 그리노라면 / 언젠간 돌아갈 그날을 그리면서 / 마음은 고향의 하늘가를 / 거닐고 있다.(「병영 일기」중에서)’라는 어조와 같이 그가 간직한 고향 이미지는 다채롭게 현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향수 속에는 ‘어머니’와 가족들에 관한 사랑의 형상화는 ‘이슬은 / 어머니의 눈물 / 어머니의 눈물인 / 이슬은 / 밤마다 찾아와 / 그리움을 적신다.(「이슬」전문)’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와 ‘설움이 북받칠 땐 당신을 / 마음이 아플 때도 당신을 / 생각했습니다.(「가족사진」중에서)’라는 그의 진정한 효심의 사랑학이 그의 시정신과 정서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어서 그가 시적 구도로 설정하여 진실을 탐구하는 향수가 심저(心底)에서 깊게 함축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 연가풍의 구도와 정감의 분화 방효필 시인은 다시 연가(戀歌) 풍의 시적 정황을 설정하고 실 생황(real life)과 직접적으로 체험되거나 형성된 실재(實在)들과의 교감(交感)이 바로 그리움이나 사랑의 근원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내 안에 아내는 봄 들판에 번지는 쑥 같고 가을 귀뚜라미보다 더 가냘프게 우는 사랑이어라 캐어도 캐어도 아주 캐지지 않는 칡뿌리 같은 아내의 흔적을 늘 가슴에 매달고 살고 있다. --「아내의 흔적」전문 마른 바람이 흩어진다. 마을 어귀를 지나 무딘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리가 난다 그의 살 냄새 그의 웃음소리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들 곧 어둠이 올 것이다 길에 묶지 않는 그림자처럼 --「님이여」전문 이 두 편의 작품에서 일별(一瞥)할 수 있듯이 아내와의 사랑이 잊을 수 없는 흔적으로 현현되고 있으며 ‘마을 어귀’에서 ‘소리가’ 나거나 ‘그의 살 냄새’와 ‘그의 웃음소리’들도 이제는 ‘무엇으로도 / 채울 수 없’다는 비감(悲感)이 섞인 그리움의 대상으로 시적 전개가 공감을 유로(流路)하고 있다. 그는 다시 이러한 연가의 집념은 그의 주변에서 생성하는 상황들이 그가 사유하는 정서의 깊은 계곡에서 한 줄기의 물줄기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다음과 같이 형상화하고 있다. - 벗겨도 벗겨도 / 한결같은 하얀 속 /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 그대의 마음을 닮았다.(「양파껍질 속의 연가」중에서) - 기억도 /생각도 / 기쁨도 / 슬픔도 / 행복도 묻지 않기! / 가는 길 / 그 사랑에 너무 빠져 / 이별할 줄 모르고 / 외로운 꽃잎처럼 / 피었다 지면 / 다시 피지 못할 / 시들은 꽃잎에 / 향기만 풍기네. / 호숫가에 비치는 / 별 밤처럼(「사랑이란」전문) - 정녕 사랑하고 싶었노라고 / 정녕 그리워했노라고 / 그 한마디 못했어라 // 내가 울면 / 너는 바다가 되어다오 / 나와 함께 울 / 바다가 되어다오(「내가 울면 너는 바다가 되어 다오」중에서) - 난 / 그를 /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 빛 속에 한줄기 비로 / 간직한다.(「비오는 날에는 님의 시를 읽으면서」중에서) - 이제는 / 유채꽃 향기 가득 채운 / 고요한 바다 / 황소가 길을 찾는 / 그곳의 향연에 / 머 물고 싶다.(「청산에 향연」중에서) - 도심 속 숲속에 / 바람 소리 / 물소리 / 그리고 새 한 마리 / 꽃향기 노니는 / 그 숲 속 에 채 피어나지 / 못한 / 외로움을 타는 친구 / 친구의 긴 한숨이 / 나뭇가지 위에 얹혀 / 하루해를 파먹는다.(「친구의 병가일지」전문) - 한숨 한 장 / 그림자 한 장이 / 마른 벽에 매달려 / 달랑거린다. / 벽걸이도 되지 못하는 대못처럼 / 가슴을 툭툭 쳐댄다 / 떨어내지 못한 모자람인 것을 / 뒤로 한 채 / 그 모자람 을 채워줄 남은 한 장 / 한 줌을 펴리라(「남은 한 장」전문) 그렇다. 방효필 시인이 시정(詩情)에는 이처럼 안온(安穩)하고 정감이 넘치는 소재에서부터 연가적인 요소가 더욱 심금(心琴)을 울리게 하는 마력(魔力)을 풍기고 있어서 그가 지향하는 사랑의 메시지가 우리들의 공감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그는 이러한 그리움이나 아쉬움 등의 보편적인 이미지도 감응(感應)의 감도(感度)를 상승시키고 있지만, 그가 특성적으로 탐색하는 유년에 대한 동심(童心)이 절절한 감성(感性)으로 많은 시적 탄력성(彈力性)이 할애되고 있다. 넓게 널어놓은 백사장엔 어릴 적 꿈이 오밀조밀 다 모여 나를 비추고 있네. 묵묵히 걸어온 여유와 낭만을 간직한 채 언제부턴가 앞에 펼쳐진 하늘과 바다 사이로 주름 하나 얹히게 될 그 시간 뒤로 너를 품으리. 이 작품「동해」중에서 느낄 수 있는 바와 같이 시간성에서 반추(反芻)하는 ‘나’는 ‘어릴 적 꿈’이 동심의 세계에서 유영(遊泳)하고 있다. 이는 그의 사랑에 치우친 연가보다는 정갈한 ‘여유’와 ‘낭만’이 동시에 현현하는 시법을 주목하게 한다. 이러한 시법은 작품「목장에서의 하루」에서 ‘옛 시절이 그리워 / 찾아든 하늘 아래 목장 / 여기엔 내 유년이 있고 / 친구가 있고 / 마음은 추억 속에 빠져든다.’거나「왕게」에서 ‘사람과 사람이 / 만나 함께 사는 곳 / 그곳엔 한 폭의 풍경화가 / 숨 쉬고 있다 / 떠나간 동심들이 / 언제나 가슴 한 켠에 / 자맥질하던 / 그곳에는’이라는 어조가 그의 연가풍의 정감이 분화(分化)하는 절정에 이르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3. 서정성에 포괄된 동화(同化)의 범주 방효필 시인의 정서에는 고향과 어머니 그리고 가족 등에서 탐색한 사랑학의 여백(餘白)에는 우리들이 보편적으로 향유(享有)하는 서정성이 충만(充滿)해 있음을 간과(看過)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서정성의 범주(範疇)는 대체로 만유(萬有)의 자연에서 창출(創出)하는데 ‘들꽃’ 등의 식물류라든지 시간성과 상관된 ‘세월’ 혹은 계절적인 이미지가 주된 시적 상황으로 등장하고 공간개념인 여타 사물에서도 그가 서정성을 구가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과의 동화는 김준오 교수가 그의 「詩論」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연의 인격화이다. 시인이 모든 자연을 자신 속으로 끌어와서 그것을 내적 인격화하는 것(동화-assimilation)과 반대로 자연 속에 자신을 상상적으로 어떤 다른 존재를 채우(投射-poject)는 두 가지의 방법으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고 한다. 물 위로 뛰어 오른 물고기 떼를 따라 노를 젖는다. 한적한 암자를 향하는 노스님과 동자승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바람도 포용한 품 속 쭉 늘어선 나무들이 그림자를 내어주고 물이 나무를 품듯 뼛속까지 스며든 몸도 마음도 꿈을 꾸듯 물고기가 되어 노닌다. --「물이 나무를 품다」전문 이 작품에서 알 수 있는 자연 사물은 물과 나무이다. 그가 간구(懇求)하는 서정에 대한 침잠(沈潛)의 깊이는 그가 상상하는 체험의 분화와 여과를 거쳐서 창출한 그의 서정적 자아(自我)의 확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한적한 암자를 향하는 / 노스님과 동자승의 /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는 어조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의 이미지로 서정시(抒情詩-lyric)의 본령을 음미(吟味)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에 노니는 사이사이 고통을 잊고 품어내는 향기 스치는 바람에도 화아한 미소를 날리며 허공에 빛을 내려놓는 그대는 영원한 들꽃이어라 --「들꽃」전문 여기에서도 잔잔한 선율이 들리는 듯한 향취(香臭)가 풍긴다. ‘바람’과 ‘향기’와 ‘미소’와 ‘허공’이 서로 대칭이면서도 각개(各個)인 ‘들꽃’의 이미지는 무한으로 추출할 있다. 또한 ‘허공에 빛을 / 내려놓는 / 그대’라는 화자가 바로 ‘들꽃’의 화신(化身)임을 이해하게 한다. 달착지근한 입술 사이로 누군가 부르기라도 하듯 하늘에서 땅까지 긋는 빗금들... --「봄비」전문 지난밤 가을비에 꽃잎이 떨어졌다 어디 꽃잎뿐이랴 어디서 날아 왔는지 가을 편지 한통이 정원에 내려 앉아 속삭인다. 코스모스와 국화꽃 핀 정원에서 --「가을비」전문 계절을 잊고 시심으로 핀 꽃 사랑도 흔적도 움켜쥔 채 온 세상을 덮는다. 삶의 소중함을 쥐며 수채화 핀 공간을 바다는 그렇게 그리움을 묻어버렸다 몇 점 떨어내지 못한 시간을 뒤로 한 채 --「겨울비」전문 방효필 시인에게서 인지(認知)할 수 있는 서정의 세계에는 계절감각이 명징(明澄)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비’에 관한 이미지를 즐겨 적용하는 습성(習性)을 읽을 수 있다. 이 ‘봄비’의 경우 새 생명의 탄생을 예견(豫見)하는 ‘달착지근한’ ‘빗금들’이 그거지고 있다. ‘가을비’에 ‘꽃잎이 떨어졌다’는 어조는 그 낙화가 결실(結實)과 고독함의 메시지로 양면성을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떤 갈등의 이미지가 포합된 것으로 이해하게 한다. 마지막 ‘겨울비’는 ‘삶의 소중함을 쥐며 / 수채화 핀 공간을 / 바다는 그렇게 그리움을 / 묻어버렸다’는 주제가 전해주듯이 ‘계절을 잊고 시심으로 핀 꽃’은 ‘사랑도 흔적도’ 덮어 버리는 아쉬움을 절규(絶叫)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적(계절)인 이미지의 결합은 우리들의 삶의 한 축과 유사(類似)한 상징성을 부여하는 정감이 다채롭다. 이 밖에도「봄의 향기」「봄의 의식」「가을에 보내는 편지」「지난밤 가을비에」「겨울이 오는 소리」 「세월을 빚는 사람들」등의 작품에서 계절감을 만끽(滿喫)할 수 있는 시적 상황과 어조를 느낄 수 가 있다. 4. 여수(旅愁)에 잠긴 정서의 향방(向方) 방효필 시인은 ‘휴(休)’에 관한 개념을 시적구도로 도입한 작품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이는 전국을 유람한 기행시(紀行詩)의 총집합으로 풍물(風物)과 풍광(風光)이 깃들인 서정성을 탐구하는 시적 효용(效用)을 읽을 수 있게 한다. 그가 탐방한 곳은 전국이다. ‘하늘재와 미륵리 사지⟶부처의 마음처럼 / 자애로운 미소를 간직한 채’, ‘목계나루⟶홀연히 나부끼는 바람 소리에 / 계립령과 죽령 / 새재 길이 여기로 이어지고 / 옛 시절의 향취를 담은 / 뱃사공의 노 젓는 / 모습이 아련하다’, ‘황도⟶바다를 정경으로 / 길게 늘어진 펜션들을 / 뒤로 한 채 걷다보면 / 한 폭의 풍경화를 만난 듯 /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정경(情景)이 다채롭게 현현되고 있다. 백사장 포구부터 곱고 단단한 모래가 사막처럼 광활하게 펼쳐진 삼 봉 갯바위와 자갈이 많아 아기자기한 방포해수욕장 멀리 보이는 일출의 절경이라 기암절벽에 걸친 절 낙조가 저가는 저녁이면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그리움이 가슴에 와 안기누나 --「휴(休), 쉬어가리라」중에서 하늘을 향해 뻗은 야트막한 숲에 천 년을 이어온 노송 길을 따라 호젓하게 혼자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은 내려앉아 여유로움에 취한다. --「신두사구와 휴양림」중에서 언제부턴가 내 앞에 펼쳐진 하늘과 바다 사이로 주름 하나 얹히게 될 그 시간 뒤로 너를 품으리. --「동해의 모습」중에서 보라, 기행시는 대체로 여행길에서 느낀 감명(感銘)이나 인상을 주요한 소재로 해서 창작된다. 우리의 선배 시인들도 다양한 기행시를 남겼으나 문학적 완성도는 낮다는 평가이고 보면 기행시가 단순하게 풍물과 풍광을 노래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시인이 감동한 메시지가 무엇이냐가 기행시의 관건(關鍵)이 된다. 이러한 관점(觀點)에서 방효필 시인은 ‘그리움이 가슴에 와 안’긴다는 ‘방포해수욕장’과 ‘몸과 마음은 내려앉아 / 여유로움에 취한다.’는 ‘신두사구 휴양림’에서 교감한 정서의 심연(深淵)에는 아늑하고 고즈넉한 정취가 듬뿍 흐르고 있다. 그는 다시 ‘동해 / 넓게 널어놓은 백사장’에 서서 ‘주름 하나 얹히게 될 / 그 시간 뒤로 너를 품으리.’라는 심중(心中)의 자적이 어떤 기원(祈願)의 의지로 전환하는 시법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그의 기행은 계속된다. ‘순천만 자락에’서 ‘피처럼 피는 사랑아 / 때론 순수하고 / 때론 헐렁했던 / 그대에게 / 화아한 마음을 / 전하고 싶구나(「갈대꽃이 피었네」중에서)’라는 그의 진솔(眞率)한 기원이 발현되는가 하면 ‘옥구공원’에서는 ‘바람을 따라 걸어온 나그네는 / 그대로 취해 머물고 / 골짜기마다 누운 돌 앞에 / 근심 걱정 다 내려놓아도 / 좋을 것 같다(「모이다. 바람 앞에」중에서)’는 언술로 인생 나그네의 근심과 걱정은 다 버리고 그 풍광에 취해 버린 풍유(諷諭)의 가락을 엿듣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방효필 시인은 ‘경포대⟶경포해변 / 장송의 그늘에서 / 추억 한 잔 마셔보세’, ‘초록빛 풍경⟶모세의 기적 / 하늘 길 열리는 풍광을 / 맛보기 위해 / 상춘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용추계곡⟶잠시나마 / 고달픔을 잊게 해준 / 그곳 정취에 젖어본다.’, ‘모악산과 김제벌⟶호남평야에 / 숱한 밀어들이 소곤대는 곳 / 살아 있어 부서지는 / 빈 들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무등산 옛길⟶비 오는 날 / 동양화 화폭을 담은 가을 / 원초의 서석대(瑞石臺) / 무아지경의 길’처럼 전국 각지에서 자연과 혹은 인간들과의 원류의 서정성을 교감하고 있다. 이러한 기행시는 자칫하면 개인적인 소감문이 될 우려가 있어서 특별한 언술과 주제가 필수적으로 적시(摘示)되어야 하는 시법을 중시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작품「오서산과 궁리 해변」에서는 ‘삶의 소중함을 쥐며 / 반 토막 남은 햇살 아래 / 바다는 그렇게 그리움을 / 묻어버렸다’라고 분사함으로써 지금까지 창작해온 일반적인 서정시보다 우뚝 선 주제를 이해하게 되어 소감문적인 우려는 불식(拂拭)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제 방효필 시집『투명한 별』에 대한 종합적인 견해로 마무리해야겠다. 대체로 일반적인 서정을 주안점(主眼點)으로 한 그의 정서와 사유의 지향성은 현대시가 요구하는 위의가 잘 반영되고 있음에 안도(安堵)하게 된다. 왜냐하면, 첫 시집의 맹점(盲點)이 그 시인의 고백이나 독백으로 흐를 염려가 상존(常存)하는데 ‘잘 지어진 밥상처럼 / 묵은 지가 되어 / 맛의 조화를 만들어 낸다.(「숙성된 시는 아름답다」중에서)’는 자성(自省)의 말처럼 이를 극복한 방효필 시인의 노력은 영원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현대시는 일찍이 프랑스의 근대 상징주의의 비조라고 알려진 C. P. 보들레르는 ‘시의 목적은 진리나 도덕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시는 항상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 자체 속에 이상을 좇는 신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언지와 같이 방효필 시인의 지속될 체험의 중심이 새로운 문학적 지표(指標)를 향한 지향성을 위한 지적(知的) 자양분(滋養分)을 궁극적으로 축적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소중함을 자각(自覺)해야 다. 두 번째 시집에서는 더욱 진취적인 주제가 가미된 작품을 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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