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겨울 산에 들면
김종식
나무가 우는 소리가 보인다
지독하게 추운 어둠 속에선 하늘도 없고 땅도 없다
빛이 없는 동굴이거나 심해이거나 태양계 바깥이다 한순간에 실명이다
바람 한 점 없는 영하 13도의 고요
야생의 소리 하나 없다 귀가 없어져도 좋다
코로 전해오는 냄새로 나무를 본다
솔향은 허파에서 녹아 나뭇가지로 퍼져나간다
몸을 한 바퀴 돌아 나오자 나무가 전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몇 차례 심장에서 두근거리다 투명한 나무 피가 된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저음계로 가는 소리 흰 눈물이 된다
사람들은 모든 울음을 산에다 묻어둔다
오래전 울음부터 앞으로 울 울음까지 모두 산으로 온다
산이 울면 나무가 도닥이고, 나무가 흔들리면 어둠이 뿌리를 잡아준다
칠흑의 산이 어깨를 들썩이면 어둠도 희미하게 운다
나무는 한자리에 서서 딱 자기 몫만큼만 운다
김종식 | 2020년 『문학청춘』 등단.